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연말 모임에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요?
찬 공기가 옷깃을 무시로 파고드는 12월이 왔다. 이 시기가 되면 잊고 지낸 사람들과 안부 문자를 주고받거나, 자주 보지 못한 사람들과 만나 잔뜩 밀린 대화를 나눈다. 늘 보던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기도 하고, 가족과 오붓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평상시 외출을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연말에는 부지런히 모임에 참여하고 집에 손님을 초대해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무슨 음식을 만들지 메뉴도 고민이지만, 모임에 어울리는 음악 고르기에 더욱 신중해진다. 거듭 고심하다 결정하지 못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걸린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알고리즘에 선곡을 맡기면 왠지 아쉽다. 내가 선택한 곡이 아니어서다. 집안을 은은하게 밝히는 조명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민 공간에 연말 분위기를 더해 줄 음악 역시, 맛있게 요리해 예쁜 그릇에 정성스레 담아내듯 지극하게 고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유튜브 대신 추억을 뒤적여본다. 어린 시절에 KBS와 MBC에서 방영했던 <토요 명화>와 <주말의 명화>가 떠오른다. 당시에는 신문에 나온 편성표에서 어떤 영화가 방영될지 확인하고 하루 종일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기다렸다. 성우들의 실감 나는 더빙 연기와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배경 음악, 이국적인 장면들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특히 뇌리에 깊게 박힌 토요 명화의 오프닝 곡 <기타를 위한 아랑훼즈 협주곡>은 지금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때 봤던 영화중에서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장면들이 기억난다. <나 홀로 집에>의 왁자지껄한 대가족의 모습과 총천연색으로 물든 도심 풍경은 말할 것도 없고, <작은 아씨들>에서 네 자매와 어머니가 김이 펄펄 끓는 찻주전자와 따뜻한 빵을 바구니에 담아 이웃집에 나눠주러 가는 장면이 함박눈만큼 예뻐 보였다. 또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 대연회장의 기다란 식탁 위에 차려진 크리스마스 만찬과 떠들썩하고 흥겨운 분위기도 기억난다. 이 아름다운 겨울 장면들의 분위기를 한껏 밀도 높게 만든 건 음악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매해 연말 시즌에 찾아 들었던 영화 OST가 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은 존 윌리엄스의 <Somewhere in my memory>이다. <나 홀로 집에> OST로 유명한 이 음악은 잔잔하고 서정적인 선율 위에 아이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덮일 때 마음이 온화해진다. 듣고 나면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진달까. <러브 액츄얼리>의 <All You Need is Love>도 주위가 따스해지면서 마음이 잔잔하게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속 익숙한 멜로디로 모임의 온도를 살짝 올린 뒤 평소에 멀리했던 올드 팝이나 재즈를 틀어도 좋겠다. 이를테면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엘라 피츠제럴드의 <Dream a Little Dream of Me> 같은 곡들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굵직한 한방이 있는 전설적인 보컬들의 목소리는 음악에 집중하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해준다. 다소 무겁거나 처지는 분위기를 지우고 싶을 땐 유행하는 케이팝을 들어보면 어떨까. 올해 내가 즐겨 들었던 데이식스의 <녹아내려요>,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APT.> 같은 흥겨운 음악들이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것이다.
즐거운 시간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재생한다. 이 주옥같은 고전 음악은 한 해의 끝을 기념하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따듯한 인사말이 되어줄 것이다. 올겨울은 유독 추울 것이라 한다. 온몸이 움츠러들 만큼의 추위도, 지독하게 무더웠던 여름을 떠올리면 마냥 밉지만은 않다. 게다가 연말에만 느낄 수 있는 온기와 낭만이 있으니 겨울은 겨울대로 좋다. 소중한 사람들과 올 한 해를 뜻깊게 마무리하고, 모두의 연말이 <주말의 명화> 속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포근하고 아름답게 남길 바란다. 글 고예림(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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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멘트 감사합니다 ~
새로이 맞는 12월은
보람찬 일들로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