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 등반2/160년 전 돌로미테에서 생겨난 비아 페라타
‘쇠로 만든 길’ 끝에 무엇이 있을까 글·사진 이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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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벽이 아예 끊어진 곳에는 나무다리가 있는 곳이 많다. 오래된 시설물은 이탈리아산악회에서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
비아 페라타는 이탈리아어로 ‘쇠로 만든 길’이라는 뜻이다.
말뜻처럼 가파른 암벽에 굵은 와이어를 볼트나 하켄으로 고정시키고 그 길을 따라 확보줄 두 개에 연결된 카라비너를 번갈아 끼우며 등반하는 기술인데, 북한산 백운대 오르는 길을 연상하면 쉽다.
언뜻, 암벽등반도 아니고 하이킹도 아닌 이 등반을 이해하려면 먼저 돌로미테 지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비아 페라타가 처음 시도된 것은 1843년이었다.
카라비너나 하켄이 개발되기 이전이었는데, 단순히 암각에 쇠줄을 고정시키고 잡고 오르는 형태의 등반이었다.
당시 오스트리아령이었던 티롤지역 호버 다슈타인(2996m) 산에 비아 페라타 코스가 뚫린 이후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1903년 돌로미테 지역 마르몰라다와 1912년 메줄레에도 코스가 생겼다.
이 시기를 비아 페라타의 1기로 보는데, 봉우리마다 비아 페라타 루트를 건설한 주목적은 군사용이었다.
빙하에 의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독특한 절벽을 형성한 돌로미테 지역은 협곡사이로 난 고갯길이나 계곡길이 아니고서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통로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런 길을 이용해 물자를 수송하며 오갔기 때문에 고갯마루는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고개를 지키기 위해서는 암벽지대를 쉽게 오갈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고, 알피니즘의 초기인 19세기 중반, 사람들은 비아 페라타를 생각해낸다.
전문 등반을 배우지 않더라도 빠르고 안전하게 많은 인원이 산악지역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악전쟁에서 대중 산악활동으로 자리잡아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벌어진 1차 세계대전에서 돌로미테 지역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격전지였다.
이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를 두고 이 지역사람들은 ‘산악전쟁’이라고 부르는데, 험한 지형 탓에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한 산악부대가 따로 편성되어 수많은 전투를 치른다.
산악전쟁을 통해 비아 페라타의 효율성이 증명되는데, 이후 1933년 브렌타, 1938년 치베타 등 기존에 시도되지 않던 험한 산에도 군사목적의 비아 페라타 코스가 생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들어서는 종전까지 군사목적이었던 비아 페라타를 산악인들이 나서서 보다 어렵고 힘든 개척을 시도해 대부분의 돌로미테 지역에 코스를 만든다.
그때까지 돌로미테 지역에 한정돼있던 비아 페라타를 프랑스, 스위스 등 다른 알프스 지역까지 확대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1980년대 들어서 비아 페라타는 서유럽 지역에서 본격적인 산악레저 활동의 하나로 자리 잡는다.
이 시기 들어서 등산장비 업체에서 비아 페라타용 장비를 대량생산하고, 국제산악연맹(UIAA) 안전위원회에서는 비아 페라타 장비에 대해 UIAA 마크 인증을 하게 된다.
현재는 이탈리아 지역에만 7천여 개에 이르는 비아 페라타 코스가 있으며, 각 코스에 대한 난이도를 쉬운 1급부터 어려운 5급까지 구분해놓고 있다.
쉬운 곳은 한 시간 이내에 둘러볼 수 있지만 어려운 곳은 1000m 가까운 오버행을 이루고 있어 하루 나절이 걸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
돌로미테 산군 어디에서도 비아 페라타 장비를 착용하고 암벽을 찾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처럼 비아 페라타가 이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돌로미테의 지형적 특성에서 생겨난 자연스런 등반행위라는 것도 있지만, 걷기만 하는 하이킹보다 짜릿하고 보다 색다른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초보자도 쉽고 안전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비아 페라타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안전벨트, 헬멧과 함께 비아 페라타용으로 제작된 특수한 확보줄과 카라비너가 있어야한다.
각 등산장비 업체에서 비아 페라타 전용 확보줄이 생산되고 있는데, V자나 Y자형으로 중간에 충격흡수장치가 달린 것이다.
UIAA에서는 카라비너에 대해서도 비아 페라타 전용은 일반적인 테스트에 모서리 충격 테스트(Strength over an edge) 등을 더해 ‘K(Klettersteig)’ 마크를 새기도록 하고 있다.
비아 페라타 코스 중 돌로미테 지역에서 산악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던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주변을 가보았다.
가이드북에 미주리나 지역으로 나온 곳은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를 중심으로 하는 산군이다.
산 아래 미주리나 호수가 아름다운 이곳에는 1급에서 3급에 이르는 비아 페라타 코스가 8개 있다.
젝스턴 돌로미테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이 지역에는 오론조 산장, 안토르노 산장, 보시 산장, 라바레도 산장, 센지아 산장, 로카텔리 산장 등 6개의 산장이 있다.
비아 페라타 코스는 모두 각 산장을 기점으로 나 있는데, 알피니즘의 초기부터 산악 활동의 중심이 되어왔던 이곳은 많은 명 등반가를 배출했다.
그 중 이너코플러 집안을 빼놓을 수 없다.
1869년 치마 그란데 디 라바레도를 남벽으로 초등정한 프란츠 이너코플러(1834~1898)와 로카텔리 산장을 세운 제프 이너코플러(1865~1915)가 그들이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제프 이너코플러는 어릴 적부터 산악인이 많았던 집안 내력을 이어받아 25살 되던 해인 1890년 국가가 인정하는 산악가이드 자격을 따게 된다.
당시 산악가이드 자격은 한 해에 5명 정도만 받을 수 있는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고 한다.
1903년 트레 치마 디 라바레도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로카텔리 산장을 세운 그는 그곳을 산악인들의 사랑방으로 키워나가지만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예비군을 자원해 참전한다.
제프 이너코플러는 당시 최고 산악인들로 구성된 이탈리아 산악부대에 맞서 절벽에 매달려 정찰하는 등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고 비아페라타 코스를 신설해 승전을 거듭하지만 1915년 전투에서 절벽을 오르다 이탈리아군이 던진 낙석을 맞고 전사했다.
그의 죽음 뒤 더 이상의 산악전쟁이 무모하다고 여긴 오스트리아는 산악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돌로미테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이기에 전장에서 그의 활약은 승자에 의해 전범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을 것인데, 아직까지 로카텔리 산장 앞에는 제프 이너코플러를 기리는 추모비와 흉상이 조각되어있고 산장과 기념품점에서도 그의 사진이 인쇄된 엽서를 팔고 있다.
아마도, 그들이 간직하는 산의 정서란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한, 진정한 영웅에 대한 찬사일 것이다.
오론조 산장에서 라바레도 산장까지는 자동차도 다닐만한 평탄한 길이다.
라바레도 산장과 로카텔리 산장에는 이 도로를 따라 4륜 오토바이를 이용해 물자를 나른다.
라바레도 산장에서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언덕을 따라 오르면 크로다 파사 포르토(2719m)에서 이어지는 비아 페라타 루트가 시작된다.
고갯마루에서 오른쪽으로 커다란 동굴이 뚫려있는 것이 보이는데, 전쟁 때 참호로 사용되던 것이다.
첫 번째 동굴을 빠져나와 굵은 와이어가 설치된 테라스에서 장비를 착용해야한다.
아침부터 스산하던 날씨는 동굴에 다가설 즈음 거센 비바람을 뿌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동굴 안으로 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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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여년 전부터 돌로미테 지역에서 군사목적으로 생겨난 비아 페라타는 현재 서유럽 지역에서 많은 등산인들이 즐기는 대중 산악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
성채처럼 솟은 파테르노 연봉
돌로미테의 날씨는 30분 간격으로 변한다.
화창한 하늘에 일광욕을 하려고 자리를 펴다보면 어느새 빗방울이 날리기 일쑤다.
이럴 때 군사용으로 사용하던 동굴 참호는 훌륭한 대피소가 된다.
하지만 각 동굴마다 ‘용변을 보지 말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어 조심스레 들어가야 했다.
아직 응달진 사면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있었다.
눈이 쓸려 내린 곳에는 간간히 와이어가 파묻혀 길이 끊어진 곳도 있었다.
비아 페라타는 와이어가 나있는 대로 붙잡고 가면 되지만 길이 끊어진 곳을 대비해 보조로프 한 동과 여분의 슬링을 챙겨가는 것이 안전하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에 동굴에 숨었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두 시간여를 가니 파테르노(2744m) 정상 바로 아래였다.
십자가가 보이는 파테르노를 오르려면 확보물을 설치하며 30여m 등반을 해야 한다.
길은 파테르노에서 로카텔리 산장으로 내려가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비아 페라타라고 하지만 위험한 곳에만 와이어가 설치되어있고 많은 구간은 걸어가도 될 만큼 폭이 넓었다.
트레킹과 등반을 함께 즐기는 셈이다.
그런데, 동굴로 이어진 루트가 많아 지도를 잘 판독하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와이어가 끊어진 곳에서 무심코 등반 흔적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붙었는데 더 이상 내려갈 길이 없었다.
나무 등 하강지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연확보물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간은 루트 파인딩을 해가며 확보를 보면서 클라이밍 다운을 해야 했다.
암각을 이용해 하강하더라도 로프 회수시 낙석이 많이 떨어져 위험했다.
하지만 칠흑 같은 동굴에서 헤드램프를 비추고 더듬거리며 걷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오는 것이 나았다.
사람들의 흔적이 거의 없는 길에서 언제 떨어진 것인지 모를 탄피를 줍기도 했다.
발아래 목적지인 로카텔리 산장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산장에 트레킹을 온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하며 손을 흔들었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안전한 지점까지 내려오자 커다란 동굴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가 길을 잃었던 지점 바로 아래까지 300여m나 뚫려있었다.
백여년 전 굴을 뚫었을 사람들의 땀 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굴 입구에는 총탄 흔적과 함께 당시를 추모하는 십자가와 글귀가 쓰여 있었다.
오전 내내 찌푸린 하늘은 비로소 맑아졌다.
이제 완만한 암릉을 따라 산장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눈앞에 펼쳐진 기암괴석과 성채(城砦)처럼 솟은 파테르노 연봉은 설악산 천화대와 범봉을 보는 듯했다.
백년도 넘은 로카텔리 산장에 들어서자 벽에는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산악인들의 사진과 초상화, 오래된 등반장비와 1차 세계대전때의 녹슨 철조망과 사다리가 다닥다닥 걸려있었다.
넋을 잃고 빛바랜 사진들을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비로소 제프 이너코플러가 왜 이 자리에 산장을 짓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 거기엔 나무계단 아래 커다란 녹슨 포탄과 그 뒤로 그의 흉상이 조각되어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포탄을 피해 반쯤 틀어져 있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북벽을 향해 있었다.
INFORMATION
매직 링의 사용법
매직 링(Magic Ring)은 ‘마술 고리’라는 뜻처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등반장비다.
프루지크 매듭을 수월하게 빠지게 한다고 해서 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
이탈리아 국립청소년산악지도자학교 쥬세페 비안치 교수가 고안했으며, 올해 처음 발표했다.
플라스틱판을 깎아 구멍을 뚫은 단순한 모양인데, 초보자와 함께 안자일렌 등반을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고, 후등자 확보시 자동 제동도 된다.
사용법은 그림처럼 매직 링을 퀵드로에 걸고 후등자가 있는 쪽 로프에 프루지크 매듭을 해서 다른 카라비너에 걸면 된다.
후등자가 추락해도 선등자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로프도 잘 빠진다.
그대로 로프를 당기면 자동 제동이 되는 후등자 확보기구가 된다.
시판되는 로프 클램프 기구와 비슷한 기능이지만 가볍고 단순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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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천화대와 범봉을 연상케 하는 파테르노(2744m) 연봉의 모습. |
INFORMATION
돌로미테 트레킹 길잡이
돌로미테 산군은 알프스 산맥 중 동부 알프스에 속하는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를 말한다.
5500㎢에 달하는 면적에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이루어진 침봉들이 솟아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볼차노를 중심으로 한 서부 돌로미테와 코르티나 담페조를 중심으로 한 동부 돌로미테로 나뉜다.
돌로미테 지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여러 국가의 지배를 받아왔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스트리아제국의 땅이었으나 이후 1918년 이탈리아령으로 귀속됐다.
이런 이유로 돌로미테 지역에서는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를 함께 사용하지만 산악지역에서는 독일어를 쓰는 사람이 더 많다.
1788년 프랑스 지리학자 디외도네 돌로미외가 이 지역 지질을 조사하며 백운석회암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돌로마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지명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이어 내려온다.
돌로미테의 관문은 볼차노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국내선 공항과 역이 있으며 숙박시설과 다른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는 이 지역의 주도(州都)다.
코르티나 담페조는 동부 돌로미테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만 명에 지나지 않지만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볼차노는 해발 265m로 여름철에는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2000m 이상 산악지역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눈이 남아있는 곳도 있다.
돌로미테 여행이나 등반 적기는 7월 중순~9월 말로 이 시기에는 모든 산장이 문을 열고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지만 관광객이 많아 주요 산장이나 호텔은 예약이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6월부터 등반과 트레킹은 가능하다.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려 초원지대는 모두 스키장이 된다.
오랫동안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돌로미테 사람들은 폭설이 와도 몇 시간이면 제설작업을 마치기 때문에 이동에 불편함은 없다.
돌로미테 지역의 산악활동은 19세기 중반 시작되어 지금까지 많은 산악인들이 활발히 활동해왔다.
게오르그 빈클러 등 초기 기술등반을 이끌던 산악인 뿐 아니라 8000m 14좌를 최초로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도 돌로미테 지역에서 성장한 산악인이다.
이런 역사에 걸맞게 돌로미테 지역은 산악활동이 활발히 이어져오고 있다.
볼차노에 사무국을 둔 남티롤산악회의 경우 1869년 독일산악회 동부지부로 출발해 1946년 설립했는데, 지역산악회임에도 수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1974년 국제산악연맹에 가입하기도 했다.
서부 돌로미테
볼차노를 중심으로 하는 서부 돌로미테는 최고봉 마르몰라다와 포르도이 패스 주변으로 많은 트레킹 코스와 등반 대상지가 있다.
마르몰라다는 돌로미테에서 유일하게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정상 500m 아래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한다.
포르도이 패스는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고개로 자전거와 오토바이 라이더가 많이 찾는다.
포르도이 패스는 겨울철 거대한 스키장으로 변한다.
물론 여름철에는 훌륭한 트레킹 코스가 된다.
볼차노에서 직선거리로 30km 떨어져 있지만 구불구불한 산간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2시간여가 걸린다.
동부 돌로미테
젝스턴 돌로미테로 불리는 동부 돌로미테는 코르티나 담페조를 중심으로 둘러있으며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와 치베타 산군이 둘러볼만 하다.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입구에서는 출입하는 자동차에 한해 20유로의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는다.
날짜에 관계없지만 한번 밖으로 나가면 다시 들어올 때 입장료를 또 내야한다.
라바레도 주변 트레킹과 함께 간단한 등반도 즐길 수 있고 자연공원 입구 미주리나 호수 근처에는 캠핑장과 슈퍼마켓, 호텔 등 편의시설이 많다.
코르티나 담페조에서 토파네(3243m)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하며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
치베타 산군은 코르티나 담페조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리스토라테 마을에서 시작한다.
가는 법
한국에서 돌로미테로 가려면 가장 가까운 도시인 볼차노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
볼차노~로마는 하루 3회, 볼차노~밀라노 노선은 하루 1회 운항하므로 일단 밀라노나 로마까지 간 후 에어알프 항공사에서 운항하는 국내선으로 갈아타야한다.
한국에서 로마나 밀라노로 가는 직항편은 매일 있고, 저렴하게 가려면 일본이나 동남아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면 된다.
국내 여행사에서 이탈리아 국내선까지 발권이 가능하다.
유럽 다른 도시에서 볼차노까지는 기차를 이용한다.
가까운 국제공항으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와 스위스 취리히가 있으며, 인스부르크에서 볼자노까지는 2시간, 취리히에서는 8시간여가 걸린다.
등반대의 경우 짐이 많으므로 초과비용을 내더라도 볼차노까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주의할 점은 한국에서 갈 때는 아침에 출발하면 당일 저녁에 도착하게 되므로 화물을 중간에 찾지 않아도 되지만 돌아올 때는 날짜가 하루 지나므로 중간 경유지에서 짐을 찾았다가 다시 부쳐야한다.
최근 유럽지역은 공항검색이 강화되어 휘발유 스토브 등은 미리 연료를 빼내고 냄새를 제거한 후 포장하는 것이 좋다.
현지교통
돌로미테 지역은 가파른 고갯마루가 많아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접근이 힘들다.
렌터카를 빌려야 하기 때문에 출국 전에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국제운전면허증은 국내 면허시험장에 면허증과 여권, 여권용 사진 1매를 제출하고 수수료 5천원을 내면 30분 이내에 발급받을 수 있다.
볼차노 시내에서 렌터카를 빌릴 수 있는 곳은 공항과 열차역이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열지 않으므로 일정을 잘 조정해야한다.
승용차 렌터카 비용은 보험을 포함해 하루 120~150유로 선이다.
대부분 디젤차량으로 기름 값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항 바깥에는 캠핑카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4인용이 하루 150유로 이상이다.
대중교통은 주요 산간마을까지는 들어가지만 운행 횟수가 적으며 등반대상지까지 찾아가려면 히치하이킹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숙박
볼차노 시내에서 숙박은 역 주변의 호텔을 이용하면 된다.
열차역 정면에 있는 레지나 호텔(www.hotelre -ginabz.it)은 2성급으로 아침 식사를 포함한 하루 숙박료가 1인당 50유로 선이다.
산으로 이동해서는 산장을 이용하거나 캠핑을 할 수도 있다.
산장은 대부분 이탈리아산악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도미토리식 6인실 1인당 하루 숙박료가 14유로 선이다.
식사를 포함할 경우 35유로, 4인실은 42유로다.
UIAA가맹단체 회원을 증명할 수 있는 한국산악회 회원증을 보여주면 3유로를 할인해준다.
산장에서는 더운물과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음식과 술도 판다.
전기는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만 들어온다.
캠핑장은 산 아래에 많다.
텐트 1동당 10~15유로 정도 하며 샤워장이나 세탁기 등은 따로 이용료를 내야한다.
캠핑카 이용요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분 돌로미테 지역은 산에서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어있고, 캠핑카도 주차 금지구역이 있다.
단속하는 레인저는 없지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캠핑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하도록 한다.
볼거리
오랫동안 남티롤지역의 주도였던 볼차노는 현재 외곽지역에 산업단지가 형성된 공업도시로 볼거리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비탈마다 포도밭과 사과밭이 있어 지역 특산물로 유명하며 시내 중심가에서 열리는 재래시장도 둘러볼만 하다.
서쪽 외곽에 있는 메스너산악박물관은(www.museonellenuvole.it) 새로 문을 열었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입장료는 8유로다.
라인홀트 메스너가 지금까지 히말라야를 등반하며 수집한 불상과 장비 등이 전시되어있다.
돌로미테 최고봉인 마르몰라다 입구에는 1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전쟁 박물관이 오픈 예정이다.
마르몰라다 정상까지는 1인용 곤돌라가 다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하며 왕복 이용료는 6유로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 쉽게 만년설을 밟아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포르도이 패스에도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관광할 수 있는데, 자스 포르도이(2950m)까지 올라가며 요금은 왕복 11.5유로. 볼차노는 산과 가깝지만 장비점은 많지 않다.
역 근처에 있는 마운틴 스피리트 장비점에서 전문등반장비를 취급하고 시내에 있는 스포츠센터는 6층으로 규모가 크지만 등산장비보다 각종 아웃도어 의류 등을 취급한다.
스토브용 가스와 휘발유는 장비점에서만 구할 수 있다.
코르티나 담페조는 본격적인 휴양도시로 관광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나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이 많다.
볼차노에서 코르티나 담페조까지는 100km 거리로 차로 3시간이 걸리며 브루넥에서 코르티나 담페조까지 나 있는 협곡 길은 돌로미테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먹을거리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먹는 것’이다.
이탈리아하면 스파게티와 피자, 풍부한 해산물 등을 떠올리지만 돌로미테 지역은 의외로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거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피자리아에 앉아 먹는 담백한 피자 맛은 여행의 백미다.
피자는 이탈리아의 ‘국민음식’으로 토핑에 따라 3~6유로면 한판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느끼하지도 않아 한국인의 입맛에도 어울린다.
음식 주문시 음료는 따로 시켜야 하는데, 볼차노 지역은 포도 산지로 와인이 유명하다.
남티롤지역의 전통음식은 대부분 육류나 저장식품으로 오랜 시간동안 산간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독특한 향료와 저장방법을 개발했다.
티본스테이크 등은 먹을 만하다.
필요장비
일반적으로 여행에 필요한 옷가지나 개인용품 외에 트레킹을 하려면 등산장비가 필요하다.
산길은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졌지만 오래 걸으려면 바닥창이 딱딱한 등산화가 편하며 햇볕을 가려줄 챙이 넓은 모자, 알파인 스틱도 있으면 좋다.
한낮의 햇볕은 의외로 강하기 때문에 선크림도 꼭 챙기도록 한다.
나침반과 고도계 등도 있으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캠핑을 계획했다면 텐트와 취사도구가 필요하다.
스토브용 가스는 한국에서 쓰는 것과 같은 것을 구할 수 있다.
산장 숙박시에는 담요 커버나 얇은 침낭이 있으면 편하다.
비아 페라타나 암벽등반을 위해서는 전문등반장비가 있어야한다.
돌로미테 지역은 날카롭고 잘 부스러지는 석회암으로 고전루트 등반에는 주로 더블로프가 사용된다.
캠, 너트 등 확보장비도 필요하고 확보지점이 튼튼하지 않기 때문에 여분의 슬링도 많이 가져가는 것이 좋다.
최근 개척된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도 많이 있는데, 조건은 한국과 비슷해서 로프와 암벽화, 퀵드로 정도만 있으면 된다.
돌로미테 지역만 등반할 계획이라면 피켈과 중등산화, 크램폰 등은 필요하지 않다.
비상약품은 현지에서 정확히 구하기 힘든 것이 많으므로 국내에서 충분히 가져가도록 한다.
기타
돌로미테 계획을 세울 때는 요일 계산을 잘 해야 실속 있는 여행과 등반을 할 수 있다.
도착하는 날이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를 그냥 보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슈퍼마켓과 상점은 오후 7시면 문을 닫으므로 미리 시간을 체크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놓도록 한다.
돌로미테 지역은 위도가 한국보다 높아 해가 밤 10시경에 저물기 때문에 착각하기 쉽다.
공항 근처에 대형할인점 ‘SPAR’가 가장 저렴하고 물건도 많다.
이탈리아는 치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산악지역은 괜찮다.
하지만 시내에서는 차에 귀중품을 두거나 호텔 숙박시 문을 꼭 잠그는 것이 안전하다.
전기는 220V를 사용하지만 플러그가 잘 맞지 않아 따로 어댑터를 가져가야한다.
등반 중 사고나 조난을 당했을 때는 118번으로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외국인이 가입할 수 있는 산악보험은 없기 때문에 헬기구조 등에는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출국 전 여행자보험을 가입해두는 것이 낫지만 암벽등반 등 전문 산악활동은 보상이 되지 않는다.
산장에 매일 일기예보를 붙여놓으므로 확인 후 산행에 나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