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 24R] 에네르기 코트부스 - 바이에른 뮌헨 관전평

[skullboy]

http://blog.naver.com/skullboy/50029243406

이 포스트를 보낸곳 ()

 * 언제나 그랬듯 글 성격상 경어체는 생략 합니다^^;

-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과 리그 최하위 팀의 맞대결이라면 상식적으로 선두 팀의 승리를 점치기 마련이다. 여기에 선두 팀이 근래 들어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었다면, 게다가 전반기 맞대결에서 선두 팀이 5-0 대승을 거뒀다는 사실이 더해지면 이는 확신을 넘어 진리로 이어진다. 아마도 유럽의 모든 도박사들(소소한 베팅으로 삶의 재미를 찾는 '개미'들까지 더해)은 바이에른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고 뭉칫돈을 걸었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가끔 이러한 성격의 경기를 바라보는 보편적 시각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바로 리그 최하위 팀이 선두 팀에 죽기 살기로 덤벼들 것이라는 것, 그래서 특히 원정 경기라면 선두 팀이 고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자신들의 '나와바리'만 벗어나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 바이에른 뮌헨이라면.

- 안더레흐트와의 07/08 UEFA컵 16강 2차전에서 후보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체면을 구긴 바이에른은 아마 이 경기를 기분 전환용으로 여겼을 것이 확실하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겠지만 오트마 히츠펠트 감독이 낸 선발 라인업을 보면 이는 어느 정도 신빙성을 얻을 만 하다. 히츠펠트는 독감에서 돌아온 제 호베르투를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포진시켰고 최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플레이메이커의 자리에 포진 시켰다. 여기에 프랑크 리베리와 하밋 알틴톱을 좌우 날개로 포진시켜 측면 공격을 담당하게 했다. 이 경기에서 유난히 연약해 보였던 제 호베르투와 수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했던 슈바인슈타이거로는 스타니슬라프 앙겔로프와 크리스티앙 바실라라는 몸 싸움에 일견이 있는 터프한 미드필더들을 상대하기에 힘과 높이 모두에서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결과가 굳이 경기에 들어가지 않아도 히츠펠트 정도의 명장이라면 머리속에 그릴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상대 라인업을 예상하지 못했던 탓일까?

- 히츠펠트의 이러한 선수 기용은 경기 전부터 "끈질기게 바이에른을 물고 늘어 지겠다"라고 공언한 보얀 프라스니카르 감독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앙겔로프와 바실라는 바이에른 미드필더들에 대한 철두철미한 압박으로 바이에른의 전진을 곤란하게 했고 때로는 거친 태클과 지저분한 손기술로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끊어 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바이에른의 패착은 바로 이 코트부스의 미드필더들에게 공을 뺏어 오지 못했고 반대로 볼 소유권을 밥 먹듯 넘겨 줬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날고 긴다는 슈퍼 스타들이 즐비한 바이에른이지만 볼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노릇. 반대로 코트부스는 바이에른을 상대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 - 카운터 어택 - 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 사실 필자는 페트릭 잔더를 경질한 코트부스의 선택을 성급했다라고 단정 지었다. 잔더는 지난 시즌 누구도 잔류를 예상치 않았던 코트부스의 1부 리그 연착륙을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수로나 감독으로나 독일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프라스니카르의 부임도 잔더의 경질을 아쉽게 한 요인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프라스니카르가 부임한 이후 코트부스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비록 순위를 상승시키는 데는 애를 먹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코트부스가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으로 진보해 가는 탓이다. 잔더의 재임 기간 중 6경기에서 3골을 넣는 데 그쳤던 코트부스는 프라스니카르의 부임 이후 18경기에서 22골을 넣어 분명 향상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트부스는 이 날 경기에서도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였고 결국 이러한 '베일 듯한' 날카로움은 브란코 예리치가 올리버 칸을 두 번이나 빡돌게 하는 순간으로 이어 졌다. 수세 때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해 있다가 상대로부터 공을 뺏어내는 순간 앞만 보고 달리며 패스하는 단순한 형태의 공격 전술은 뒷쪽의 수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했던 바이에른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나타냈다. 사실상 칸을 포함한 바이에른 포백 모두에게 '원죄'를 물을 수 있는 첫 번째 골이 그랬고 브란코 예리치를 겨냥한 스티븐 리비치의 공간 패스도 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 자, 그렇다면 코트부스의 선수들이 이렇게 갈기를 휘날리며 맹렬하게 싸운 90분 동안 이 선수들의 3-4배 몸 값은 기본으로 받는 바이에른의 '귀하신' 선수들은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볼 소유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슈바인슈타이거는 변변찮은 패스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교체됐고 제 호베르투는 상대 선수들의 발만 보고 쫓아 다니느라 바빴다. 이러한 상황에서 측면에 짱 박힌 알틴톱이 TV에 잡히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자연의 이치였으며 '페라리베리'님은 상대의 이중삼중 수비에 막혀 당황하시다 페널티 킥까지 실축하시기에 이른다. 그리고 바이에른의 선수들은 코트부스의 숨 막히는 압박에 당황해 '가장 잘 보일 법한' 토니의 머리만을 바라본 뻥 축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토니의 머리에서 연결되는 패스를 받아 골을 넣어야 할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돌연변이 닌자거북이었다.

또한 히츠펠트의 교체 카드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날 최악의 활약을 펼친 필립 람을 마르첼 얀센으로 교체한 것은 'So So'한 선택이었지만 중앙과 측면에서 모두 이도저도 아닌 '트위너'가 되버린 호세 에르네스토 소사를 특색 없는 자리에 배치시킨 것은 절대절명의 에러였다. 여기에 루카스 포돌스키는 들어가자마자 쌩뚱 맞게 오른쪽에서 놀아났고 결국 패스 미스만 남발하며 동료들의 화만 돋았다. 비록 필자가 선수들의 당시 몸 상태까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교체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던 안드레아스 오틀을 투입시켜 중원에서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바둑으로 말하자면 선수였다. 바이에른은 분명 후반 들어서만 3골을 넣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아니, 저 멤버를 가지고 왜 김정남님의 '우성용은 내 운명' 축구를 한다는 말인가!

- 물론 히츠펠트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남아 있다. 마크 반 봄멜은 주심에게 감자를 먹이다 절묘하게 적발돼 징계 중이고, 마르틴 데미켈리스는 "수비수가 좋아요 ㅠ.ㅠ"라고 항명했다가 이번 코트부스 원정에 대동되지 않았다. 여기에 올시즌 한 번 열릴까 말까였던 지난 시즌의 자동문이 하필 이 경기 초반부터 작동하며 경기의 양상이 어려웠다는 것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필자는 히츠펠트가 분명 자신의 손에 적어도 구끝을 들고 있으면서도 계산을 잘못해 일끝을 내놓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선수 기용의 전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강변한 만큼 그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함은 아마 제네럴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실 법하다.

- 아무튼 히츠펠트는 최근 2연패에 크게 놀랐는지 앞으로는 로테이션 따위는 닥치고 주전만 뽑아서 쓰시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로테이션을 아예 안 돌릴 수는 없겠지만 훈련장에서 기량을 충분히 확인한 후 베스트 선수들을 내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래, 뛰는 선수들이야 눈물 나겠지만 우리 팬들도 좋아하는 선수들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돼서 좋은 점은 분명 있다.

아, 어쨌든 난 참 행운아다. 내가 좀 깠다고 해서 히츠펠트가 이억만리 떨어져 있는 나한테 징계를 내릴 걱정은 안해도 되니깐.

* 내 맘대로 매기는 평점(객관적 평가와는 항상 거리가 있음)

에네르기 코트부스 : 트렘멜(7.5) - 라델이치(7), 미트레스키(7.5), 크비타노비치(7), 치비히(7.5) - 앙겔로프(8), 바실라(7.5) - 리비치(7.5) - 스켈라(7.5), 쇠렌센(5.5) - 예리치(8.5)

교체 : 샤오(분풀이로 넌 닥치고 걍 5), 바실예비치(-), 뮐러(-)

바이에른 뮌헨 : 칸(7) - 렐(6), 루시우(5), 반 바이텐(5.5), 람(5) -  제 호베르투(5.5), 슈바인슈타이거(4.5) - 알틴톱(5), 리베리(6.5) - 클로제(4), 토니(5.5)

교체 : 얀센(6), 소사(5), 포돌스키(5)

Man of the Match : 브란코 예리치(에네르기 코트부스)  

[방랑소년]

샤오자이 캐안습.ㅋㅋ

[Ballack13]

이번경기는 히츠펠트의 전술적 미스죠...히츠펠트로서도 할말 없는 경기...그리고 슈바이니는 최근 경기보면 제가 볼땐 전혀 플레이메이커는 아니라고 보는데 공미로 출전한다는 얘기가 많이 보이네요....이해가 안됨--;

[지훈th]

저도 발락님 의견에 동감.. 이해가 안되요. 아무리봐도 플레이메이커 기용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