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23일 모스크바 외곽의 툴라 군수복합산업단지를 방문, 특수 군사작전 부대에 최고 품질의 무기와 탄약을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제공하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와 나토(NATO) 유럽 국가들간에 '군비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외 공관장들과의 회의에서 새해 우크라이나의 외교 과제 8가지를 제시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회원국 자격을 정지하기 위한 메커니즘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푸틴대통령, 2023년에 국가방위물자 주문에 대한 완전 이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23일'자/편집자
◇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이후 전선에서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깜짝 방미'로 푸틴 대통령이 더욱 궁지로 몰렸다는 분석이 서방 일각에서 나온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우크라 정상회담에서 '공정한 세계', '정의로운 평화' 등과 같은 '젤렌스키 표' 평화 구축안 설명을 듣고,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유리한 '갑의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군사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장기전에 대한 높은 피로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외교적으로 가장 든든한 우군의 지지를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전투 현장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계속 성과를 낼 경우, 국제사회의 지원은 더욱 많아질 테지만, 군사적으로 러시아에 밀릴 경우, '이제 그만 끝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하르코프(하르키우)주(州)에서, 또 남부 헤르손주에서 러시아군이 일부 철수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에 러시아군이 계속 패퇴하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일각에서는 형성돼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 러시아가 전장에서, 또 외교 전쟁에서도 계속 우크라이나에 밀리고 있는 게 팩트일까?
러시아군 병사들(위)과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공격 모습/사진출처:영상 캡처, 우크라군 합참 페북
전쟁에서 객관적인 전황 평가가 100%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객관화를 위해 러시아 언론의 '국뽕'식, 혹은 '프로파간다'(선전)적인 보도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언론을 통해 현재의 전투 상황을 살펴보자.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는 하루를 정리하는 마감 기사에서 매일 전황을 점검한다. 23일자 기사에서 '전방의 상황'(Ситуация на фронте)을 이렇게 정리했다. 거의 전문 번역이다.
"우크라이나 합참(Генштаб ВСУ)이 요약 발표한 것처럼, 러시아 군대는 (이전에 철수한) 도네츠크주(州) 서쪽의 리만과 바흐무트, 아브데예프카 방향으로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또 (역시 철수한 지역인) 하르코프(하리키우)주(州) 쿠퍈스크를 향해 전술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이고, 노보파블로프스크와 자포로제(자포리자), 헤르손 방향으로는 방어에 치중하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북동부 수미주(州) 크라스폴스크 인근의 브스코에 마을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했다. 하지만 자세한 전투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르코프주 벨리키 부를루크 지역의 하트네 마을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도 격퇴됐다.
루간스크주(州)에선 스텔마호프카, 안드레예브카, 나제즈다, 마케예프카, 플로샨카, 체르보노포포프카와 디브로바가, 도네츠크주(州)에선 노보셀로프카, 얌폴로프카, 바흐무트스코에, 바흐무트, 마이오르스크, 뉴요르크와 마리인카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중 얌폴로프카는 이전에는 공격 보고가 없었던 곳으로, (러시아군의 점령 목표인) 크레멘나야시(市)의 서쪽, 오스콜강(江)의 왼쪽 기슭(동안·東岸)에 있는 마을이다. 러시아군이 지난 가을 우크라이나군에 내준 곳이다.
스트라나.ua가 전황 설명을 위해 사용한 지도. 붉은 색 네모 표시 지역이 러시아군의 점령 목표인 크레멘나야시이고, 물방울 표시 지역 두 곳중 왼쪽이 얌폴로프카(오스콜강의 동안)이고, 위쪽이 플로샨카다. 러시아군의 주력이 크레멘나야시를 향해 북진하면서 동서남북에서 포위해가는 형국이다/지도출처:스트라나.ua
러시아군이 새로운 방어 라인을 구축하려는 오스콜강의 모습/사진출처:http:komanda-k.ru
스트라나.ua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러시아군이 오스콜강(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흐르는 강으로, 세베르스키 도네츠강의 가장 큰 지류다. 길이 472km/편집자)을 중심으로 방어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공격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며 러시아군이 얌폴로프카를 노리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
또한 러시아(군) 소식통(주로 종군 인플루언스·텔레그램 계정/편집자)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루간스크주 마케예프의 동쪽에 있는 '플로샨카'(위 지도 참조/편집자)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정보를 종합해 보면, 러시아군은 하르코프 지역에서 퇴각한 뒤 다시 오스콜강과 오스콜 저수지를 따라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는, 당초의 방어 계획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바흐무트시(市) 전투에 대해서는 러-우크라 양쪽이 서로 승리를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도시의 동쪽 외곽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냈고, 러시아 종군 텔레그램 채널은 (러시아 민간 군사업체) '와그너 그룹'(러시아어 본문에는 вагнеровцы. '바그네로프찌'라고 읽는다)이 바흐무트의 남서쪽으로 진격해 '클레세예프카 마을'을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레세예프카를 통해 '차소프 야르' 마을로 나아가는데, 바흐무트 주둔 우크라이나군의 주 보급로인 콘스탄티노프카에서 오는 고속도로와 만나게 된다.
클레세예프카 마을의 위치. 바로 위쪽에 바흐무트시가 있고, 왼쪽에 콘스탄티노프카가 보인다. 두 도시 사이에 '차소프 야르'가 있고, 굵은 황색의 (고속)도로 표시가 선명하다/얀덱스 지도 캡처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는 또 러시아가 전투 지역으로 병력과 군사 장비, 탄약 등의 철도 수송량을 늘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또 그것이 우크라이나 측이 최근 계속 경고해온 러시아군의 내년 총공세 준비 태세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과 접하는) 벨라루시에서 공격 부대가 편성됐다는 징후는 없으나, 러시아의 군사 장비를 철도로 수송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온 바 있다. 또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며칠 안에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친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를 우크라이나인들의 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러시아인들이 만든 소문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군은 오늘(23일)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학교와 아파트 건물이 손상됐다. 또 바흐무트에도 강력한 미사일 공격 영상이 나타났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격퇴할 수 있는 미국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의 우크라이나 배치는 앞으로 몇 달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운용할 우크라이나 전투요원들을 훈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미군 당국은 훈련할 장소로 미국(오클라호마의 포트 실·Fort Sill 기지), 혹은 유럽의 미군기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유럽의 미군기지에서 훈련하려면 필요한 장비들을 옮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미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부시 미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 바이든 미 대통령은 23일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안보·국방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했다. 이번 법안에는 약 8,580억 달러(약 1133조원) 규모의 국방 예산과 함께 안보 정책 등이 담겼다.
- 키예프시 당국은 전력 부족에 트램과 트롤리 버스와 같은 지상 전기 대중교통수단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비탈리 클리츠코 시장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과 버스의 운영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외 공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해(2023년) 우크라이나 외교의 8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나토 정상회의 준비, 그 결과에 따른 '구체적 성과 확보'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또 국가의 방위 체제 홍보, 동맹국의 무기 확보, 대러 제재 강화, 특수 군사작전 관련 국제재판소 구성, 대러 해외 자산 몰수 등이 제시됐다.
- 푸틴 대통령은 툴라시의 방산업체를 방문, 군산복합체(OPK) 기업 대표들과 회담을 갖고 2023년 새해의 과제로 모든 부대에 양질의 무기와 군사 장비, 탄약을 단기간에 제공하는 것을 들었다. 또 특수 군사작전의 전투 경험을 참고해 러시아제 무기와 장비를 개량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현장에서 첨단 유도 미사일과 포, 보병전투차량 등을 둘러봤다.
- 샤를 미셸 EU 이사회 의장은 유엔 안보리의 개혁과 러시아의 안보리 회원국 자격 정지를 촉구했다. 그는 안보리 회원국의 자격 정지를 위한 메커니즘이 수립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는 또 글로벌 식량 위기와 핵 위협 고조 등 장단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총리 취임 이후 러시아 지도자와 정기적으로 접촉해 왔으며, 특별 군사작전이 시작된 후에도 통신 채널을 유지했으나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접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