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하차투리안 ‘가면무도회 모음곡’ 중 왈츠

[필킴아저씨]

하차투리안 ‘가면무도회 모음곡’ 중 왈츠

Khachaturian, Waltz from 'Masquerade Suite'

하차투리안 ‘가면무도회 모음곡’ 중 왈츠

Aram Khachaturian

1903-1978

Asher Fisch, conductor

Sächsische Staatskapelle Dresden

Dresden Semperoper Ballett

SemperOpernball 2009

Asher Fisch/Staatskapelle Dresden - Khachaturian, Waltz from the 'Masquerade Suite'

러시아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미하일 레르몬토프(1814-1841)의 비극 <가면무도회>가 1941년 6월 무대에 오를 때 하차투리안은 이 연극의 부수음악으로 전주곡과 간주곡을 썼다. 1944년 하차투리안은 이 무대음악 중에서 3개의 춤곡을 비롯하여 5곡을 발췌하여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Op.38A)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Op.48B)으로 편곡하여 ‘가면무도회 모음곡’이란 제목을 붙였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은 1944년 8월에 초연되었으며 그중 녹턴은 1948년에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의 연주를 위한 곡(Op.48C)으로 편곡되어 다시 연극에서 부수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회오리치는 우수가 가득한 새롭고도 아름다운 왈츠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의 ‘왈츠 II’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러시아 왈츠이다. 하차투리안은 <가면무도회 모음곡>을 작곡하면서 특히 1번 왈츠에 애를 먹었다. 연극의 여주인공 니나가 “이 새로운 왈츠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있는 그 무엇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네.”라고 읊조리는 대목이 있는데, 과연 이 ‘새롭고도 아름다운 왈츠’를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해내는가를 두고 고심해야 했던 것이다.

전반부 제1주제를 써 놓고 거기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낑낑대는 그를 보다 못해 스승 니콜라이 미아스콥스키가 그에게 레르몬토프 시대의 왈츠에 관한 자료를 한보따리 가져다주었지만 그의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니나의 대사에 딱 들어맞는 스타일과 운율을 찾아 꾸준히 악상을 끊임없이 떠올리던 어느 한순간 몸에 묶인 사슬을 풀어내는 마법의 고리처럼 제2주제가 떠올랐고, 그 후로는 일사천리로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 쉼 없는 탐색이 없었다면 결코 이 작품은 완성되지 못했으리라고 하차투리안은 훗날 회고했다.

가면무도회의 풍경

<가면무도회 모음곡>은 가면무도회의 풍경을 묘사한 음악으로 가면의 허상과 가면에 가려 있는 진실을 암시하려는 듯, 하차투리안은 다음과 같이 상반되는 분위기의 음악을 교대로 연주하도록 배치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1. 왈츠(Waltz): 회오리치는 우수로 슬픔이 가득하다.

2. 녹턴(Nocturne): 밤의 시를 읊는 듯하다.

3. 마주르카(Mazurka): 시끌벅적한 무도회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4. 로만체(Romance): 녹턴의 명상적 분위기보다 더 강하게 침잠한다.

5. 갈로프(Galopp): 경쾌한 춤곡. 빈 왈츠 풍.

하차투리안의 대표작으로는 발레음악 <가야네>, <스파르타쿠스> 등이 있으며. <가야네> 중 ‘칼의 춤(Sabre Dance)’은 1942년에 발표한 뒤 불과 1~2년 사이에 전 세계에 퍼져 나가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이 곡의 호탕한 느낌, 경쾌한 리듬, 약동감 넘치는 템포는 다른 어떤 곡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한 감동을 준다. 울적한 기분 따위는 곧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만큼 강렬한 박력이 듣는 이의 몸과 마음을 온통 휩쓴다.

1948년 하차투리안은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와 함께 부르주아지 경향을 띤 음악을 작곡했다는 이유로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의해 기소되었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1953년에 스탈린이 죽자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1954년 소련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으며 1959년에 레닌 상을 받았다.

1963년 아르메니아 과학 아카데미아 회원이 되어 소련평화위원회 회원으로 사회운동에도 참여하는 한편, 모스크바 음악원, 그네신 음악원의 교수로 후진 양성에 힘쓰면서 지휘자로도 활약하였다. 1978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하차투리안은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에프와 함께 이른바 옛 소련 음악의 3대 거인으로 꼽힌다. ▲모스크바에 있는 하차투리안의 조각상

‘Masquerade Suite Waltz’ from TV miniseries 'War and Peace 2007'

2007년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방영된 TV 미니시리즈 <전쟁과 평화 2007>에서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모음곡> 중 ‘왈츠’에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