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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선배 어드바이스 <선배 PD가 말하는 PD 세상>
-편성PD <강영선 편성국 편성기획부. 1997년 입사>
1. 편성(編成, Programming)이란?
흔히 ‘PD’라고 하면, 즉각적으로 드라마나 오락물 또는 교양 프로그램의 제작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성PD’라는 직종은 매우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편성’이란 무엇이며, ‘편성PD’란 무슨 일은 하는 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PD라는 단어는 Producer의 약어이자 Program Director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Producer와 Director가 결합된 말이지요. 편성PD는 주로 전자인 Producer의 역할을 합니다. 새로 편성될 프로그램의 장르와 소재를 결정하는 ‘적극적 의미의 편성’(Program Plannig)과, 기획된 프로그램을 적절한 시간을 선택해 편성하는 ‘소극적 의미의 편성’(Scheduling) - 이 두가지 기능을 모두 담당합니다.
2. 편성의 중요성
방송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DMB’, ‘데이터방송’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같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Convergence of broadcating and telecommunication)현상은 기존 케이블?위성?인터넷 방송으로 대변되는 다매체, 다체널화 현상과 함께 한국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시청자들은 더욱 세분화되고, 그들의 욕구도 다양해져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와는 달리, 이들의 다종 다양한 흥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수많은 채널과 매체가 대기하고 있다는 것 - 이는 그동안 독과점의 보호막 속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지상파 방송이 이제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시대의 흐름과 시청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타채널·타매체보다 먼저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한발 앞선 기획’과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정확히 제시할 수 있는 ‘세심한 편성’이야말로 방송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으며, 바로 그만큼 편성 기능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3. MBC 편성국의 구조
마지막으로 편성 업무를 담당하는 편성국 사람들이 실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MBC 편성국은 크게 3부 1센터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① 편성기획부 : 한마디로 ‘적극적 의미의 편성’(Program Plannig)을 주로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전체적인 편성틀을 다시 짜는 개편 업무,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획 및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 등을 담당합니다. 시청률 분석 업무와 해외 프로그램 수집?정리를 통해 현업 제작 PD등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담당합니다.
② TV편성부 : 일일 편성·주간 편성표를 작성하고 이의 운행을 담당합니다. 즉 편성기획부에서 정규편성의 틀을 마련한다면, TV편성부에서는 이를 실제에 적용, 매일 매일의 상황에 맞게 운용해 나가는 책임을 집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집이나 뉴스특보를 방송하는 것은 모두 TV편성부의 결정에 의해 이뤄집니다.
③ 영화부 : 경쟁력 있는 영화의 시의적절한 방송은 편성전략상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으므로, 영화부는 편성국의 주요부서 중 하나입니다. 영화부는 MBC의 모든 영화 및 외화시리즈의 방송을 담당하지요. 따라서 영화부의 PD는 국내외 영화의 방송권 구매에서부터 편성, 더빙 및 방송까지,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④ 외주센터 : 지상파의 독과점 구조 해소 및 한국영상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정부는 방송사 가 자사 외부 제작 프로그램을 일정 부분 편성할 것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2004년 현재 MBC의 외주비율은 전체방송시간의 35%가 넘습니다. 따라서 외주센터는 단일 부서로는 MBC 내에서 가장 많은 제작시간을 담당하지요. 외주센터 PD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의 품질을 관리하며 예산을 통제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즉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Directing 보다는, 기획에서 방송까지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Producing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외주센터에는 충분한 연출 경험을 가진 Director 출신의 Producer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PD <박성수 드라마국 부장대우. 1985년 입사>
농담이겠죠. “독재자의 시대가 저문 21세기에 마지막 독재자(Dictator)는 감독(Director)”이라고 스필버그가 한 말이요. 20세기 초반, 오늘에 버금가는 촬영술을 선보인 그리피스는 자신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불평하는 스탭과 배우들을 ‘모질게’ 다루며 <국가의 탄생>을 만듭니다.
좀더 합리적이고 따뜻한 성품의 연출자를 선호하는 추세인데 ‘모진 독재자’라니요? 저는 ‘독재’란 단어에서 꺽이지 않는 열정, 감정, 욕망, 고집을 느낍니다. 시청자는 좀더 모질게 독재해서 조금이라도 잘 만들 것을 드라마 연출자들에게 바라지 않을까요? 모진 것과 거리가 멀어서 불편하지만, 저에게 드라마 연출은 무엇인가 표현하고 싶어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두근거림에서 시작합니다.
이런 두근거림을 맛보려면 5~6년간의 기나긴 조연출 시절을 거쳐야 합니다. 요즘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혹시 여러분이 드라마 조연출이 된다면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도제식 교육이란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을테니 알아서 어깨 너머로 배우라는 말이죠.
오버 더 쇼울더로 연출을 바라보면 기가 죽거나 어이가 없습니다. ‘나는 언제 저 놀라운 경지를 터득하나...' 혹은 '나는 결코 저렇게 만들지 않으리’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시 녹음을 방해하는 강아지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쥐포를 사오고, 대로에서 무작정 차를 막으며 갖은 욕설을 다 듣고, 카페의 장소 사용료나 보조출연자 영수증을 잘 챙겨야 합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연출 선배는 조연출을 노려 봅니다. 막 이륙한 비행기를 ‘빠꾸’시키라는 연출의 명을 받고 관제탑으로 달려 가야만 합니다. 드디어 ‘입봉’하면 돈 관리에서도 해방되고, 몸으로 뛰는 대신 순전히 ‘입’으로만 일을 지시하게 됩니다. “조연출! 저 길 말야. 시멘트 전봇대를 나무 전봇대로 바꾸면 얼마나 정감이 나겠니?”
그 간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요. 연출과 조연출은 같은 種의 인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부담이 변하여 능력이 되네’란 노랫말처럼 조연출의 고통은 어떤 난관에서도 완성도를 향해 전진할 수 있는 내공 단련기간입니다.
몸으로 때우는 시절이 끝나면 마음의 갈등이 더욱 커집니다. 과연 드라마 연출이 나한테 어울리는 일인지, 잘 해낼 수 있는지... 존재 또는 정체성의 고민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옵니다. 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을 주기 때문에 고뇌도 깊어지는 거죠.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그래서 드라마를 한다는 것은 연출가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근육량, 잠자는 시간, 인간 관계 등등 자신의 삶 전체를 그 안에 던져야 한다는 것을 필연적으로 요구합니다. 제작에 들어가면 은행, 동사무소, 가족 행사, 동창모임은 일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병치레하는 가족을 두고 묵묵히, 또는 다중 인격자처럼 열정을 품고 촬영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엄살이라구요? 조연출뿐만 아니라 연출할 때도 힘들다면 무슨 낙으로 연출을 하느냐고요? 그건 연출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카메라 앞에 선 배우와 연출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감정의 끈이 연결되어 있을 때 숨막힐 것 같은 교감을 느낍니다. 그 느낌이 시청자한테도 여러 색깔로 전달됩니다.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거의 엔돌핀이 분사되는 기분이지요. ‘액션!’하고 큐를 부르는 순간의 엑스터시! 연출의 현장은 마약같은 쾌락을 안겨 줍니다. 이 순간의 짜릿함이 며칠 잠자지 못한 뇌세포를 맹렬히 자극합니다. 평소 부끄러움을 심하게 타는 저는 연출할 때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요.
드라마 연출을 통해 누리는 기쁨과 보람은 여의도에 있는 어떤 직업군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이 기쁨과 보람은 그러나 순간이죠. 고통과 부끄러움이 훨씬 강하게 오고, 더 오래 지속됩니다. 특히 자신이 만든 드라마가 방송나갈 때 그 몇 커트 때문에 열 번이나 한강물에 뛰어들고 싶었다는 사람의 심정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도 어떡하나요. 운명으로 알고 그런 고통과 부끄러움마저 친하게 지내야죠.
괜찮은 연출자가 되는 방법이 뭐 없을까. 십 년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궁리하는 일입니다. 먼저, 좋은 연출자가 되겠다는 욕구를 강하게 가져야겠죠. 그 다음 자신의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주디스 웨스턴이 ‘연기연출법(Directing Actors)’이란 책에서 연출자의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시키기 위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연습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독서하라.
박물관을 찾아라.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아라.
공상하라.
남의 말을 엿들어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라.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어라.
모르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길을 가르쳐 주어라.
다른 사람들이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인간의 마음에 대해,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의 동기에 대해 파악하라.
자신의 추억을 더듬어라.”
능력 있는 연출자가 된다는 것은 매력있는 인간이 되는 길이네요! 세상에 이런 직업이 다 있다니.
<최병길 드라마국. 2002년 입사>
드라마 조연출 과정을 통한 신체 5감(感)의 극대화 트레이닝 소개
당신은 어떠신가?
이른 바 ‘취업 대란’ 속에,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여 책장 사이에 머리를 끼운 채 졸고 계시는가? 아니면 혹, 그 ‘취업 대란’을 무사히 통과했더라도 책상 위 컴퓨터가 작업 반경의 전부를 차지하는 직장에서, 무릎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돌덩이가 되어가고 있진 않는가?
‘직업이란 정신적 육체적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경제적 대가를 받는 활동이다’
라는 낡은 헤게모니 앞에, 위의 상황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적당히 순응하며 지내고 계시는 구직자 및 직장인들이여! 그렇게 힘든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통해 남는 대가가 무엇인가? 세금으로 반토막 난 쥐꼬리 월급과 각종 스트레스 및 운동부족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 뿐 아닌가.
그러나 이런 구시대적 직업 현실 앞에 새로운 직업상을 제시하는 전대미문의 직업이 있으니, 그렇다 무엇이겠는가, 바로 드라마PD다.
왜 드라마PD인가?
이 부분은 박성수 부장의 직무소개 글에 이미 잘 설명되어있는 관계로, 여기선 특별히 다시 논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미 연출의 반열(?)에 오르신 박부장께서 미처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신 부분이 있으니, 그건 바로 드라마 조연출과정에서 자연스레 얻게 되는 ‘신체 5감의 극대화’이다!
‘드라마 조연출 과정을 통한 신체 5감의 극대화’는 말 그대로 드라마 조연출로서의 직업 활동을 통해, 경제적 대가를 얻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신체 5감을 단련, 그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드라마PD는 기존의 직업관을 넘어선 새로운 직업의 프로모 타입일 뿐 아니라, ‘신체 5감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이란 비밀스럽기 짝이 없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렇게 비밀스런 소식에 흥분 상태가 된 기존 구직자 및 직장인 여러분의 구강에 아밀라아제가 흥건히 맺혔으리라 믿고, 여러분께서 드라마 조연출로서 만끽하게 될 ‘신체 5감 극대화 트레이닝’의 방법과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드라마 조연출 과정을 통한 신체 5감 부분별 트레이닝 방법 및 효과
1. 시각
효과 a. 고도의 집중력 및 순간 관찰 판독 능력 배양
- 촬영 현장의 카메라 모니터에 잡히는 수백명의 엑스트라 및 군중 들 중 혹시 카메라 쪽을 보고 웃는 사람이 없나 감시 및 색출하는 훈련. 이 훈련을 통해 1/30초에 달하는 비디오 프레임까지 인지할 수 있는 능력 배양 (몇 해 전 집중력 배양에 도움이 된다 하여 히트를 쳤던 ‘월리를 찾아라’ 보다 약 200배 더 효과 있는 것으로 전설처럼 전해짐)
효과 b. 최소 48시간 이상 눈꺼풀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고도의 지구력 배양
- 촬영 현장에 있어, 밤샘은 기본. (며칠 연속이냐가 관건) 기본 48시간에서부터 100시간 이상은 너끈히 깜빡이지 않고, 모니터와 현장 상황을 관리 감찰할 수 있는 눈꺼풀 근육을 만드는 훈련. (아프리카 미어캣 초빙 특강도 비밀리에 추진 중)
2. 후각
효과 a. 폐 호흡을 억제하고 뇌파 호흡 능력 배양
- 스튜디오 녹화 드라마의 경우, 최소 24시간동안 꼬박 분진으로 가득 찬 스튜디오 내에서 플로어 디렉팅을 해야 하고, 또한 드라마 배경에 따라 석회석 채취 동굴, 고속도로 공사장, 아파트 분진 처리장 등등에서 촬영할 상황도 수시로 발생하므로, 폐를 통한 직접 호흡만을 고집해서는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 90% 이상. 따라서 우주의 음양 원리를 도입한 뇌파 호흡법 필수 훈련.
효과 b. 기상 및 환경, 온도 변화 예측 능력 배양
- 촬영 버스 출발 전, 그날의 기온, 풍향, 습도 등을 후각으로 인지하여, 당일 기상 상황 및 일출몰 시각 등을 파악, 연출에게 보고해야 함. (가끔 설악산에서 촬영 중일 때, 백령도 앞바다 파도 높이를 보고 하라는 연출도 계심) (주의! 기상청 예보는 절대 믿지 말 것. 혹시 예측이 틀렸을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조연출에게 있음)
3. 미각
효과 a. 최소 미감 분별 능력 배양
- 미니시리즈의 경우 최소 작업 기간 3개월. 이 기간 동안 사생활은 물론 일체의 사식은 배제됨. 매일 3끼(를 먹는 날이 극히 드물지만..)는 회사 혹은 촬영장 근처의 도시락 및 유사 식단으로 해결. 매일 거의 같은 메뉴를 먹게 되므로, 염도 변화(20인분 기준 김치찌개에 소금이 반 티스푼 더 들어간 정도), 김치의 산도 변화(김치 담근 지 20일 지났는지 21일 지났는 지 등) 등 극소량의 미감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 가능. (‘홍시’로 유명한 대장금의 미각 대결도, 담당 조연출의 미각 능력에 영감을 받았다는 뜬소문)
효과 b. 각종 특수 물질 시식 기회 부여
- 가령 피가 얼굴에 사실적으로 튀는 장면을 묘사 하기 위해, 피 뿌리는 연습을 할 경우, 분장 관계 상 연기자의 얼굴에 직접 하기 힘듦으로, 조연출이 자신의 얼굴을 이용해 연습장 역할 담당해야 함. 이때 흘러드는 분장용 피를 마셔볼 수 있음. (꽤 달콤함) 또한 수중 촬영 시 현장 안전 및 연기자 보호를 위해 조연출이 직접 물에 들어가 현장 보조. 이를 통해, 각종 바닷물, 강물, 계곡물, 흙탕물, X물까지 맛볼 수 있음. 필자가 아는 모 베테랑 선배는 영산강과 낙동강 물 맛 구분은 물론, 팔당댐 상류와 양수리 물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함. (다만, 촬영용 소품으로 쓰이는 음식에는 절대 손을 대선 안됨. 부패 방지 용 약품 처리 하므로 시식 후 3일 내 혼수 상태 가능성)
4. 청각
효과 a. 특수 음향(음성) 반응 능력 배양
- ‘큐!’ 혹은 ‘액션!’ 이란 소리를 들었을 경우 반사적으로 카메라 앵글에서 몸을 숨기는 능력 훈련. (완전히 빠져나오거나 소품 뒤에 숨거나) 촬영 중 조금의 잡음이라도 들렸을 경우 반사적으로 음원 쪽을 향하여 얼굴을 최대한 찌푸리며 삿대질과 함께 욕을 해대는 능력 훈련(물론 욕은 입모양만) 촬영 종료 시 ‘수고하셨습니다!’ 소리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조명, 동시녹음, 크레인 스태프 들에게 “어? 아직 12시 안지났네?” 라고 외치는 능력 훈련 (제작비와의 사투 역시 조연출의 책임)
효과 b. 특수 음향(음성) 무반응 능력 배양
- 촬영 현장에서 수도 없이 듣게 되는 연출의 육두문자를 (‘이런 과부 새벽 오줌에 밀려나갈 놈아!’, ‘전봇대를 X구멍에 쑤셔 박아도 안들어갈 놈’ 등등) 스리슬쩍 넘겨버리는 무반응 능력 훈련. (혹시 실수로라도 듣게 될 경우 심각한 정신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 높음) 시간이 촉박한 촬영 중 “배고파요!” 라는 스태프의 원성을 슬그머니 “다음 씬에 필요한 이거저거 다 준비됐어요?“ 라고 무마하는 무신경 능력 훈련. (이럴 경우 스태프들과 같이 화장실 가는 걸 자제해야 함) 촬영 종료 시 “어? 아직 12시 안지났네?”를 외친 후 스태프들이 혹시라도 부정적 반응을 보일 때, 주저 없이 "내일 출발은 6시입니다"를 외쳐주는 센스 배양 (역시 화장실은 혼자 갈 것)
5. 촉각
효과 a. 손가락 민감도 배양
- 각종 예고와 타이틀 편집은 조연출의 몫. 교과서에서나 공부했던 1대 1 편집기와의 대결에서 손가락의 민감도가 성패를 좌우. 조그만 움직임에도 쉽게 다른 프레임으로 넘어가버리거나 멈춰버리는 조그셔틀과 다섯 번 눌러야 한번 들어가는 에디트 버튼(들어가면 잘 안나옴)을 통한 손 감각 훈련은 십자수나 뜨개질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 알려져 있음. (방송 전까지 무조건 끝내야 한다는 ‘타임 어택 모드’ 발동으로 훈련 효과 극대화)
효과 b. 촉각 민첩성 배양
- 프로그램 정산 시 발생하는 각종 영수증, 제반 서류 작성 및 정리 역시 조연출의 몫. 지폐 빨리 세기부터, 영수증 잘 붙이기 등 신속하게 처리해야할 투성이. 이 때 필요한 건 역시 민첩하게 반응하는 손가락. 지폐의 수량을 정확하고 민첩하게 빨리 파악하고, 영수증 뒷면 풀칠이 적당히 잘 되었는지 신속하게 파악하는 능력 훈련. (정산을 빨리 끝내야만 그만큼의 자유 시간을 벌 수 있으므로, 인간다운 생활(수면과 세면을 뜻함)을 위해 필수적으로 배양해야할 요소)
이상으로 드라마 조연출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신체 5감의 극대화 방법 및 효과를 살펴보았다. 그러면, 이렇게 신체 5감이 극대화된 이후, 연출이 되면 어떻게 될까? 그건 필자가 아직 조연출 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관계로 연출이 된 이후 다시 한번 고찰해보도록 하겠다. 그럼 이만.
MBC 선배 어드바이스 <선배 PD가 말하는 PD 세상 2 >
-예능 PD<조희진 예능국 차장대우. 1993년 입사>
대학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입사, 예능PD‘질’을 한지도 어느 덧 11년이 흘러버렸다.
요즘처럼 고학력 실업자가 많은 시기에, 조금이나마 본인의 ‘PD질’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다면 사치행각이 될지도 모르지만 섣불리 달려 들다가 큰 코 다치시는 일은 없도록 잠시 동안 11년의 ‘회고록(?)’을 써 보고자 한다.
흔히 PD라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설은 분분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가장 그럴 듯한 풀이는 ‘Producer & director'라는 것이다. 외국은 좀 상황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의 피디는 기획과 연출 업무를 모두 겸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 또 다시 말하면 온갖 일을 다 맡아 한다는 소리다.
아이디어 회의, 자막정리, 섭외, 소품체크, 코디 회의, 편집, 촬영, 제작비 집행, 정산, 대본 회의 및 필요시 대본 작성, 등등.... 연예인들 중에 가끔 ‘만능 엔터테이너’란 호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PD는 방송국의 만능 엔터테이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표현은 어쩌면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나 풋내기 PD가 듣기엔 충분히 왕자병, 공주병으로 만들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 뜻을 살펴보면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심신이 피곤하다는 뜻일 것이다.
더구나 방송 프로그램이란 장시간 기획, 제작 등에 공을 들일 수 있는 영화와는 달리 속전속결 시스템이며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임하는 수 많은 스?들을 리드해나가야 하므로 순발력과 빠른 판단력, 추진력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물론 창의성과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소질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선호받는 직업도 변한다. 방송 PD의 경우 인기의 절정은 ‘90년대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약간씩 열기가 식어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미디어 매체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PD의 ’끗발(?)‘ 또한 점점 약해질 것이다. 그것은 곧 노동의 댓가만큼 성취감과 자부심도 줄어 들 수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장래 PD를 꿈꾸는 지망자들의 경우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하고서도 PD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PD가 되려면 MBC PD가 되어라!
<정윤정 . 2002년 입사>
글을 시작하려고 하니 다소 막막한 생각이 들어 지식검색의 힘을 빌려본다.
눈에 띄는 질문하나,
‘김PD송 가사가 뭐예요?’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휴일도 없다는 김PD.
단순한 가사지만 문득 이보다 PD 생활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싶다.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다는 부분에서는 그나마 그냥 넘어갈지라도 휴일도 없다는 부분에서는 거의 모든 예능PD들의 가슴이 저며오지(?) 않을까? 남들이 모두 쉬는 명절, 연말이면 이런 저런 특집으로 오히려 더 바빠지는, 그래서 가족모임, 친구모임에는 코빼기도 못 비추다보니 점점 친구도 떠나고 집에서는 ‘몹쓸 자식’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김PD들’이 MBC 예능국에는 수두룩하다. 물론 모든 예능PD들이 친구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못 만날 뿐이다. 애인도 있다. 역시 못 만날 뿐이다. 휴가도 있다. 운이 좋으면.
하지만 PD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소문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PD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 PD가 되기 전 수없이 자신에게 던져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땀냄새 풀풀나는 촬영현장을 발로 뛴 후 느끼는 성취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멋진 쇼를 멋지게 끝냈을 때의 예술적 자기만족? 아직 모두를 느껴보지도 못했고, 그 매력을 대자면 프로그램마다 사람마다 제각각 끝이 없겠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PD가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그건 바로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며 한바탕 울며 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의 수가 많고 적음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장르 구분 없이 모든 PD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PD가 되고 난 후, 가장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던 순간을 생각해본다. 어느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틀어주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같이 웃음을 터뜨렸을 때. 그 순간 3일을 꼬박 샌 모든 피로는 한순간에 날아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람들을 웃게 만들다니!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이 있을까!
물론 여기서 ‘내가’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 또한 PD가 갖춰야할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PD가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을 ‘먹고산다’고 비유를 한다 치면, 예능의 매력은 ‘골라먹는 재미’와 ‘섞어먹는 재미’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만화만큼 한없이 유치해지고 싶을 때 유치해질 수 있고, 영화만큼 한없이 진지해지고 싶을 때 진지해질 수 있는, CF처럼 멋을 부리고 싶을 때는 멋을 부리고, 그러다가 가끔씩 섞고 싶으면 섞을 수도 있는, ‘예능‘안에서 ’변신은 무죄(?)'다.
또 한가지.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일밤‘을 보는 부모님, ’논스톱‘을 보는 사촌동생, ’음악캠프‘를 보며 보아의 무대에 열광하는 조카에 이르기까지, 예능이 즐겁게 해줘야 할 사람은 너무 많아 탈이다. 야외촬영을 다니다보면 가끔씩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이 참 재밌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카메라를 갖다대면 죄지은 게 많지 않은 이상 기본적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 사람들. 하다못해 뉴스화면에 나온 자기 얼굴만 봐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TV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러브하우스의 사연을 추천해주신 한 사회복지사님께서 해주신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복지사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왜 복지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별 생각없이 ’내 돈 안 들이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서 살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대답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PD‘란 직업도 같은 직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것. 그리고 그 웃음으로 힘을 얻어 살아가는 것. 결론은 ’웃음은 나의 힘‘이라고나 할까. 그게 바로 예능PD가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사교양PD<김현기 시사교양 PD. 2001년 입사>>
교양PD라....
그러고 보니 저도 시사교양국에 와서 "교양PD란 어떤 직업인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교양PD가 얼마나 좋은 직업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군요. 왜일까? 그렇게 생각할 만한 말초적인 매력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이라 그런가.... (물론 실제로 그럴 수도.... 그보다는 그런 평가를 할 만큼 부지런하거나 영리하지 못한 저 자신의 부덕함이 더 크겠지만요~) 그러니 PD가 되기를 원하는 수많은(?) 잠재 후배들에게 “교양PD는 이런 점이 좋고, 이런 점 때문에 나는 교양PD가 되길 정말 잘했고...."라는 식으로 얘기를 꺼낸다는 건, 그들도 속이고 나 자신도 속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히 말하는게 낫겠죠. 교양PD가 가진 것과 교양PD에겐 없는 것을 진솔히 들려주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역시 기대 이상이야"라는 막연한 환상을 부풀려주어 ‘꼬드기는' 것보다는, “그럼에도 나라면"이라는 적당한 의지와 승부욕을 가진 이들에게 사명감을 일깨우는 것이, 그들에게도 시사교양국에게도 좋을테니.
가장 착각하기 쉬운 하나 - 화려함 같은 건 없다.
방송사 PD에게 일반인이 가지는 선입견들이 당신에게 실현되는 것을 원한다면, 당신은 절대 교양PD가 되면 안됩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알아보고 100m 밖에서부터 꾸벅 인사부터 하는 매니저도, 호형호제하는 연예인 친구도, 취재 나가기만 하면 꺼뻑 죽는 출입처도 없습니다. 그런 것을 원한다면 이미 당신은 교양국의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상입니다. 그 자체로 우리를 울리고 웃기는 평범한 이웃들의 삶, 부조리와 혼란으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자화상, 우리를 둘러싼 대자연과 환경.... 이 모두가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입니다. 우리의 연출은 연예인을 데리고 짜여진 대본에 맞는 연기와 애드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만 봐도 얼굴이 굳어지는 일반인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고민은 어떻게 웃길까가 아니라, 어떻게 진실에 접근할 것인가입니다. 우리의 책임감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부가가치가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옳은가에 담보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세가 교양PD의 덕목이라면, 우리에겐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화려한 직장생활이란 어찌보면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그에 못지 않게 착각하기 쉬운 또 하나 - 다큐멘터리만 만들 수는 없다.
제대로 된 다큐멘터리가 만들고 싶은 사람이 교양PD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스트이기만을 원한다면, 당신은 MBC에 들어올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가 되야 합니다.
시사교양국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정통 다큐를 추구하는 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포함해서 <생방송 화제집중>, <아주 특별한 아침>, , <사과나무>, <타임머신>, 그리고 까지.... MBC 시사교양국 PD가 된다는 것은 이 모든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중에서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이제는...>과 , 간간이 편성되는 대형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외한 대다수 정규 프로그램들은 다큐멘터리라 보기 어렵습니다.
각각의 세부 아이템들은 모두 일정 부분 다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프로그램 전체의 장르는 매거진, 시사 저널리즘, 문화 등 다양하죠. 교양PD가 되고 싶다면, 당신은 에서 뉴스와 차별화된 기획력 있는 취재 솜씨를 뽐내야 하고, <타임머신>의 과장된 재연도 박진감 있게 찍어내야 하며, <화제집중>에서 풀어놓을 쏠쏠한 일상 정보들도 꾸준히 수집해야 합니다. 정규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교양뿐 아니라 모든 PD의 기본 자세이며, 이렇게 쌓인 내공이야말로 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소양이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는 교양PD의 고유영역이자 본령이지만, 전사적 차원에서는 교양PD가 소화해야 하는 다양한 장르의 하나일 뿐입니다. 거기다 착각하기 쉬운 하나 더 - 자기 할 일만 다하면 되는 게 아니다. 흔히들 이렇게 얘기합니다. 교양PD는 아티스트이자 저널리스트라고. 참 듣기 좋은 말입니다. 멋진 그림을 찍고, 그 그림을 보기 좋게 편집하고, 사회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아 코멘트를 날리고.... 하지만 그 얘기는 PD가 아티스트와 저널리스트의 역할만 하면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방송은 수많은 스탭과 크루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노동집약적인 결과물입니다. 작가, 카메라맨, FD, 조명, 음향, 기술, 홍보 등이 어우러져 방송 tape안에 그간의 노작을 담아내는 것이지, PD 혼자 꼼지락대며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무사히 방송되고 나아가 좋은 내용을 담아내는 것을 최종 책임지는 것은 PD 한사람입니다. 당연히 그에게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보이지 않는 역할이 전부 다 부여됩니다.
카메라가 배정되지 않았을 때 급한 사건이 터지면 6mm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가 직접 촬영도 해야 하고, 촬영에 방해가 되는 모든 문제들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해야 하고, 즉석 섭외도 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자기가 직접 출연해 보도나 연기까지 해야 합니다.(개인적으로 저에겐 이게 가장 힘들답니다^^;) 또한 그 많은 스탭들을 독려하고 그들의 불만과 분쟁을 해결하는 것까지 PD의 몫입니다. 아무도 적임자가 없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나서기 꺼려지는 역할은 모조리 담당 PD의 눈에만 보이니까요. 스탭 중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 그것은 PD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늘 연출되거나 설정되지 않은 통제 불능의 현실 세계로 뛰어드는 교양PD에게는 그런 역할이 보다 많이 요구될 테구요.
저는 재작년에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티벳대탐사>의 조연출을 했습니다. 두달간 해발 4000m의 고지에서 20여명의 현지 스탭과 7대의 차량으로 15,000km를 이동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산소가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해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는 그 곳에서, 텐트치고 밥해 먹으며 한달이 넘게 못 씻는 생활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었습니다. 강렬한 직사광선에 피부는 타다 못해 두 번이 넘게 벗겨지고, 입에 맞지도 않는 현지 음식을 '살기 위해' 입속에 집어넣어야 하는 악조건이었지요.
하지만 그 기간동안 저는 선배(17년차 교양PD)의 '의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고소증에 적응하기 위해 출장가기 1년전부터 운동으로 몸을 만드는 모습. 정규 프로그램인 을 연출하던 다큐팀 발령 전부터, 티벳의 문화와 자연에 대해 어떤 전문가보다도 많이 공부하던 모습. 야생동물을 찾아 티벳 무인구를 누비며 체중이 10kg 이상 빠질 만큼 지쳐도, 기어이 원하던 그림을 찍을 때까지 스탭들을 끌고 다니던 독한 모습.... 그 덕에 그 때는 죽을 맛이었지만, 저는 그 선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 전 '그 쪽을 향해선 오줌도 안눈다'고 다짐했던 티벳이 그립기까지 합니다. '나도 10년내로 티벳에 관한 다큐를 꼭 다시 만들어보리라'는 막연한 목표도 생겼구요. 아마도 그 때 그 선배를 보며 “교양PD란 이렇게 일하는 거구나”를 어느 정도 깨달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제서야 위에서 언급한 교양PD에 대한 착각을 깨고, 현실의 교양PD에 조금이나마 근접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PD도 직장인이고 교양PD도 하나의 직업입니다. PD의 위상과 기득권에 대해서 외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에 기반한 기대치가 있다면, 먼저 그 환상부터 버리세요. 오로지 프로그램에 녹여낼 수 있는 당신의 개인적 신조, 관심, 창의력, 책임감만 꽉 붙들고 있으면 됩니다.
당신의 직장이 될 현실의 방송사에서 당신의 역할은 오로지 좋은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허튼 기대감보다는 이 덕목들이야말로 당신을 좋은 교양PD로 만들어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면 할 수 있어. 아니, 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Welcome to the real world~!! 우리, 함께 갑시다~!
MBC 선배 어드바이스 <선배 PD가 말하는 PD 세상 3>
-라디오 PD <이대호 라디오 본부. 1994년 입사>
라디오 프로듀서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물론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듀서 외에도 우수한 스탭들의 지원과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나 DJ(통상적으로 우리나라 라디오에서는 AM 방송의 정보, 교양,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를 MC, FM방송의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를 DJ라고 부릅니다), 라디오 작가, 라디오 엔지니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좀 더 확대해보면, 리포터, 프로그램의 초대 손님들,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는 많은 청취자들도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되지요. 하지만, 매일 매일 고민해서 프로그램을 기획, 구성하는 사람들의 중심에는 프로듀서가 있습니다.
라디오는 매일 매일 방송이 생방송이기 때문에 방송 도중에 준비한 내용을 바꾸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연을 읽다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청취자들의 반응을 보며 새롭게 내용을 추가하기도 하고, 다음에 방송하기로 예정된 사연을 다른 내용으로 바꾸기도 하지요. 감동적인 사연에 마음을 바꿔, 사연을 보낸 청취자에게 바로 전화연결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생방송의 묘미는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프로듀서들의 재치로 더 빛나니까요.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로 감동을 만드는 라디오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있어야 할까요? 먼저, 음악을 사랑해야 합니다. 청취자들은 우연히 라디오를 틀었다가 흘러나온 감동적인 음악을 평생 잊지 못하고 마음에 새기니까요. 둘째, 세상의 소소하고 작은 얘기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라디오는 다른 매체와 달리 개인적이며 따뜻한 매체니까요. 마지막으로 필요한 자질은 순발력입니다. 매일 생방송을 연출하려면 여러 상황에 능동적으로 재치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밖에도 저희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능력을 가진 미래의 라디오 프로듀서 여러분! MBC라디오에서 여러분의 젊음과 꿈을 함께 나누길 소망합니다.
<김빛나. 2002년 입사>
<라디오 PD란 누구인가?> 란 제목의 글을 써 내려가려는 지금,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가상대화라는 컨셉을 빌리고 한명의 출연자를 섭외했다. 그는 현재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10년차 모선배. 이야기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한국어 어법을 살짝 무시한 구어체로 적어나감을 이해 바란다.
김빛나(이하 김): ‘라디오 PD란 누구인가?’ 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써달라고 하네요? 근데 저 말이예요, 들어온지 1년 반 된 뼝아리 인데다, 줄곧 시사프로그램 쪽에만 있어놔서 도대체 뭘 어떻게 말해야 될지 감이 안잡히는데... 어쩌죠?
모선배(이하 모): ‘라디오 PD란 누구인가?’ 흠... 네 성격에 그렇게 으레 겁먹고 있을 필요는 없을거 같은데? 나도 많이 아는건 아니지만 라디오 PD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는’ 시선집중이건 별밤이건 싱글벙글쇼건 간에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봐도돼. 재료를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지, 경험이 짧고 프로그램을 여럿 안해봤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선배님, 가르침을 좀 주시죠.
모: 할 일이 많다만, 잠깐 이야기를 해보자. 자, 라디오는 매체 특성상 매일매일 생방송으로 나가는 레귤러 프로그램이 많잖아. 그러니 크게는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 ‘우리 방송의 청취자는 어떤 사람이고 그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라디오를 접하는 사람이니 이러이러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기획의도를 잡는 사람이어야 겠고... 그치?
김: 그쵸.
모: 그리고 매일 매일의 아이템을 정해야 될거 아니겠니? 우리가 시선집중 회의할 때도 보면 PD, 작가, 진행자 모두 모여서 얘길 하잖아. 오늘 뉴스를 보면 내일은 상황이 이러이러할 것 같으니까 100분을 이런 저런 것들로 채우자... 하고 아이템을 내 놓았을 때 최종적으로 “그래, 현장 속으로는 A로 가고, 60초 풍경은 B..” 식으로 정하는 것이 너나 나같은 라디오 PD가 할 일이고...
김: 그렇네요.
모: 한마디로 주어진 재료를 편집해서 배치할 때 ‘어떻게 버무릴까?’를 고민하는 역할을 한다는 거지. 또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해 줄 소스로 활용할 사람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A기관의 B씨가 이런 측면에서 나은 것 같으니 그 사람을 섭외하자, 도장 빡! 찍으며 확정하는 역할을 맡고. 섭외를 나누어 맡는 것은 기본!
김: 하긴 손석희 부장님이 그런 말씀도 하시더라구요. "라디오 PD가 뭐하는 사람일까요?" 했더니 “뭐 많이 하지... 연출도 하고, 섭외도 하고... 근데 중요한건 마지막에 책임지는 사람 아니냐?” 그러셨는데... 선문답같던 그말이 엄청난 진리를 담고 있었군요.
모: 그래, 그말이 딱 정답이네.. 지난 6월 21일이었나? 월요일 아침 5시, 주말독도 덜 풀린채로 눈 비비며 출근했는데 5시 20분쯤 김선일씨 납치 1보가 떴잖아. 그게 누굴 연결할지 무엇을 들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기존 코너 뭉개고 “그 문제 다루자, OOO씨로 연결해” 하는 결정, 방송시간 40분 남겨놓고 내렸던거. 그때 상황처럼 시급을 다투는 사안에 대해 짧은 시간내 결정을 내렸을지언정 그걸 '다루냐 안다루냐'부터 '누구를 연결하냐, 또 인터뷰 내용의질은 어떠했는가...' 그 모든 굽이굽이 질문에서 PD는 자유롭기 어렵지.
김: 하긴 저도 생방송 할 때 스튜디오 들어가 있다보면 순간순간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던가 하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맘이 꽤나 불편해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방송 제작할 때 모든 코너가 1분 1초라도 안 망가지게 애쓰는 거, 또 기술적인 완성도까지도 신경쓰게 되나보다.. 싶네요.
모: 그래서 그런말 많이 하는 것 같애. 쉽게들 순발력, 판단력, 호기심... 이런 것들이 많아야 한다고 하잖아? 호기심이 많다보면 이것 저것 찾아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소스들을 확보하게 되잖아? 그런 '근거를 갖고 순발력있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거지. PD 스스로가 이것저것 좀 챙기고 있어야 작가나 리포터한테 일을 의뢰할때도 합리적인 의뢰를 하게 되고. 이게 기동성을 중시하는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중요한 능력이자 역할이겠지.
김: 하긴 좋은 성격도 성격이지만, 그런 노력이 받침된 능력이 있어야 스탭들 괜한 고생 안시키고 그게 조직의 생산성에도 기여를 할테고요.. 흠... 그럼 음악이나 교양, 오락프로에서는 어때요?
모: 아까 말했지만 음악이나 교양, 오락프로그램도 비슷한거 같애. 주 청취대상이 누군지 파악을 해서 프로그램의 아이덴터티를 정하고 나면, 목적하는 바의 흐름에 맞는 게스트나 음악, 또 여러 기법들을 고려하지. 사실 청취자 사연이나 음악의 전달 같은 전통적 라디오의 역할을 소화해주는 쪽이 이쪽이다 보니 곡과 사연의 흐름을 그럴싸한 얼개로 짜는 것이 중요하거든. 그런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오디오적인 특성을 활용한 루트를 찾아 결정하는 사람이 PD야. 게스트의 토크가 됐건 퀴즈전화연결이 됐건 장치를 끼워넣고 그 장치의 세부적인 내용을 선택, 결정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다만 TV 쪽하고는 다르게 우리는 여러 성격의 프로그램을 왔다갔다하게 되니까 그 오락, 교양, 음악, 시사간 전환의 너비가 좀 크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아까 처음에 재료의 활용 얘기를 했던 것이 거든. 대충 감이 잡히면서 라디오 PD가 무엇인지 말하고 싶은 용기가 솟지 않냐?
김: 예... 뭐 쪼금은...(긁적^^)
모: 야,야.. 벌써 12시 넘어갔다. 말을 많이 했더니 배 무지 고프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김: 오옷,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죠? 현정씨, 밥먹으러 갈까? 밥먹을 사람 여기 붙어~
(후략)
짧지 않은 글을 마치면서 또 두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라디오에만 있는 것들을 말하고 싶다. 그것은 ‘규칙적이지만 권태로울 수 없는 매일 생방송, 가족 같은 분위기의 스탭,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도 여전히 인간적인 느낌이 나는 매체 특성’.
둘째, 라디오 PD로서 존경하는 부장의 글을 전하고 싶다. 20년을 훌쩍 넘긴 분인데 많은 시간을 교양 프로그램에 투신(?)했다. 그 결과 이런 글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겠고. 라디오 교양 PD에 대한 이야기를 써 놓았는데 좋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만 줄인다.
『라디오 교양 프로듀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순 없다. 우선 상당한 긴장을 견뎌야 한다. 매일 매일 정시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은 나가야 한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취재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종합하고 간추리고 분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 중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을 선별하고 배열하는 정보 편집 능력과, 똑같은 정보라도 맛깔스럽게 색다르게 조리하고 포장하는 기술과 창의적 발상법도 익혀야 한다. 이런 자질은 후천적인 훈련으로 배양할 수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이런 기술적 측면 외에 더 중요한 것 한 가지, 품성이 좀 이타적일 필요가 있다. 아니 이타를 개인적 만족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사람이면 훨씬 좋다. 타인의 삶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회환경 감시 프로그램을 맡게 될 가능성이 많으니까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감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 더욱 좋다. 이런 일에 필요한 덕목들이 특별한 어떤 것은 아니다. ?상식과 균형감각?이라는 간단한 말로 정리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만만하지는 않은 덕목이다. 요즘의 한국사회처럼 격변기라면 빠르고 유익한 정보의 올바른 전달을 통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불필요한 개인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바로 라디오 교양 프로듀서다.
라디오가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매체 중 유일하게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라디오를 들을 수 있으니 이 강점을 따라올 매체가 또 있을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혹은 업무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도대체 어떤 다른 매체를 즐길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일을 하면서 라디오에서 재미있거나 유익한 정보, 아니면 음악을 듣기를 원하는 한 라디오 시대는 계속된다. 음악이건 재담이건 시사 정보건 간에 멋지게 가공하고 청취자의 욕구를 정확히 반영하는 컨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계속된다면.』
“라디오 교양 PD. 정보의 바다를 탐험하는 조타수” 정찬형; 《PD가 말하는 PD》, 김민식 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