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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추련, 무인정보단말기 모니터링 결과 발표
무인정보단말기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화됐지만…
시행령 개정 방향에 따라 입법 취지 훼손 우려
‘단계적 적용’ 운운하며 민간기업 눈치 보는 복지부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이용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보인다. 왼쪽부터 이성일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교수, 임경미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사,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권혁일 보건복지부 권익지원과 사무관, 정현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팀장이 앉아있다. 사진 이슬하
13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인의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접근·이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6월, 재화·용역 제공자가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내년 1월 법 시행을 앞두고 내실 있는 시행령 개정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무인정보단말기 모니터링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했다. 장추련은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회에는 무인정보단말기 모니터링에 참여한 활동가 60여 명이 자리했다.
토론회가 열린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을 가득 메운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이슬하
- 장애유형 불문하고 접근 막힌 무인정보단말기
무인정보단말기는 이미 우리 일상 전반에 깔려있다. 은행에서 처음 상용화된 무인정보단말기는 이후 식당, 카페, 마트, 영화관 등 다양한 곳에 보급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무인정보단말기는 지난해에만 행정기관 등 공공영역에서 18만여 대, 민간영역에서 2만6천여 대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모니터링은 전국 각지의 매장, 대중교통시설, 병원 등에 있는 무인정보단말기 1002개를 대상으로 약 한 달간 실시됐다. 장애계가 계속 지적한 무인정보단말기 접근권 문제는 이번 모니터링에서도 드러났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이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무인정보단말기는 장애유형을 불문하고 접근과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인정보단말기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너무 높아, 기기나 화면이 내려오는 기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조사한 무인정보단말기의 96.9%에는 그런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았다.
또한 91.5%의 무인정보단말기에는 점자유도블럭이나 음성신호가 없어, 시각장애인이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62%의 무인정보단말기에는 별도의 사용 방법 안내가 없었고, 설명이 있는 경우에도 절반 정도가 글자로만 돼 있어, 발달장애인은 이해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화면에 수어가 제공되는 무인정보단말기는 전체 1002대 중 인천세종병원에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단 한 대에 불과했다.
휠체어를 타고 무인정보단말기 모니터링을 직접 다녀온 임경미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제가 사는 충북에도 무인점포가 많아지며 무인정보단말기가 급격히 늘어났다. 조사를 나가보니 무인정보단말기는 애초에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막힌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예전에는 손을 흔들어 주인에게 물건을 달라고라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다 보니 그마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경미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 무인정보단말기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 “지금 당장 전면 적용하라”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은 지능정보화기본법에 규정돼 있다. 지능정보화기본법은 무인정보단말기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보장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기관에만 해당한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노력하여야 한다’로, 강제성이 없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민간기업의 의무를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영세사업자에 대한 국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정현민 팀장은 “영세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민간기업에도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시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시행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달라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에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시행령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단계적 적용’ 기조를 이어갈 것을 우려했다.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관광활동의 차별금지 조항이 신설됐으나, 이듬해 만들어진 시행령은 별표를 통해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를 지니는 관광사업자를 2025년과 2030년 두 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규정했다. 김 변호사는 무인정보단말기에 대한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 역시 이런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현행 법률 1300여 개 가운데 ‘단계적 적용’을 규정한 법률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사실상 유일하다”면서 “제도의 정착을 위해 초기에 일시적으로 도입되는 ‘단계적 적용’이 법이 시행된 지 14년이 되도록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계적 적용’은 복잡한 해석의 문제를 야기해, 실무적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가중하기도 한다”면서 “무엇보다 사회 전 영역에서의 장애인 차별을 폐지하자는 입법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권혁일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사무관은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보건복지부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향후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재화·용역 제공자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권혁일 사무관이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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