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의회 비판과 민주노동당 10인의 울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가, 바로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어느 의회를 방문하고 나서, 그 의회(주의)를 맹비난하는 것이었다. 히틀러의 눈에는 그 의회형식주의가 비효율성의 극치로 보였을 것이다. 그 동안 교섭단체가 아닌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으로부터 나온 60일 정도의 의원체험담을 보면, 민주노동당 이념과는 상반되지만 아돌프 히틀러의 의회에 대한 분개와 비교할 만하겠다. 조승수의원이 말한 한나라당은 <일사천리당>이라고 했지만, 실제 그 이면에는 한나라당의 무능이 있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골 넣는 게 목표가 아니라, 몸싸움 하는 연습기간>
심상정-조돈문-주대환 인터뷰에서도 조돈문 교수의 민주노동당 의원단에 대한 평가는 올바르다고 본다. 조돈문 교수의 핵심요지는 성급하게 민주노동당 의원단에게 많은 득점을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도 4년간 의정활동이 하나의 밑거름이 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민주노동당 10명의 의원들이 4년 임기가 끝날때까지, 열린 우리당-한나라당과의 ‘몸싸움’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달성되는 것이다.
1948년 이후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몇 명이었는가? 50년 넘게 쌓이고 쌓인 보수의 때는 이미 화석이 되었고, 때밀이 수건으로 밀어서는 그 때가 벗겨지지 않는다. 4년 동안, 10명의 의원들이 할 일은, 그 50년 보수의 때 층을 뜨거운 물에 담가서 불리는 것이다. 그들과 몸싸움 하면서, 그들의 악취가 뭐며 땀냄새는 어떤가를 익히는 것이 18대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데 밑거름과 실탄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지적들>
심상정 의원이 평가했듯이, 정치-외교-통일-국방 분야는 민주노동당에게 중장기적으로 중요하고 어려운 주제들이다. 정치 사안들을 선별 집중해서 입법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되, 이 외교-통일 분야는 중-장-단기적인 사안별로 정리해서, 민주노동당의 내용을 가져야 한다.
주대환 정책위 의장이 지적한 ‘행정수도’ 늑장대응은 의미심장하다. 서울대 해체-국공립대 통합논의를 주장한 민주노동당에서, 지금 서울특별시 해체 및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자기 안이 없다면 곤란하다. 그리고 수도권 과밀화 해소 만병통치약=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더라도, 민주노동당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노무현 정권의 일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행정일로 삼아야 한다.
조돈문 교수가 지적한, 정책연구소와 젊은 세대 육성은 민주노동당에게 ‘지역자치단체장 발굴 육성 프로그램’과 더불어 민주노동당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요새 마이클 무어의 “Fahrenheit 9/11”이 절찬리에 상영중이라고 하던데, 이라크는 그 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왜 미국에 사회민주당이 없는가? 왜 사회주의는 망했는가?
이런 주제는 큰 주제이고 역사적 인식이 필요하겠지만, 짧게나마 의견을 밝히자면, 첫번째는, 미국의 세대간의 격차 (시민운동, 노동/흑인,여성등)가 너무 크고, 단절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두번째는, 미국 사회주의자들의 대중운동 결합의 취약성과 내부 분열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Christopher Lash(1969), The Agony of American Left 미국 좌파들의 고민- 참고] 최근 민주노동당 6개월 선거과정에 보여준 것처럼 (당 게시판), 국민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안들을 놓고, 자기네들끼리 아는 언어로 쌍욕하고 싸움하는 동안에, 국민들은 Ford 제 자동차 어떻게 구입하나 관심갖고 노조나 사회주의 운동에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소련과의 경쟁에서 미국이 강력한 경찰-FBI-CIA 등 미국을 ‘경찰-정보’관리 국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흑인운동이나 기타 급진적인 운동을 궤멸시켜버렸다. (60-70년대 시카고 Black Panthers Party 지도자 사살 등)
내가 미국의 사례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학계는 지금, 전 세계 경향이 그러하지만, 점점 더 심각하게 미국화되어 가고 있다. 한국의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유학생들 (석사-박사과정)이 장래 한국 대학의 커리큘럼과 교과과정을 좌지우지하게 되어있다. (현재 80% 장악율/ 예를들어 서울대 경제학과의 경우 90% 이상 미국 경제학과 커리큘럼 동일/ 보수와 진보 사이를 헤매시는 하버드 사회학과 박사출신 송호근류) 위에서 왜 미국에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 그 네번째 이유가 바로 미국은 철저하게 군-산-학 복합체로 삼위일체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문-사회과학은 매카시 선풍이후, 좌파 이론이 점점 사그라들었고, 그 명맥이 유지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지금 한국도 마찬가지이고 그 예외가 아니다. 80년대는, 전두환 타도 투쟁에서, 자발적으로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이 급진화-사회주의화되었지만, 2000년에는 의식적인 제도적인 공간이 없으면, 그런 10대와 20대의 급진화과정은 급속히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 아무리 어느 한 개인이 천재라고 해도, 그리고 7인의 사무라이가 있다고 해도, 70명, 700명, 7000명 앞에서는 힘겨운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다. 양과 질의 변증법적 관계라는 것, 돈오점수라는 것도 다 그렇듯이, 양적 축적이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백년지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의 30대와 40대 초반 당원들은 살아 생전에, 다보탑 기초만 닦겠다는 마음자세가 더불어 요청된다. 김민석과 임종석의 길이 아니려면 말이다.
-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