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알면 달리기가 편하다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봤을 것이다. 실제로 어깨나 목, 허리 등이 아프다거나 해서 운동을 중단 하는 러너들을 심심치 않게 봐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 러너들이 가장 많이, 자주 부상을 입는 부위는 바로 발이다.
발의 부상은 마치 새에게서 날개를 꺾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가 날개가 없으면 날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러너일지라도 발이 아프면 뛸 수 없을뿐더러 좋은 기록을 낼 수 없다.
미국의 저명 월간지인 <러너스 월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너들의 부상 중 가장 흔한 부위가 발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42.195km를 뛰면서 모든 신체를 움직이지만 우리 몸의 가장 아래에 위치해 체중과 지면의 마찰력을 달고 사는 부분이 바로 발이기 때문이다.
러너들에게 흔한 몇 가지 발 부상
발 부상의 첫 번째 원인은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너무 자주 달리는 것이다. 너무 많이 사용하다보니 몸이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는 것.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은 다음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전 보다 더 많이 훈련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일이자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두 번째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성(性)별의 차이, 평발이나 짝발인 러너, 발 아치의 차이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유전적인 차이의 경우 자신의 발 체형을 전문가를 통해 정확히 파악한 후 러닝화나 러닝폼을 교정해야 한다. 솔직히 발에 관한 부상에 대해 얘기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 만큼 발과 관련된 부상의 종류가 많기 때문. 이에 이번호에서는 러너들에게 가장 흔히 그리고 가장 많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발 부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족저근막염
족저근막염은 러너들이 가장 두려워하면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상이다. 마라토너의 대부분이 이 부상을 경험한 적이 있고 여자보다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한 전문가의 조사에 의하면 남성 러닝 장애 전체의 5.3%, 여성의 러닝 장애 전체의 3.9%가 이 질환이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족저근막은 다리에 아치 구조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반복되는 러닝에 의한 근막의 염증이 생길 때 족저근막염이라 하며 족저근막의 뒤꿈치 뼈 부착 부분의 통증이 주증상이다. 특히, 착지 후 족저근막이 신장될 때 강한 통증이 발생한다. 걷기 시작했을 때나 뛰기 시작했을 때 또는 아침에 일어나서 첫 걸음을 걸었을 때 통증을 많이 느끼는데 이런 증상이 있으면서 뒤꿈치 중간을 손가락을 눌러 통증이 있다면 족저근막염으로 의심해 봐야한다. 가장 큰 원인은 연습량의 증가에 의한 것이 많은데 이럴 경우 휴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족저근막의 스트레칭, 마사지 등을 실시해야하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수술까지도 받을 수도 있으니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고 아프면 바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훈련 거리를 줄이고 특히 언덕훈련이나 속도훈련을 피해야 한다.
또한, 족저근막염은 근막의 염증으로 발생하므로 달리기 후에는 즉시 얼음찜질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방법은 10분 찜질, 10분 휴식. 아침에 통증이 있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맨발로 바닥을 딛지 말고 두꺼운 양말이나 슬리퍼를 먼저 신는다. 아치 보조기와 뒤꿈치 컵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장딴지 근육이 단단하면 근막에 더 긴장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장딴지 근육의 스트레칭은 필수다. 만약 2주 이상 통증이 계속되면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아킬레스건염
아킬레스건은 러너들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 달리는데 필요한 추진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근육과 뒤꿈치 뼈를 연결하는 우리 몸 중 가장 굵은 힘줄이다. 부위에 따라 아킬레스건 주위염과 부착부염으로 나누어지는데 원인으로는 종아리에 근육이 급격히 수축했을 때 아킬레스건에 미세한 파열이 일어나거나 장시간의 러닝에 의해 마찰되거나 종아리 근육의 유연성이 없을 경우 발생한다.
주요 증세로는 통증, 종창이 있으며 더욱 진행되면 몽우리가 만져진다. 아킬레스건 주의 염증은 재발하기 쉬워서 만성화하면 아주 고치기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빠른 시기의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치료방법은 급성 기에는 소염진통제를 발라주며 2주 정도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염증이 가라앉으면 환부를 따뜻하게 해서 종아리 근육을 스트레칭 한다. 또한 언덕훈련을 줄이고 스피드 훈련과 트랙 훈련을 줄여야 한다. 병원에 찾아가는 건 필수 코스라는 걸 잊지말자.
물집과 티눈
물집이나 티눈을 우습게보면 정말 큰 코 다친다. 물집은 잘 알고 있듯이 피부의 마찰과 자극에 의해서 발생한다. 잘 맞지 않는 신발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통증의 없는 물집은 그냥 두면 되며, 달리기가 조금 불편하면 상처를 알코올로 소독한 후에 소독된 바늘로 구멍을 뚫어 고인 체액을 뺀 후 일회용 밴드 등으로 깨끗하게 드레싱을 한다. 물집 안에 체액을 빼고 나면 물집을 싸고 있던 피부는 통증의 원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물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잘 맞고 편안한 신발을 구하는 것이 여러분이 해야 할 첫번째 일이다. 우선 신발 내측 볼 부위가 거치적거리지 않고 편안해야 한다. 또 신발끈을 적당히 단단하게 잘 묶어야 한다. 둘째로는 발가락, 양말 등 물집 예방효과가 있는 제품들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는 나일론 제품이 면제품보다 마찰을 많이 일으킨다는 상식정도는 기본 센스로 기억하자. 달리기 전에 바세린을 발에 골고루 발라 문지르는 것도 물집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집이 잘 생기는 부위에 순간접착제와 같은 인조 피부를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티눈은 좁거나 작아서 너무 조이는 신발 때문에 마찰과 압박이 반복되면서 생기는 통증성 혹인데 조이는 신발을 벗어 버리고 잘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다음 티눈부위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서 티눈크기만큼 구멍이 뚫린 패드를 부착한다. 이렇게 압박과 마찰이 사라지면 몇 주 내에 티눈은 저절로 사라진다. 더 빨리 치료 하려면 외과를 찾아서 조금씩 잘라내면 된다.
피부와 발톱 손상
발톱은 신발의 앞 끝 또는 윗부분과 부딪치면서 자극을 받거나 멍이 들 수 있다. 역시 원인은 잘 맞지 않는 신발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꼭 끼거나 작은 신발이 가장 확실한 원인이다. 너무 큰 신발도 발이 미끄러지면서 계속 부딪치고 밀려서 발톱이 자극되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가끔 발톱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자극은 일시적인 통증을 일으키는데 이것은 뛰면 뛸수록 발톱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상태에서 계속 달리게 되면 발톱 밑에 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출혈이 생기면 피가 빠져나가는데 회복되려면 몇 주, 심하면 몇 달이 걸릴 수 도 있다. 따라서 평소 잘 맞는 신발을 신고 발톱을 깎을 때는 발가락 끝에 맞게 깎아야 한다.
발목 염좌
러너들이 부상 때문에 훈련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할 때 또는 일상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심한 경우를 몰고 올 수 있는 부상 중 하나가 바로 발목 염좌다. 이 부상은 다양한 염증과 발목 인대의 파열이 함께 일어나는 무서운 부상이다. 보통 러너들은 뒤꿈치의 바깥 부분으로 착지하기 때문에 발은 땅에 닿는 순간 평평해지기 위해 안쪽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비포장도로를 달리거나 잘못된 러닝 폼으로 착지발이 잘못되어 밖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내번형 발목 염좌가 발생한다. 반대로 발목이 안쪽으로 돌아갈 때 생기는 외번형 염좌는 드문 편이다. 단순히 인대가 조금 늘어나고 약간의 통증을 느끼는 부상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지만 인대가 모두 파열되거나 그 정도가 심할 경우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 X-ray를 찍어보고 의사의 진단과 간단한 물리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한번 발목에 부상을 입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하고 운동하기 전 충분한 발목 스트레칭을 해줘야만 한다. 불안정한 도로를 피해 달리는 것도 꼭 명심하자.
평소에 발 관리를 잘하는 것이 최고
발의 소홀한 관리는 마라토너의 자기관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자 부상과의 싸움이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고 실력이 뛰어나도 부상이 오면 오랫동안 훈련을 멈추어야 하고 자칫하면 마라톤을 그만두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너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발 부상은 예방이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발이나 체형을 잘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러닝화나 장비 등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신발의 선택은 몸무게, 발의 구조, 뛸 거리에 따라 고려되어야한다. 모든 신발은 모양, 사이즈, 볼 넓이가 다르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평발과 같은 문제성 발의 소유자라면 기능성 깔창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신발은 충격흡수 기능과 함께 발의 볼 부분(발의 가장 넓은 부분)이 잘 굽어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신발은 오후에 구입하도록 하고, 두꺼운 양말을 신고 신발을 고르는 것도 권할 만한 방법이다. 다른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체 훈련은 발과 다리가 달리기를 통해 계속 받는 충격을 줄이고 좋은 휴식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달리기만 하는 경우보다 다른 근육을 강화시켜 부상을 예방하기도 한다. 본지의 마라톤과 함께 하면 좋은 운동에서 소개 했던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수중걷기 등을 추천할 만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평소 운동을 시작하기 전 충분한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해주는 것만큼 훌륭한 대비책은 없다. 부상을 당하면 가장 슬프고 괴로운 건 바로 러너 자신이다. 따라서 달리기를 할 때는 항상 조심하고 자칫 조금한 부상을 당했더라도 당황하거나 크게 걱정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자. 그것이 당신을 부상으로 부터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니까.
글_김동윤 기자 | 사진_강영국 기자
도움말_한국정형외과 전문의 김행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