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因緣
<제8편 풀꽃>
②기인도정(奇人道程)-58
그녀는 다시 버릇처럼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는데, 남자는 그녀를 의식하지 않는 듯이 눈을 감고 있는 거였다.
남자는 잠이 들어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여자는 남은 여력으로 있는 힘을 다하여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그녀는 아기집속에서 곱살이 물을 켜는 자각증세에 빠지어 있었다. 그만큼 기둥은 더욱 뻣세게 곱살을 치받았고, 귀두에서는 뜨겁고, 줄기찬 용암을 뿜어내었던 거였다.
그것은 그녀를 가슴 벅찬 환희로 들뜨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거였다. 그러나 그녀는 신기한 일이라고, 감탄하고 있었다. 주먹만큼이나 뭉뚱그리어진 남편의 것은 언제든 그녀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였고, 몸을 황홀하게 데우고는 하였으나, 잠시 스치어가는 장대비일 뿐, 이렇듯 사그리 뼈마디를 녹신하게 죽이어주지는 못하였던 거였다.
그녀는 연신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풀잎마냥 윗몸을 이리 휘고, 저리 휘더니만, 어느 순간 더는 견딜 수가 없었던지, 남자의 가슴팍으로 윗몸을 허물어뜨리고, 말았던 거였다.
죽음이란 바로 이러한 거였다. 남자는 무의식중에서도, 여자를 품에 안고서 둘이 모두 순간의 죽음으로 정한 곳 없이 표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천지신명께서는 ‘너희가 죽도록 사랑하라. 태초에 영원한 삶도 죽음도 없었느니라. 오직 젊음을 불살라 수많은 새 생명을 잉태하라. 이게 너희들에게 맡겨진 천부의 소임이니라.’ 어찌 보면, 신명께서는 오로지 남자와 여자를 인식하였고, 청춘임을 말하였을 뿐, 추호도 남의 남자, 남의 여자란 개념은 처음부터 없었나 보았다. 그만큼 도덕과 윤리는 없었던가보았다. 오직 남자와 여자, 암컷과 수컷일 뿐이었다. 세간에 도덕과 윤리란 내 거와 네 거라는 사욕에 찬 인간들의 사악한 소유의식에서 비롯된 거였기에, 남자는 많은 여자를 힐끔거리었고, 여자는 많은 남자에게서 헛된 애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리인가 보았다.
그것은 인간이 속일 수 없이 내면에 숨기어진 마음속의 간음을 저지르면서 스스로의 무한욕구에 신음하는 거였다.
그녀는 여전히 모시적삼에 얇고, 투명한 속치마를 몸에 걸치고, 점심상을 차리어다 잠든 채로 누어있는 남자의 앞에 들여놓아주었다. 그리고는 그 밥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신령께 빌듯이 하였다.
“신령님! 어서 깨어나 점슴 잡수시오! 인저 즈그 몸이도 밝언 빛이 비쳤어라오. 양이 음이 되고이, 또 음이 양이 돼서나 아덜얼 점지혀갖고, 잉태한게로.”
그녀가 주술 외듯하자, 그 소리에 발딱 몸을 일으키며, 천복이 눈을 떠보자니까, 물건은 치맛자락에 덮인 채로 여전히 차일을 치고, 있었던 거였다.
그녀는 천복에게 옷을 하나씩 챙기어다 입히어주고는 남자의 하체에 덮이었던 치맛자락을 걷어다 다시 횃대에 걸어놓는 거였다.
“내가 잠든 동안 당신은 장난쳤지?”
남자는 밥상 앞에 앉아 숟갈을 들며, 원망스레 묻는 거였다.
“흐르넌 물얼 내 몸으러 받었어라오.”
그녀는 늠름하고, 솔직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그에 그는 묻는 거였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요?”
“알어요.”
그녀는 표정이 없이 자신감이 넘치는 듯이 대답하고 있었다.
“어떻게 되는 거야?”
“당슨으 아럴 낳겄지라오. 당슨언 사람이 아닌게로.”
“...?”
그가 다그치어묻자, 그녀는 이미 어떻게 된다는 걸 빠삭히 알았던 모양이었다.
천복은 그녀가 참으로 당돌하다고, 믿어지었다.
남자는 닭다리 없는 닭고기 국이나마 밥그릇과 더불어 한순간에 비우고, 숟갈을 상위에 내리어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밥상을 치울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아까 그가 흘린 말을 되살리며, 묻는 거였다.
“여보, 아까 당슨이 조상으 제사럴 극진허기 받들고이 생존허신 시엄니럴 정승끗 모시야 아들얼 낳넌다고, 혀고이, 나넌 호랭이띠라, 정승이 부족혀서나, 맘얼 고쳐먹으야 냄편더 건강허고, 오래 산단디, 그기 먼 소리랑가?”
그녀는 천복이 사정을 억제하려고, 흘린 말을 하나도 빼어놓지 아니하고, 주어생기면서 묻는 거였다.
“그 말은 날 대신하여 신명이 말했을 뿐이오!”
“으-음!”
그녀는 반신반의하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비록 신명의 아이라도, 내 몸을 빌려 당신 몸에 씨를 뿌리지 않으려고, 말했을 뿐이오. 그러나 그 아이는 조상의 묘를 고친 뒤에야, 당신 몸에 태기가 일어날 것이니, 걱정없소! 당신 남편과 반의반을 닮을 것이오!”
“증말?”
“...!”
천복은 말하지 않았으나, 고개를 끄덕이어주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또 의구심을 가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신 말마따나, 엎어진 물이오!”
첫댓글 결국은 그리 되었습니다 ㅎ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