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가을야구는 끝났지만 어쨋든 2014시즌의 가장 강력하고 수준높은 야구를 선보이며 6할 이상의 고승율을 기록한
두 팀이 코리안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것은 야구팬으로서 나름 흥미롭긴 합니다.
지난 십수년간 정규리그 우승 = 코리안시리즈 우승이라는 등식이 성립됐으나 올해는 1, 2위팀간 승차가 고작 반게임에
불과할만큼 대등한 전력이며 2위팀 넥센이 플레이오프를 4차전만에 마치고 3일 휴식을 가진 덕분에 체력적으로도 전혀
열세요소가 없고 감각적으로는 오히려 우위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선발 로테이션도 원점부터 다시 시작이죠.
지난해 불안정한 전력구조를 갖췄던 두산이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트시즌에 처녀출전한 넥센과 엘지를 누르고서 올라가
5, 6, 7차전에서 기어이 체력적 한계와 오승환이라는 통곡의 벽에 막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번 코리안시리즈에서 흥미가 느껴지는 대결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운장 류중일과 지장 염경엽의 대결
류중일은 경기 흐름을 간파해 순간순간 대응하는 용병술보다는, 거의 매번 고정적으로 메뉴얼화 돼 있는 단순한 패턴만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죽하면 다수의 삼성팬들로부터도 돌중일, 관중일 소리를 들을만큼 인정을 못 받죠.
그럼에도 불구 지휘봉 잡은 이래 4년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3년 연속 코리안 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천운의 사나이입니다.
4년간의 감독 커리어동안 오직 우승 밖에 안 해본 남자죠. 마치 80~90년대 김응룡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염경엽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불호하는 인물입니다만,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뛰어난 지략가입니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나 적재적소에 허를 찌르는 용병술 등 전반적인 야구 아이큐는 류중일과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죠.
아직 1세대인 야신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넘쳐나는 2세대 감독들 중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할 만 합니다. 선수로서의 능력과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완전히 별개라는 것을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죠.
소설 초한지-토사구팽 편에 이르기를 역발산기개세의 항우와 군계일학의 천재 한신이 게으르고 무능력한 유방을 이기지
못함은 유방에게 인품과 더불어 천우신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연 선수빨로 버텨온 류중일의 천운이, 거의 대등한 선수빨을 등에 업은 염경엽의 지략을 이겨낼 지 사뭇 궁금하네요.
2. 방어율왕 벤덴헐크와 다승왕 벤헤켄의 대결
선발 20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투수부문 골글은 마땅히 벤헤켄에게 돌아가겠지만, 올시즌 헐크의 활약 또한 벤헤켄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방어율 1위, 탈삼진 1위, 이닝당 출루허용율 1위, 퀄리티 스타트 3위에 다승 4위까지...
비록 팀의 마운드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벤헤켄보다는 경기 등판횟수와 이닝수가 적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벤헤켄과 함께
리그를 양분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우선 넥센의 1차전 선발은 당연히 벤헤켄이 확정적이겠죠. 순서상으로도 그렇고, 유독 삼성전에 강했던 점도 있기 때문에
염경엽의 선택은 1, 4, 7차전 벤헤켄 등판일 것입니다. 아마 이것을 계산에 넣고 플레이오프는 4차전에 끝낸다는 자신감에
소사를 두 번 투입했겠죠.
류중일의 선택은 헐크일수도 있고, 헐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단 헐크의 넥센전 상대성적이 좋지 않고, 또한 선발투수
양적 면에서 풍족한 삼성은 3인 선발 로테이션을 돌려야하는 넥센보다 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고 4차전 이후부턴 삼성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리즈를 길게 보고 굳이 1차전에서 에이스 맞불을 놓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두 팀 다 싫어하고 다만 철저히 중립적 입장에서 코리안 시리즈를 즐기고 싶은 제 입장에서는 무조건 1차전 맞대결이 되길
바랍니다. 아마 꽤 볼만한 명품투수전이 되리라고 기대됩니다.
3. 창용필패와 승락극장의 블론대결
아마 에이스들의 명품투수전이 화끈한 불쇼로 바뀌는 순간이겠죠. 뭐 기록으로 보면 방어율 4.33 / 6블론의 손승락이 무려
방어율 5.84 / 9블론의 임창용보다 조금 낫다고 볼 순 있겠지만 상대전적으로 보면 손승락이 삼성 상대로는 5.87의 방어율,
임창용이 넥센 상대로 4.76의 방어율이니 그냥 둘 다 쌤쌤으로 처참한 수준이죠.
헐크와 벤헤켄의 선발 대결이 용호상박이라면, 임창용과 손승락의 마무리 대결은 도찐개찐이라고 불러야 할 판인데, 쨋든
오승환 시절과는 다르게 확실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온몸으로 아주 익사이팅하게 보여줄 겁니다.
짜임새 있고 수준 높게 잔잔히 흘러가던 명품 드라마가, 느닷없이 블론에 재블론을 거듭하는 막장 드라마로 변질되버리면
꽤나 웃길 것 같아서 그것도 기대가 되기는 되네요.
첫댓글 개인적으로 넥거지를 9구단 중 가장 싫어하는 1인으로서, 삼성이 그냥 4-0 셧아웃 혹은 4-1 로 우승하길 바라지만...
그냥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번 삼넥 코시 매치업을 봤을땐... 상당히 흥미롭긴 하네요.
4년 연속 코시 우승을 노리는 경험많은 삼성은 막강한 투수진과 꾸준한 타선을 앞세우고, 넥센은 선발진이 삼성보다 무게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막강한 대포의 힘으로 맞설것이고...
정규시즌 상대전적도 8승 7패 1무로 삼성의 고작 1승 우세일뿐, 거의 대등.
개인적 바램은 앞서 말했듯 4-0 혹은 4-1 로 삼성이 우승하길 바라지만, 솔직히 최소 6차전까진 가리라 보네요.
그래도 여전히 4승2패로 삼성이 우승할거라고 믿고 있지만..
저는 주변에 지나친 삼부심에 파묻혀 사는 지인들이 많아서 삼성도 범죄두&넥거지 못지않게 싫어합니다 ㅋㅋ 쨋든 시합 자체는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모럴해저드 저도 삼성 못마땅한건 마찬가지 입니다. 이유는 단지 '독주' 때문에... (전 삼성이 아니더라도 어느 스포츠 리그던 간에 오랫동안 독주하고 우승 많이 하는 팀 별로입니다)....
하지만 그 독주로 인한 증오는 넥거지를 싫어하는것 만큼은 아니라서 어쩔수 없이 삼성을 선택한 것 뿐입니다.
넥거지가 엘지보다 먼저 우승하는 꼴은 죽어도 볼수가 없거든요 -_-;;;
@브라이언 ㅋㅋ 저랑 100% 똑같네요...
저도 엘지외에는 다싫어하나. 그래도지금에 한국시리즈 에서우승을예상한다면 넥센이이겨야본다는쪽에한표~ 다른걸떠나서한팀이 계속해서 우승하는건~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