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태에서 만난 그녀~
가태집 옆에 빈박스와 온갖 잡동사리로 집안이 가득 채워져 있는 한옥 기와집이
하나 있다.
그 기와집에도
사월이면 보라색
라일락 은은한 향기가
사방에 진동하고
오월이면 빨간 줄장미가 담장너머서 빼곡히
얼굴을 내밀었다.
유월이면 담장 위를 훌쩍 올라간 키큰 접시꽃은
잎겨드랑이 마다 큼직한
꽃잎을 달고 칠팔월이면,
담장 아래까지 길게 줄기를 뻗은
주황색 능소화가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매혹적인 자태를
뽑내었다.
여름이면,
지붕을 가릴 정도로 잎이 무성한 무화과 나무엔 무화과가 탐스럽게 맺히는등 계절마다 피고지는 다양한 꽃, 열매,등이
기와집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처음엔 사람이 살지 않은 페가 인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집 앞 마당에 자동차가 세워져 있고 어떤 날은 저녁에
불빛이 보이는등,
사람의 인기척을 느낄수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 연배쯤 되어 보이는 부부가 집바깥에 있는
텃밭을 가꾸는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들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어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며칠전
기와집 안주인이 혼자서 텃밭에
일을 하고 있어
어째 이래 채소를
잘 가꾸냐고 물었더니,
텃밭에 있는 갖가지
싱싱한 야채를 뜯어 주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한잔 대접하고 싶은데
집이 너무 누추해서,,라
라며 말끝을
흐렸다.
엊그저께 가태집에 있을때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았더니
기와집 여자가 야채가 든 소쿠리를 들고 대문밖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건네준 야채소쿠리 안에는 먹기 적당한
크기의 야들야들한 열무 상치 치커리 각종 채소가 가득 들어 있다.
집안으로 들어 가자고 했더니,
극구 사양해서 할 수 없이 의자 두 개를 대문앞 마당
잔듸밭 놓고 그녀와 같이
앉았다.
긴 생머리를 뒤로 묶고
귤색 블라우스에 그린색
플리츠 주름 롱치마를 입은 그녀는, 하얀 피부에 통통한 얼굴인데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게
생긴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기와집은 그녀의 친정 집이고
그녀는 모대학 식품영양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작년에 퇴직을 했고,
그녀 남편도 모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가 재작년에 정년퇴임을 했노라고 했다.
그녀는 얼굴만큼이나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막힘없이 말도 잘하는
달변가였다.
그녀 친청 어머니는
남달리 음식솜씨가 탁월했는데 그녀도 친정 엄마의 영향을 받아 요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묻지도 않았는데
어릴적 친정 부모님과의
추억을 얘기하며 친정 부모님이 쓰시던 물건을
함부로 버릴수 없어서 집에 쌓아 두었다고 했다.
그녀는 말을 하다가도 수줍게 웃곤 했는데 웃을 때면 손으로 입을 가렸다.
티없이 고운 저 섬섬옥수로 어떻게 음식을
하며 채소밭을 가꾸었을까 싶었다.
아파트는 몇 년이 지나도
친구 사귀기가 어렵지만 시골에선 차한잔 마시고 통성명하고 나면
금방 친구가 된다.
달창저수지, 제일강변, 곽마우당에, 소풍을 갔고
제일강변 모래사장에서
보물찿기를 했다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유년의 추억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니
어느새 오랜 벗같은
친숙함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https://youtu.be/2SWW7yc_B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