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간지에 두 명의 인물이 소개되었습니다. 대구 시민 프로축구단의 주장 오주포 선수와 수필 “인연”으로 유명한 피천덕 선생입니다. 이 두 분을 소개한 글을 읽으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구 FC의 주장 오주포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고 학생 때는 항상 선수로써 최고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만과 게으름은 그를 깊은 수렁에 빠지게 했습니다. “축구신동”, “마라도나”라는 애칭이 그를 “그저 그런 선수”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천안 일화에 입단을 했지만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한 시즌 내내 그라운드에서 뛴 시간은 40분도 채 되지 못했고 국내 팀에서 방출되어 중국과 홍콩에서 용병 선수로 뛰기도 했지만 행운은 그를 비켜갔습니다. 8년 동안 5개 팀을 돌아다녔고 축구가 지긋지긋해서 축구화를 모두 불태우며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런 그를 다시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변화시킨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아내와 딸, 아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면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결심을 했고 새로이 창단되는 축구팀에 들어와서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고 전합니다.
한편 아사코가 나오는 “뾰족 지붕과 뾰족 창문이 있는 작은 집”이 배경인 수필 “인연”의 작가 피천득 선생은 “춘원 이광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애국자였던 춘원 선생이 대동아 전쟁을 전후해서 일제에 회유되기 시작했고 결국엔 일본의 행동에 반대하지 못했던 점을 그는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당시 피천득 선생은 중국에서 돌아와 금강산에서 지냈고, 한때는 스님이 되고자 하는 생각으로 산에서 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연이 인쇄돼 속세로 내려왔지만, 이 시기에 그는 붓을 꺾었습니다.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신문은 계속 이분을 소개하고 있지만 저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축구 선수가 “축구가 지긋지긋해서 축구화를 모두 불태우며 고민을 거듭했다는 것”과 글 쓰는 사람이 ”붓을 꺾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도중에 한번 씩 겪게 되는 어려움 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고통과 어려움이 있을 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자가 참으로 용기 있는 자요 승리자입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하고요. 여러분 중에 정말 힘들고 고통스런 삶을 사는 분이 있다면, 그 십자가 속에 예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사랑은 고통을 통해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고통이 없는 사랑은 참 사랑으로 다가서지 못합니다. 그러한 고통을 통해서 당신은 사랑하는 우리 인간을 위해 대신 죽어야 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는 무척이나 억울하고 힘들어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고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 역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이 진리를 체험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에게는 그만큼 소중한 고통과 기쁨의 연륜이 쌓여가지 않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믿는 이는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갑시다.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인생의 참 승리자가 되어 봅시다.
- 예수성심시녀회 한 요셉 신부님의 강론말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