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운 코치는 올해 친정팀 성남의 경기 분석관으로 변신했다. |
"돌아 돌아 10년만에 친정에 돌아온 소감요? 행복하네요."
1990년대 그라운드를 누비던 '적토마' 고정운(42) 전 FC서울 코치가 경기분석관으로 변신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선문대 감독, 전남·서울 코치를 거쳤던 그는 지난해 6개월여 브라질유학을 마친 뒤 지난 3월 친정팀 성남 일화로 돌아왔다. 89년 성남(당시 일화)의 창단멤버로 들어와 98년 일본 J2리그 세레소 오사카를 떠난 뒤 꼭 10년만이다. 친정으로 돌아온 그에게 새롭게 맡겨진 임무는 전력분석관 겸 유소년 코치. 그는 "팀을 떠난 10년 동안 한번도 못 와 봤는데, 돌아와 보니 친정이라는 곳이 이렇게 따뜻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르치고 배우며 축구라는 숙명과 한층 깊은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그를 지난달 29일 성남공설운동장에서 만났다.
◇선수 코치 감독, 그리고 경기분석관
90분 동안 진행되는 축구경기의 모든 요소들을 수치적 데이터로 만들어 분석하는 경기분석관은 기술축구의 발달과 더불어 현대축구에서 점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의 책상 위에는 K리그 거의 모든 경기의 경기결과 분석 파일이 쌓여 있다. 각 팀의 전술 변화, 세트플레이 상황, 득실점 상황 등을 분석한 자료들은 팀과 선수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그라운드에서 30년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경기분석을 통해 자신 역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고 코치는 "맹목적으로 보는 것과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서 보는 것이 상당히 다르다. 경기분석을 거듭하면서 축구에 대한 전술적 이해가 무척 넓어졌다"고 말했다.
고정운 코치가 K리그 분석 자료들을 꺼내놓고 설명하고 있다. |
기술분석은 국내에서는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압신 고트비(현 이란대표팀 감독) 비디오 분석관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지만, 고 코치는 그보다 8년 정도 앞선 98년 비디오 분석을 처음 접했다. 일본 J리그에서였다. 그는 "당시 오사카의 감독이 브라질 분이셨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20분씩 경기 비디오를 보여주며 장단점을 코칭해 주셨다"고 말했다. 재미난 것은 경기에 이겼을 때는 아쉬운 부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졌을 때는 오히려 잘 된 부분을 보여주며 격려를 했다는 점. 그는 "매 경기가 끝나고 나면 훈련실에 있는 선수 이름 밑에 개인경기 분석결과가 붙었다. 일주일 운동하는 것보다 이런 분석이 훨씬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배우고 또 배우고, 공부는 나의 힘
그라운드에서 은퇴한 뒤 그는 쉴 새 없이 공부를 해왔다. 독일·네덜란드·영국·이탈리아·브라질·스페인 등 여러 나라의 선진축구를 배우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국내에서는 대학과 프로팀의 감독과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로서 자신을 갈고 닦아 왔다.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축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투자였다. 그는 "2001년 은퇴한 뒤에 독일 유학을 갔는데 티켓팅이며 입출국 절차는 물론이고, 집 구하는 일 등 어느 것 하나 내가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했지만 내가 얼마나 아는 게 없나 싶었다"며 웃었다. 혼자서 고군분투해가며 8개월여 독일유학을 마친 뒤에는 틈만 나면 외국으로 공부를 떠난다.
고정운 코치는 브라질 축구 유학을 통해 축구의 새로운 매력을 깨달았다. |
지난해 5월에는 약 4개월 동안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코린치안스 팀에서 13세, 15세 유소년팀을 지도하면서 브라질 축구의 다채로운 매력에 푹 빠졌다. 코린치안스는 2005년 브라질 리그 우승팀으로 포항의 외인 공격수 알도의 전 소속팀이기도 하다. 그는 "보통 우리는 훈련에서 슈팅, 패스 훈련이 주를 이루는데, 브라질에서는 80~90%가 전술 훈련이다. 크고, 작은 전술훈련을 통해 금방 조직력이 길러지는 걸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리(3)백과 포(4)백을 오가는 다양한 수비 수시템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모두 포백을 쓰기 때문에 경기가 비슷하지만 브라질은 그렇지않다.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이 구사하는 3-5-2가 전형적인 브라질형 스리백이라면, 제주 알툴 감독의 4-2-2-2는 브라질형 포백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라운드의 적토마, 그리고 아빠
유소년 코치를 담당하면서 그는 팀 아이들이 남의 애 같지가 않다. 피는 못 속인다고 1남2녀 중 막내인 그의 아들(12) 역시 축구를 하고 있기 때문. 꼬맹이 때부터 축구를 하겠다고 조르던 막내 아들 녀석은 미금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3년째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해 잘하면 다행이지만, 잘 못하면 선후배들에게 내가 부탁을 하게 될 거고 그런 민폐가 어딨겠나. 혹시라도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주변의 2세 축구선수들이 1세만큼 빼어난 기량을 나타낸 사례가 없었다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들을 말리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다. 그 역시 초·중학교 때만 해도 그리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 그는 "축구라는 게 원래 답이 없다. 일찍 피는 선수도 있고, 늦게 피는 선수도 있다. 저 좋다고 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지만 아직도 축구하는 건 반대다"라며 웃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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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고정운님 환영해요~ 얼마전에 유소년팀 맡고 계시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