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A blood vessel)
우리 몸의 체온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답은 혈관이다.
우리 몸에는 125,000km나 되는 혈관이 펴져있다. 지구둘레를 네 번 감을 수 있는 길이다. 혈관은 크게 동맥, 정맥, 모세혈관 등 3종류로 나뉘는데 , 이 중 가장 작은 혈관인 모세혈관이 혈관 길이의 98%를 차지한다. 모세혈관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곳곳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한다.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은 심장으로부터 나와 점점 더 작은 동맥으로 나눠지면서 하나의 망을 형성해 신체 곳곳에 혈액을 보낸다. 동맥은 심장과 바로 연결된 혈관으로, 심장의 강한 압력에도 견뎌야 하므로 근육벽이 정맥보다 두껍고 탄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동맥은 정맥에 비해 인체의 안쪽에 위치한다. 폐로부터 신선한 산소를 받아서 온몸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혈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손이나 발등에서 볼 수 있는 푸른색 혈관은 모두 정맥이다. 넘어져서 상처가 생겼을 때 정맥이 다치면 피가 나와도 금방 멈추지만 동맥이 다치면 심장으로부터 생기는 혈압 때문에 피가 계속 쏟아지므로 실로 꿰매야 지혈이 된다.
한편 정맥은 우리 몸을 다 돌고 나온 혈액들을 모아 다시 심장으로 되돌려주는 역할을 하므로 두꺼울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맥은 얇은 벽으로 되어 있으며, 많은 혈액은 담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큰 정맥은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한쪽 방향으로 보내는 판막이 있다. 만약 판막이 고장난다면 정맥 속에 있는 혈액이 거꾸로 흐르면서 제대로 심장으로 가지 못해 정체되는데, 심한 경우엔 다리에 푸른 핏줄이 튀어나오게 된다. '정맥류'가 바로 그것이다.
흡연, 과식, 비만 등으로 인해 혈액에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동맥이 좁아지는 동맥경화 증상이 나타난다. 동맥경화가 뇌에 생기면 뇌중풍을 유발한다. 뇌중풍은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이 있다. 또 동맥경화가 심장에서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협심증은 심장동맥이 좁아진 것을 말하고 심근경색은 심장혈관이 막힌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혈관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는 없을까? 혈관의 상태를 완벽하게 알기는 힘들지만,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로 혈관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관 관련 수치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콜레스테롤 총합이 정상수치인 200 미만으로 나왔더라도 무조건 안심해서는 안 된다. 콜레스테롤 총합은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좋은 콜레스테롤(HDL) 등의 합으로 이뤄젔기 때문이다. LDL이 150을 넘어섰거나 HDL이 45 이하면 혈관 건강에 '적색등' 이 켜진 것이다.
또 혈압은 피를 돌리는 심장의 펌프질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심장이 혈액을 밀어낼 때의 압력인 수축기 혈압과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기 직전 한껏 늘어난 확장기혈압의 정상범위는 각각 120 미만과 80 미만이다. 만약 140 이상 90 이상이면 고혈압이다. 정상보다 약간 높으면 조심해야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을 약하게 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혈관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튼튼한 혈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걷는 운동이 최고다. 근육을 키우기 위한 아령들기와 같은 운동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안 된다. 그 대신 빨리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1회에 최소 30분 이상, 가능하면 매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전날 과음을 했거나 담배를 많이 피웠다면 혈관이 많이 손상된 상태이므로 무리한 운동은 피한다.
이 진 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의사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연금'지 2007년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