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8일 풍성한 공부방에서 책읽어주기 했어요
하루하루가 어찌나 빨리 가는지 바로 올려야지 했었는데 이제야 올립니다
김 혜영님이 읽어준 책입니다.
아이들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10~15명정도( 읽는 도중에 오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
감자캐기 할때 잎새반 아이들에게 읽어줬던 책인데 조해자님이 저희집에 놓고 갔네요.
풍성한 공부방에 책읽어주기 가야하는데 저희집에 있는 책들은 몇년째 책읽어주기를 하다 보니 거의 읽어준 책이어서
마침 마땅한 책이 없던 참에 잘 됬다 싶어 가져가 읽어줬답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부족함이 없는 고릴라지만 고릴라는 외로웠답니다.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 고릴라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어느정도 사람들과 의사 소통이 가능했대요.
사람들은 고릴라에게 고양이를 친구로 보내줍니다.
이 대목에서 고양이를 보고 "귀엽다"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고릴라는 성격이 고약한데" 하며 고양이를 걱정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고릴라와 고양이는 아주 잘 지냅니다.
고릴라 다리 사이에 있는 고양이가 언뜻 안보였는지 책읽어주던 혜영님 "근데 고양이가 어디 갔니?"하고 묻자
"다리 사이에 있잖아요" 하면서 "선생님 혹시 모른척~ 하는거 아니에요" 합니다.
"어! 거기 있었구나" " 정말 몰랐어!"
아이들의 눈엔 쉽게 보이는 그림도 우리 어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보지만 어른들은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책읽어주기의 좋은 점이기도 하겠지요.
내가 보려면 글을 위주로 봐야 하기 때문에 그림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귀로는 들으며 눈으론 그림을 보면 되니까요
고릴라와 고양이는 아주 즐겁게 지냅니다. 전등도 그네처럼 타면서요.
순수한 우리 아이들 "전등타고 놀다 끊어지면 어떡해요?"하고 큰 체격의 고릴라를 걱정하네요.
잘 놀던 고릴라가 텔레비젼을 보다말고 불 같이 화를 내며 텔레비젼 화면을 부숴버립니다.
"왜 화났어요?" 그러게~
저도 집에서 이 장면을 보면서 고릴라가 갑자기 '왜 화났지?'
궁금해 다음 장을 넘겼지만 왜 화났는지 글은 설명해 주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궁금했는데~ 역시나 아이들이 질문을 하네요
책을 읽던 혜영씨가 뭐라고 대답해주려나, 궁금한 마음으로 기다리니
"왜 화났을까?" 하며 질문을 아이들에게 되돌려 줍니다. 참 재치 있지요
저였다면 그것을 설명하려고 그림도 다시보고, 뒤로 넘겨보고 하다가 글쎄~ 했을것 같습니다.
과연 아이들 대답은 뭐였을까요?
"텔레비젼에서 고릴라가 나오는 영화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고양이가 자꾸 말을 걸어서요~"
"고릴라가 높은 탑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못하게 막아서요"
"고릴라 영화였는데 총 쏘는 장면에서 마치 텔레비젼 밖에 있는 자기에게 총을 쏘는 것 같아서요~"
"사람이 고릴라에게 총을 '쏴서요~"
어때요? 그럴듯한 대답들 이지요. 서로 다른 대답들을 들으며 아이들 스스로 가장 적당한 대답을 찾았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난폭한 고릴라 곁에 고양이를 둘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고양이를 고릴라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합니다.
고릴라도 순간 잘못해 폭력을 휘두르고 말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잘 압니다.
고개를 떨구고 기죽어 있는 모습에서 알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묻지요. 정말 텔레비젼 화면 고릴라가 부순거냐고?
고양인 텔레비젼 화면을 부순건 자기라며 어깨를 쫙 펴 보이며 알통을 만들어 보입니다.(ㅎ고양이 알통이 크면 얼마나 크겠어요? )
고양이는 순간의 잘못을 뉘우치는 고릴라를 잘 이해했고, 고릴라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알았었기 때문에 고릴라를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곁에도, 우리 아이들의 곁에도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참 행복하겠지요!
사람들은 고릴라와 고양이를 그냥 같이 있게 둡니다.
사람들이 정말 고양이의 말을 믿어서 였을까요?
아니요. 친구의 잘못을 덮어주는 고양이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였을 겁니다.
고양이와 고릴라는 더 행복하게 잘 지냈답니다....^^
"장난감 같다. 푸하하~"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이 어떤 장면을 보고 한 얘긴데 너무 오래되서 뭘 보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ㅎ 기억나면 다시 수정하렵니다.
같은날 백석글 김세현 그림의 준치가시를 제가 읽어줬답니다.
첫댓글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중에서 <고릴라>라는 책도 생각납니다. 고릴라 털 한 가닥 한가닥, 여자 아이 머리카락 한 가닥 한 가닥을 어찌나 섬세하게 그렸던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외로움', '친구'라는 주제도 통하는 것 같아요. 책을 보는 아이들의 내공이 이제 곧 선생님을 앞지르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대답이 없었다면 우리는 책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군요. 멋진 아이들 오랜 시간 계속해서 열심히 책 읽어주신 고마우신 선생님들 덕분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