이건 가브리엘 신부
대림 제1주일
이사야 63,16ㄹ-17.19ㄷㄹ; 64,2ㄴ-7 1코린토 1,3-9 마르코 13,33-37
깨어 기다림
교회는 대림 시기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합니다. 교회가 한 해를 양력처럼 1월 1일에 시작하지 않고
대림 시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이
우리 신앙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대림 시기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는 끝날에 있을 그리스도의 두 번째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대림 첫 주일~12월 16일)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들 가운데에
탄생하셨음을 기념하는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12월 17~12월 24일)입이다.
이 두 가지 의미는 대림 시기 동안의 독서와 복음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림 1주인 오늘 복음은 세상 끝날을 기다리는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성탄 준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성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성탄이 다가오고 있음을 생각하나요? 그렇습니다.
성탄은 모든 이가 기뻐하고 기대하는 잔칫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탄 준비’에는 세속적인 준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앙과 이웃사랑의 영적인 준비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기도와 보속과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찾으며 주님을 위한 길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탄은 모든 이에게 행복한 날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도움이 필요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성탄은 자비의 축제입니다. 곧, 인간의 자비와 종교적 자비의 잔칫날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게 하십시오.
‘너희 집은 성탄 구유를 마련했니?’” (1966년 12월 4일 삼종기도에서)
성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은 제각각이겠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성탄은 대림시기를 통해 우리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를 찾고,
실천하며 생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깨어 있어라.” 생각할수록 우리에게 경종이 되는 말씀이며, 삶에 힘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주님의 길을 생각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우리에게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깨어 계시는’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림 시기를 시작하면서, 겸손하게 우리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님의 사랑이
여러분들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광주대교구 이건 가브리엘 신부
2023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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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 사도 요한 신부
대림 제1주일
이사야 63,16ㄹ-17.19ㄷㄹ; 64,2ㄴ-7 1코린토 1,3-9 마르코 13,33-37
오늘은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입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 내리기를 기도드립니다. 교회의 전례주년은 언제나 대림 시기로 시작됩니다.
‘대림’(待臨)은 말 그대로 ‘임하심 곧 오심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며 성자께서 세상에 오심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또한 지상에서 임무를 마치시고 하늘로 오르신 그분께서 다시 이 세상에 오실 종말의 때를
기다립니다.
대림 시기의 첫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어라.”
오늘 복음에는 다섯 구절에 지나지 않는 짧은 단락 안에 이 표현이 네 번이나 나옵니다.
그만큼 당신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이들이 언제나 깨어 있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문맥 안에서 이 단락은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의 여정에
들어가시기 바로 전에 하신 말씀으로 나타납니다.
곧 그분께서 남기신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실제로 밤에 잠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씀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영적으로
잠들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영적인 수면에 들어간다는 것은,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릴
필요를 더이상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세상살이에 만족하며 현재의 삶을 더 오래 누리고 싶은 욕망이 커질수록,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 나라의 행복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들기 마련입니다.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육의 눈은 말똥말똥 뜨고 있지만, 영의 눈은 무거운 눈꺼풀로
감겨 있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 시대의 코린토 교우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나타나시기를
간절히 기다린 것처럼,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늘 깨어 있도록 합시다.
“아, 당신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다면! 당신 앞에서 산들이 뒤흔들리리이다.”
이 탄원이 영광스럽게 오실 예수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탄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천교구 정천 사도 요한 신부
2023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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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구 요셉 신부
대림 제1주일
이사야 63,16ㄹ-17.19ㄷㄹ; 64,2ㄴ-7 1코린토 1,3-9 마르코 13,33-37
기다림
오늘은 대림 제1주일입니다.
대림의 뜻이 ‘주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것’이라면 우리는 누구를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등불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가는 신부처럼
우리는 제대 앞에 촛불을 밝히고,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네 개의 대림초는 짙은 자색 초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흰색 초까지 매주 밝혀갑니다.
우리는 밝아지는 초의 색깔에서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지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화의 과정, 바로 깨끗한 마음의 준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빨리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고,
그 희망은 기쁨과 행복에 대한 기대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이 두려움뿐이라면 거부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우리의 기다림이 ‘희망’이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기다림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할 희망이면 좋겠습니다.
열 달의 기다림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받아내는 부모의 마음처럼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 생명을 받아 안고 눈을 맞추고 주님께서 주신 생명의 선물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부모의 마음처럼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주를 기다린 첫 만남에서 우리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 사랑으로 살아갈 것을 약속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면
우리의 기다림은 희망일 것입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합시다.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마음을 버리고 희생과 나눔의 의미를 생각합시다.
대림 시기를 보내면서 마음에 4개의 초를 준비합시다. 짙은 색의 초가 정리되지 않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이라면 점점 밝고 맑은 색의 초에 불을 붙이면서
깨끗하고 정리된 마음을 만들어 봅시다.
이러한 우리의 준비는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는 성실한 종의 모습일 것입니다.
성실한 종은 깨어 있는 종입니다. 아직은 아닐거라고, 그저 주인의 너그러움만을 믿으려 한다면
우리는 준비 없는, 짙은 색의 초만 밝히고 있는 종일 수 밖에 없습니다.
4개의 초를 모두 밝히고 주인을 기다리는 깨어 있는 종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교회의 전통은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시기를 기쁨과 희망을 묵상하며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이 대림 시기에 여러분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마음의 촛불을 밝히고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촛불이 모여 온 세상을 밝히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원교구 이철구 요셉 신부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에서 참조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