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942)... 암 진단 후 수술 적기는?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의대 입학열풍 심화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윤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과) 연구팀이 암(癌) 수술을 받은 환자 14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단과 수술 시차(時差)에 따른 5년 후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수술을 한 달 이상 기다린 환자는 한 달 안에 수술을 받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유방암은 59%, 직장암 28%, 췌장암은 23% 높았다.
의학계에서는 암 진단 후 수술이 한 달 반 정도 이내에 이뤄질 경우 생존율(生存率)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두 달이 넘어가면 생존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의정(醫政) 대치가 길어지면서 암 수술 연기 파동도 전국 주요 대학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올해 암 생존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입원 병상 2700여 개, 수술실 70여 개를 보유한 국내 최대 병원이다. 지난해 암 수술만 2만3300여 건을 했으며, 국내 암 수술의 약 13%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암 환자일 정도로 매머드급 암 병원이다. 미국,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의사 108명이 수술에 관하여 배우겠다고 연수를 와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전체 전공의(專攻醫) 565명 중 540여 명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생 2000명 증원에 반발하여 병원을 떠나자, 수술이 반 토막 났다. 즉, 수술 전 준비와 수술 후 처치 관리를 도맡아 하던 전공의들이 없으니 수술을 예전처럼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평소 하루 280-300건을 하던 수술이 150-160건으로 줄었다. 이 중 절반이 암 수술이다.
이에 평소 입원 병상 가동률이 95%였는데, 현재는 50% 초반대로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정된 암 수술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통합응급의료 정보에 의하면, 서울의 빅5 병원의 일반 입원 병상 가동률(4월 4일 현재)은 서울대학병원 50.7%, 서울아산병원 52.7%, 신촌세브란스병원 57.6%, 삼성서울병원 64.5%, 서울성모병원 65.7% 등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병원에서 “수술이 연기됐다.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러 달 전에 예약한 진료와 수술이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되고, 다시 일정을 받으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환자들은 암이 더 진행될까 걱정이 되고, 기약 없는 수술을 무작정 기다려야 해 애가 탄다고 호소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4일 환자 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환자 단체들은 “환자의 불안과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시의적절한 치료를 놓치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의 조치를 해달라”고 했다. 조 장관은 “환자와 가족의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의료진이 환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화와 설득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로 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4월 5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암 진료협력체계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현재 진료협력병원 총 168곳 중 47곳인 ‘암 진료 협력병원’을 70곳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암 진료 협력병원은 전문의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한 평가 등급이 1-2등급인 병원을 중심으로 지정됐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에 공유하는 진료협력병원의 진료 역량 정보에 혈액암·고형암 분야별로 특화함으로써 협력진료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전공의들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이를 성토하는 글들이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정부와의 협상 도구로 생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등이다, 반면 “전공의들을 그렇게 쉽게 매도할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온라인 총회 이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2일부로 약 3천 명의 인턴이 올해 수련을 못 받게 돼 향후 4년 이상 전문의 수급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의료 붕괴의 시발점이여, 전공의 90% 이상 사직, 의대생들의 휴학과 유급,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미래 의료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일 직접 나서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자세하게 설명했고, 4월 4일 오후 2시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에서 140분 동안 면담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논란의 핵심 축으로, 이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대형 병원을 떠나자 수술과 입원이 줄연기되는 의료 파행이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위원장의 회동이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즉 박 위원장은 기존 전공의 입장대로 “의대 2000명 증원은 비과학적·비합리적이므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 의대 정원을 늘려도 10년 후 (전문의로) 배출되고,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충분한 규모의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박 위원장을 ‘위원장님’이라고 존칭하는 등 면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논의 시 전공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번 사태는 전공의나 의대생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계 일각에선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일부 전공의들을 ‘백두대간 전공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대통령이 ‘백기’를 들 때까지 ‘내버려두라’, ‘대화’ 시도자는 ‘간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전공의 사회를 휘어잡고 있다고 한다. 한편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정(醫政) 대화가 끊길 경우 4월 10일 총선 후 ‘의료 위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공의(專攻醫)란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專門醫)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을 받는 인턴(intern) 및 레지던트(resident)이다. 인턴은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에 전속되어 임상 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사람이다. 레지던트는 인턴과정을 이수한 사람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에 전속되어 한 과목을 전공으로 수련하는 사람이다.
의과대학 졸업 후 실제 환자 치료 중심 훈련의 첫 해를 오랫동안 ‘인턴십(internship)’이라고 불렀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1년 간의 인턴십을 마치고 일차 진료에 들어갔다. 레지던트는 인턴십과 분리되어 종종 다른 병원에서 근무했으며, 소수의 의사만이 레지던트를 수행했다. 레지던트는 전통적으로 병원을 기반으로 하며, 20세기 중반에는 레지던트들이 병원에서 제공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초의 공식 레지던트 프로그램은 존스홉킨스병원(Johns Hopkins Hospital)의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 박사와 윌리엄 헬스테드(William Halsted) 박사에 의해 19세기 후반에 설립되었다. 이후 20세기 초에 주요 전문 분야에 대한 레지던트가 공식화되고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도 레지던트는 일반 진료에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으며, 소수의 주치의만이 참여했다.
전공의가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전문과목으로는 가정의학과, 내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비인후고, 피부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결핵과, 재활의학과, 예방의학과, 응급의학과, 핵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등이 있다.
전국 39개 의과대학(학부 운영) 중 33개 의대 정시 합격자 1171명 가운데 수능을 두 번 이상 친 ‘N수생’ 비율은 79.2%(928명)로, 전년(72.0%)보다 7.2%포인트 늘었다. 합격생 중 고3 학생은 18%, 재수생이 39.5%, 3수생이 24.6%, 4수 이상이 15.1%였다. 이에 의과대학 합격생 10명 중 4명은 세 번 이상 수능을 쳤다는 뜻이다. 올해 합격생 41.9%는 서울 지역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여기에 인천과 경기도까지 합친 수도권 학생은 62.5%였다.
전문가들은 “의과대학에 가려고 수능을 다시 보는 최상위권 이공계(理工界) 대학생들이 늘면서 ‘장수생 합격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연세대·고려대 이공계 자퇴생은 2019년 921명에서 2022년 1388명으로 3년 만에 50.7% 늘었다. ‘의대 열풍(醫大熱風)’ 현상이 심화되면서 의과대학에 가려고 재수·삼수하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선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대학으로 많이 진학해야 한다.
<사진> 병원 수술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이코노믹포스트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 건강칼럼(942) 2024.4.9.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