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코로나를 여태껏 걸린 적이 없어서 슈퍼항체가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딱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된지 얼마 되지 않아 걸려버렸습니다.
운 좋게도 리모트로 Xiegu G90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찾게 되어, 방 안에 틀어박힌 채로 FT8만 일주일 내내 해봅니다. CW도 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 이정도에서 더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죠 ㅎㅎ
FT8은 여태까지 자주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태양활동 극소기에 저출력 FT8으로 애쓰던 게 나쁜 추억(?)이 되어서 그런 걸까요? ㅎㅎ 변변찮은 리그와 안테나로 버텨오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산에 올라서 SOTA를 하며 파일업 받는 것을 더 좋아해 왔습니다.
다만 이번 격리기간 동안에는 DX교신의 묘미를 확실히 깨달았네요. 위의 지도와 같이 여러 새로운 곳을 만나보는 행운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초라한 셋업으로도 이러한 교신이 가능하다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Propagation condx & QSOs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격리되어 교신을 해오면서, 전파전파가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격리 초반 수요일 즈음까지는 160 언저리의 SFI와 흑점 수 100 이상 유지되며, 매우 훌륭한 공간상태로 인해 척! 부르면 척! 알아듣는 현상이 계속되었습니다. 9X5RU Rwanda는 30-10m 올밴드 교신 성공까지 해냅니다. 덤으로 5Z4VJ Kenya와도 밤에 20m에서 교신에 성공합니다. 20와트 롱와이어 안테나만으로도 동아프리카까지 교신이 되다니요, FT8도 이렇게 재미있던 적이 없습니다.
다만 3월 31일 즈음부터는 SFI 100 초반, SN 30 정도로 감소하면서, 하이밴드는 수신은 되지만 20와트로는 전혀 교신이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100와트만 되었더라도 -24~-15의 신호로 입감이 되었을 텐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신호에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는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수신 능력이 어지간하게 좋지 않은 이상, 영국과 스페인 넘어서의 서유럽부터는 전혀 교신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나마 E6AF&E6CI Niue, H44MS Solomon Is., E51BQ South Cook Is., FO/AA7JV&FO5QB French Polynesia 등의 남태평양의 희귀한 국들을 추적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유럽으로부터의 파일업이 덜했는지, 수월하게 한두번의 콜만에 교신이 이루어졌습니다. E6AF&E6CI Niue도 마찬가지로 30-10m 전 대역에서 쉽게 추적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30~40m 대역의 전파가 더욱 활성화되는 모습이 잘 보였습니다. Puerto Rico, Azores가 40m에서 수신되어 어마어마한 JA의 파일업이 보이는 등의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수많은 부름에도 불구하고.. 교신은 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조용히 빠져나와 다른 밴드에서 SWL만 합니다.
형편 없는 송신 불가 상황에 지겨워하면서 탐색을 하던 도중, 격리 종료를 3시간 앞둔 4월 2일 KST 21시경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15m band에 8J1RL Antarctica 일본 쇼와 기지국이 반짝 등장합니다. 중국의 스테이션과 첫 교신을 하자마자 저도 감히 끼어들어 콜을 해봅니다. 곧바로(!!) -05로 신호가 입감되면서, 이어서 저는 -17로 응답하며 교신이 성사됩니다. 이어지는 몇 분동안 네다섯 국과 교신을 하면서, 8J1RL은 다시 사라집니다.
부르자마자 멀리서 응답이 올 때 심장이 어찌 뛰던지요, 도파민이 그렇게 분비되다 보니 DX교신에 중독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흡사 마약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물론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아서 성공이 짜릿할 수도 있겠지만요..ㅎㅎ)
격리 마지막날에는 고기잡이가 형편 없는 날인줄 알았으나, 제 입장에서는 운 좋게 하나 낚는 날로 마무리됩니다. 이와 함께 제 코로나 격리생활도 막을 내렸습니다.
Setups
RIG Xiegu G90
ANT Longwire + 9:1 unun
PWR 20 W
Remote Setup: FLRig & Chrome Remote Desktop
Total 358 QSOs
Review
격리기간동안 여자친구(DS1ULP)도 못 만나고, 좋아하는 운동도 못했지만, 단파 라디오를 할 수 있어서 그나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일주일은 따분하게 보낸다면 보통 아주 긴 시간이 되지만, 무언가에 몰입하면 몇 초처럼 금방 지나갑니다. 이번에 변동이 심한 공간상태의 흐름을 타며 교신을 해보았는데요, 미친듯이 교신을 해보다 보니 어느새 격리가 끝나있었습니다. 제 모든 정신을 단파와 함께 전 세계로 쏘아올렸나 봅니다. 지난 CQ DX CW 컨테스트보다도 열심히 한 것 같네요. ㅎㅎ 그나마 좋은 점은, CW 콘테스트 이후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모스 부호로 들리는 현상은 없다는 점이 있겠습니다(ㅋㅋ).
앞으로 돈을 조금 더 벌면서 시스템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나간다면, 더 즐거운 교신을 할 수 있겠다고 확신이 듭니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최근 영입한 TS-570s와 함께 6m band를 한번 탐색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6m가 활성화되어 VK, ZL의 빅건들과는 교신이 된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심 빌라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DX 교신을 소소하게 즐길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즐기는 마음으로 또 햄 생활을 해보겠습니다.
73, DS1TUW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계신 뛰어난 오엠님들처럼 꾸준히 즐겨보겠습니다 ㅎㅎ
힘든 코로나 격리기간중에 즐거움을 만끽하신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조금 관심을 가지고 깊에 파보면 어떤 취미라도 흥미가 생기더군요.
취미 이상의 뭔가를 발견하게 되어지고, 그 깊이에 놀라게 됩니다.
좋은 경험을 글로 그림으로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먼길가는데 좋은 친구를 만난 기분이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
시시각각 변하는 조건이 있기에 매 순간 기대감과 배우는 느낌으로 교신을 했습니다.
전파상황 하나만으로도 아직 모르는게 참 많다는 것도 깨달았네요. 앞으로 그래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보려 합니다. 오래 dx를 해오신 분들도 아직 다 아는 건 없다고 겸손한 말씀을 하시는데, 그만큼 영원히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는 뜻이겠지요..ㅎㅎ
또 느낀 바가 있다면 공유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글입니다.. 멋도 모르는 고등학생이 DX한다고 시작한것이 지금까지 즐기고 있내요... 처음에는 DXCC가 하고 싶었고 그리고는 챌린져가 보이고 하나씩 즐기다 보면 성취감도 따라 오는거 같습니다..앞으로 즐기는 마음으로 하시다 보면 더 즐거우실겁니다. 머가 이렇게 안되고 힘들어 하다가도 교신이 이루어지면 정말 환호성이 터지죠..ㅎㅎㅎ 앞으로 TUW님의 즐거운 교신이야기 많이 접하기를 기대하여 봅니다..ㅎㅎ 즐거운 DX 라이프 되세요..^^
맞습니다. ㅎㅎ 얼마 전 DXCC 요건을 충족했을 때 lotw 컨펌받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상장은 신청하지 않았지만요..ㅎㅎ 아직은 치킨을 그 돈으로 사먹는 게 더 좋나 봅니다). 이젠 500 언저리의 dxcc 챌린지를 1000까지 해보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안 되다가 하나 낚는 게 또 엄청난 떨림과 감사함을 주더군요. 인생에 닥치는 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훈을 주는 것 같네요. ㅎㅎ
저도 오엠님처럼 계속 즐겨보겠습니다. 실력이 쌓이고, 또 여행의 기회가 생겨서 언젠가는 dx페디션도 운용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가 격리 중 세계 각지와 교신하시면서 흥미로운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
우수한 시스템 보유도 좋지만 소박한 시스템이라도 열심히 즐기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운용한다면 아마도 그게 최고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 열정과 끝없는 자기 개발과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결과에 희열과 행복을 느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이런 글이 올라오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선을 하다 보니 열정이 많으신 분들을 많이 마주치게 됩니다.
취미이기 때문에 경쟁이라는 게 없는데, 그럼에도 매일 새로 도전하시면서 발전하는 모습들로부터 큰 의미를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는 새로운 무선국이 등장하면 리모트로 바로 뛰어드는 분들도 계시는 걸 보고, "즐긴다"의 다음 버전이 "성실하게 즐긴다"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ㅎㅎ
말씀대로 꾸준히 즐기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일, 취미의 3박자가 건강한 조화를 이루게끔 노력해야겠네요.
또 파일업에서 뵙겠습니다!
즐길 줄 아십니다
늘 열정 가득한 활동 잘 보고 있습니다
응원드리며, 성과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으로도 매번 좋은 소식 들려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여기 계신 오엠님들만큼이나 즐겨보고 싶습니다. ㅎㅎ 끝이 없는 취미인 무선을 접하게 된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도 파일업에 꾸준히 등장하시는 것에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파일업에서 뵙겠습니다 ㅎㅎ
글 쓰시는 능력이 출중함을 느낍니다. 초반부 도입부터 전개에서 마무리까지 남을 이해시키는
글쓰기가 상당한 감동을 줍니다. 우리 카페에도 이러한 보석 같으신 분이 있으셨군요.
앞으로도 이러한 내용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느낀점 등을 글로 남겨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여기는 어떠한 글을 써도 무방한 공간입니다. 글 쓰시기를 주저하시는 분도 있고 아예 한번도
쓰시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블로그와 카페가 다른점은 카페는 많은 사람이 모여 소통하고 공감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본 카페의 운영자로써 이러한 훌륭한 능력을 보유하셨다면 자주 글을 남겨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글 쓰기는 누구나 어렵습니다. 그에비해 읽기는 참으로 쉽습니다.
또 남의 글을 비방하기도 너무나 쉽습니다. 그렇다고 쉬운 길로만 간다면 카페의 발전과 존립 자체가
필요없겠지요. 저의 생각은 글은 오로지 읽는사람의 것입니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내가 썻다고 나의 글이 아니라는 점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글은 독자가 있기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많은 글과 정보를 남겨주십시오. 그리하여 재미있고 다시 오고픈 카페를 만들어 보십시다.
감사합니다. 이정호 드림.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는 억지로 하면 괴로운데, 신기하게도 여기서는 술술 써지네요. 교신하는 것을 제가 정말 즐기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대학원에 들어와 나날이 느끼게 되는 것은, 제가 하는 연구와 실험을 글로 잘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실험을 하더라도 학계의 다른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쓰지 않는다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말씀하신 대로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참 감사한 마음도 들고, 그래서 앞으로 더 즐겁게 제가 교신을 하면서 느낀 바를 전달해볼까 합니다. 여러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도 인정해주신다는 말에 더 힘이 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