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최철주 지음
해피...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최철주 지음
도무지 죽을 것 같지 않은 얼굴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 하나,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나는 행여 내가 의식 작용을 못하게 되는 경우에
약물과 산소 호흡기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은 하지 않도록 주위에 당부해 놓고 있다.
식물 인간이 되어서까지 죽는 기한을 늦추고 싶지 않은 것이다(故 최종현 전 SK 그룹 회장).
1998년 8월 26일, 최종현 전 SK 그룹 회장은 평소 뜻대로 ‘품위 있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
최 전 회장은 폐암 수술 후에 암이 재발한 뒤로는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거부한 채
심신수련을 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투병했다(209~231쪽 참고).
그 후 10년이 지난, 2008년 6월 한 가족이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해달라고 법원에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과는 기각. 법원은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이 없고,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사건이 존엄사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사회에 품위 있는 죽음을 환기시키는 계기는 되었다.
사실 이러한 ‘연명치료 중단’ 문제, ‘존엄사’ 논쟁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1997년에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 6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온 스무 살 딸의
인공호흡기 전원을 꺼 숨지게 한 아버지, 간경화 말기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탈취한 의사 등의
뉴스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 보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뿐이었다.
죽음이 추방된 한국 사회에 ‘죽음 문화’를 다시 그리다
그 까닭은 우리가 죽음이 사라진 곳에서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은 죽음을 일상에서 추방했다. 환자들은 마지막 임종 순간까지 인공영양,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신장투석 등의 첨단연명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죽음의 시간을 무한정 연장한다.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격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지만,
가족은 마지막까지 ‘치료’를 해드리는 게 망자에게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들은 죽음을 의학의 실패라고 생각하며, 생명을 치료하고 연장하는 데 급급했다.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치료’에만 매달리는 그곳에는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기
어려웠다. 거기에 재정적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한편 장수시대 도래와 함께 암, 심장질환, 알츠하이머병 등을 앓는 노인 환자는 계속 늘어날
추세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고, 지난 7월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의 필요성이 논의된 바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존엄한 죽음’과 ‘관습화된 죽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은 소중하고 존엄하다. 하지만 의료진과 가족들이 생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한다 해도 죽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 ‘최선’을 다한 치료 이후의
간호는 어떤 그림이어야 할까, 의료진과 가족들이 생각하는 최선이 말기환자에게도 최선일까.
환자들은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한 하루도 보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말이다.
이 책은 ‘치료’를 넘어 사회적 ‘돌봄’으로써 죽음을 삶의 일부로 다함께 살아가자고 제안한다.
한 저널리스트가 한국, 일본, 미국에서 만난 죽음의 다양한 표정들!
30여 년을 방송사, 신문사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미국, 일본, 한국의 삶과 죽음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죽음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왜 호스피스 사업이 붐일까,
일본 소도시의 한 마취과 의사는 왜 말기 암 환자에게 모르핀 2,000밀리그램을 주사한 걸까,
서울의 대학병원 주변 모텔들은 왜 ‘환자방’으로 이름을 바꿨을까.
저자는 크고 작은 도시를 거닐며 만난 삶과 죽음의 단상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또한 의사, 호스피스 간호사, 염장이 등의 말을 섞는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현장 취재, 인터뷰, 연구조사라는 글쓰기 방식은 접근하기 어려운
죽음이라는 ‘벽’을 허물어뜨린다.
이 책의 1부 ‘죽음, 삶이 되다’는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삶과 죽음이
동거하는 미국 사회를 담았다. 1970년대 중반 ‘카렌 앤 퀸란’ 사건 이후 안락사?존엄사 논쟁을
시끄럽게 치르면서 존엄사법을 제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2부 ‘죽음에도 표정이 있다’에서는 현재 존엄사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담았다.
3부 ‘죽음,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는 생전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죽음 부재의 한국 사회를 꼬집는다.
더불어 이제 ‘죽음’에도 문화가 있어야 함을 깨달아가는 한국 사회에 앞장서
‘존엄한 죽음’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이 책의 다양한 목소리는 한국 사회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 존엄사법 제정,
사회복지제도 보완, 리빙 윌·사전의료지시서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소개 - 최철주 [저]
1970년 (주)중앙일보, 동양방송에 입사한 후 TV 방송사에서 10년,
신문사에서 26년 동안 정치, 사회, 국제 분야 기자로 활동했다.
중앙일보 경제부장, 일본총국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실장, 논설고문 등을 지냈으며,
<세계의 석유전쟁, 미래의 도전>을 제작해 대한민국 방송상을 받았으며,
1989년에는 구소련 체제하의 사할린에 들어가 일제에 끌려간 한국동포의 생활상을 최초로
보도해 관훈클럽의 제1회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탐사보도 강좌를 개설했다.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호스피스 아카테미 고위과정을 이수, 삶과 죽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Daum Cafe-'호스피스 아카데미'-특별회원이며 고문역을 맡고 있다.)
http://cafe.daum.net/hospiceacademy3
호스피스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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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책의 다양한 목소리는 한국 사회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 존엄사법 제정, 사회복지제도 보완, 리빙 윌·사전의료지시서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