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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21회>
줄거리
태조 왕건의 등극식. 새로운 황제가 된 왕건은 우선 나라 이름을 고려라 바꾸고, 모든 백성들의 조세를 감면한다. 모든 조정의 신료들과 백성들에게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그렇게 옥좌에 앉은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청주의 임춘길이와 같은 간신배들, 또한 혁명에 함께 참여했지만 상급을 받지 못한 환선길이 등은 또 다시 반란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폐주의 신봉자였던 명주 장군 김순식은 전권대신의 목을 베어 왕건에게 돌려보내는 동시에 궁예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모든 군을 정비하는데.....
씬 철원 저자거리
몇 필의 말들이 조를 이루어 급하게 멀리서 달려와 지나치며 소리친다. 그들은 새로운 내군의 근위병들이다.
그들 황제폐하께서 납시신다. 물렀거라. 폐하께서 납시신다.
그들은 그렇게 계속 외치며 여러 조가 연이어 지나쳐 간다. 연도의 백성들이 모두들 무릎을 꿇고 엎드린다. 그리고 서서히 왕건의 일행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백마를 탄 근위부대가 떼를 지어 지나치면서 그 뒤를 이어 악대들이 대취타와 함께 소라를 불고 북을 치며 따르고 그 뒤를 다시 장졸들이 온갖 기치창검을 숲처럼 이루면서 오고 있다. 그리고 장군 복지겸이 새로운 부장들인 장일과 그리고 황제를 보필하게 된 장수장과 함께 신황제인 왕건을 뫼셔 오고 있다. 왕건은 황제의 대례복과 면류관을 썼고 백마들이 끄는 황제의 황금마차를 타고 있다. 그 뒤를 황후 유씨와 나주부인 오씨 모자, 충주부인 수인이 역시 마차로 따르고 있고 기장들과 신료들이 줄지어 따르고 있다. 이른바 왕건의 집이었던 사저(잠저)에서 황궁으로 이사를 가고 있는 것이다. 왕건이 저만큼 지나쳐 가면 백성들은 그제서야 일어나 만세를 합창한다.
백성들 황제 페하 만세, 만세...............
그 웅장하고 엄청난 황제의 행렬은 그렇게 끝도 없이 카메라 앞을 지나쳐 가고.....그렇게 아득히 디졸브 되면서......
씬 황궁 외경
내군군사들이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다. 황궁의 정문은 활짝 열려있다. 그 위로 새로운 황제의 등극을 알리는 악공들의 아악 소리가 웅장하고 장엄하게 들려 오고 있다.
씬 포정전 정전 뜰
수많은 깃발들이 늘어서 있고, 장졸들이 들어서고 있는 왕건과 황후들을 보며 쉬임없이 주변이 떠나가라 군호를 외고 있다. 복지겸과 내군들이 앞에서 호위하고 있고 새로운 상궁들과 내관들이 가득히 따르고 있다. 뜰에는 수백명의 악공들이 궁중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윽고 신황제가 마련된 옥좌에 가 앉는다. 황후들과 태자도 자리를 하고 내군들이 신료들과의 사이에서 경계를 섰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이윽고 집전관인 김행선이 앞으로 나와 창홀(唱笏)을 길게 토하기 시작한다.
김행선 국궁.........바.......이........이.......
집전관의 소리에 따라 천여명에 가까운 문무대소신료들이 허리를 숙인다. 모두들 그렇게 황제에게 예를 갖춘다. 정전 뜰에는 새로이 시중이 된 집전관 김행선과 더불어 광평성의 원로들인 박지윤 그리고 박수문 형제와 유천궁, 유긍달, 다련군, 최응, 박질, 원극유, 임춘길, 신방, 배현경, 홍유, 능산, 태평, 김락, 염상, 환선길, 향식, 이흔암, 유금필, 박술희, 왕식렴, 왕신, 김언, 윤신달, 전이갑 형제들이 문무로 나뉘어 모두 모여 있다. 그리고, 그들 옆으로 사무외대사들과 허월의 모습도 보인다. 집전관의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소리 국궁........바.........이.........이......이........
집전관의 소리에 따라 신료들이 그렇게 연속으로 사배를 마치고 있다.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대기와 더불어 청룡기, 백호기, 현무기, 주작기 등등 수백의 깃발들이 요란소리를 내면서 펄럭인다. 창홀이 끝나자, 왕건이 옥좌에서 일어난다.
왕건 경들은 들으라!
모두들 예........
왕건 짐이 오늘 부끄럽게도 이 자리에 서서 만민을 어우르고 만조백관을 다스리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도다. (사이) 이전의 황제는 한 때 도적들을 평정하고 영토를 개척하여 오늘의 국가를 이루었으나, 삼한을 통일하기도 전에 불의에 빠져 매번 혹독한 폭력과 억압으로 백성과 신료들을 대하였으니, 이는 모두가 간교한 자들의 꾀임에 빠진 때문이니라. 이에 백성은 부역이 번거롭고 과세는 가중해졌으며 국토는 황폐해졌노라. (사이) 나아가 이전의 황제는 나랏이름을 함부로 바꾸면면서 처음에 뜻을 잃어버리고 그 처자를 살륙하는 등 천지에 용납할 수 없는 죄를 짓게까지 되니 세상의 원한이 땅 끝까지 사무치게 되었도다. 이에 짐이 여러 신하들의 추대에 의하여 황제에 올랐으니, 앞으로는 옳지 않은 모든 풍속을 변혁하고 마땅히 새 규율을 세워 지난 일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니라. 이에 짐은 이 나라의 국호를 고려라고 할 것이며, 연호를 천수로써 할 것임을 천하에 공표하노라.
신료들 황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폐하.
왕건 또한 이전의 황제는 참소하는 말을 좋아하고 모든 일에 있어 독선적이었으니 이는 앞을 헤아릴 수 없는 큰 잘못이라, 짐은 관제를 다시 정비하고 유능한 사람을 찾아서 나랏일을 맡길 것이며 백관들이 다 자신들의 직무를 충실히 하도록 도울 것이니라. 짐 또한 황제의 자리가 두려운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 오로지 하나도 백성이요, 둘도 백성이라는 점을 길이 잊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경들은 이러한 짐의 뜻을 깊이 새겨 알도록 하라.
신료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은 하례하는 신료들을 일일이 본다. 감격이다. 황후들도 그렇고 왕건의 형제들도 그렇다. 그리고, 그 신료들의 면면이 모두 지나친다. 김행선이 앞으로 나서며 만세를 선창한다.
김행선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신료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해설 왕건이 새 황제로 등극을 했다. 실록에 보면 왕건이 황제가 될 것이라는 예언은 여러 곳에 적혀 있다. 도선의 예언이 그것이고, 사화진(상주)전투 때 꿈에 나타난 9층 금탑 또한 그랬고, 석총이 건네주었다는 그 간자 이야기도 그랬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것들은 왕건이 황제가 된 이후에 상당히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왕건이 그 등극식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지난 날 궁예의 잘못한 점을 지적하고 국호와 연호를 바꾼 일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태봉국을을 부정하고 새로운 제국의 창업을 공표하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즉 새 나라의 새 주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왕건이 정한 나라 이름 고려는 옛 고구려 국호의 약자이다. 삼국 시대 때에 중원에서는 고구려를 고려라 표기하였는데, 그것을 왕건이 혁명을 일으키며 공식화 해 버린 것이다. 이때가 단기 3251년, 그리고 서기로는 918년 6월 15일, 왕건의 나이 마흔 한 살 때의 일이었다.
신료들의 만세 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진다. 왕건이 일어나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있다. 그 표정에서 길게 디졸브....
씬 황궁 정전 외경
씬 그 황궁 정전 안
문무신료들이 가득히 정전을 메우고 있다. 왕건은 옥좌에 앉아 백관들을 보고 있다.
왕건 경들은 들으오.
모두들 예.......
왕건 지금 이 나라에 시급한 것은 조정에 등을 돌린 백성들의 황폐해진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오. 또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방 수령 방백들과 호족들을 어우르고 그들이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오. 원봉성령은 짐의 조칙을 전하오.
최응 예, 폐하.
최응이 일어나 황제의 교지를 들고 앞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며 전하기 시작한다.
최응 폐하께오서는 다음과 같이 조칙을 내리셨소이다. 우선 이 나라 시중이며 모든 원로를 대변하는 광평성 시중에 학사 김행선을 명한다 하셨소이다.
김행선 (앞으로 나서며)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신 김행선 심신을 다하여 폐하와 나라를 위하여 이 목숨을 다하겠나이다.
왕건 .........(끄떡인다) 계속하오.
최응 또한, 그 시랑에 전 원봉성령 최응을 명하노라. (최응이 황제에게 절한다) 또한, 황궁을 숙위하며 폐하를 보위하는 내군 장군에 복지겸을 명하노라.
복지겸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페하.
최응 (계속) 또한, 군을 통솔하는 순군부 낭중에 태평을 명하며,
태평 황은이 하해와 같으시옵니다.
최응 병부령에 원극유를 유임케하고, 그 경에 왕식렴을 명한다.
원극유와 왕식렴이 연이어 예를 표한다.
두사람 망극하옵니다, 폐하.
최응 또한, 모든 수군을 관리하며 그 재원을 조달하는 도항사에 왕신을 명하고, 의형대령에 입전을 유임케하노라.
두사람 망극하옵니다, 폐하.
최응 특히나 세금을 관장하는 창부(호구, 조세, 공납 등에 대한 일을 맡아보는 관청)의 령에 박수문을 명하노라.
박수문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최응 기타 많은 관직과 그에 따른 백관의 인사가 따라야 할 것이나, 지금은 국초이고 시급히 질서를 잡아야 할 때임으로 뒤로 미룰 것임을 미리 전하노라.
신료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최응이 물러가고 정전 안은 잠시 침묵이 흐른다. 헉명을 주도한 사람들의 이름이 아무 곳에도 없다. 능산, 배현경, 홍유 들은 담담하다. 그러나, 환선길의 표정이 심하게 불쾌함을 드러낸다.
왕건 경들은 다시 들으오.
신료들 예......
왕건 우리가 역성혁명을 한 것은 일신이 호의호식하고 영달을 누리고자 함이 아니오. 오로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함이었소.
신료들 ..............
왕건 따라서, 좋은 관직과 높은 권력을 공 있는 자들이라 하여 독식하고 나누는 것은 또한 처음부터 크게 경계해야 마땅할 것이오.
환선길 ..............?
왕건 짐은 또한 지난날의 잘못을 굳이 지적하기보다는 모두 화합하고 힘을 모아 국가를 위해 일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였소이다.
임춘길 .............
왕건 누구든 과거의 일을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요구할 것이오.
임춘길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또 있소이다. 지난날 폐주는 함부로 국가의 제도를 정하여 백성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혼란을 거듭하였소이다. 짐은 새로운 고려의 국가 제도를 모두 신라의 옛것으로 환원할 것이오.
모두들 ................
왕건 또한, 세법을 과감하게 개혁하여 지난 날 혹독하게 수취하였던 그 세법을 버리고 삼 년간 세역을 면하게 할 것이오.
모두들 (크게 놀라고).........
왕건 뿐만 아니라 노역과 군역 또한 삼 년간 면제하여 유리걸식하는 백성들을 안착케 하고 땅을 기름지게 하여 진정으로 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할 것이오. 경들은 이러한 짐의 뜻을 추호도 게을리 하지 말고 모두 지키도록 하오.
신료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해설 등극 후 왕건의 국가 정책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후삼국이 대치 중인 전란의 시국이었다. 그 와중에서 삼 년간 세금을 면한다는 것은 국가의 제정을 어렵게 하는 큰 모험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왕건은 그 이후에도 궁예가 십분의 삼을 거두어갔던 세금을 십분의 일로 내리는 혁신적인 조치를 계속해 나간다. 또한, 삼 년간 부역과 군역을 면제한다는 것도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었으나 그 약속을 지켰다. 그 모두가 호족들과 백성들의 인심을 얻어내기 위한 필연적인 조치였던 것이다.
계속해 뭔가를 지시하는 왕건의 표정에서......
씬 황궁 황후전
황후 유씨가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황후로써의 위엄이 벌써 잡혀 있다. 새로운 상궁, 민씨와 여타 상궁들이 서 있다.
유씨 이곳이 황후전이란 말인가? (사이) 참으로 검소하기도 하지. 그 옛날 황후께서는 참으로 그런 분이셨다 들었네.
민상궁 ...........
유씨 그대가 새로온 제조상궁인가?
민상궁 예, 황후마마.
유씨 비록 내가 황후이나 이 황궁에는 폐하를 모시는 두 분의 궁중 어른이 더 있다네. 알고 있는가?
민상궁 예, 알고 있사옵니다.
유씨 황후란 국모일세. 높고 낮음을 크게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황실의 위엄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가가 문제일 것이야. 많이 도와주게나.
민상궁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하명만 하시오소서.
유씨 (트림을 하며) 이상하구먼. 먹은 것이 얹혔는가?......여 며칠 긴장해서 그런가? 영 속이 좋지를 않구먼.
민상궁 전의에게 알려 약탕기를 올리겠사옵니다.
유씨 아닐세. 그저 좀 답답하고 더부룩할 뿐이야. 그만 두게.
민상궁 예, 마마.
유씨 황후전이라....(둘러보며) 참으로 사연도 많은 곳이 아닌가? 쯧쯧쯧....
씬 오씨의 처소
오씨가 주변을 보다가 혀를 찬다. 오씨가 부리던 시녀가 상궁으로 와 있다. 아들 무도 함께 있다.
오씨 지난 날 황후가 쓰던 황후전은 큰 형님께서 가 앉으셨고, 여기가 내 새로운 처소인 모양이네.
박상궁 그렇다 하옵니다, 마마.
오씨 황후마마와 차이가 난다고는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폐하를 모시고 그 적자를 낳은 사람이야. 처소가 왜 이리 초라하단 말인가? 황궁을 관리하는 관리가 누구인가? 가서 내 뜻을 전해라. 이게 어디 태자의 어머니가 거처하는 곳인지, 여염집 안채인지 물어 보라 하거라.
박상궁 알겠사옵니다, 마마.
오씨 그리고, 이보시오, 태자.
무 예, 어마마마.
오씨 누가 뭐래도 태자는 이 나라 황실의 장자이시오. 공부를 게을리 말고 품위를 잃지 않도록 하오.
무 이를 말이겠사옵니까? 열심히 하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오씨 암요, 그래야지요. 태자는 바로 이 나라 황제 폐하이신 아버님의 적장자이십니다. 맏아들 말입니다.
무 예, 어마마마.
오씨 이상하구먼. 사가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황궁에 들어오고 나니 왜 이리 모든 것이 답답하고 초조할꼬....
씬 황실 마당(후원)
꽃이 가득한 정원을 수인이 상궁들과 함께 걷고 있다.
수인 참으로 마음에 드네 그려. 큰 형님은 황후마마가 되시어 황후전으로 가시었고, 둘째 형님이나 나는 부인이라.... 호호호, 하긴 그까짓 황후전이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저 폐하의 은혜를 누가 많이 받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지. 아, 아, 이 꽃들하며 나무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김상궁 그렇사옵니다, 마마.
수인 호호호, 그래,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둘째 형님이 얼마나 섭섭하실꼬? 다 같이 폐하를 모셔왔는데 큰 형님은 황후가 되시었고, 우리는 부인이라... 호호호. 분명 섭섭하실 게야. 특히나 둘째 형님께서는 그 서열을 무척이나 따지는 분이 아니신가? 그리고, 태자마마의 어마님이고....
해설 왕건의 부인들, 훗날 기록에 보이는 숫자는 무려 스물 아홉에 달한다. 그 중 첫째 황후가 정주인 유천궁의 딸 유씨이다. 실록에는 그녀가 태조 16년에 후당나라의 명종이 왕후로 책봉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황제를 칭한 왕건이 어찌 그것에 따랐겠는가? 이미 황후로 봉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부인 오씨는 죽은 후에 시호를 장화황후라고 하였다 한다. 그것으로 보아 유씨가 살아 있을 때에는 황후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 부인 유씨도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충주인 유긍달의 딸이다. 역시 죽은 후에야 자식들에 의해 신명순성 왕태후라 불리웠다고 한다. 역시 황후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수인 우리는 서로가 형님 아우로 잘 살아 왔네. 허나, 궁궐에 들어와 보니 그 서열이 하늘과 땅으로 변해 버렸어. 자네가 내 처소를 함께 하는 이상은 그런 눈치를 잘 살펴서 가릴 줄 알아야 할 것이야. 귀동냥도 잘해야 할 것이고....알겠는가?
김상궁 예, 마마. 살펴 헤아리겠사옵니다.
수인 ................(야릇한 그 미소에서)
씬 대전 외경 복도
씬 동 대전 안
평복 차림의 왕건과 (황제의 건은 쓴다) 책사인 최응, 태평이 함께 해 있다.
태평 우선 긴급한 조치들은 폐하께오서 그 방침을 세우셨사옵니다. 하오나, 크게 대외적으로 볼 때 국가적인 방침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사옵니다.
왕건 (끄떡이고) 우리 삼국의 전장터를 말하는 것인가?
태평 그렇사옵니다. 외교와 전쟁을 어떻게 관리해갈 것인가를 정해야 하옵니다.
최응 문제는 뻔한 것이옵니다. 지난 날 폐주가 끊임없이 주장했던 북벌은 폐하께서도 결코 가벼이 하실 수 없는 국가적인 여망이옵니다.
왕건 나도 그리 생각하네. 그건 분명한 사실이야.
최응 허나, 그것은 이미 여러 가지로 많이 연구가 되어 있사옵니다.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역시 백제와 신라를 경계하고 있는 영토와 통일에 관한 문제일 것이옵니다. 그 대답은 분명하옵니다. 신라보다는 백제를 먼저 쳐서 제압해야 하옵니다.
왕건 (끄떡인다) 그건 그러하이. 신라는 천년을 버티어 온 나라이고, 또한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깊은 동정을 받고 있어.
최응 그러하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사안을 감안할 때 신라와는 화친정책을 펴면서, 서서히 고사 시켜 가는 길을 택하고 백제와는 힘의 대결로 나아가는 국가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사옵니다.
왕건 그렇게 하세.
태평 방침을 그리 정하신다면 제일 전선은 바로 상주가 될 것이옵니다. 그곳은 백제와의 접경 지역이면서 신라로 가는 지름길이옵니다.
최응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 때문에 견훤왕이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굳이 상주를 방어하려고 하였고 지금도 전혀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사옵니다.
왕건 하긴 그래. 나도 여러 전선에 수없이 다녀보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서라벌이야. 그 길이 필요해. 그걸 확보하자면 백제를 넘어야 하고 말이지.
태평 그렇사옵니다. 하옵고, 그보다도 폐하, 지금 또한 시급한 것은 신료들의 인심을 파악하는 것이옵니다. 일단 폐하의 등극식에 참여하느라 각 지방에서 올라온 장수들은 모두 전선으로 다시 복귀시키고 필요에 따른 배치를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끄떡인다).........
태평 그리고, 이 철원은 청주인들이 세운 황도이옵니다. 그들은 여러모로 볼 때 죽은 폐주를 동정하는 쪽일 것이옵니다. 임춘길이는 그 청주의 인심을 얻고 있사옵니다. 일찍 죄를 물으심이 가할 것이옵니다.
왕건 아니야. 지금은 모두의 힘을 모을 때일세. 이미 다 용서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태평 하오나, 폐하. 청주는 죽은 아지태와 폐주에게 누구보다도 충성을 해 온 지역이라 위험 수위가 매우 높사옵니다.
왕건 그럴수록 끌어안아야지. 임춘길이와 청주 이야기는 그만 하게. 아닌 말로 그를 벌주어 보게. 청주의 인심이 더욱 나빠지지 않겠는가?
태평 폐하께서 그러하시면 따르겠사옵니다만은.... 틀림없이 후환이 될 것이옵니다.
왕건 할 일이 많아. 때리기보다는 끌어안고 혼내기보다는 위로를 하면서 가는 길이 먼 장래로 보아 여러 가지로 이득이 클 것일세. 우리 그렇게 가기로 하세나.
태평 예, 폐하..........
왕건 그리고, 태평이?
태평 예, 폐하.
왕건 모든 것을 서둘러 치르느라 장수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네. 비록 국사가 바쁘기는 하지만 자네가 자리 한 번 만들게.
태평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씬 임춘길 집 외경
씬 동 집 사랑
임춘길이 도우와 부장1,2와 함께 해 있다.
임춘길 (찜찜하다) 오늘 폐하께서 지난날을 묻지 않으신다는 약조를 듣기는 들었습니다만은.... 왠지 불안하오이다.
도우 허허허, 당연하옵니다.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사옵니까?
임춘길 .............?
도우 장군께서는 지금의 황제를 수없이 죽이려고 하신 분이십니다.
임춘길 아, 그거야 내가 다 살자고 그런 것이지......
도우 어찌되었든 설사 황제가 용서를 하고 싶어도 그 주변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아직은 나라가 혼란하니까 그냥 묻어두는 척 하는 것이옵니다.
임춘길 하긴 그래요. 생각해보면, 내가 심하게 한 것이 한 둘이 아니란 말씀이오.
도우 그렇다고 겁을 내실 것은 없사옵니다. 장군께서는 청주출신이시옵니다. 지금 청주가 어찌 되었사옵니까? 청주인들은 어느 지역보다도 피해의식이 아주 강한 곳이옵니다. 신라, 고구려, 백제가 돌아가면서 괴롭힌 곳이 청주이옵니다. 피땀 흘려 세운 이 황도 역시 그렇사옵니다. 이곳을 누가 세웠사옵니까? 청주인들이 노예처럼 끌려와 건설을 했사옵니다. 이제 가까스로 자리가 잡히는 가 했는데 왕건이라는 사람이 다시 가져가 버렸사옵니다. 패서인 왕건이 말이옵니다. 그것도 반역으로 말이올습니다.
임춘길 (놀라며) 허허, 대사..? 거 무슨 말씀이오? 반역이라니?
도우 소승이 듣기로 아주 많은 여러 지역들에서 등극식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고 하옵니다. 그건 즉 불만을 뜻하는 것이옵니다. 청주는 그 중 불만이 아주 강한 지역이옵니다.
임춘길 .............?
도우 어떻게 하든 이 기회에 청주에 있는 호족들을 충돌질해서 군사를 움직이게 해야 하옵니다.
임춘길 군사라니요?
도우 청주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시위하는 것이지요. 장군께서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황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실 수가 있는 것이옵니다.
임춘길 역시 대사의 안목이 정확한 것 같소이다. 부장들은 듣게.
두부장 예, 장군.
임춘길 자네들도 들었겠지만, 우리의 목숨이 바람 앞에 등불이다. 청주에 좀 다녀와야겠다. 내 글을 써 줄터이니 청주 호족 선장에게 가거라.
두부장 예, 장군.
임춘길 맞아, 서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임춘길은 끄떡인다. 그리고, 부장들을 본다. 그 눈빛에서.......
씬 황궁 내군 전각
씬 동 내군 전각 안
복지겸이 장일, 장수장, 신방 및 부장1,2와 함께 해 있다.
복지겸 그대들은 내군장군이 된 이 사람과 한동안 운명을 같이해야 하네. (사이) 사실 지난 날 폐주가 그토록 오래 망령이 들었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내군의 힘이었네. 알겠는가?
그들 예, 장군.
복지겸 내군의 임무는 겉으로는 황궁을 경계하고 폐하를 보좌하는 것이지만, 한 발 나아가 국내외의 첩보와 백성과 벼슬아치들의 동향을 쉼 없이 감지하는 것일세. 이보게, 장부장?
장일 예, 장군.
복지겸 장부장은 그 동안 내군의 경험이 많네 그려. 십분 잘 그 경험을 살려야 할 것이야.
장일 예, 장군.
복지겸 그리고, 이보게, 장수장. 그대는 폐하의 잠저(사가)에서 호위와 경계를 맡았던 사람일세. 비록 나이가 지긋하다 하나, 문제는 충성일세. 그 목숨을 여기서 다하도록 하게.
장수장 예, 장군.
복지겸 그리고 신방부장도 마찬가지야. 의형대에서 내군으로 온 것은 조정 관리들에 관한 안목이 넓기 때문에 부른 것이야. 쉼 없이 잘 감찰하도록 하게.
신방 예, 장군.
복지겸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눈앞에 있네. 폐하께 용서를 받았지만, 아직도 의심이 가는 자들이 있고, 또 혁명을 함께 했지만 불만이 많은 자들이 있어. 어디 그 뿐인가? 지방 곳곳에서는 폐하의 혁명을 원망하고 불평하는 호족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야. 이미 폐하께서 혁명의 취지를 알리시고자 많은 전권대신들을 보냈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가 않아. 이 모든 것에 관한 첩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일세. 알겠는가 들?
그들 예, 장군.
씬 환선길 집 외경
씬 동 집 사랑
환선길이 이흔암과 동생 향식, 그리고 그의 처와 함께 있다. 모두들 불만스러운 표정들이다.
이흔암 아니, 매부? 이게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나야 잠시 부장들에게 맡겨 두고 황도로 오라고 해서 군령을 따라 왔습니다만.
환선길 ...........
이흔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이옵니까? 물론, 정변이 일어나서 황제가 죽었고 왕건대장군이 새 황제가 된 것은 알겠습니다만은.....
향식 형님께서도 참가한 혁명이옵니다. 문제는 죽음을 무릅쓰고 정변에 참가를 했으면 보상이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헌데, 아무 것도 없사옵니다.
이흔암 왜 없나, 없기는....그래도 사돈이 이번에 내군으로 들어갔다면서? 황궁의 내군에 소속이 되었다면 괜찮은 것이야.
향식 내군의 군사가 천 여명이 넘사옵니다. 그 중에 일부 말단 군사를 지휘하는 것뿐이옵니다. 그나마 형님의 공이라고는 합니다만은.... 이건 너무 하옵니다.
환선길 허허, 혁명을 주도한 기장들이 아무도 상을 받은 사람이 없어. 뭘 그리 불만이 많은가?
환선길처 참,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옵니까? 아닌 말로 장군께서 아니 도와주셨으면 그 혁명이 성공이나 했겠사옵니까? 황제라니요? 아니, 왕건장군이 어떻게 황제가 될 수 있습니까?
이흔암 아니, 누님?
환선길처 아, 왜 그러는가, 아우? 내가 못할 말하였는가?
환선길 그만 하지 못하겠소? 이런....
환선길처 사람들이라는 것이 서로가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지요.
이흔암 그건 그렇사옵니다. 허지만, 너무 성급해하지 마십시요, 누님. 이제 황제가 막 등극을 했습니다. 곧 뭐가 있겠지요.
환선길 아, 술이나 더 내오시구료. 허면, 처남은 곧 상주로 다시 돌아가겠구먼.
이흔암 예. 벌써 영을 받았사옵니다. 새로운 조정과 황제를 보았으니, 앞으로 충성을 다하라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매부께서 혁명 공신이 되실 것인데, 출세 길도 이제 보장이 된 것이겠고...허허허. 아, 누님, 술 좀 더 주십시요.
환선길처 에이구, 이런, 쯧쯧쯧.... 사내들이 이렇게 욕심들이 없어 가지고는...
환선길 아, 술이나 달라니까 그러네. 이런 쯧쯧쯧....
이흔암 헤헤헤, 누님, 기왕이면 내가 상주에서 가지고 온 그 머루주 좀 내오시우. 그 술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백제왕 견훤의 아버지가 바로 거기 상주에 있는데 다른 술은 안 마시고 그 술만 마십니다. 술 맛 정말 좋지요. 어서, 그 술 좀 내주시오, 누님.
웃고 있는 이흔암의 표정에서....
씬 상주 사벌주 성 외경
아자개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씬 동 성 안
아자개가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약사발을 보고 있다. 계속 신음을 토한다. 대주와 계모가 보고 있다.
계모 나으리, 좀 들어보세요. 의원이 올려온 약이랍니다.
대주 ................
아자개 (과장된 엄살) 아이고, 아이고.... 이거 어떻게 됐길래, 쉼 없이 속이 아프단 말인가? 아, 약을 한 두 번 먹었나?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지 않는가?
계모 아, 그래도 들어보시오소서, 나으리.
아자개 아무래도 이제 갈 때가 된 모양이구료. 하긴 나이로 보아도 그럴 때가 되긴 되었지.
계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날 보고 벌써 과부가 되란 말씀입니까? 아이고... 그런 말씀 마시고, 약 좀 들어보세요.
대주 그래도, 용하다는 의원이 올려온 약이옵니다. 계속 들어보셔야 결과를 알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아자개 아니다. 벌써 이런 지가 한 달이 넘었다. 용하긴 뭐가 용해? 다 돌팔이 의원들인 모양이다. 아이고, 전혀 차도가 없어... 처음에는 그저 속이 매스껍다 했지.... 아이고, 이렇게 오래 갈 줄 누가 알았느냐? 이것 봐라. 여기 이 배 좀 만져봐. 뭐가 잡히지 않느냐? 잡혀요. 뭐가 잡혀요. 아, 부인 좀 만져보시구료.
계모 (만져본다) 글쎄요. 정말 뭐가 있는 것도 같고.... (이리 저리 만지며) 여기옵니까? 여기옵니까?
아자개 아이고, 아이고, 그만 그만.... 이상허이. 뱃속에 이상한 돌덩이 하나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아이고... 이게 다 박술희가 가고 난 뒤에 생긴 것이야. 그래도, 박술희가 유일한 동무였는데....
대주 ................
아자개 아이고, 아이고..... 대체 의원은 뭐라고 합디까?
계모 글쎄, 병명이 뭐라고 하더라?... 육종이라던가....? 그리고, 또 다른 말로 무명종독이라고도 한 것 같은데....
아자개 아, 그렇게 어렵게 말하지 말고, 도대체 뭐라는 거요?
계모 그걸 제가 어찌 아옵니까?
아자개 아이고, 이런 순 돌팔이들 같으니라고. 아이고, 아이고.....
계모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나으리? 아이고, 이걸 어쩌나....?
그때, 용개와 보개가 급히 들어온다.
용개 아버님, 아버님..?
아자개 왜 이렇게 또 들 호들갑이냐?
용개 태봉국에 이변이 생겼다 하옵니다.
아자개 이변...? (아픔을 참으며) 무슨 이변?
용개 변란이 일어나 전 황제가 죽고 왕건장군이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하옵니다.
모두들 ..............?
대주 그게 무슨 말입니까? 태봉국에 정변이요?
용개 그렇다는 구나. 그 왕건이라는 사람이 황제가 되었다는 것이야.
아자개 황제..황제? 왕건장군이 황제.....?
그들의 그런 표정에서....
씬 백제 전주 황궁 외경
견훤 (E) 뭐라고?
씬 동 대전
견훤이 장계를 보며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최승우와 능환을 보고 있다.
견훤 뭐가 어쩌고 어째? 태봉국에 정변이? 왕건이가 황제가 돼?
최승우 예, 폐하.
견훤 (사이) 결국.... 결국 그렇게 되었구먼. 내 예상은 했었어. 그 궁예왕이 너무 많은 무리수를 두었단 말이야.
능환 폐하, 이것은 우리 백제국 사정으로 보아 결코 좋은 일은 아니옵니다. 왕건이 누구이옵니까?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 온 그 장본인이옵니다. 그가 새 황제가 되었사옵니다.
견훤 맞아, 맞아. 이보게, 파진찬?
최승우 예, 폐하.
견훤 뭔가 이게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닌가? 혹을 떼려다가 붙인 격이야. 우리는 그 동안 태봉국이 붕괴되기를 바래왔어. 헌데, 황제가 왕건이라면 이야기가 다른 게 아닌가?
최승우 그런 것 같사옵니다.
견훤 (계속 장계를 살핀다) 그러니까, 군부의 장수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인데.. (계속 보다가) 뭐라? 모든 제도를 신라의 것으로
고친다?
능환 그 말은 결국 우리를 주 적으로 삼는다는 뜻이옵니다. 삼국이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중에서 신라보다는 우리를 더 큰 적으로 본다는 뜻이옵지요.
최승우 일리가 있사옵니다. 삼한의 인심이 아직까지는 우리 백제보다는 신라에 동정을 보이고 있사옵니다.
견훤 (끄떡인다) 그럴 듯 해. 허지만 말이야. 이건 또 뭔가? 불교의 최고 고승들이라는 사무외대사가 왕건이의 즉위식에 모두 참석을
했다?
최승우 그 점이야말로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옵니다. 삼한의 모든 백성들이 불교를 신봉하고 있사옵니다. 그들을 이끄는 고승들이 왕건의 즉위식에 갔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것이지요.
견훤 머리를 쓰는 구먼. 아주 치밀하게 머리를 쓰고 있어. 우리를 적으로 삼고 신라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종교와 신앙을 이용하여 백성들의 인심을 모은다?
최승우 그렇사옵니다. 시급히 그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사옵니다.
능환 황제가 바뀐 이상 나라의 정책도 바뀔 것이옵니다. 고려와 우리 사이의 전선이 또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옵니다.
견훤 그렇겠지. 분명 그럴 게야. 허면.... 왕건이는 우리 어디를 노릴꼬?
최승우 저들은 분명 지금의 상주 전선을 강화하고 신라로 가는 길목을 열려고 할 것이옵니다.
견훤 그 일이라면 우리 장수들이 그 방안을 오래 연구해 왔지 않는가?
능환 물론 그렇사옵니다. 최대의 애로사항은 여전히 사벌주 성을 막고 계시는 아자개님이시옵니다. 이제는 폐하의 결심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실 수가 있사옵니다.
견훤 결심이라..? 상주라...? 허허, 이거 참... 하긴 그래. 이십년이야. 이십년이 넘게 저 상주에 발목이 붙들려 있어. 허나, 지금도 분명한 것은 자식이 그 아비를 칠 수는 없다는 것이야. 아무리 상주가 중요해도 말이야.
두사람 ................
견훤 생각 같아서는 나는 당장이라도 치고 싶어. 저 상주를 말이야. 아버님 때문에 수많은 주변의 전략적 요충지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 아이고, 가슴이야. 왕건이는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아. 그런 왕건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그게 문제가 아니겠는가 말이야. 왕건이라..? 왕건이 황제가 되었다? 예삿일이 아니야. 이건 결코 예삿일이 아니야.
그런 견훤의 표정에서....
씬 철원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앞마당
여전히 장수장이 내군들과 경계를 서고 있다.
씬 동 대전 안
최응과 왕건이 서류를 보며 마주하고 있다.
왕건 보아도 보아도 해야 할 일이 끝이 없네 그려. 허허허.
최응 그렇사옵니다. 이제 어지간한 것들은 신료들에게 맡기시고 폐하께서 하실 일들을 먼저 처결하시오소서. 먼저 이번 혁명에 참여한 공신들을 위로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끄떡인다) 그 일은 내가 태평낭중에게 일러놓았네. 내 아우들과 혁명을 이끈 장수들을 좀 만나자 하였네. 곧 올 것이야.
최응 잘하셨사옵니다. 또 있사옵니다. 반란의 여지가 있거나 의심스러운 인물들은 과감하게 솎아 내고 가려내어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내 분명 말하였네. 강한 것보다는 온화함이 훗날 더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닐세.
최응 예, 폐하. 하옵고 아직도 이 나라 곳곳에는 죽은 폐주의 신봉자들이 많사옵니다. 그들의 충성을 받아내는 것이 시급하옵니다.
왕건 실은 그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네 그려. 그래서, 즉위하면서부터 전권대신들을 전국으로 보낸 것이야. 어떻게들 될지 마음이 놓이지를 않아.
최응 그렇사옵니다. 한 번 잘못 일어나기 시작하면 겉잡지 못할 것이옵니다. 여러 가지 경우를 대비하여 대안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옳은 말이야. 허지만, 역시 유화책이 필요해. 내가 황제라고 힘을 주게 되면 저들은 곧 돌아서 버릴 것이야.
최응 그 일들 못지 않게 또 중요한 것은 오랜 전란으로 하여 이 나라의 문물과 산업이 많이 황폐화되었다는 것이옵니다. 당나라에 건너가 있는 수많은 우리 동족들을 다시 부르시어, 그 산업을 부흥시켜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과연, 최응일세. 자네는 성인이라 부를만 하이. 언제 그렇게 조목조목 다 보아두었단 말인가? 내 그렇게 함세. 암, 그렇게 하고 말고.
해설 그랬다. 어쨌든 왕건은 힘으로써 정권을 잡았다. 당연히 그에 반발하는 세력들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왕건은 그래서 즉위와 동시에 전국 사방으로 수많은 전권대신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끊임없이 백성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대 사면령을 내리고 무려 일 천명이나 되는 노비들을 호족들에게서 구해내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다. 그리고, 또한 이때부터 왕건은 지난 날 자신의 가업이었던 외국과의 무역 경험을 크게 살려 당나라 각지에 흩어져 있었던 많은 재당신라인들을 환국하게 하면서 산업을 부흥시킨다. 왕건의 치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끄떡이며 이야기를 계속하는 왕건의 표정에서...
씬 동 황궁 유씨 황후전
두 유씨와 오씨, 태자가 함께 해 있다. 모두 차를 마시고 있다.
유씨 이렇게 모여서 정답게 차를 마시니 참으로 훈훈하네 그려.
두사람 예, 마마.
유씨 우리는 처음부터 아주 화목하게 살아 왔네. 앞으로도 그렇게 사세나. 우리는 모두 한결같이 그저 폐하를 내조하는 사람들일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어려우신 폐하를 잘 도와드려야 할 것일세. 특히나 (오씨에게) 자네는 나주에서도 폐하를 아주 열심히 모신 사람일세. 태자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렇게 폐하를 살펴드려야 할 것이야.
오씨 예, 황후마마.
유씨 그리고, 충주부인도 마찬가지야. 자네도 궁안에 어른이야. 아랫것들 잘 다스리고 본을 보이도록 하게.
수인 예, 마마.
유씨 (무를 보며) 호호호, 참 의젓하기도 하지. 무야?
태자 예, 황후마마.
유씨 나는 너의 큰어미니라. 큰어미라 불러보거라.
태자 예, 큰 어마님.
유씨 그래, 그래. 참 기특도 하지. 어쩌면 이리 의젓한고? 호호호...
오씨 그리, 귀여워 해주시니 참으로 고맙사옵니다, 황후마마.
유씨 이런 사람하고는... 내가 큰어미가 아닌가? 이보게, 충주부인?
수인 예, 마마.
유씨 자네도 어서 떡두꺼비같은 사내아기님 하나 낳아보게. 얼마나 폐하께서 기뻐하시겠는가? 호호호....
두사람 .............(묘한 시선이 교차한다)
유씨 지금 대전에는 폐하의 의제분들과 장수들이 와 있다네. 어주상을 제대로 보았는가 모를 일이야. 아직도 경황들이 없어 놔서....
씬 동 대전(밤)
왕건과 더불어 유금필, 능산, 박술희 태평, 최응, 왕식렴, 복지겸, 배현경, 홍유들이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다.
왕건 어쨌든 숨가쁜 며칠이 지나버렸소이다. 이나마 자리가 잡혀가고 있는 것은 모두 다 여기 있는 장군들의 덕이오.
모두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이제 고려 제국이 새롭게 문을 열었으나, 아직도 부족하고 불안하고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소이다.
유금필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폐하. 폐하의 등극식은 만백성이 환호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치루어졌사옵고 수많은 호족과 대소신료들이 감축해 올렸사옵니다.
배현경 그렇사옵니다. 이미 폐하의 존성대명은 삼한을 울리고 계시옵니다.
홍유 신들이 아무 곳에나 목숨을 쉽게 걸겠사옵니까? 폐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군주이시옵니다.
능산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제부터 마음을 편히 하시고, 넉넉히 하시어 오로지 정무에만 전념하시오소서. 어렵고 궂은 일들은 신들이 죽기를 다하여 보필해 올리겠사옵니다.
복지겸 폐하, 이 얼마나 든든한 폐하의 신료들이옵니까? 다시 한 번 감축드리옵니다.
모두들 감축드리옵니다.
왕건 자, 오늘 한 잔 마셔보십시다. 참으로 피가 마르는 며칠이었어요. 여기 있는 경들의 공은 대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곧 있을 공신책봉에서도 논의가 될 것이오. 다시 한 번 경들에게 고마움을 표하오. 우리 영원히 의를 변치 말고 함께 들 사십시다.
모두들 황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왕건 마십시다.
이들 술을 마신다.
왕건 물론 문무대소신료들을 모두 모아 연회를 염이 마땅하나 오늘 모인 사람들은 피로써 의를 맹세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기탄 없이 술 한 잔 하면서 잠시 노고를 풀어 보십시다.
복지겸 좋은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오나, 소장이 내군을 맡아 있고 보니, 여러 가지로 걱정거리가 많사옵니다.
왕건 그럴테지요. 말해 보시구료.
복지겸 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안으로는 임춘길장군이 걱정이고, 밖으로는 명주의 김순식 장군이 가장 염려이옵니다.
왕건 임춘길과 김순식이라..? 허허, 그거 참... 짐이 임장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김순식 장군은 또 모르지요. 과거에 폐주와 너무도 각별한 사이였으니까 말이오.
배현경 김순식 장군의 부친이 바로 허월대사가 아니신가?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소이까?
왕식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사옵니다. 명주의 김순식은 독불장군으로도 유명한 사람이옵니다. 이번 등극식에도 기별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경계를 해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홍유 그럴 수도 있사옵니다. 많은 호족들 중에서 그 김순식이는 과거 폐주에게 나라를 만들어 준 장본인이옵니다.
복지겸 그 김순식이와 임춘길이 말고도 또 걱정되는 인물이 있사옵니다.
왕건 말해보시오.
복지겸 비록 마군장군 환선길이 혁명에 동참은 하였사오나, 오래 전부터 폐주를 깊이 따르던 사이였사옵니다. 조심하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옵니다.
왕건 허허, 그래서 환장군이 모습을 아니 보이는 구먼. 자꾸만 사람을 의심하면 끝이 없어요. 그 이야기는 접어두도록 하십시다.
모두들 ................
최응 하옵고, 폐하. 일찍이 말씀 올린 바와 같이 상주는 앞으로 우리 고려로써는 가장 큰 전장터가 될 것이옵니다. 그곳에 장수를 바꾸시어 박술희 장군으로 하여금 맡게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
왕건 이미 이흔암 장군이 맡고 있지 않는가?
태평 이흔암 장군은 지략이 모자라 자칫 계교로써 이길 수 있는 것을 힘으로 대신하려는 경향이 있사옵니다. 지금의 상주는 힘보다는 계략이 필요한 곳이옵니다.
왕건 허허허허. 알겠네 그려. 하면, 박술희 장군이 필요하지. 그럴 게야. 그건 그리 하세. 그러고보니, 내가 상부로 뫼시던 백제국 견훤왕의 아버지가 생각이 나는 구먼. 참 재미있는 노인장이었지.
태평 그러하옵니다. 그곳에서 아마도 박술희 장군이 하실 일이 좀 있으실 것 같사옵니다.
왕건 (끄떡이며) 옳은 말이야. 술희 아우라면 틀림없이 거기서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어.
박술희 소제를 그리 추켜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폐하. 하하하..
왕건 자, 드십시다. 오늘 좀 마셔보십시다.
모두들 대답하며 마신다. 간혹 웃음소리들도 들린다.
복지겸 폐하, 신이 취하기 전에 꼭 한 말씀 더 올리고 싶사옵니다. 아직 천하의 인심이 모두 폐하께 돌아온 것은 아니옵니다.
모두들 ...............(취기가 가시는 듯 표정들이 굳어진다)
복지겸 방심은 금물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전국으로 폐하의 친서를 전권대신들을 통해 보내셨사옵니다. 그것은 즉 폐하께서 몸을 굽히시고 저들에게 잘해보자고 손을 내미신 것과 같사옵니다.
배현경 허허, 이보시오, 복장군.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게요? 몸을 굽히시다니요?
복지겸 사실이옵니다. 물론 그러한 전략은 필요하옵니다. 그러나, 불순한 무리들이 이를 이용하여 폐하의 위엄에 찬물을 끼얹고 비웃을까 걱정이 되옵니다. 그 때문이라도 필요할 때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셔야 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임춘길이의 죄를 물으시오소서. 환선길이를 변방으로 유배하고, 청주에 파견군을 보내 반란을 미리 제어하시오소서. 김순식이도 마찬가지이옵니다. 폐하의 군대를 보내시어, 위엄을 크게 내 보이시오소서, 폐하.
태평, 최응 ............... (동감 같은 시선으로 끄떡이며 본다)
능산 폐하, 신 또한 내군장군의 주장에 공감하옵니다. 살펴헤아리시오소서.
유금필 신도 그러하옵니다, 폐하. 비록 환선길 장군이 거사에 동참하였다고는 하나 아무런 공이 없사옵니다. 애써 우리가 끼워 준 것뿐이옵니다. 그 자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폐주에 대한 충성이 있을 것이옵니다.
왕건 참으로 딱 들 하이. 강함 보다 더 큰 힘은 유함이라고 하였어. 낙숫물은 바위에 구멍을 뚫을 수 있지만 쇳덩이로는 한계가 있어. 참고 또 참으면 그것이 바로 만사를 이기는 지름길이야. 경들은 이러한 내 뜻을 알아주시구료.
모두들 ...........
왕건 또한, 이미 많은 전권대신들이 내 친서를 가지고 각 지방에 가 있어요. 아직 그 결과가 오지도 않았어.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매사를 정리해 나가십시다. 부탁이오. 이것은 황제로써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경들에게 부탁하는 것이오.
모두들 (그제서야) 망극하옵니다, 폐하.
씬 임춘길의 집 사랑
임춘길이가 부장이 가져 온 서류를 읽고 나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것을 탁자에 놓으며 끝내 웃음을 터트린다.
임춘길 하하하, 그랬었구먼. 그랬었어.
도우 좋은 소식이 있사옵니까?
임춘길 참으로 대사께서는 신통도 하십니다. 우리 청주가 돌아가는 일을 꿰고 계신다 말입니다.
도우 대체 무슨 일이시옵니까?
임춘길 청주에는 선장이라는 호족이 있어서, 상당한 군사를 거느리고 그 일대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한때는 폐주 궁예황제에게 충성을 다했던 인물이지요. 지금 그 자가 노발대발하고 있습니다.
도우 그렇사옵니까?
임춘길 그렇소이다, 대사. 청주인들이 세운 철원의 황도를 왕건역적이 빼앗았으니 기필코 이를 되찾겠다고 쓰여 있소이다. 그리고, 철원 가까이에 군사를 몰아올테니 날보고 내응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도우 그것 보시오소서. 청주는 역시 장군을 보고 계십니다. 아주 볼만하게 되어 가는 것 같사옵니다. 기회를 보시오소서, 장군. 잘하면 장군께서도 황제자리를 보실지 누가 알겠사옵니까?
임춘길 어흠, 흠...뭐 그렇게까지야 아니지만 목숨은 구해야하지 않겠소이까? (서찰 보며) 군사라....군사를 일으킬 것이다...? 허허허허....
씬 환선길의 집 외경
씬 동 집 사랑
환선길이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처와 동생 향식이 함께 있다.
향식 형님, 지금 장수들이 모두 대전에 몰려가 있다 하옵니다.
환선길 나도 조금 전에 들었네.
향식 다같이 혁명을 주도한 장군들이온데, 왜 형님만은 거기서 빠지는 것이옵니까?
환선길 (역정내며) 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걸 뭘 그리 따지나? 저들은 일찍부터 폐하와 서로 아우 형제 했던 사이들이야.
향식 이미 형님께서는 오래전부터 폐주와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셨사옵니다. 저들이 형님을 벌써부터 돌려놓는 것이 아니옵니까?
환선길 ............(대답 못하고)
향식 분명 그러하옵니다. 차라리 다른 생각을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환선길처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련님?
향식 조정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아, 그러니까 그토록 폐하를 죽이려고 했던 임춘길이도 살려 놓는 것이지요. 바로 청주가 무서워서 말입니다.
환선길처 그건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앞날이 불안하지 않습니까, 장군?
환선길 ...........
향식 얼마나 불안하면 수많은 전권대신들을 전국으로 보냈겠사옵니까? 모르긴 몰라도 황제는 몹시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옵니다.
환선길 그건 그럴 수도 있겠지. 이까짓 황도는 아무 것도 아니야. 고려의 땅이 얼마나 넓은가? 호족들은 또 얼마나 많고? 그렇기는 할 게야. 그 중에서도 명주성의 김순식이가 최대의 관심일 것이야.
향식 김순식 장군 말이옵니까?
환선길 맞아. 죽은 폐주에게 가장 먼저 충성을 맹세하고 그 넓은 명주 땅과 성을 통 채로 내어준 사람이야. 이번 일을 알게 되면 어찌 나올지? 그게 제일 관심거리일 것이야.
씬 명주성 외경(낮)
김순식 (E) 뭐라? 지금 뭐라고 하였는가?
씬 동 성 안
김순식이 조서를 보다가 전권대신을 보며 말한다. 주변에 명주성의 장수들이 기라성처럼 늘어서 있다.
김순식 왕건이가 황제가 되었다?
전권대신 예, 장군. 새로운 황제가 되셨사옵니다. 그 조서에 다 쓰여 있사옵니다.
김순식 이 놈아, 보았느니라. (조서를 내팽개치며) 이것은 반역이 아니냐? 어찌 신하가 되어 자신이 모시던 황제를 죽이고 옥좌를 찬탈할 수 있단 말이냐? 이것이야말로 역적이다.
모두들 .................
김순식 여봐라,
장수들 예.......
김순식 가소로운 놈이로다. 왕건이 놈이 황제라니? 하늘이 웃을 일이다. 내게는 돌아가신 폐하만이 유일한 주인이시다. 이 놈을 데려다가 목을 베어라.
전권대신 (급하다) 자...장군.... 소인이 무슨 죄가 있사옵니까? 살려주시오소서. 살려주시오소서, 장군.
김순식 뭣들 하는가? 어서 이 놈을 데려다 목을 베어라.
장수들이 대답하며 전권대신을 끌고 나간다. 그는 끌려가며 목숨을 애원하지만 이윽고 멀어지고, 김순식이 주먹을 불끈 쥔다.
김순식 용서할 수 없다. 왕건이 황제라니..? 제가 어찌 황제가 될 수 있단 말이냐? 부장들은 들어라.
부장들 예, 장군.
김순식 전권대신으로 온 그 자의 목을 황도로 보내고, 모두들 영을 대기하라. 저 못된 역적 놈을 응징해야겠다. 모두 군을 정비하라.
그렇게 호통을 치는 김순식의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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