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비극·묻지마 흉기 난동 등 세상 흉흉한데, 교회 존재감 ‘제로’
비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학교 주변은 근조화환과 추모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대한민국 사회가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젊은 교사가 학부모 갑질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선택한 장소는 그가 몸담았던 학교였다.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가장 기초단위인 초등학교 교사가 부조리한 현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그 자체로 비극이고 사회 공동체 붕괴를 알리는 적신호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징후는 따로 있다. 진원지는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과거 종북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시나리오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교욱부장관과 대통령이 나서서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인양 몰아가고, 대통령실발 '시그널'에 따라 지역정치가 요동친다.
서이초 비극이 벌어진 비슷한 시기,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신림동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피의자는 33세 남성 조선임이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의 신병을 검찰에 넘긴 상태다. 그러나 수사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한창 사회에서 꿈을 키워나갈 30대 젊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인 점은 이 사회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군으로 눈을 돌려보자.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은 수해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그런데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색 참가 병사들에게 구명조끼가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소셜 미디어상에선 고 채 상병 소속 부대 사단장이 복장 착용을 통일시킨다며 구명조끼 착용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퍼지는 중이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신체에 큰 이상이 없거나, 아버지가 권력에 가까지 있지 않다면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군 복무 중에 지휘관이 어떤 식으로든 병사들을 동원하는 경우는 흔하다. 고 채 상병 사망사건에서도 지휘관의 일그러진 인식이 불행으로 귀결됐을 가능성은 높다.
지금 대한민국 출산률은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저출산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미래 어느 시점에서 소멸할 것이란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는 중이다. 군대는 이 같은 징후를 확인할 좋은 사례다.
혹독한 훈련으로 전방부대 입소자에게 '악명' 높았던 강원도 화천 27사단, 일명 '이기자부대'가 2022년 11월 30일부로 공식 해체됐다. 군 당국은 '국방개혁 2.0'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이렇게 인구 감소로 나라를 지킬 젊은이가 부족해지는 데, '윗선'에 있는 책임 있는 이들은 사병들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기기 일쑤다. 고 채 상병의 비극은 그래서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젊은이들 잇단 죽음, 하지만 지도층은 ‘무사태평’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현장. 6일 오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은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사회에선 이렇게 젊은이들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숨을 거뒀다. 더 멀게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엔 30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중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대형 참사가 나고 꽃다운 생명이 숨을 거뒀음에도 대통령 이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은 무사태평하게 지낸다. 이들은 책임회피엔 능수능란한 솜씨를 발휘한다. 이태원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초유의 장관탄핵을 당했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 장관은 업무에 복귀하자 마자 수해현장을 찾았고,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탄핵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최소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도 져야할 장관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탄핵이 기각되기 무섭게 공개행보에 나서는 광경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질세라 개신교 교회 권사이기도 한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유족들의 사퇴요구에 아랑곳 없이 구청장직을 수행 중이다.
원래부터 한국 사회는 사회적 연대의식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현 정부들어선 아예 해체될 기세다. 더구나 참사 희생자가 주로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젊은이들임에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기성 정치인들은 나몰라라다.
더욱 불행한 건, 이토록 사회부조리가 만연한데 교회는 아무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금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그나마 사회적 전환기 마다 꾸준히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왔던 진보성향의 교계 연합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마저 큰 지분을 가진 회원교단에게 휘둘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대체 이토록 폭정이 횡행하는 시절에 힘없는 이들은 어디에서 피난처를 찾아야 하나? 도대체 이 시대 예언자는 어디에 있는가? 왜 침묵하는가?
첫댓글 이 악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교회가 답이 되고 소망이 되어야함을 잊지 맙시다~!!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왔던 교계 연합체마저 경제논리에 메몰되는군요.
아.... 밝고 건강하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