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총비서가 주재한 2022년 1월19일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에서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하달)하였다”고 조선중앙통신(1.20)이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2018년 4월21일부터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3년 9개월여 만에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정치적 함의가 있어 이에 대한 창의적인 대응 조치가 없으면 2017년 11월 상태로 회귀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가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심히 우려된다.
본 칼럼에서 필자는 만약 북한이 금지선을 넘을 경우 한반도의 운명과 관련한 한반도 정세 분석과 현 시점에서 북미 양측이 해야 할 정책제안을 하고자 한다.
북한이 모라토리엄 철회를 고려하게 된 동기는?
첫째, 북미 간 핵 협상은 결렬되었지만 북한의 모라토리엄은 '북미 간 신뢰'를 상징하고 있어 북한은 모라토리엄을 파기하지 않고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자신들이 그간 선제로 취한 신뢰 조치에 대해 미국이 상응하는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북한은 미국에 대해 비핵화 선제조치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였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보상 조치를 하지 않아 북한지도부에 많은 분노와 실망과 좌절감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춘 것은 시사한 바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과 미·중 전략적 경쟁 등으로 바빠진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해 관심을 끄는 한편 북미 간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함의가 들어 있다. 따라서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시점을 택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들 현안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으로 미국을 압박하여 양보를 얻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한지도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어 바이든 행정부의 주목도(attention)를 끌어올리기 위해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미국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에게도 미국을 설득해 북한의 비핵화 선제조치에 대한 상응하는 보상을 바이든 행정부에 권고하는 ‘교량역할’을 할 수 있도록 취한 대남 압박정책으로 판단된다.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남한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3월9일 제20기 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의 새 정부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숨어있어 보인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매우 위험한 ‘무력시위’ 행동이다.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강도 높은 군사적 행동은 오히려 미국 내 대북 강경여론과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여론을 높일 공산이 크다. 지난 1월중 7차례의 북한의 연속 무력시위에도 한·미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이 유지되는 한 남북/북미 간 대화와 협상의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북한지도부는 현 시점에서 모라토리엄 철회문제를 놓고 전략적 평가를 신중하게 손익 계산하면서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만약 북한이 금지선을 넘으면 미국과 유엔안보리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북한이 ICBM 시험 발사해야 하나?
북한이 2017년 11월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은 공식성명에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새 형의 대륙 간 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또 “김정은 동지는 오늘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선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 선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주장대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북한은 고난도의 탄두 대기권 재진입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 개발을 아직 입증한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1월30일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하여 탄두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하였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도 대기권 재진입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군부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성공을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북한지도부는 시기와 어떤 조건에서 시험발사 할 것인가에 대해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24일 새벽에 개시한 우크라이나 군사 행동에 대해 바이든 미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시민의 70%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되었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대 러시아 경제제재 이외에 다른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북한 군부는 ICBM 시험발사에 대한 강력한 충동을 느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충동을 자제하고 북한이 금지선을 넘지 않는 것이 생존의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북한이 금지선을 넘으면 추가 대북제재는?
만약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하고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고 가정하면 미국이나 유엔 안보리에서 어떤 추가 제재를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크다. 그래서 필자는 3가지 추가 제재 조치가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이 ICBM 급 ‘화성-15형’ 발사로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결의 2397호의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대북 유류공급 제재를 자동으로 강화하게 되어 있다. 안보리는 여러 대북제재 결의에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탄도미사일 발사 시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를 취할 의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 북한이 금지선을 넘으면, "대북 유류(petroleum) 수출을 추가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며 추가 대북제재를 강화할 분야를 콕 집어 명시해 놓은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 2397호는 대북 정유제품의 연간 공급량 상한선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대폭 감축했는데, 북한이 추가로 금지선을 넘으면 유류 공급량을 대폭 감축하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제안한 추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반대한다면 단독 제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에 미국이 단독으로 취할 추가 제재는 한반도 주변에 대북 해상봉쇄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숨도 쉬지 못하도록 대북 강경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대북 추가 제재가 선택된다면 북한은 경제적 붕괴를 가져올 개연성이 제고 될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금지선을 넘지 않길 촉구하고자 한다.
정책건의: 미국과 북한이 해야 할 일은?
만약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한다면(금지선을 넘는다면) 유엔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만성적인 경제난에 코로나19 방역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정은 남북 협력과 비핵화 협상을 통한 대북제재 완화로만 이뤄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사적 위협으로는 결코 이 위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북한지도부는 바르게 현실을 인식하길 바란다. 북한이 절대로 금지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한편 미국도 조금 더 성의 있게 북미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말로만 대화하자고 할 게 아니라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안하여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야 한다.
다시 한 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진심으로 촉구한다. 군사적 ‘무력시위’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그러므로 북한은 절대로 금지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한편, 미국도 조건 없는 대화만 반복하지 말고 북한과의 진정한 대화를 원한다면 북한이 제안한 대화의 선결 조건 3가지 가운데 일부분이라도 수용할 수 있도록 고려해 주길 바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핵심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제안 속에는 두 개의 조건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두 조건의 충족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맞교환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두 개의 조건은 (1)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2)북한체제의 보장이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2월2일 '대북 적대시 정책'의 내용을 3가지로 정리하였다. (1)대북제재 해제, (2)한미연합훈련 중단, (3)전략적 자산 한반도 도입 금지 등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두 조건을 충족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필자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두 개 조건을 고려하길 촉구한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두 개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