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 비용을 지출한 대대적인 인테리어 쇼핑. 평소 물건 마니아이자 각종 ‘Editor’s Pick’으로 훈련된 에디터는 타일을 무려 네 군데서 골라 운반비만 10만원 넘게 무는 사건을 저지르는 등, 이번 건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영화 「Better Than Sex」에 나오는 낡은 스튜디오처럼 집주인의 생활이 묻어 있 어 편안하게 어우러지며 나름의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곳, 객관적으로 멋지건 말건 이렇게 되어야 ‘진짜 집’이라 고 생각했다. 에디터는 ‘각은 잘 맞되 차갑지 않은 느낌’을 좋아한다. 모던 빈티지를 이쯤으로 짐작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과 취향으로 ‘산뜻한 신혼집’의 압박을 뿌리치고 물에 물 탄 듯한 ‘식은 보리차’ 콘셉트로 집 고치기를 시작하였다.
먼저 주방의 컬러를 정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메인 컬러 잡기. ‘디자인은 가능한 한 직선으로, 손잡이는 달지 않는다, 원색과 포인트 벽지는 되도록 지양한다’ 등 머릿속에 대략 원하는 느낌은 있었고, 좋아하는 색을 떠올려보니 회색, 청 록, 민트그린, 핫핑크, 밀크브라운 등 거의 모든 색을 좋아하고 있었다. 일단 벽지는 화이트로 갈 것이니 주방 싱크대와 타일의 컬러를 정 하기로 하고 민트그린과 스틸(타일이 아닌 스틸을 시공)을 매치한 주방 시안을 찾았다. 하지만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민트 그린은 비닐 시트지를 붙인 70년대 싱크대가 될 확률이 99%라며 극구 말렸고, 게다가 스틸 시공은 값도 비싸서 포기. 그래서 연회색 싱크대 에 분홍 기운만 감도는 연핑크색 타일을 붙이기로 하고, 이 컬러를 기준으로 주방과 한 공간에 보이는 거실의 컬러를 잡아갔다. 침 실은 평소 흡족하게 맘에 들었던 모리스앤코의 블랙쏜 벽지(초록색 바탕에 정열적인 느낌의 꽃과 풀이 핸드페인팅 되어 있다)를 기준으로, 화 장실은 화이트를 기본으로 자재 시장을 돌며 포인트 타일 컬러를 선택했다.
시안과 현실
주방의 컬러를 정하고, 을지로와 논현동으로 시장조사를 나갔다. 을지로 타 일 가게 전부를 돌았으나 ‘빛바랜 듯 아주 연한 분홍’은 전무. 논현동으로 넘어가 족히 열 군데의 숍을 방문한 후 비슷한 느낌의 컬 러를 찾아냈다. 또 싱크대 상판을 블랙이나 화이트 인조대리석이 아닌 싱크대 문짝 컬러보다 한 톤 진한 회색으로 하고 싶어 다양한 컬러의 인조대리석이 나오는 듀폰 코리아에 주문했는데, 샘플집에는 있으나 수요가 없어 수입이 안 되는 제품이라서 블랙으로 시공할 수밖에 없 었다. 현관 바닥은 푸드 스타일리스트 H씨의 집에서 본 지름 3cm 정도의 풀빛 동그라미 타일에 분홍 줄눈을 넣어 시공하려 했는데, 3~4 년 전에는 나왔으나 지금은 재고가 없다고 했다. 소파의 경우 역시 심플한 직선 라인에 스틸 다리를 가진 일자형 3인용 소파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실패하고 비슷한 느낌의 카우치형 소파를 보고 맞춤제작했다. 시안을 잡기 전에 시장조사부터 했어야 했던 것 .
Living Room 벽지·바닥·몰딩 95점, 전체 조화도 60점 집 전체에 월너트 컬러 온돌마루를 시공. 집 크기에 비해 다소 어두운 듯도 하지만 느낌은 맘에 든다. 다만 온돌마루는 예상했던 것보다 물러서 열쇠만 떨어뜨려도 푹 찍히고 쉽게 긁힌다. 마루를 깔 때 폭이 좁은 걸레받이를 시공했더니 집이 더 넓어 보인다. 화이트 벽지 고르기가 가장 어려웠다. 코디네이터 A는 펄감이 들어간 스트 라이프가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했고, B는 석고 회벽 느낌이 밋밋하지 않고 아늑해 보인다고 추천했다. 그 말을 듣고 샘플집을 봤지만 딱히 알 수가 없어서 평소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C에게 조언을 구하니 잔잔한 모래 질감이 자연스러운 ‘구름 화이트’를 추천해줬고 그대 로 주문했다. 에디터가 원하던 군더더기 없는 하얀 느낌이어서 만족. 소파는 본래 편안한 느낌의 일자형 리넨 소파를 맞출 생각이었으나 남편에 게 무심코 의견을 물어보는 바람에 가죽 소파를 구입하게 되었다. 소파 시안을 찾아 논현동 가구 제작 업체 몇 곳을 찾아갔으나 실물 없이 시 안만 들고 맞춘 가구는 한 끗 차로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것. 결국 분당가구단지에서 심플한 라인의 철제 다리 소파를 발견하고, 본 래는 패브릭으로 된 제품이었으나 가죽으로 맞췄다. 카우치형을 일자로 바꿔 맞출 수는 없어서 일자형을 염두에 두고 계산했던 280cm 길이 인지만 체크하고 주문했는데, 정작 소파를 거실에 놓아보니 카우치형 소파가 매우 편하기는 했지만 29평 거실에는 다소 거한 느낌이었 다. 따뜻해 보이는 천 소파를 할 계획으로 이미 심플한 거실 조명을 달아버린 상태여서 거실이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이다. 마루는 구 정마루, 소파는 코코모리빙 제품(031·719-8021), 벽지는 did 구름 화이트.
01.Kitchen 색감 만족도 80점, 수납 점수 30점 주방의 포인트는 핑크와 그레이 의 컬러 매치. 싱크대는 핸드리스 디자인, 반짝거리는 하이글로시가 아닌 달걀 껍질 정도의 은은한 광택이 도는 UV 도장으로 주문 하고, 핑크색 타일 사이의 줄눈은 연한 핑크로 넣었다. 본래 화이트 컬러의 세탁기를 거실 쪽으로 배치하려고 했으나 김치냉장고보 다 세탁기의 폭이 더 깊었고, 콘센트의 위치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순서로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맨 위 왼쪽 사진) 냉장고는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다용도실로 밀어 넣었다. 문만 겨우 열리는 폭이라 불편하지만 인테리어 만족도는 높다. 확장한 다용도실 창문 쪽으로 키 큰 수납장을 짜 넣어 각종 소형가전 과 식료품을 수납하라는 것이 주변의 의견이었으나 창문을 가리는 것이 싫어서 수납력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거실 옆 확장한 베란 다의 붙박이장에 자주 쓰지 않는 그릇과 소형가전 등을 수납하는 것으로 해결. 싱크대 및 수납장 제작은 홈터치(031·282-4791), 핑크 타일 은 논현동 SNT(02·3442-0037), 철제 다리의 모던한 라인이 맘에 들어 선택한 식탁은 전망 좋은 방(02· 547-8301), 식탁 의자로 구입한 마지스의 에어 체어는 한룩스(02·518-6405) 제품.
02.Bedroom 벽지 및 가구 만족도 90점 집에 비해 안방이 큰 편이었지만 침실에 는 붙박이장을 두지 않겠다는 평소 생각대로 방 3개 중 가장 작은 방에 9자짜리 붙박이장을 짜 넣어 드레스룸을 만들고, 안방은 거의 비워두었다. 안방에는 예전부터 찍어두었던 포인트 벽지를 침대 헤드 뒤에 양쪽으로 20cm씩 남기고 바르고, 나머지 부분은 아 늑해 보이도록 펄감이 도는 은은한 그린 벽지를 발랐다. 전등 스위치를 침대 머리맡에 하나 더 만들었더니 정말 편하다.침대는 블랙 무늬목 시트지를 바른 ㄴ자 평상형으로 매트리스 높이를 합쳐 40cm 정도로 낮게 마석 가구단지에서 제작했다. 평상형은 모서리가 각이 져 있기 때문에 부딪히는 불편이 있다고들 했으나 살면서 적응하면 되리라 생각하고 그대로 진행. 동향 집이라서 아침잠을 설치지 않 도록 우드 블라인드를 달았다. 포인트 벽지는 모리스앤코의 블랙쏜, 그린 톤 벽지는 개나리벽지 5566-4, 블라인드는 동대문 종합상가 1 층 계림.
03.Front Door 타일 만족도 10점, 조명 80점 염두에 두었던 연두색 동그라미 타일 을 구할 수 없어 대안으로 빈티지한 크림색 타일을 시공했다. 이 타일은 하나씩 두고 봤을 때는 예뻤지만 일단 너무 작아서 다 소 지저분한 느낌인 데다 줄눈으로 진한 핑크가 아닌 은은한 핑크를 사용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힘이 없어졌다. 현관 타일은 당장 다시 깔고 싶을 정도. 현관에는 아늑한 느낌이 나도록 늘어지는 센서 등을 달았다.
04.Bathroom 색감 만족도 60점, 액세서리 가격 만족도 30점 타일 컬러는 욕조 옆 면만 컬러 포인트를 줄 생각이었는데 그 컬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3박 4일 동안 골랐다. 연두색, 연한 하늘색, 현재 선 택한 밀크브라운 컬러 3가지가 후보. 다음 날 가서 다시 보면 하늘색이 나은 것 같고, 집에 와서 생각하면 연두색이 좋은 것 같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색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옆에 붙일 화이트 타일과의 매치였다. 타일의 라인이 맞아야 더 깔끔해 보인다는 것. 그래서 은은하게 세로줄이 들어간 밀크브라운 컬러와 세트로 나온 화이트를 선택했고, 바닥은 무광택의 매트한 질감을 골랐다. 욕실 포인트 타일이 다소 산뜻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욕실 액세서리는 심플한 라인만 고려했고, 양변기는 누름쇠의 형태를 체크, 단추처럼 옆에서 누르는 형태는 불편하기에 두툼한 사각형 위에서 누르는 형태로 골랐다. 고르고 나니 욕조와 거울, 타일을 제외한 욕 실 액세서리 가격만 무려 70만원이 넘었다. 거울은 시판 제품보다 작은 50cm 지름으로 단돈 3만원에 맞췄다. 욕실 액세서리 우신(02 ·2269-2364), 욕실 타일 세연세라믹스(02·2263-8575), 거울 맞춤 신우타일도기(02·2274-1961), 의외로 찾기 어려웠던 화이트 샤 워커튼은 B&Q에서 구입.
개조 공사 해 보니
집을 고칠 때는 각종 명함 및 영수증을 붙여둘 수첩은 기본, 가구를 맞추거 나 구입할 때는 실측한 치수를 적어둔 평면도와 각종 시안을 담아 둘 디카가 있으면 편리하다. 또 타일이나 벽지 컬러를 선택할 때는 막 연히 색상을 머릿속에 담지 말고 잡지든 천 조각이든 컬러 샘플을 들고 다녀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회색도 그저 진하고 흐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녹색이 도는 회색, 브라운이 섞인 회색 등 20가지 톤이 넘어서 에디터의 경우, 싱크대를 주문할 때 논현동의 조색 전문 페인트 가게에서 컬러 칩을 얻어 업자에게 건네줬다. 공사를 마치고 둘러보니 워낙 바랜 컬러와 심플한 라인을 좋아해서인지 새 로 공사한 여느 집들처럼 반짝거리지도 않고 썰렁해 보였다. 하지만 겨우 한 달 열흘을 산 곳에서 에디터의 바람처럼 집주인 냄새가 나 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며 느긋하게 두고 보기로 했다.
출처 : 다음 미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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