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
이종분
엄마 쌈닭 맞지요
독하긴 했지
그러니까 네 애비하고 살았다
이놈아
----이종분 시집, {내 인생의 스케치}(근간)에서
싸움은 만물의 아버지이며, 이 세상은 싸움의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싸움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방법이며, 모든 교육은 이 싸움의 기술을 익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간에도 싸움이 있고, 아내와 남편 사이에도 싸움이 있다. 친구과 친구 사이에도 싸움이 있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싸움이 있다. 적과 적 사이에도 싸움이 있고, 희극과 비극 속에도 싸움이 있다. 미녀와 야수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미녀들은 싸움꾼을 좋아한다. 모든 미녀들도 싸움을 좋아하고, 그들은 힘이 약한 만큼, 사내 중의 사내인 야수를 선택함으로써 이 세상을 지배하고자 한다.
모든 영화와 소설, 모든 노래와 춤도 그 주제는 싸움이며, 이 싸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세계와 타인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나는 명령하는 사람이고, 너희들은 복종해야 한다.”
“엄마 쌈닭 맞지요// 독하긴 했지// 그러니까 네 애비하고 살았다/ 이놈아!”
참으로 백전백승의 여장부다운 사람이 이 [쌈닭]의 주인공인 이종분 시인인 것이다.
독해야 한다. 이 ‘사즉생의 각오’가 임전무퇴의 정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