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대만에서 유학온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 왈.. "대만에도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지만 서울만큼 어느 지역에 산다고 해서 그 사람 이미지가 확 바뀌는 건 아닌데.... 서울은 그게 참 심한 것 같아요.." 정말 언제 부턴가.. 어느 지역에 산다는 것 만으로도 '부자네' 소리를 듣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 2000년 이후에 강남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런 말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그럼.. 10년 후에는 어디에 살고 있어야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다 같이 한 번 알아봅시다... ^^
부촌 변천사로 본 부동산 - ‘동남축’ 따라 남으로, 남으로 부자들의 취향은 비슷한 데가 많다. 그래서인지 부자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모여 살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부자들이 한 곳에 모여 살며 생긴 곳이 바로 ‘부촌(富村)’이다. 부촌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돼 생기는 현상은 안이다. 미국 베벌리 힐스, 일본 지유가오카 등 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부촌이다. 각 나라의 상위 1% 거액 자산가들만이 입성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지역과 철저히 차별화돼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부촌 변천사를 통해 앞으로의 부촌을 전망해 보자.
강북 시대 -성북동, 평창동, 동부이촌동 강북 부촌 시대는 80년을 기점으로 사라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강남에 밀려 대부분의 부촌들이 명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 물론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등 전통의 부촌들은 여전히 한국의 ‘베벌리 힐스’로 불릴 만큼 건재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로 단독주택 형태라 거주자들의 평균 재산은 많을지 몰라도 거주자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60년대~70년대부터 거주해왔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신흥 부자들은 들어가고 싶어도 갈 수 조차 없는 진입 장벽이 놓여있다. 실제 성북동 근처 K공인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 거주자들은 평균 30년 이상 이 곳에서 살고 있다”며 “리모델링은 하지만 이사는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북 고급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통 재벌 집안이나 60~70년대 고위 관료 출신들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동부 이촌동이 강북을 대표하는 부촌이라고 할 수 있다. 강북 지역 아파트촌 가운데 가장 평당 매매가가 높게 형성돼 동부이촌동 LG한강자이 아파트는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함께 서울 3대 고가 아파트로 꼽힌다. LG한강자이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격은 평균 3000만원 선에 육박한다. 동부 이촌동에 거주하는 부자들의 특징 역시 쉽게 이촌동을 떠나지 못한다는 점. 서빙고동, 이촌동 등에 새로 생기는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고 타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촌동을 중심으로 이 곳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김민정씨는 “일단 한 번 들어온 사람들은 굳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만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고의 한강 조망권을 자랑한다.
강남 시대 -압구정동, 도곡동, 삼성동 부자들이 강남에 몰려들기 시작한 때는 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고 한강 남북을 잇는 대교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도심 접근성이 높아지고 아파트 문화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강남은 이후 잘 뚫린 도로망을 바탕으로 강북 지역에서 비즈니스 기능을 빼앗아 오면서 중심지역으로 발돋움했다.
이에 따라 주거지로서 강남의 매력은 더욱 높아진 상태. 대표적인 곳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 현대아파트는 70년대 후반, 첫 분양시기부터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특혜 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부자와 권력층들의 최고 인기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힐 뿐 아니라 꾸준한 ‘자아발전(?)’ 과정을 거치며 향후에도 부촌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백정선 TNV컨설팅 사장은 “압구정동 아파트가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 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절대 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2000년 들어 압구정동을 누르고 신흥 ‘절대 강자’로 떠오른 곳이 도곡동이다. 특히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도곡동 일대는 ‘한국의 맨하탄’이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스카이라인을 자랑한다. 타워팰리스가 갖는 상징성과 함께 교통, 교육, 환경 등 3박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국내 최대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최근 동부 센트레빌이 대치동에 입주하면서 부촌으로서의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센트레빌의 평당 매매 가격은 3000만원이 넘는다. 인근 대치동 역시 아파트 가격으로 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새 단장을 끝낸 도곡동에 비하면 아직 ‘부촌’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와 분당 파크뷰 역시 신흥 강호들이다.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주민들이 대거 이주해온 것으로 알려진 삼성동 아이파크의 경우 104평형 가격이 40억원 대에 형성돼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발돋움했다.
2015년 부촌은? - 강남 수성 VS 용산, 판교 도전 서울지역 평당 최고가 아파트는 평당 4064만원을 기록한 송파구 잠실동 주공 1단지다. 재건축 아파트라는 특성 때문이다. 이런 특수 요인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중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가 평당 3371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부촌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동부 센트레빌과 함께 ‘트로이카 시대’를 형성하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촌은 어디가 될까. 부촌의 이동 축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촌은 꾸준히 동남축을 따라 남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런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대표는 “강남 지역이 여전히 선두를 형성한 가운데 판교가 변수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판교 전원 주택지가 부촌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판교 지역과 성남공항 일대가 변수가 돼 강남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정부의 내신 성적 강화 방침과 사교육 열풍 차단 노력으로 강남권 인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며 “앞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실수요자가 선도하고 웰빙 주거 영향으로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 단지가 부촌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 강남권 대체신도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 서울공항 주변 지역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상태. 군 당국에서 이 지역 개발에 결사반대 하고 있지만 서울공항 인근은 교통 ? 환경여건이 좋은데다 총면적이 500만평에 육박해 정책 변화에 따라 기존 강남 지역을 능가하는 부촌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동남축을 따라 부촌이 이동하는 시나리오다.
반면 미군기지 이전과 한강 조망권을 무기로 용산 지역이 강남을 누르고 부촌 대열에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20년 이상 강남에 뺐겼던 주도권이 강북으로 돌아오는 시나리오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주택시장은 양적인 팽창시대에서 질적인 고급화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강남권이 당분간 선두를 고수하겠지만 주거 환경에서 더 뛰어난 환경을 자랑하는 용산 지역이 강남 인기 지역을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또 서울공항 주변지역의 발전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한국의 부촌 변천사
성북동, 한남동(60년대) -> 이촌동(60년대 후반) ->장충동, 평창동(70년대 초반) -> 압구정동, 여의도(80년대 초반) ->양재동(80년대 후반) ->압구정동(90년대 후반) ->도곡동, 대치동, 삼성동(2000년대 초반) -> 판교(?) 용산(?) 압구정(?) (2010년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