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선집 내 무거운 책가방(2021.8.12.)
학생, 학부모, 전직 현직 교사 43인의 詩모음
교육출판 기획실편
실천문학사(1987)
이 책은 5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는 분단이데올로기 통일문제에 관련된 교육시들을, 2부에는 민족 민주주의 문제에 관련된 교육시들을, 3부에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학생들과의 관계속에서 포착되는 문제들을 다룬 교육시들을, 4부에는 중산층 학생 학부모들과의 관계속에서 포착되는 문제들을 다룬 교육시들을, 5부에는 지식인 노동자로서의 교사가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겪는 갈등을 다룬 교육시들을 모아 실었다.
이렇게 편집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교육이라는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전 영역의 문제가 포착된다는 점이다_책머리에에서
책머리에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작품의 씌어진다는 것은 문학에 있어 보편적 진리이다. 그러나 어떠한 체험을 선택해서 작품화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 시대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든다면 6.25이후 60년대까지 노동에 관련된 체험은 별로 작품화되지 못했다. 노동자 집단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이기도 하고, 분단상황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적 제약이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70년대에 이르러서 상황이 달라져 노동문제가 작품화되기 시작했고, 근래에는 노동문학이라는 용어가 문학의 중요한 이슈를 드러내는 말로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이른바 경제적 근대화 과정에서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 노동자 집단의 역량이 분단상황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적 제약을 뚫고 스스로를 표현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1부 우리의 소원
한영근 오늘의 꿈
문병란 우리의 소원
정 렬 남북
이광웅 멸공 소년단의 일요일
새 교육감이 취임하고
멸공 소년단이 전북에서 조직된 후
빼앗겼던 교사의 일요일,
하 오랜만에 돌아온 일요일인 것 같아서
이것을 할까,
저것을 할까,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지는
내가 하는 일은 그 무엇도 값어치 있어 보이지 않는
빈 느낌, 미완의 슬픔,
그러나 밖은 화창한 날씨.
여객긴지 폭격긴지 떠가는 소리
하늘 먼 곳에서
은은히 진동하고
아무한테도 찾아갈 일 생기지 않고
찾아갈 도서관 없고
거닐어 볼 오솔길 없고
신문 더위기나 볼 일이 없는
밖은 화창의 공백지대.
일요일이다.
일요일이다.
안식일 일요일이다.
실은 학생 동태 파악이 쉬고 있는
더렵혀지고 참으로 제 생명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이상해진 사람에겐
그 어디 모세관 하나 터져도 좋을
흐뭇한 일요일이다.
김진경 교과서 속에서
나종영 조카의 금강산
최두석 불모작업
곽재구 김소월을 가르치다 보면
도종환 목감기
윤재철 평화의 새 비둘기는 1
서홍관 눈이 내리고...승복이에게
제2부 식민지의 국어시간
허 균 씀바귀꽃
문병란 식민지의 국어시간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20리를 걸어서 다니던 소학교
나는 국어시간에
우리말 아닌 일본말,
우리 조상이 아닌 천황을 배웠다.
신사참배를 가던 날
신작로 위엔 무슨 바람이 불었던가,
일본말을 배워야 출세한다고
일본놈에게 붙어야 잘 산다고
누가 내 귀에 속삭였던가.
조상도 조국도 몰랐던 우리,
말도 글도 성까지도 죄다 빼앗겼던 우리,
히노마루 앞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말 앞에서
조센징의 새끼는 항상 기타나이가 되었다.
어쩌다 조선말을 쓴 날
호되게 뺨을 맞은
나는 더러운 조센징,
뺨을 때린 하야시 센세이는
왜 나더러 일본놈이 되라고 했을까.
다시 찾은 국어시간,
그날의 억울한 눈물은 마르지 않았는데
다시 나는 영어를 배웠다.
혀가 꼬부라지고 헛김이 새는 나의 발음
영어를 배워야 출세한다고
누가 내 귀에 속삭였던가.
스물 다섯 살이었을 때
나는 국어선생이 되었다.
세계에서 제일간다는 한글,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는 좋은 글,
나는 배고픈 언문선생이 되었다.
지금은 하야시 센세이도 없고
뺨 맞은 조센징 새끼의 눈물도 없는데
윤동주를 외우며 이육사를 외우며
나는 또 무엇을 슬퍼해야 하는가.
어릴적 알아들을 수 없었던 일본말,
그날의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는데
다시 내 곁에 앉아 있는 일본어선생,
어찌하여 나는 좀 부끄러워야 하는가.
누군가 영어를 배워야 출세한다고
내 귀에 가만히 속삭이는데
까아만 칠판에 써놓은
윤동주의 서시,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글자마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 슬픈 국어시간이여.
고광헌 신중산층 교실에서
배창환 오리걸음
장영수 메이비
김명인 동두천Ⅱ
정대호 미국으로 입양 가는 아이들에게
정희성 아버님 말씀
김광규 아니다 그렇지 않다
장효문 임옥환
윤재철 민준이의 그림일기
김종인 사회수업
안도현 풍산초등학교
제3부 누나는 못 배워서
전창연 수업을 기다리며
김종인 교실증축 공사장
김창완 어떤 풍경
도종환 답장을 쓰며
박노해 영어회화
최명자 우리들 소원
이시영 서영분 양
곽재구 대인동 6
김용락 공업고등학교의 시
박노해 삼청교육대 Ⅰ
문병란 시골 여중생의 노래
신경림 벽지
조재도 박종숙 외 1편
김석현 가정방문
전인순 벽지 3
최동현 어전리 4
제4부 내 무거운 책가방
0 양 0양의 유서
김대영 내 무거운 책가방
김명수 하급반 교과서
김진경 풍뎅이
고광헌 신중산층 교실에서
배창환 수업
나종영 석조전 앞에서
최두석 오리
김윤현 종례
강인한 밤 열 시의 아이들
제5부 보충수업 10년
문병란 교단
이광웅 보충수업 10년
김진경 북소리
고영규 조지 오웰의 교수밀
이은봉 캄팔라 마치의 독백
최두석 전중어탕
고광헌 신중산층 교실에서
김규문 교실에서
도종환 김선생의 분재
김형근 교단엽신
조재도 참회록
고규태 사백만 원이래요
배창환 이직
최동현 오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