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있어도 덥기는 마찬가지에요. 통 잡이 안와서 오늘은 가족들과 근처 공원에 나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요. 다들 잠이 안와서 나왔대요. 덥긴 해도 자연바람이 불어오니 집에 있는 것보단 나아요.”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날씨.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김미화(48) 씨 가족처럼 밤에 잠 못 이루는 올빼미 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를 보였으며, 전국 곳곳에는 한낮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폭염이 절정에 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해안 지방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화중인 가운데 대부분 지방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폭염의 원인은 무엇일까. 폭염의 원인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으로 인해 한반도 전역에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폭염을 일으킨 주요 원인은 덥고 습한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제10호 태풍 ‘담레이’가 기압계를 다소 뒤흔들어 고기압의 영향에 ‘푄현상’까지 가세하게 됐다. 이번 더위를 9월 초까지 발생할 수 있어 한층 무더운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낮 더위를 이기려 발에 물을 담그는 시민들의 모습.>
푄현상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되는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달궈진 채 부는 현상으로, 태풍으로부터 고온다습한 공기가 더해지면서 습기까지 많아져 불쾌지수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더위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었던 1994년과 일맥상통한 점이 많다. 장마기간이 짧고 강수량이 적은 것은 물론 1994년 대구에서는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이 무려 43일간 이어졌으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천 명 이상이었다. 서울지역도 38.4도까지 치솟는 등 ‘기록적 더위’로 남아있다. 올해 6~7월 사이에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7명, 열사병, 온열질환자수도 급증해 총 410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한 피해자가 급증하자 보건복지부는 8월 2일, ‘폭염에 대응한 취약노인 보호강화’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폭염 특보 발생 시 노인 돌봄이 5,485명을 통해 취약 독거노인 15만 명의 안전을 반드시 확인하고, 이중 심혈관련 질환이 있는 독거노인 등에는 방문보건서비스 등을 집중 관리토록 했다. 또, 무더위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6,200여 개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을 개방토록 협조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8월 3일~16일까지 뉴스 지면 광고를 활용해 노인을 포함한 국민 전체에 대해 폭염대비 피해예방 수칙도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민들에게 건강보호를 위한 9대 건강수칙을 발표해 국민 모두가 이를 유념하고 여름철 건강생활 실천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여름으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당부했다. 폭염 시 건강보호를 위한 9대 건강수칙은 △식사를 가볍게 하고 충분한 양의 물 마시기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염분과 미네랄을 보충 △헐렁하고 가벼운 옷 입기 △무더운 날에는 야외활동을 삼가며 햇볕을 차단할 것 △가급적 실내에서 활동하고 냉방기기를 적절히 사용해 실내온도를 적정수준(26∼28℃)으로 유지 △건강상태를 살피며 활동 강도를 조절 △주변 사람의 건강 살피기 △주·정차된 차안에 어린이나 동물을 혼자 두지 말 것 △응급환자 발생 시 119에 전화하고 다음의 응급처치 하기 등이다.
폭염 대비 국민행동요령은 △낮 12시∼18시까지의 가장 더운 시간대에 외출 자제하기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 취하기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스포츠음료 및 과일 주스를 마셔 수분 유지하기 △커튼이나 천을 이용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최대한 차단하기 △시원한 물로 목욕·샤워를 하고 하루 동안 여러 번 시원한 물로 얼굴과 목 뒷부분에 뿌리기 △평상시대로 음식을 섭취하되, 과일·샐러드 등 수분을 함유하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 섭취 △헐렁하고 밝은 색깔의 면 옷 입기 △폭염 관련 건강영향 및 응급처치 방법 숙지하기 등이다.
폭염으로 인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열사병’과 ‘냉방병’이다.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하루 열잔 이상 물을 마셔 탈수를 예방해야 하며, 더위를 느낄 때는 가까운 그늘이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찬물 수건을 이용해 체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조금 덥다고 느껴지더라도 실내온도를 급격히 낮추지 말고 적정 실내온도인 25도를 유지해 급격한 온도차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피부에 직접적으로 차가운 바람이 닿지 않아야 하며, 한 시간마다 5분 정도 창문을 열어 실내공기를 환기시키고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폭염 시 실외활동을 할 때는 그늘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폭염에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주부 최태미(52) 씨는 “에어컨만 오래도록 켜놓으면 실내가 쉽게 건조해져 피부는 물론 무기력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는 가습기를 이용해 습도를 유지하고, 수시로 물수건을 이용해 건조해진 피부에 덮어준다”며 “밤에는 가족들과 더위를 이기려 올림픽도 함께 시청하며 관자놀이, 어깨, 허리 등을 안마해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고 자신만의 더위극복방법을 소개했다.
직장인 한정민(28) 씨는 무더위로 인해 24시간 에어컨 마니아다. 그는 “더위를 잘 타는 탓에 직장과 가정에서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여름에 냉방병을 달고 살지만 올해 폭염은 어쩔 수가 없다. 대신 한 시간에 한 번씩 스트레칭과 식사 때는 비타민과 과일, 채소를 많이 섭취하려고 한다. 열대야로 인해 5시간 수면 취하기가 힘들어 메밀 배게와 죽부인 등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지역이 많아 무더위 날씨가 지속될 것”이라며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되면서 지형효과가 더해져 서쪽지방은 낮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될 것이다. 특히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지역이 늘어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