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니움 꽃말
양안다
세계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사람들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
단지 이상한 일이.
나는 물담배를 연거푸 흡입하며 밍슬을 생각했다. 여기 너무 좋다. 난 음악은 잘 몰라. 조명은 우리를 숨기기에 알맞은 조도야. 밍슬, 다음에 같이 오자. 널 이곳에 초대할게.
영혼을 팔 권리는 그 육체의 주인에게 있다. 위대한 기적은 위대한 속임수일까? 나는 기억을 다 지우든지 비웃든지 하고 싶었다. 나는 ······ 나는 세례도 받지 않은 사람이라고.
너 말고 아무도 날 울린 적 없었다. 두 번이나. 내가 어디서 취하는지도 관심 없으면서.
펑.
펑.
이웃 도시에서 쏘는 폭죽입니다. 바람결이 좋을 때 잘 들리지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바위에 꽃신 한 켤레, 수풀에 썩은 과일, 근처 모래밭에 돗자리를 폈습니다. 망령과 지옥을 외치는 설교자를 몰아내자. 우리는 필요해. 칼과 방패...... 밍슬, 잘 지내니. 너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어.
얼마나 많은 기적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영혼이 다 소진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벌레가 우릴 물어뜯게 될까.
—너도 똑같이 그들을 물어 주렴.
이 술잔은 멀리서 온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이 잔에 입술을 맞댄 적 있지요.
아뇨. 우린 혈통에 일가견이 있고 서로가 좋아하는 액체에 능통합니다.
술잔은
두 손으로 받아야 할 정도로
거대했다.
종교인은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을 무시하잖아요. 오직 그들 아버지의 아름다움만 ······
내가 믿는 아름다움은
단지 이상한 일. 이상하다, 라고 중얼거리는 일.
밍슬을 마지막으로 본 날, 수많은 사람과 악취가 들끓는 골목을 헤매다 겨우 선술집에 몸을 구겨 넣었다. 일회용 카메라를 잔뜩 테이블에 엎어 놓고, 취한 모습을 찍고, 웃는 모습. 입가를 가린 얼굴. 그게 서로의 마지막 모습인 줄도 모르고.
보고 싶어.
난 지금은 예쁘기만 하고 멋이 없어.
여름만 잘 버티고 있어.
세상을 속이고 가을에 갈게.
행복하렴. 밍슬.
행복하렴. 밍슬.
그래. 단지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세계의 예정보다 빠르게.
―격월간 《릿터》 2023.10-11월호
----------------------
양안다 /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작은 미래의 책』『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창작 동인 ‘뿔’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