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우리은행에서 회삿돈 200억원을 빼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검거된 김찬경(55) 미래 저축회장은 회사를 망친 데 그치지 않고 고객돈을 빼내 해외로 도피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청은 지난 3일 밤 9시께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선착장에서 선박을 이용, 중국으로 밀항하려던 김 회장 일행 5명을 붙잡았다. 일행은 김 회장과 밀항 알선책 이모(53)씨 등 4명이었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수사를 받게 되자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알선책 등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검거 당일 현장에서 어선 선실에 숨어 있는 김 회장 일행을 검거했다. 체포 당시 김 회장은 점퍼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현금 12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밀항 시도 전 인출한 200억원 중 130억원은 이미 지인들을 통해 숨겨둔 상태였다. 나머지 70억원은 재입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이들은 낚시꾼배로 위장해 어선을 타고 공해상으로 나간 뒤 화물선으로 갈아타 중국으로 도피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검거된 김찬경은 30년 전 '가짜 서울 법대생' 사건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중졸 출신(나중에 검정고시 거쳐 전문대 졸)인 그는 지난 1978년 군 복무 중 만난 서울대 법대생에게 "나도 검정고시로 서울법대에 합격한 뒤 곧바로 입대했다"고 속인 뒤, 제대 직후인 1980년부터 복학생인 양 학교에 다녔다. 김경찬은 1982년 1월 서울대 법대생 행세를 하며 법대 황모 교수의 주례로 간호사와 결혼도 했다. 그는 83년 태연히 졸업사진까지 찍었으나, 앨범에 졸업생의 본적과 출신고교를 기재하는 과정에서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나중에 경찰 수사 과정에선 졸업 후 갚겠다며 자신이 과외를 했던 학생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