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2km 6시간 금정고당봉20150601.gpx 오랫만에 금정을 찾았습니다. 몇번이나 가고 싶었지만 잠시 짬을 내기도 힘이 들어 새벽에 집을 나섰습니다.
거리에 사람도없고 차도 없는 신기한 광경이 나타납니다. 문득 인류가 사라진 종말영화처럼 무섭게 느껴집니다 극동아파트 뒷편 산행로로 들어서서 다 익은 보리밭과 건너편 동산쪽을 한장 찍어보지만 박무가 심해서 수묵화처럼 보입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바라보다 보니 오래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금과는 달리 오솔길이었던 금정산 동문북문 길을 이른 아침 걷다보면 바지 가랑이가 축축해 질 때가 벌써 언젠 데 세월이 이렇게도 흘러 버렸습니다. 그 때 북문까지 빨리 가기 시합했던 산우들은 어디로 갔는지! 질매재 쉼터로 가는 길가에는 산딸기도 익어가고 마삭줄 꽃도 활짝 피어 있습니다 초롱꽃과 사초꽃 같은 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인동초와 빨아보면 달콤한 꿀이 나오는 꿀풀도 보입니다 미나리아재비도 보이고 고속도로처럼 빤질거리는 등산로도 눈 앞에 드러납니다 그냥 들판이었던 곳에 아파트들이 많이도 들어섰습니다 제법 오래전부터 가는 길을 지겹지 않게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질매재에서 바라보는 물금쪽의 풍경도 온통 목욕탕처럼 흐릿합니다
도란거리는 여인네들의 수다를 뒤로 하고 싱싱함을 뽐내는 금계국과 가는잎 그늘사초가 맞이하는 다방봉 오름길을 오릅니다. 주변에 산딸기가 지천이라 하나 따 먹어 보니 너무 시큼 합니다. 좀 더 있어야 되겠습니다. 골무꽃 백선이 피어 있는 예쁜 길을 지나 땀을 좀 흘리고 나니 전망이 트이지만 역시 수묵화 같은 경치입니다 추억의 열쇄가 되는 이 소나무가 아직도 변함 없는 것을 보니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 소나무가 사라지고 없다면 이 소나무로 인해 다시 살아날 기억들 조차 사라질 것이니까요
예전 석골사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 있던 고목나무에게 다음번에 올 때 그 동안의 얘기를 들려 달라고 했었지만 언제 사라졌는 지 보이지를 않아 그 이후로 이렇게 남아서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코스에 대한 기억을 돌아보니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선배와 처음 왔을 때는 로프도 없어 슬링으로 올랐던 기억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로프가 메어 있다가, 낙석 위험이 있다고 왼편으로 길을 돌려 놓아 믿믿한 길이 싫어 중간에서 암릉을 타고 오르다가 이제는 계단이 생겼습니다.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 데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전망대도 나무가 많이 자라 예전만 못합니다
좌측 계명봉과 멀리 뾰죽한 봉우리가 보입니다. 예전에는 저 봉우리를 장군봉이라고 불렀는 데 다음 봉우리에 정상석을 세우는 바람에 이름없는 봉우리로 격하 되었습니다. 사실 주변의 형세나 조망을 보면 저 봉우리가 장군봉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양산쪽 다방봉의 봉우리들과 지금의 표지석이 있는 장군봉쪽의 봉우리들을 양쪽으로 거느리는 형세이기에 더욱 장군의 형세에 걸맞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에서는 양산쪽 다방봉의 봉우리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정상석을 세운 산악회가 여러가지를 고증했는 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혹시나 들고가다가 무거워서 그 곳에 세운 것은 아닌지? 높이는 조금 높을지 몰라도 형세는 아니기 때문에 보이는 저봉우리를 혼자서 대장군봉이라고 부릅니다^^ 쥐똥나무도 지나고 이정표도 지나고 가녀린 씀바귀도 지나고 찔레도 지나 은동굴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납니다. 어느 가을에 이곳을 지날 때 쑥부쟁이 한무더기가 얼마나 애처롭던지요 누구나 쉬어가는 이 곳 쉼터에서 한참동안 쉬어 갑니다 장군봉 가기전의 계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곳부터는 바위들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길도 재미가 있습니다
동쪽 사면쪽으로 바위가 우람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한번 길을 찾아볼까? 하다 언감생심 실력이 안되는 걸 알고서는 포기했습니다^^ On-site로 오를 수도 있는 매쓰너를 참 부러워 했습니다
제가 대장군봉이라고 부르는 봉우리입니다. 조망도 좋고 형세도 좋습니다. 아랫편으로는 지나온 다방리쪽의 봉우리가 조망되고 윗편으로는 장군봉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까지 다 조망이 됩니다 푸른 융단이 펼쳐진 금정의 산록은 또 얼마나 부드럽고 돌아보는 모습은 얼마나 헌걸찬지요!
장군봉에 도착했습니다. 기념사진 한장 찍고 덕유의 냄새가 나는 평원으로 내려 갑니다.
자주 점심을 먹곤했던 밥상바위도 잘 있군요. 올라갈 때는 올라가도 내려올 때는 뛰어 내려와야 되어 무릎 안좋으면 곤란합니다^^ 쪽동백 지나 장군샘에 도착해서 한참동안 쉬어 갑니다. 예전 한 선배가 처음 관리를 시작해서 제법 오랫동안 드나들었는 데 요즘은 소식을 못들었습니다 고당봉 가는 길목에 있어 제일 쉽게 눈에 띄는 범어사기, 또는 사기라고 음각된 돌입니다. 예전 산우가 열두개인가 열세개인가를 찾아서 좌표를 올려 두고 범어사기 찾기 놀이도 한 기억이 있습니다^^ 말 안듣는 넘 묶어서 넣기 좋은 바위도 지나고^^ 예전과는 달리 영 시들한 잣나무인지 군락지나고 마애불 오른쪽, 3금샘 능선 반대편능선의 끝자락인 이 바위에서 놀다가 미끌어져 쪼메이 다친 바위지나고 마애불 갈림길 지나고 천구만별 능선으로 들어섭니다. 능선의 이름이 있어서가 아니라 멋진 바위를 많이 볼수있다는 뜻입니다^^ 마애불 뒷편 바위군락이 하트모양으로 보였는 데 지금은 나무가 자라 덮혀 버렸습니다 이 곳에서 봐도 지금의 장군봉보다는 예전의 봉우리가 더 멋지게 보이지 않습니까? ^^ 3금샘 주변의 바위들을 한참이나 구경하고 점심먹고 놀았던 곳으로 넘어가보니 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나서 바지 찢어먹을 것 같아 되돌아 나왔습니다 금정산 하늘릿지라 부르는 능선의 바위입니다.
개뼉다귀 모양의 바위 건너편의 바위들
마애불 모습입니다. 예전 이 곳에는 스님은 없고 보살만 한분 거주 했는 데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건너편 3금샘 바위쪽의 바위가 쪼개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 바위 찾아보려 산신각 뒷편으로 3 금샘 바위쪽을 오르다 바위에 붙은 이끼를 밟고 슬립먹는 바람에 비싼 썬글라스도 찾으러갈 생각도 못하고 출행랑 ^^
이 곳의 바위들은 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많아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아래 헌당수도처에서 시작되는 금정산 하늘릿지 바위능선 잠시 오면 고당봉의 전모가 나타납니다
이 젊은 애들은 금정을 처음 찾은 것 같아 금샘까지 데리고는 갔지만 여자애가 로프에 겁을 먹어 금샘은 보지 못했습니다 고당봉 오르는 곳에 이 로프는 철거하지 않았습니다만 오르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이 설치된 후로는 옆의 바위를 타고 올랐는 데 체력이 고갈된 이제는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오랫만에 만나는 제법 잘생긴 고당봉 표지석입니다. 언젠가는 고압철탑도 사라질 날이 오겠지요
금샘가는 길목에 있는 암릉들도 연결하면 제법 재미가 있습니다
안내판도 설치가 된 것을 보니 이 곳 금샘을 제법 많이 찾는 모양입니다 90년초에 범어사 스님이 처음 발견하고 어렵게 어렵게 처음 찾아보았을 때는 내부에 노란색 모래가 깔려 있어 왠지 신비하게 느껴졌는 데 지금은 그저 그렇게 보입니다. 성곽 보수로 북문쪽의 등산로가 패쇄가 되었다는 안내문이 있지만 계속 가 보았습니다 북문 등산로로 연결되는 곳이 성곽으로 막혀 버렸습니다. 너덜쪽으로 전투산행할까 하다 몇년전 고생한 기억이 있어 성곽을 월장했습니다. 넘어가는 쪽도 높으면 어쩌나 했지만 다행이 이쪽은 낮습니다 복원한 성곽은 누가 기획했는 지 오르는쪽의 높이는 그냥 오르기는 조금 힘든 높이지만 홀드와 스탠스가 좋아서 실제 왜군이 못넘어올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병사들을 성곽을 따라서 배치할 수도 없고 순 엉터리 복원입니다. 그냥 전시행정 같은 이런 복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자연적으로 허물어졌으면 그 상태를 관리 유지해야지 새 것처럼 싸그리 복원한다는 것은 무슨 생각해서 그리하는 지 궁금합니다 북문쪽으로 왔습니다 이쪽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제법 괜찮습니다 북문앞 헬기장 입니다. 이 곳에서 신비한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이 곳에서 산우들과 야영을 하며 식사 준비를 하는 데 안개가 낮게 깔리기 시작하더니만 우리가 있는 곳만 둥그렇게 비워 두고 깔리는 것을 보고 고당할매의 신성(神聖)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오랫동안 설왕설래 했지만 합당한 이유는 못찾았습니다 ^^
다섯평 밖에 안되는 이름만 오천평 반석 지나고, 뒷편으로 금샘가는 길이 있었는 데 몇년전 한번 혼이 났습니다.
이십여분간의 돌계단길을 내려오고 드디어 금정팔경의 하나인 대성은수 맑은 물을 만납니다. 힘들게 이 곳을 내려온 이유가 너덜 아래를 지나는 물소리와 햇살에 찰랑이는 맑은 물 때문이었습니다. 아직은 차갑지만 탁족을 하고
계명봉 한번 바라보고 하마비 지나고 산문을 지나 멋진 적송과 시원한 계곡을 보고 오늘 하루의 길고도 짧았던 여정을 마쳐야될 것 같습니다
금정은 숨겨놓고 한번씩 바라보는 보물과도 같은 산이라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래서 인지 나이가 들어가며 말을 줄여야 되는 데 금정에만 들면 점점 말이 더 많아져 수다쟁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기다림이라오
지금은 비록 남루한 일상을 건너고는 있지만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한 추억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걸요 그리고 먼 훗날 언젠가는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는
나는 기다림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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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상의 변두리에서 원문보기 글쓴이: 남연
첫댓글 그늘사초,골무꽃 ㅎ 꽃이름도 많이 배우고,
글, 사진보고나니 금정산 절로 꼭 가고싶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