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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세월회 회장님도 현직에 재직할 때 영어 선생님으로 이름을 날렸다던데, 영어 모르는 내가 이 글 쓰면 뭐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 되는 건감? 하지만 뭐 무지자무외(無知者無畏)라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잖은가. 그저 하릴없는 늙은이의 심심풀이 파적(破寂)거리로 만든 글이니 혹여 일별하는 제위(諸位)들은 부디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넘겨 주시길...
1.
"Good night, Good night!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morrow(안녕, 안녕! 헤어지는 건 아주 감미로운 슬픔이니 내일이 올 때까지 작별 인사를 할 것에요)."
- 「Romeo and Juliet」2막 2장
흔히들「Romeo and Juliet」이라고 하면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 아마 발코니에서의 이별 장면이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일어나는 정서적 갈등과 고통에 뒤섞여, 동시에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달콤한 슬픔(sweet sorrow)이라고 애둘러 표현하고 있다.
사실 세익스피어의 수 많은 작품 중 우리들에게 4대 비극 못지않게「 Romeo and Juliet」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은 4대 비극이나 5대 희극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 이유인즉슨, 오랫동안 서로 앙숙인 두 가문의 청춘 남녀가 사랑을 나누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내용을 보면 분명 비극, 그것도 눈물 질질 짜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겠지만, 둘의 죽음으로 철천지 원수간의 두 가문이 화해하게 되었다는 건 희극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던데... 하지만 어떤 자료에서 보니까 5대 희극에 이걸 집어넣은 곳도 있더만...
2.
"There are more Things in Heaven and Earth, Horatio, than are Dreamt of in your Philosophy(호레이쇼군, 이 세상엔 학문이 아주 깊은 자네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게 많다는 거라네)"
- 「Hamlet」 1막 5장
햄릿은 절친한 친구이자 학식과 덕망이 높은 호레이쇼(Horatio)에게 그처럼 많이 공부한 사람이라도 이 세상의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호레이쇼도 햄릿이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부왕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장면을 몰래 목도했지만, 과학과 유령의 존재는 물과 기름의 관계이니 반신반의하는 건 당연한 일일 터...여기서 햄릿은 세상에서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많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인간의 철학과 이해의 한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 말은 우주가 아직까지 미지의 설명 불가능한 신비로 가득하다는 걸 예시하는 데 자주 이용되고 있다고 하더만...
3.
"Devil can cite scripture for his purpose(악마조차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성경 구절을 들먹일 수 있다네)."
- 「The Merchant of Venice」1막 3장
안토니오가 친구 바사니오에게 말한 것으로, 이 말은 나쁜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한 척 할 수 있고, 좋은 일이라도 나쁜 목적을 위해 왜곡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다시 말해 성경과 같이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라도 나쁜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뒤틀리게 해설되고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하겠다.
뭐 비근한 예를 들자면 말이지, 마테복음 4장 1~11절에서도 사탄이 말씀(word)을 교묘하게 왜곡하여 예수를 꼬드기는 장면이 나오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성경을 들먹이는 샤일록을 가리켜 안토니오가 악마로 빗대면서 친구에게 주의를 상기시키는 장면이리라.
4.
"If you can Look into the Seeds of Time, and say which Grain will Grow and which will not, Speak then to Me(너희들이 시간의 씨앗 속을 들여다 보고, 어느 싹은 자라고 어느 싹은 자라지 않을지 말할 수 있다면 내게 말해 봐라)"
- 「Macbeth」1막 3장
황야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마녀들이 맥베스는 미구에 왕이 될 것이고 벤쿠오의 자손들 역시 미래에 왕이 될 거라고 예언하자, 벤쿠오가 마녀들에게 시간의 씨앗을 들여다 본 결과를 자세히 일러달라고 한다.
벤쿠오의 이 말은, 누군가가 정확히 미래를 예견하고 어떤 행동이 성공 또는 실패의 결과를 가져다 줄지를 결정할 수 있다면 그의 통찰력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이 말은 곧 「맥베스」가 인간의 운명을 주제로 하는 연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근디 세익스피어의 극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마녀, 요정, 어릿광대는 언제나 변죽을 울리는 말로 듣는 주인공들을 감질나게 하니 뭐 딱히 똑 부러지는 대답을 기대하긴 글렀겠지만...
5.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Word would Smell as sweet(이름이란 게 뭐여? 장미를 다른 단어로 바꾼다고 그 향기가 어딜 가냐 말여)"
-「Romeo and Juliet」 2막 2장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더니 쥴리엣은 오랜 앙숙 관계인 자기 집안과 캐플릿 가문이 단지 이름 때문에 으르렁거리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규방에 처박혀 바느질이나 열심히 배울 일이지 일찍부터 혁명을 꿈꾼다는 게 그녀의 불운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도 하지만...
그녀의 이 말은 이름이란 단지 상표와 같은 라벨일 뿐이며 장미 향기같은 사물의 본질은 이름 하나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데...다시 말해 줄리엣의 말은 사람이나 사물의 진정한 성격은 그 이름이나 라벨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6.
"We are such stuff As dreams are made on, and our little life Is rounded with a sleep(우리는 꿈들로 이뤄진 것과 같은 존재이며, 우리의 보잘것 없는 생 역시 하나의 꿈으로 엮어져 있으니)"
- 「The tempest」 4막 1장
등장인물의 면면이나 연속되는 사건들의 성격으로 비추어, 세익스피어의 많은 작품 중 가장 황홀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 연극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나폴리의 전 공작이자 마법사인 프로스페로는 자신의 마술적 환상을 인생의 덧없음에 비교하면서 이 말을 하고 있는데...이는 작가인 세익스피어 자신의 삶을 회상하면서 이윽고는 죽어야 하는 인간의 하찮은 삶을 묘사하고 있다고 평해지고 있다.
프로스페로의 말은 인간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다름 아닌가를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이 문구는 우리의 삶이 떠다니는 꿈과 같고 모든 것이 마지막 '잠(sleep)'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여기서의 '잠'이란 자주 죽음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한다.
7.
"The lady Doth Protest too much, Methinks(내 생각엔 저 숙녀가 과도하게 자기 주장을 한다고 봐)"
- 「Hamlet」 3막 2장
햄릿의 어머니이자 왕비인 거투루드가 연극 '쥐덫'을 보고난 뒤 햄릿이 연극을 본 소감을 묻는다. 왕비는 극 중 왕비의 행동이 과장되고 속이 비었지만 막상 자신은 전혀 그렇게 믿지 않는 것 같다고 넌지시 소감을 말하는데...
극 중 왕비가 지나치고 과장된 표현으로 혼인서약을 강조하는 것 같다는 거투르드의 표현은 이중 부정은 곧 긍정의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되는 바, 왕비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결혼이나 혼인서약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음을 은연 중 시사하고 있다고 한다.
8.
"Full Fathom Five thy Father Lies(다섯 길 바닷속에 그대 아버지 누워)"
- 「The tempest」 1막 2장
극에서 나폴리의 왕자 페르디난드(Ferdinand) 일행은 타고 가던 배가 난파되어 어떤 섬에 도착하는데, 이 섬에는 페르디난드의 아버지가 쫓아낸 마법사인 프로스페로 공작과 그의 딸 미란다가 살고 있었단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원한으로 공작이 페르디난드를 가두려 하나 그를 사랑하는 미란다가 이를 저지하게 되는데...
위의 글은 요정 아리엘(Ariel)이 페르디난드에게 배가 난파되어 아버지가 죽었다고 거짓으로 말해 주면서 프로스페로와 미란다가 살고 있는 곳으로 유인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네. 여기서 'fathom'은 영국에서 썼던 물의 깊이를 재는 단위로 1fathom은 대략 1.8m 정도였다는구만.0
28
9.
"It’s not in the stars to hold our destiny but ourselves(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Julius Caesar」 1막 2장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의 제 1막에서 카시우스가 부르투스에게 "시저는 로도스섬의 거대한 동상처럼 떠억하니 버티고 서 있지만, 우린 거인의 사타구니 아래를 걷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네. 하지만 그런 운명이 우리의 잘못은 아닌 게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거등." 하고 말하는데...
카시우스는 공자 촛대뼈 까듯 이렇게 운명의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식의 철학을 처남 부르투스에게 설파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좇아 이리 저리 자리를 옮기다 결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그의 철학대로 종말을 맞은 것인지 운명론의 결과인지는 모르겠구만 그랴.
10.
"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And therefore is wing'd Cupid painted blind(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긍까 날개 달린 큐피드를 장님으로 그려 놨지)"
- 「A Midsummer Night's Dream」1막 1장
극의 도입 부분에서 사랑의 불합리한 성격에 대하여 알고 있는 헬레나가 말하는 이 내용은 연극의 전편을 지배하는 기본 구조라고 할 것이다. 그녀는 데메트리우스(Demetrius)를 사랑하는데 남자는 헤르미아를 사랑하고 헤르미아는 어쩌다 라이센더를 쫓아다니니, 사랑은 마음으로 보는 거라고 아는 체하고 얘기하지만 뭐 그녀가 사랑의 본성을 알면 얼마나 알까?
헬레나는 계속해서 사랑을 부정직하고 불쾌한 것(things base and vile)으로 규정하는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랑은 비록 그런 좋지 않은 성질이 있다 해도 격식과 위엄(form and dignity)이 있는 것으로 변환시킬 힘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잘 되어야 할 텐데...
"Nor hath love's mind of any judgment taste; Wings and no eyes figure unheedy haste: AA Midsummer Night's Dream act 1 scene 1nd therefore is love said to be a child, Because in choice he is so oft beguil'd.(게다가 사랑의 마음은 판단력도 없어, 긍까 날개는 있어도 눈이 없으니 부주의할 수밖에. 해서리 사랑을 얼라(어린애)라잖아, 선택할 때 너무 자주 속으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