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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첸자오로 참(VICENZAORO CHARM)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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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열린 ‘비첸자오로 참(VICENZAORO CHARM) 2011’은 만 명도 넘지 않은 9,337명(이태리인 58%, 외국인 48%)이 방문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경기가 좋을 때는 2만명 이상이 참여하던 비첸자 전시회였다.
전시회 첫 날인 토요일에는 바이어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입구도 한산했다. 항상 북적거리던 마운팅 회사들의 부스에도 빈자리가 있었다. 5월 전시에 부스를 갖고 참여하는 외국 회사들은 거래가 거의 없는 전시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정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 불참하면 같은 자리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관으로 불리는 B1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신제품은 거의 없고 바젤쇼에서 본 제품들이 쇼윈도에 진열됐다.
5월 전시회에서 신상품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바이어들도 많이 오지 않는데다가 바젤쇼 때 이미 신상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바젤에서 받은 동일한 프레스 키트를 받는다. 그러니 여름 전시에 참여하는 외국인 기자들은 이틀 동안 일을 마치고 전시 사흘째부터 베니스나 베로나 등 주변 도시로 놀러 다니기 바쁘다.
하지만 이런 속에서도 어떻게라도 바이어의 관심을 끌어 전시회에 참여하게 하려는 주최 측의 힘겨운 노력은 가히 놀랍다. 본관 앞의 중앙 광장의 커피숍을 뷔페와 재즈감상을 할 수 있는 멋진 휴식공간으로 바꾸고 그 뒤로 트렌드 비전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주얼리 잡지사 TJF와 함께 운영한 이 공간은 밀라노에서 열리는 텍스타일 전시회 모다 인(Moda in)처럼 트렌드별로 섹션을 분리하고 비슷한 색상, 유행, 모티브의 주얼리와 패션 액세서리 등을 한 곳에 모아놓았다. 이곳에 전시된 주얼리에는 회사의 이름과 전시장 부스넘버를 써 놓아서 바이어들이 이곳에 들러 제품을 미리 보고 부스로 찾아갈 수 있게 했다.
이 공간 옆에는 TJF가 주최하는 주얼리 트렌드 분석 세미나장도 마련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참여하는 회사가 얼마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금 주얼리들이어서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 듯했다. 분야별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패션 분야의 장점을 주얼리 전시 쪽에 접목시킨 의도는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패션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방식이 주얼리 쪽에도 잘 적용될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일이다.
제품을 파는 회사들이 파리를 날리는 동안 진주나 유색 보석,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는 회사들은 그나마 재미를 좀 봤다. ‘젬월드’라 불리는 보석관은 E관에서 피라미드 2층으로 자리를 옮겼고 메인 홀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도 생겨 이동이 용이했다. 이벨, 파 지오이엘리, 크리벨리 등의 브랜드 회사에서 사용하며 유행의 조짐을 보였던 슬라이스 컷의 저급 커런덤은 아니나 다를까 이 보석만 따로 파는 회사들이 생길 정도로 호황이었다.
캐럿 당 30~40유로밖에 하지 않는 저급 사파이어들은 고급 패션 주얼리에 다량 사용되며 다양한 색상을 한꺼번에 사용해 빅사이즈 주얼리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과 사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소매상이나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이 스타일의 주얼리는 이태리관은 물론 이제는 홍콩관에서도 볼 수 있다.
예전에 동양관으로 사용되던 우측의 국제관은 이제 인도와 중국, 태국, 터키 회사들의 차지가 됐다. 홍보가 잘되지 않았는지 그곳을 찾는 바이어들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DIT 그룹 산하에 있었던 이태리 최고의 주얼리 브랜드 스테판 하프너, 이오 씨, 포라티, 누벨 바그와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는 브랜드 발렌테를 인수한 인도의 기탄잘리 등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인도의 바이어들을 모아놓고 ‘인디아, 뉴 글로벌 플레이어’라는 제목 하에 강연회가 열리기도 했다. 인도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자리이다.
한 동안 최고의 여름 주얼리 전시회 자리를 지켰던 비첸자 전시회가 3월의 바젤 쇼, 5월의 라스베가스 JCK쇼, 6월의 홍콩 쇼 사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태리 주얼리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 신제품을 볼 수 없는 5월 주얼리 전시회는 바이어들이 머스트(must) 전시회로 생각하며 다시 돌아오게 할 좀 더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