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고수와의 디너타임⑭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기에 꿈을 이뤄
서울고 총동창회 뉴스레터 14호(2018. 3. 12)
서부석(39회, 50세) 쌤소나이트 코리아 사장
이달의 ‘동문고수와의 디너타임’은 패션업계편이다. 총동창회가 초청한 동문고수는 39회 서부석 쌤소나이트 코리아 사장이다.
서사장은 당초 저녁식사 장소로 중식당을 예약했었다. 패널들의 사전질문을 받아본 그가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해 디너타임 장소를 쌤소나이트 회의실로 변경했고, 그가 준비한 럭셔리한 도시락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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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서덕원(45회), 김병우(49회), 정원일(46회), 서부석(39회), 이태협(45회), 김영배(41회), 조지형(54회), 이필재(29회)
참석자: 서부석(39회) 쌤소나이트코리아사장
백종혁(40회) Point Link
Service 대표
김영배(41회) 무진관세법인관세사
이태협(45회) (주)제노바기획실장
정원일(46회) 네파R&D팀차장
조지형(54회) 평안알앤씨(주) 영업2팀리더
진행·정리: 이필재(29회, 편집인)
촬영: 서덕원(45회·편집위원회부간사) · 진행보조: 김병우(49회·편집위원)
일시 / 장소: 2018. 2. 23.
저녁7시 / 쌤소나이트코리아 회의실
“국경이 없는 시대에 앞으로 패션기업은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글로벌화와 현지화의 합성어죠. 국내기업 이외 국에 진출할 때도, 외국기업이 국내시장에 진입할 때도 현지화를 해야 합니다.”
서부석 쌤소나이트 코리아 사장은 그래서 쌤소나이트는 국내에서 쌤소나이트레드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여행가방이 아니라 백팩을 만들어 팔았고 TV홈쇼핑에 진출, 유통채널을 다각화했다고 말했다. 의사결정이 이뤄진 후 4개월만에 출시한 쌤소나이트레드는 그후 유럽까지 진출했고, 한때 TV홈쇼핑에서 쌤소나이트의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했다. 대기업이라면 새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 1년 이상 스터디를 했을 것이다.
쌤소나이트는 1910년 설립된 미국의 여행가방전문기업이다. 창립100년이 넘은 이 회사는 국내에서 10개 브랜드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브랜드를 짧은 시간에 런칭하다 보면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겪겠습니다.
“당연히 겪죠. 브랜드 포지셔닝 쪽에서일 수도 있고 마케팅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어요. 제품자체가 잘못됐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성과 문제해결능력도 생깁니다. 어쨌거나 남들과 차별화된 혁신을 해야 합니다.”
+여행가방회사가 백팩을 만드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행가방은 테러, 사스, 오일쇼크, 환율변동 같은 외부환경요인에 취약합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매출변동이 극심해요. 장기비전에 대해 고민하다 '왜 우리는 여행가방만 팔아야 하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됐죠. 때마침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책 대신 폰을 들여다보는데 손이 자유로워지려면 백팩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글로벌기업의 로컬 CEO로서의 고민이 뭡니까?
“매출실적과 글로벌브랜드 이미지 간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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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패션산업에 어떻게 작용할 거로 전망하나요?
“장차 브랜드 런칭도 인공지능(AI)이 하게 될 겁니다. 3D프린팅이 활짝 꽃피우면 여행가방도 맞춤으로 제작해 1주일이면 배송할 수 있어요. 그때가 되면 고임금 탓에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한 가방공장도 국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 꿈을 꿉니다.”
쌤소나이트레드가 짧은 기간에 연 매출액 500억원에 이르는 효자로 성장한 건 한류스타를 모델로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송중기, ‘별에서 온 그대’를 찍기 전의 전지현, 이민호, 김우빈, 이종석을 이들이 뜨기 전 3분의1 수준의 몸값으로 모델로 썼다. 이 일로 그는 “왜 엔터테인먼트회사를 차리지 않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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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하는 대로 해서는 뒤쫓아갈 수밖에 없어요. TV광고를 하기 위해 본사를 설득하는데 무려 7년이 걸렸습니다. 명품브랜드 중 한국에서 TV광고를 하는 데가 없다는 것이 반대하는 논리였습니다.”
서사장은 대학졸업 후 패션업계에 진출한지 11년만에 서른일곱의 나이에 CEO자리에 올랐다. 쌤소나이트에서 일하기 전 샤넬과 프라다를 거쳤다. 이 두 회사에서 회계, 판매·마케팅, MD(상품기획), 점포디자인, 영업을 두루 섭렵했다. 2005년 4월1일 프라다 부장에서 쌤소나이트코리아 사장으로 옮겼을 때 지인들에게 단체문자를 보내자 사람들이 ‘오늘은 만우절’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2014~2016년엔 쌤소나이트 아시아 사장을 지냈다.
중동까지 담당하는 아시아사장을 하면서 그는 중국, 일본 법인 등에 자체제품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기존제품을 판매만 하다 디자인은 물론 생산까지 하는 것에 대해 내부의 저항이 심했다. 주저하는 중국법인 사장을 그는 “모든 브랜드의 생산기지가 중국인데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이들 나라도 그의 글로컬 전략을 받아들였다.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한 후 이를 바탕으로 혁신전략을 세워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겁니다. 스피드와 혁신이 키워드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성공스토리를 다른 나라와 셰어 해야죠.”
+서울고 시절엔 어떤 학생 이었나요?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고3때 담임선생님이 저에게 모의고사 채점을 맡기셨어요. 마음만 먹으면 제답을 고칠 수도 있었죠. 그때 사람이 정직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신뢰해 무슨 부탁을 했을 때 배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를 믿어주신 선생님께 나중에 제 결혼식 주례를 부탁 드렸습니다. 지금도 가끔 뵙는데 그때 왜 저한테 채점을 맡기셨는지는 여쭤보지 않았습니다.”
+서울고 시절 무엇을 얻었나요?
“서울고 출신이라는 자부심이죠. ‘평생친구’를 그때 많이 만났습니다. 인생친구죠.”
+젊은 후배, 특히 20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기에 겸연쩍게도 ‘동문고수와의 디너타임’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카투사 출신에 어학연수도 다녀왔는데 경험 삼아 외국계 기업 취업 면접에 가보라는 모교 취업보도실의 권유를 받고 샤넬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관인 대기업 출신인 관리본부장이 외국계 기업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해주었죠. 대기업과 금융 사에 갈 수 있었지만 연봉이 더 적고 제가 원한 마케팅 직도 아니었는데 그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일방적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양방향 대화를 하시는 그분에게서 뭔가 배울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죠."
쌤소나이트 코리아는 사단법인 미래 숲과 손잡고 중국 내몽고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 사막화를 막는 한편 황사를 차단하는 방풍림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쌤소나이트로서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 사막은 부근에 황하의 지류가, 사막 밑엔 지하수가 흐른다. 그래서 1미터만 파면 젖은 모래가 나온다. 그 덕에 적합한 나무를 골라 심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면 평균 80%가 생존한다고 한다. 이 사막 동쪽에 남북으로 16킬로미터, 폭 0.6킬로미터의 방풍림(녹색장성)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한중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참여한다. 10억그루의 나무를 심으려 하는데 지금까지 약 1,000만 그루를 심었다. 이 가운데 900만 그루가 살아서 버티고 있다.
그가 설득해 이 일이 쌤소나이트 글로벌의 프로젝트가 됐다. 2년간 설득해 중국법인도 참여한다.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황사 량의 37%는 중국 내몽고에서 발생한다. 황사의 주발생지가 바로 쿠부치 사막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사막이다. 쌤소나이트 코리아는 폐자재, 쓰레기, 오수 위에 만들어진 난지도에도 8년째 나무를 심는다. 나무가 살아 버티면서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 이 숲에 토끼와 뱀도 산다. 살아있는 숲을 볼 때마다 그는 자연의 복원력을 실감한다.
그는 취임 14년째인 장수 CEO이다. 과거 한 인터뷰 때 10년 안에 아시아사장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9년 만에 그 꿈을 이뤘다.
+다음 꿈은 뭔가요?
“예순에 은퇴해 여든까지 20년간 NGO에 몸담고 봉사하는 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