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직관은 거의 안가고, 보통 TV 중계를 많이 보는데요. 집이 인천인데, 잔여경기 제외하면 오늘이 평일 인천 마지막 경기라서 가게 됐습니다. (주말은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서 별로죠.)
위치는 일반석으로, 포수 바로 뒤 방향으로 3층에 앉았네요. 그래서 경기장을 약간 위에서 내려보는 곳이라서, 투구의 고저는 전혀 알수가 없고 좌우는 잘 보이는 그런 곳이었답니다.
저의 관람 전 포인트는 두가지. 하나는 송은범 선수의 교체 시기이며, 다른 하나는 최승준의 봉쇄여부.
일단 송은범 선수를 비롯해서 그 뒤에 불펜투수들은 제 역할을 100% 이상 해줬던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종종 봤던 볼넷남발이 전혀 없어서, 투구수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구요. 다만, 최승준에게 3점홈런 맞을때는, 너무 아쉬웠네요. 1, 2루 상황만 됐어도 이해가 가는데, 그때가 2사 2, 3루 상황이었는데 차라리 볼넷을 주더라도 좀 어렵게 가면 어땠나하는 아쉬움이 들었고요.
그런데 어쨌든 SK타순 5번에 (요즘 '미친') 최승준이 있으니 숨이 턱 막히더라구요. 4번 정의윤, 5번 최승준은 거의 넘을 수 없는 산처럼 여겨졌고, 따라서 1~3번중 출루라도 된다면 어쩌나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게다가 7번 최정(비록 일찍 교체되긴 했지만), 8번 이재원, (야구는 이름으로 하는게 아니지만) 이름값으로만 치자면 리그 최고 하위타선이죠.
하지만 4실점 이후에 그 엄청난 SK타순을 6회까지 잘 막고 나니, 7회 조인성 선수 홈런이 터졌습니다. 사실 중계보면, '이 홈런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경기장에서 보니, 정말 홈런이라는 게 분위기라는 측면에서 정말 큰 역할을 하더군요. 오늘같은 경기는 경기MVP 뽑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조인성 선수를 선택할 것 같네요.
6회말이 끝나고, 옆에 있던 야구를 잘 모르는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7회초에 한점이라도 나면 이 경기는 한화가 이길 확률이 높다." 그리고 7회 말, SK의 2~4번을 잘 막은 뒤에는 이렇게 말했죠. "오늘은 한화가 무조건 잡았다." 8회초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이길것 같긴 했어요. 물론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이길줄은 몰랐지만요.
8회초, 경기시작은 안하고 통역이 올라가고 심판들이 돌아다니고 굉장히 어수선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리고 한참 뒤에 상황이 다 정리되고 나서야 장내 방송을 통해 상황설명이 있었고요. 멀리서 보기에도 캘리선수의 8회초 투구는 굉장히 대충대충이더라구요. 그리고 그 이후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저는 솔직히 1사 3루 김태균 선수 타석때, 희생플라이나 단타 정도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어렵게, 정우람 선수까지 투입되서 겨우 이길줄 알았죠. 물론 김태균 선수 홈런이 있었어도 겨우 한점차라서 불안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네요. 사실 오늘 가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어제 대승을 거둬서 '오늘도 이기긴 힘들겠구나' 하면서 약간 마음을 비운 것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이기니 뭐 할말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8대4까지는 손에 땀을 쥐며 봤는데, 그 뒤부터는 그냥 웃음만 나오더라구요.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해보자, 집에가는 시간은 늦어지겠지만, 뭐 그래도 좋구나 ㅎㅎ'
중간에 명장면. 4회 말 무사 1, 2루에서 최정선수 2루에서 잡은 플레이를 들고 싶네요. 이때와 6회 말에는 벤치 사인을 3루 송광민 선수가 전달했는데요(원래 그러나요?), 4회의 이 사인은 아마 2루 견제플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번트 대비 수비 시프트를 취하나보다' 생각할 타이밍에 견제가 들어갔죠. 오늘 경기 명장면이었습니다.
끝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문학구장 스크린입니다. 대형스크린 설치했다는 말만 듣고, 이번에 처음 봤는데 정말 장난 아니네요.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느낌으로는) 그냥 외야 담장의 1/3 정도가 스크린입니다. 그렇게 스크린이 크니, 공수교대 타이밍에 있는 홈팀 이벤트도 훨씬 재밌게 느껴지더라구요. 이렇게 공수교대가 지루하지 않은 직관은 처음이었습니다. 혹시 인천과 멀리 떨어진데 사시는 분들은, 한번 일내서 와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냥 세시간 동안 스크린 보는것 만으로도 돈값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끝나고 문학 구장에는 진주의 '난 괜찮아'라는 노래가 울러퍼졌죠. 이틀 연속 대패에도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우린 뭐 고마울 뿐이죠.
평생 직관 성적이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5승 6패정도 되는것 같았는데, 오늘 경기로 승률 5할은 맞춘 기분입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점에서 명경기였고 좋은 관람이어서, 기분상으로는 5할 넘긴것 처럼 느껴질만큼 좋네요. 물론 이 기분좋음에는, 평소에 가끔 봤던 황당한 마운드운영을 안봐서 그런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감독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직관을 간다면, 이렇게 긴 우천휴식 이후에 가야겠어요. 사실 어제나 오늘이나 선발이나 불펜에서 누가 나와도 그렇게 황당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상황이니까요.
첫댓글 대승 경기를 직관하셨다니...부럽네요^^
대박경기 직관하셧네영
저는 수요일 직관갔었는데, 전광판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깔끔하면서 어마어마한 사이즈. Sk도 팬 마케팅 참 잘하는 구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연이틀 직관했습니다
첫날은 테이블 지정석에서 응원하면서
로사리오 형이 옆에 앉았길래 기념사진 부탁
해서 기념사진도 찍고 어제는 3층 309 블럭에서 관전 했네요 저는 7회 조인성 타석때
뜬금포나 하나 날려라 하고 소리지르며
응뭔하는 순간 홈런포가 나와서 소롬이 돋았네요 암튼 이틀동안 올시즌 최고의 직관이었습니다
실감나는 직관 후기 감사합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
수비시 벤치사인을 송광민 선수가 전달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것도 역시 직관의 묘미죠.
어제 경기가 생생히 전해지는듯 합니다~
아무리 패해도 행복합니다 노래부르는 저희도있는데 난괜찮아 정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