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여러분이 삶아 먹고 튀겨 먹고 볶아 먹고 갈아 먹는 콩입니다.
자주 보는데 새삼스럽게 웬 인사냐고요? 아니, 저를 찾는 분 중에 제가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잘 모르고 먹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서운하게도 말이죠. 또 요즘 값이 좀 싸다고 해외파 친구들을 찾는 분들이 많아져서 제 매력 발산 좀 하러 나왔습니다. 들어주실 거죠?
저를 보면 왠지 모르게 끌리지 않나요? 사실 여러분처럼 저도 이 땅이 고향이거든요. 많은 학자가 제 조상을 야생대두, 즉 돌콩으로 꼽는데요, 바로 이 돌콩이 한반도 전역과 만주 땅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답니다. 고문헌을 살펴보면 여러분의 선조인 동이족이 기골이 장대하고 지능이 우수했다는 기록이 자주 나오는데 영양덩어리인 저를 즐겨 먹어서 그럴 겁니다. 또 1929~1931년 미국이 콩 유전자원 수집을 위해 동양식물탐험원정대를 파견했는데 당시 수집한 4000여점의 콩 중 조선에서 가져간 것만 3000여점이라고 해요. 이를 계기로 제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됐죠.
그러니 콩 종주국에 사는 여러분이 저를 더 아껴주셔야 하는데 요즘 젊은 분들은 밥 먹을 때 저를 골라내기도 하더라고요. 이럴 때면 가슴이 참 답답합니다.
저를 두고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들 하는데요, 그게 다 40%나 되는 풍부한 단백질 함량 때문에 얻은 별명이라고요. ‘콩고기’라는 말도 들어보셨다고요? 그건 별명이 아니라 제가 단백질이 풍부하니까 곱게 갈아서 고기처럼 만든 가공식품이에요. 콩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소화·흡수가 잘되고 몸속 나쁜 콜레스테롤과 지방 수치도 함께 낮춰준다네요. 그러니 살 좀 찌셨다는 분들, 밥상에서 저한테 눈길 좀 주시라고요.
혹시 ‘이소플라본’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요게 있어서 또 제가 이렇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지요.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인데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렇게 좋다네요. 남성분들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데도 아주 좋고요. 그래서 콩 음식을 자주 먹는 동남아시아인들이 서양인들보다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여기서 끝이면 제가 매력 발산 시작도 안 했습니다.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사포닌과 장 건강에 좋은 올리고당도 제 안에 다 들어 있다고요. 레시틴도 함유하고 있어요. 레시틴을 섭취하면 혈관이 깨끗해지고 기억력도 좋아진다네요. 그러니 특히 어르신들, 잊지 말고 저를 챙겨 드세요.
여러분 표정을 보아 하니 자랑 좀 그만하라는 것 같은데, 뭐 그러면 이제 제 가족들을 소개할게요. 워낙 많지만 인기쟁이들 위주로 말씀드리죠. 요즘 잘나가는 애가 서리태예요. 겉은 검고 속은 좀 파랗지요. 검은 껍질에 항산화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고 알려져서 밥 지을 때마다 어머님들이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작고 까만 것이 꼭 쥐 눈처럼 생겼다고 이름이 쥐눈이콩인 애도 있어요. 해독작용이 뛰어나 예부터 약재로 쓰였는데 밥밑용으로도 좋답니다.
여러분이 가장 많이 먹는 콩은 무엇일까요? 바로 메주콩이에요. 된장·고추장을 담글 때 필요한 메주도, 3~4일 만에 숙성해서 먹는 청국장도 바로 이 메주콩으로 만드니까요. 두유랑 두부도 메주콩으로 만들 수 있지요. 나물용으로 쓰는 작고 노란 콩나물콩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겠죠? 여름날 빙수 위에 올리는 팥도, 비 오는 날 빈대떡 해먹는 녹두도 우리 친척이에요. 아 참, 색이 예쁜 강낭콩은 삶아서 샐러드로 먹어도 좋답니다. 모두 모두 많이 찾아주시길.
어라? 거기 할머니·아주머니, 제 얘기 다 안 끝났는데 어디 가시는 거예요? 할머니는 쥐눈이콩 사러, 아주머니는 녹두 사러 가신다고요? 어머, 오늘 제 매력 발산이 벌써 통했나봐요. 그럼 저도 이만 콩콩 물러갈 테니 즐겁게 식사하세요~.
<농민신문에서 발췌>
첫댓글 모셔갑니다.
콩~~우라 집에서도 20년 넘게 해마다 여섯말 정도 먹고 있답니다
쪄서 건조시켜 가루를 만들어 우유에 타먹고 있는데 아침으로 참 든든합니다.
고구마 하나, 우유, 콩, 사과 반쪽 - 이게 제 아침입니다.
언제 자세하게 만드는 법, 가르쳐주세요. 몇 번 얘기는 들었는데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