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파라 열풍/2001 서울 해당 활동·동작에 대한 사전지식 필요
직접 카메라 들고 다양한 실전 연습을 활동의 정점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활동의 정점은 범위를 좁게 잡을 때와 넓게 잡을 때가 각각 다릅니다. 운동경기, 댄스, 여러 가지 취미활동, 지휘자의 움직임 등 온갖 동작이 있으니 그 중 아무 동작이나 골라잡습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는 좋은 사례입니다. 시간을 들여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사진찍기에 가장 좋은 포즈가 언제 나오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가 있고 어떤 동작이 가장 크고 화려한지 감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었을 때 지휘라는 활동을 대표하는 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효리의 댄스동작을 보면서 턴이 좋은지 웨이브가 좋은지 어느 한 장면을 골라내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옮기면 이효리의 댄스를 표현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연예인을 찍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치원 다니는 꼬마들의 무용발표회도 같은 식입니다. 동작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 동작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을 경우엔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사진찍기가 어려운 스포츠 중의 하나인 야구경기를 예로 든다면 야구의 룰을 아는 사진가와 모르는 사진가의 차이는 아주 큽니다.
동작이 발생하기 직전 셔터를 눌러야 어떤 종류의 움직임이든 그 동작에서 가장 구성이 뛰어나고 화려하고 특징이 잘 표현되었을 때 셔터를 누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정부분 예측이 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동작이 발생하기 직전에 셔터를 눌러 찍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눈으로 보고 나서 눌렀을 땐 놓치기 십상입니다. 이를테면 배구경기의 스파이크 동작 같은 경우엔 손이 올라올 때 셔터를 눌러야 공과 손이 만나는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서 아이들이 뛰어 놀 땐 굉장히 빨리 움직입니다. 이상의 경우는 범위를 좁게 잡았을 때에 활동의 정점을 촬영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범위를 넓게 두고 찍는 것을 생각하자면, 한 편의 연극에서 클라이맥스를 골라내는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세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상징적인 대목은 어떤 장면이 될 것입니까? 사람에 따라 다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진가마다 선택이 다를 수가 있고 각자 다른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소풍, 돌잔치, 결혼식, 졸업식 등 인생에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그 중 기억이 비교적 잘 나는 한 가지를 골라 가장 대표적인 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하거나 상상해 봅시다. 결혼식 사진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무엇이 되겠습니까? 신랑신부 맞절, 행진, 부케 던지기, 만세삼창 등 여러 장면을 찍었겠지만 그중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골라봅시다. 더 폭넓게 잡으면 나의 초등학교시절, 신혼생활, 군대시절 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엔 길게 느껴졌던 6년, 1년, 3년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 시절을 대표하는 사진이 무엇인지 골라내 봅시다.
처음엔 이렇게 여러 사진을 찍은 다음 골라내는 방식부터 시작해도 되지만 그게 반복되어 익숙해지면 나중엔 찍는 단계에서부터 가장 상징적인 순간을 찾아서 찍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옵니다. 물론 몇월 몇일을 기해서 느닷없이 되는 것은 아닐 테고, 점진적인 변화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여러장 찍고 골라내는 훈련을 해보자 외국어 회화를 배울 때 중요한 키포인트 중의 하나가 상황맞춤 대화를 익히는 것입니다. 많은 외국어 회화 교재들이 ‘공항에서’, ‘기념품 가게에서’, ‘식당에서’, ‘길을 물을 때’ 등 물리적 장소나 상황에 따라 나누어 예문을 제시합니다. 식당에서 주로 쓰이는 구문을 달달 외운 다음 실제로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과 계산을 마치고 나면 적어도 식당 회화는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을 것입니다. 중간에 지엽적인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비록 레스토랑을 나서자마자 다시 입이 얼어붙긴 하겠지만 외국어 회화는 그렇게 배우고 몸에 익혀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다양한 상황을 접할수록 자신감이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배울 때 여러 가지 상황을 접해보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난생처음 친구 결혼식 사진을 부탁받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떨리는 손으로 수백 컷을 찍고 난 다음,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찍은 사진을 검토하며 극적인 순간을 찾아내는 훈련을 하고 나면 다음에 한 번 더 결혼식 사진을 찍을 일이 왔을 때 훨씬 자신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서너 번을 거듭하면 본인만의 노하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순간을 골라내는 노력을 꼭 기울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언젠가 “나, 이 사진 찍어본 적 있어.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이 수준이면 벌써 당신은 사진에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아시안게임/ 1998 타이 방콕 이미 결혼식 사진, 야외촬영 전문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고 전문스튜디오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결혼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동선과 포즈, 이벤트에 대해 완전히 숙달되어 있기 때문에 정해진 프로그램처럼 일사천리로 사진을 찍어나갑니다. 사진 자체의 완성도도 뛰어납니다.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모든 신혼부부들을 연예인 부럽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지만, 웨딩 앨범을 보면 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혼사진(웨딩포토라고 부르면 더 전문적으로 들리는 모양입니다)에도 유행이 있고 변화도 있지만 결혼과 야외촬영의 순서가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큰 차이를 발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상황별로 외국어 회화 구문 외우듯 사진도 마찬가지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사진 전문스튜디오의 사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전문스튜디오의 촬영은 준비된 보조 조명과 연구된 포즈가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그 스튜디오에서 매번 신혼부부마다 다른 식으로 찍어주진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봅시다. 사진마을의 이 강의실 글을 읽으면서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배우는 우리 생활사진가들은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나만의 사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에 남들처럼 찍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서 그렇습니다.
이 단계까지는 나중에 걱정하고, 지금은 먼저 상황별 훈련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내게 결혼식 사진을 부탁하지 않는다 해도 주변을 둘러보거나 조금만 발을 넓히면 일상생활에도 매우 다양한 행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입학, 학예회, 소풍, 운동회, 졸업, 연주회도 많고 집 앞 놀이터부터 근교의 놀이공원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야외 출사의 기회는 널려있습니다. 이런 것이 모두 상황별 사진을 찍는 연습이자 실전의 기회가 됩니다. 한번 접해본 상황은 다음번엔 덜 낯설다는 이야길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두루두루 접해봅시다. 자신있게 카메라를 들고 나가봅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종영일/ 2005 서울 글 사진/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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