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냇골 통신 186 - 그때와 비슷하다 / 최병무
보리빵에 고추장을 발라 먹던 Cebu에서의
아침 식사가 떠올랐다 며칠 전 나는
다시 아침식단을 빵으로 바꾼 것인데
여기서는 망고 한 알이 빠졌다
그 대신 이 바나나가 열대産이다
검소한 대나무침대와 시집 몇 권과
덜렁 크기만한 책상이 전부였던
그때 2층 내 숙소와, 쇠냇골 淸韻詩堂은
비슷한 데가 많다
食單도 그렇고 시 카페를 들랑거리고
밤마다 문자가 떠다녔다 이 도시에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비슷하다
여기는 아파트숲, 앞마당에 바다가 없으니
그 대신 육지를 항해할 수 밖에
(2011. 5. 8 밤)
쇠냇골 통신 184 - 시집을 기다리며 / 최병무
잠언같은 임보 시인님의 시집을
기다린다
청주에 오셨을 때 나는 마중도 못하고
시인을 따르는 소수의 무리들이
신간시집 <눈부신 귀향>을 맞이했는데,
나에게 보내주신 시집의 전달자는
지금 꽃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시집과의 상면은 순연되고 우선
성실한 메신저의 쾌유를 빈다
(나는 이 무리를 임보派라고 부른다)
언젠가 시인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방에
빼곡한 문자들을 찾아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 시인은 문자를 채집하는 사람들이다
말을 축소하고 확장하고 조립하는 일, 시집이
당도하면 나는 그 분이 사용하신 문자의
검색을 벼르며 시인의 <눈부신 귀향>을
기다린다
언젠가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문학기행의
코스가 될 忠大 부근을 나는 잘 알고 있는데
강의실을 오가시며 쓰신 仙詩들, 詩論들
그런데 사모하는 시인의 개구장이 같은 시편을
읽을 때 나는 또 왜 엄숙해지는지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영롱한 언어의 사리*, 그 향기에 벌써 취한다
(2011. 5. 6 밤)
* 임보 시인께서는 시를 이렇게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