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숨소리조차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운 하루였다. `발소리에 땅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어쩌지` 라는 코미디 같은 걱정까지 저절로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 수능일 하루였다. 어제 치른 수능은 수능 역사상 처음으로 지진 때문에 1주일 연기된 뒤 치러졌다.
이날 수능은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 때문에 연기돼 치러진 탓에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더더욱 걱정과 불안으로 가슴을 태우며
진행됐다. 평소보다 늦은 출근이라 여유 있게 교실로 들어온 후, 아이들이 오기 전 교실 여기저기에 보물카드를 숨겨 두었다. 1교시 공부를 비우고
시작하는 수업이라 `아침부터 아이들이 혹시라도 붕 뜬~마음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임 중에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아침부터 `보물찾기 놀이`로 하루를 시작하려고 준비한 것이었다.
9시 30분이 넘어가자 교실로 한 명, 두 명씩 들어오더니 이내 대부분의 자리를 채웠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에게 "지금부터
보물찾기를 시작합니다. 보물찾기 규칙은 지난번과 같아요. 다만, 오늘은 수능 시험을 치는 날인만큼 침묵의 보물찾기입니다. 쉿~~"하고 주의를
주고는 바로 "시작" 신호를 보내 주었다. 모두들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나더니 발자국 소리까지 조심하며 보물찾기에 바쁜 몸짓을 보여준다. "보물
한 장으로 사탕 한 개랑 바꾸어 갑니다."했더니 더더욱 열성적으로 보물들을 찾아다닌다. 5분이 지날 때쯤 모든 아이들이 보물 카드 한 장이랑
사탕 한 개씩을 바꾸어갈 만큼 금세 숨겨둔 보물이 바닥이 나 버렸다. "오늘은 1시간 수업을 비우고 시작하니, 2교시 수업은 사탕 먹으면서
공부할까요?"했더니 얼굴에 소리 없는 함박웃음만 가득해 진다.
대개 이럴 때는 함성도 지르면서 신나게 떠들었던 아이들이 유독 조용하게 웃고만 있어서 순간 의아해 하였다. 그 순간 아이들이 꺼낸
한 마디는 바로 "오늘이 수능일이니 조용히 사탕 먹어야 해요!"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다.
2학년 아이들인 탓에 가족 중에서 수능을 치르는 형이나 언니가 없는데도, 지진 때문에 고생했던 언니 오빠들에게 조금이라도 조심하려는 그 마음이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세상`이 될
거라는 믿음까지 저절로 생겨났다. 물론 사회 시스템마저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도 함께. 지난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한 그날,
저녁시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울산 지역 대부분 학교들과 교사들은 16일 등교 문제로 허둥거리고 말았다.
16일 수능으로 1시간 등교시간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이미 가정통신문이 발생된 탓에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은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대한 제각각의 생각들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상으로, 또 다른 한 편에서는 1시간 늦추어진
상태로 등교한다는, 그야말로 학교마다 제각각의 학부모 쪽지들이 발송되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울산교육청에서 학교 관계자들에게 문자전송을 통해
관련 상황들을 안내해 주었지만, 발 빠른 대처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밤늦은 시각에 발생하는 안내는 울산시 재난문자 서비스를
이용하여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통지하는 방법을 연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학부모들이야 당연히 울산시민들이니 시청과 협의하여 추진한다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처럼 울산시교육청의 적극적인
마인드와 현장배려의식이 아닐까 싶다.
기사입력: 2017/11/23 [17:12]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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