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7. (화) 10:00AM
강북마을모임 마을대학 ② 도시농부
도시에서 마을과 농부를 꿈꾸다
1강. 왜 도시에서 농업인가 - 도시농업 입문/인문학
강사 : 안철환(텃밭보급소 이사장)
농사는 자급, 순환, 공동체
원래 도시는 농사짓던 곳이었어요. 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농사짓는 곳이 5000헥타르가 넘었어요. 농사를 버리는 도시는 로마를 흉내 내고 있어요. 자급을 포기하고, 남의 것을 뺏어먹고 있어요. 로마는 비자급적인 도시이며, 주변의 것을 망가트렸어요.
100%는 아니라도 최소한의 자급은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도시에서의 농사는 에어포켓입니다.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농사의 기본은 자급에 있습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뿌리내려 살 수 있는 터전으로 도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농사를 지으면 삶의 패턴이 바뀝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2.5%, 매우 위험한 상태에요. 그 이유 중에는 고기가 매우 큽니다. 우리가 고기를 안 먹으면 자급률은 40%로 올라갑니다. 우리가 수입하는 것의 대부분은 곡물인데 주로 사료와 가공에 사용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상업농, 소득농 때문입니다. 우리는 곡식 중심의 자급경제를 복원해야 합니다. 곡식을 심으면 땅이 살고, 채소를 심으면 땅이 죽어요. 또, 겨울 농사(마늘, 양파)가 땅을 살려요. 벼는 몇 안 되는 연작피해가 없는 작물입니다. 보리는 오히려 더 땅을 살려줍니다. 논둑에 심는 콩도 땅을 살려줘요. 우리 밥상에 현미가 사라지고 백미를 먹고 고기를 먹고 가공식품을 먹으면서 식량자급률이 떨어집니다. 인간의 3대 주식인 쌀, 밀, 옥수수 중에 쌀만 땅을 죽이지 않아요. 곡식은 대부분 땅을 살리는데, 밀이나 옥수수는 연작을 하면 땅이 망가집니다. 서양에서도 예전에는 귀리, 호밀을 먹었어요. 이건 좋은 곡식이에요. 채식주의보다 더 훌륭한 음식은 곡식주의 입니다. 곡식은 씨를 먹기 때문에 완전음식인 셈입니다. 단, 깎지 않고 통으로 먹으면. 그러나 맛이 없기 때문에 반찬이 필요합니다. 채소도 독이 있어서 예전에 우리는 채소를 날로 먹지 않았어요. 데쳐 먹고 절여 먹고 말려먹으며 저장성도 높이고 새로운 영양소도 생겼어요. 우리 환경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들이 우리 몸에 좋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꼭 겨울농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마늘농사. 자급 농사 중 가장 맛있는 것이 마늘입니다. 곡식을 강조하지만 곡식은 유기농과 농약농사의 맛 차이가 별로 없는데, 채소, 특히 마늘은 정말 맛 차이가 나요. 마늘은 겨울을 나는 식물인데, 추운 겨울에 마늘을 보러 가면서 봄의 고마움을 알게 됩니다. 춘분에 볏짚을 벗겨주면 마늘이 올라오는데, 마늘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기운, 생명의 부활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게 자급하는 삶의 기쁨입니다.
순환. 저희가 음식물 퇴비화 운동도 하고 있긴 하지만 음식물은 퇴비화 하는 게 아니에요. 음식물은 먹는 거죠. 예전엔 어쩔 수없이 남은 음식물을 돼지와 닭에게 줬어요. 염분과 고형질 때문에 음식물이 퇴비화하기가 제일 힘들어요. 제일 거름 만들기 쉬운 건 똥오줌입니다. 오줌에는 화학비료에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유산균과 뿌리발근제가 있어요. 오줌을 잘 활용하면 채소가 매우 맛있어져요. 퇴비를 만들려면 톱밥이 필요한데 톱밥을 다 수입해 써요. 요즘엔 낙엽을 태우는데도 돈이 드는데, 그래서 낙엽 퇴비화 운동을 진행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분쇄하고 하는 작업들이 수입 톱밥보다 더 돈이 들어요. 그래서 자급 농업이 매우 힘들어요.
“나는 내가 먹은 음식이다”는 “나는 내가 싼 똥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내가 싼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다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모두 겪어보면 좋겠어요. 『4000년의 농부』라는 책에서 서양 학자가 주시한 것은 똥의 순환입니다.
삽질을 해야 땅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편견이에요. 퇴비 위주로 주고 물을 많이 안주면 땅이 부드러워집니다. 물 많이 주는 습관을 버리고 요령을 익혀야 합니다. 작물에게 밥은 공기, 질소, 산소에요. 공기가 잘 통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호미질은 풀이 없어도 해줘야 해요. 갈지 말라면서 왜 호미질을 하나, 정확히 이야기하면 뿌리보다 얕게 갈아야 합니다. 퇴비(풀), 구비(똥)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주면 흙이 안 망가집니다. 너무 많이 질소가 들어가면 독이 생깁니다. 똥과 오줌을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남용해서도 안 됩니다. 가장 좋은 거름은 재입니다. 질소는 세포를 구성하는 살이고, 재는 뼈입니다. 살 말고 뼈도 꼭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삭힌 똥이 없는데 거름이 필요하면 똥을 끓였어요. 그렇게 하면 질소가 날아가요. 그 정도로 조상들은 질소를 경계했어요.
종자도 순환을 의미합니다. 지금 주로 사용하는 종자들은 수입일 뿐 아니라 불임입니다. 터미네이터 종자, 트레일러 종자 등. 게다가 그 씨앗에 특허권이 있어서, 그 씨를 심기만 해야지 종자를 받으면 불법이 되어요. `다큐,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를 보면 몬산토가 얼마나 무서운 회사인지가 잘 나와요.
우리나라가 콩의 원산지에요. 우리 조상들이 어마어마한 것을 남겨줬는데, 후손들이 날려먹었죠. 야생종이 많은 곳이 원산지인데 목포 무인도에서도 400여종의 야생 콩이 발견되었어요. 미국에서 사가려고 했는데, 맛은 없지만 유전 정보의 보고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은 세계를 지배하려면 종자를 지배하라고 했어요. 이게 지배의 이데올로기에요. 종자, 식량, 에너지가 있으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은 자급하는 삶을 포기하면서 가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콩의 종류가 자그마치 4000여 가지 입니다. 그런데 그 종자가 돈이 안 된다고 다 버렸죠. 그런데 지금은 종자 전쟁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종자를 잘 관리한 민족이었냐 하면, ‘농부는 굶어죽을지언정 씨를 먹지 않고 베고 죽는다’ 라는 말이 우리의 철학이었습니다. 까레이스키들이 겨울에 굶어죽어 가면서도 씨앗을 먹지 않았어요. 우리는 씨를 소중히 여겼을 뿐만 아니라 씨 관리를 매우 잘했습니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할머니들이 씨를 가지고 계신데 친정어머니가 챙겨주신 거라고 해요. 시집을 오면서 외부의 씨가 마을에 들어오고 그렇게 개량이 되는 겁니다. 근친을 하다보면 퇴화되기 때문입니다. 전통문화에서 우리가 살려야 할 게 종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동체. 우리의 공동체는 다원주의입니다. 벼농사를 하면 공동체가 발달합니다. 밀농사는 일이 없어서 공동체가 생성되지 않아요. 벼농사는 혼자 못해서, 자기 먹을 것조차도 남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시골의 공동체를 깨트린 주역은 기계입니다. 기계를 통해 이웃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어요. 미운 정 공동체가 고운 정 공동체보다 더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누구나 하지만, 미우면서도 공존, 공생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우리는 천적과 공생하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갈등과 싸움이 더 중요한 소통입니다. 잘 미워하고, 잘 싸우고, 보기 싫은 사람과도 공존하고, 그 속에서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그 지혜를 우리는 잊었습니다. 실내농업을 비판하는데, 왜냐하면 거기에는 벌레, 천적이 없기 때문에 방어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등, 두려움, 분노, 미움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싸우면서 공존, 공생하는 것이 유기농의 근본이라고 봅니다. 이를테면, 말벌도 해충을 잡아먹는 역할이 있어요. 밭에서 말벌과 뱀과 공존하면, 어디서 누구와도 공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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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첫 번째 강의를 들었습니다. 유기농과 채식, 자연재배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서, 손에 흙 묻히는 건 싫어하고, 손톱을 길게 기르고서 말입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진짜 땅 밟은 날은 아마 1년도 안되겠죠. 평생 도시에서만 살아왔고, 항상 시장이나 마트, 심지어 인터넷으로 식재료를 주문해 먹으며 살아왔습니다.
왜 도시에서 농업일까요. ‘도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사는 곳 그 어디라도 농업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곳은 지금 도시이고, 도시는 시골보다 농사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라도 농사를 지으며, 모두 자급하지는 못하겠지만, 자급 지향적이고, 순환 지향적이며, 공동체를 지향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도시농업의 의미입니다. 얼마 전에 ‘트럭텃밭’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곳이 농사를 지을 수 환경이라는 생각을 왜 해보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창문텃밭에 관심이 있었는데, 강의에서는 실내텃밭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요^^) 8주 동안의 과정을 통해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이렇게 수업을 들었는데 도시농사를 짓지 못하면 어떡하나 고민도 되었지만, 이미 시작한 것만으로도 삶은 방향을 약간씩 틀었습니다. 벌써, 올 겨울엔 마늘 농사를 지어볼까 하는 마음이 슬슬 생기네요.
첫댓글 와~~ 오전 도시농부 종강에서 후기 기대한다 했는데 바로 올려주셨네요. 짱~~ 다시 봐도 솔직하고 재밌는 후기입니다. 처음 8주 동안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오늘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의 도시농업 상상하며 정말 행복했어요. 샘~~ 감사해요~~
실제 삶이 쉽게 달라지겠냐만은, 일단 마음부터라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좋은 수업 꾸려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