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밥 맛있게 짓는 법
환자분들이 현미밥으로 변경하는 데 있어서 여러 애로사항을 호소하더군요.
그 중 하나가 대부분 '꺼끌거려서!‘라고 합니다. 저 역시 현미밥 채식으로 전환했던 초기에는 그런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래 현미로만 밥을 짓다보니 요령이 생겼고, 밥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식감이 확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미밥을 제대로 지으면, 일반 백미밥과 식감에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종종 제 도시락밥을 맛본 분들은 정말 부드러운 맛에 한결같이 정말 현미밥 맞느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오히려 씹는 질감과 맛(싱거운 흰밥과 달리 적당히 간이 된 맛)이 느껴져 나중엔 흰밥이 싱겁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현미밥을 먹으라면, 보통 흰쌀(또는 흰 보리쌀)에 현미를 섞어 먹는 분들이 많더군요. 속 껍질을 깍아낸 곡류(흰쌀, 흰 보리쌀)와 속껍질이 있는 통곡류(현미, 통밀, 통보리)는 서로 형태와 성질이 달라 함께 섞어 밥을 지으면 오히려 이상해집니다. 껍질을 벗겨낸 흰 쌀은 밥물이 많거나 뜸을 오래 들이면 퍼져 죽이 됩니다. 반면 현미는 껍질이 있기에 물을 적게 넣거나 뜸을 적게 들이면 충분히 익혀지지 않아 매우 껄끄럽게 됩니다. 그래서 가급적 100% 현미로만 밥을 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더구나 당뇨병 등 환자라면 100% 현미밥을 먹어야 제대로 효과를 보게 됩니다. 물론 백미에 현미를 일부 섞어 먹더라도 아예 현미를 먹지 않는 사람보다는 낫지만, 혈당을 조절이나 살을 빼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또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이 나쁘진 않지만, 문제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잡곡은 대부분 대중들의 부드러운 입맛을 고려해 껍질을 벗겨내 흰쌀과 다를 바 없습니다. 속껍질을 간직한 보리는 매우 시꺼멓고 율무도 원래 하얗지 않고 누렇습니다. 현미처럼 껍질 채 먹으려는 것은 장 건강에 유익하기(현미의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 때문입니다. 음양오행 섭생법에 따라 잡곡을 넣고 싶다면 하얀 보리쌀이나 하얀 율무 대신 겉보리나 통율무 등을 구하시고 약간만 섞으면 충분합니다.
<<현미밥을 껄끄럽지 않고 맛있게 짓는 법>>
원칙 1. 현미 맵쌀은 속껍질로 인해 찰기가 많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현미 멥쌀과 현미 찹쌀을 섞어 먹습니다. 처음엔 5대 5정도로 섞고 점차 멥쌀의 양을 늘려 7대 3정도면 적당합니다. 시간이 지나 현미에 익숙해지면 현미 찹쌀을 거의 넣지 않아도 맛있게 느껴집니다.
원칙 2. 현미는 속껍질을 지니고 있어 속 안까지 잘 익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따라서 밥물을 매우 충분히 넣어주고 뜸을 오래 들여야 합니다. ‘물을 많이 넣고 뜸을 오래 들인다.’, 이것이 현미(통곡식)밥 짓는 핵심 요령입니다.
1. 물을 충분히 넣어주어야 합니다.
밥물 높이가 거의 손목 가까이 찰 정도로, 좀 많다 싶을 정도로 넣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이 넣어 축축하다고 느낀다면 푸스른 다음 밥 뚜껑을 열어놓으면 물기가 없어질 것입니다.
2. 뜸을 아주 오래 들여야 합니다.
1) 1차 뜸
센 불에 압력 밥솥의 밥이 끊어 추가 마구 흔들리면 잠시 뒤 불을 약하게 줄여 1차 뜸을 들입니다. 약 10분가량 뜸 들이면 되며, 더 오래 들일수록 더 부드러워집니다. 약한 불에 뜸을 오래 들이면 약간의 누룽지가 생기니, 누룽지를 좋아하는 분들은 참고하십시오.
2) 2차 뜸
1차 뜸을 다 들인 뒤 불을 완전히 끈 뒤, 그 상태로 뚜껑을 열지 않은 채 밥솥을 그대로 10분정도 두어 2차 뜸을 들입니다. 이 때도 좀 더 오래 두어도 됩니다. 그리고 나서 뚜껑을 열어 밥을 푸슬러 드시면 됩니다.
3) 전기 압력 밥솥인 경우
현미밥은 밥 짓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가능한 일반 압력 밥솥을 쓰시도록 하고,
요즘 전기 압력 밥솥의 성능이 좋아져 한 번에 잘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밥이 제대로 안 되었다 싶으면 푸스른 뒤 물을 좋은 더 넣고 밥을 한 번 더 하면 됩니다.
4) 좀 더 부드럽게 먹고 싶다면 발아현미로 만들어 드십시오.
여름철에는 반나절, 겨울철에는 하루(또는 미지근한 물에 반나절) 정도 불리십시오. 이때 불린 물을 버리지 않도록 물의 양을 잘 조절하십시오. 곡류 등 식물 속 수용성 비타민은 물에 오래 담아두면 일부는 녹아 나와, 만약 불린 물을 버리면 영양 손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보통 시중의 발아현미를 사용하기보다는, 집에서 직접 발아현미를 만들어 드시는 권장합니다.
5) 압력 밥솥이 없는 단체 급식소
대형 압력 밥솥은 매우 비싸 일반 단체 급식소는 압력 밥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먼저 밥물양을 일반 압력 밥솥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밥을 해야 합니다.
먼저 밥솥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서 나무 밥주걱으로 5분 이상 저어줍니다.
그리고 나서 밥물을 적당히 마춘 뒤 밥솥 뚜껑을 닫고 밥을 하고 역시 뜸을 오래 들여야 합니다. 만약 현미밥이 충분히 익혀지지 않았다면 푸스른 다음 물을 좀 더 보충한 뒤 다시 밥을 하면 됩니다.
시간과 물의 양 등 처음 세팅하는 것이 어렵지, 한 두 번 해보면 요령이 생기고 일정한 틀이 잡히고 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건강 유지 및 질병 치유에서 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작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의 노력은 충분히 감수할 줄 알아야 합니다.
3. 아이들 단백질 부족을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기본적으로 현미의 단백질은 모유의 단백질보다 많이 들어있어 현미식만으로도 성장기 단백질 부족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백질을 더 보충해주길 원하면, 좀 더 부드러운 쥐눈이 콩, 강낭콩, 삶은 팥 등을 섞어주십시오.
4. 밥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 또는 자취생들을 위한 팁
현미밥은 밥 하는 시간이 백미보다 훨씬 오래 걸리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망설여질 수 있습니가.
그런 조건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밥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한가한 날에 밥을 왕창(1주일 분) 해놓으십시오.
먹고 남은 밥은 한 끼 분량씩으로 나누어 담아서 냉장, 장기 보관시 냉동 보관하십시오.
먹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 냄비에 붓고 자잘한 정도의 물을 부은 뒤 끓이고 잠시 뜸을 들이면 거의 새밥처럼 드실 수 있습니다.
현미는 껍질이 있기 때문에 다시 밥을 해도 퍼지지 않는 성질이 있어 이런 방법이 가능하지만 껍질을 벗겨낸 흰밥은 죽이 되어버립니다.
5. 잘 씹지 않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소화가 안 될까 걱정하는 분들께
물론 오래 씹어야 소화와 영양소 흡수가 충분히 잘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처럼 잘 씹지 않거나 또는 치아가 부실한 노인에게도 현미밥이 더 필요합니다.
현미밥을 먹는 목적은 단지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만이 아니라 섬유질 섭취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미의 섬유질은 독성물질 흡착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잘 씹지 않아 똥으로 그냥 나오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속은 이미 위장을 거치면서 소화액의 화학방응에 의해 웬만큼 소화되었습니다. 똥에 섞인 현미를 눌러보면 물만 차있어 이미 소화되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오래 씹을수록 침이 많이 나오고 면역력이 높아지고 두뇌를 발달시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십시오.
아이들에게 노인 분에게도 꼭꼭 씹는 필요성을 알려주시고 잇몸으로라도 오래 씹은 뒤 삼키라고 일러주십시오.
현미 채식 농부 의사 임동규[가정의학과 전문의. 자연치유연구소 소장, 채식평화연대 자문위원, 베지닥터 회원, <내 몸의 최고의 의사다>저자, 자연치유와 성찰 다음카페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