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디지털치매? 증상과 치료
나는 얼마전에 구입한지 4개월도 채 지나지않은 신형 스마트 폰을 세탁기에 돌려버리는 대형사고를 쳤다. 그 휴대폰은 결국 다시 작동하지 못했다. 그래서 리퍼폰(중고폰)을 받아서 사용해야 했는데 내가 저장해뒀던 지인들의 번호와 정보는 다 날아가버려서 잠시동안 휴대폰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내가 외우고 있는 휴대폰 번호는 부모님들 번호 뿐이였고, 심지어 동생과 언니의 번호도 몰랐다. 친구들의 번호를 하나도 몰라서 연락을 할 수가 없다고 엄마한테 한숨을 쉬자, 엄마가 너는 친구들 번호도 모르냐며 타박을 했다. 그래서 엄마는 내 휴대전화 번호를 아느냐고 되물었지만, 엄마는 '아...나도 모르네' 라고 벙찌셨다.
우리는 생활의 기반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 기술 덕분에 언제 어디에서건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G휴대폰, 휴대가능한 태블릿PC, 길을 외우지않아도 되는 내비게이션, PDA(개인 휴대용 단말기)등의 디지털 기기들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준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기기 사용의 발달으로 새로운 질병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위와 같은 디지털치매이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신조어 중 하나인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멀티미디어 시대, 머리에 담아야 할 정보량이 폭증한 데다 각종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두뇌의 기억능력이 나빠져 뭔가를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대부분의 디지털세대들이 흔히 겪고있는 증상들 일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ID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단축키를 사용하다보니 가까운 지인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리게 되고, 방금 책상에 두었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것'. 이러한 생활속 건망증은 디지털 치매의 초기증상으로, 뇌 질환같은 특별한 질병이 아니므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력 개선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치매 상담을 받는 환자 3명 중 1명은 디지털 치매 증상을 보일 정도로 디지털 치매는 우리 생활 깊숙이 퍼져있다. 게다가 환자의 60~70%정도는 20~40대의 젊은 층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니, 상황의 심각성이 어느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단축키나 버튼하나로 기억력과 사고능력을 대신해주는 디지털 장비들이 기억하려는 노력과 습관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다. 사람의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주로 담당하는데,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의 위축을 가져오고 기억 용량이 줄어든다. 여기에 과도한 음주와 스트레스, 담배 등이 겹칠 경우 증세가 더욱 심각해진다고 한다.
※ 나도 혹시 디지털치매가 아닌가 걱정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디지털 치매 자가진단을 해보자.
1. 가사 없이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별로 없다.
2.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집과 가족뿐이다.
3. 암산한 것을 계산기로 꼭 확인해야 한다.
4.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것보다 내비게이션을 더 신뢰한다.
5.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키보드 입력이 더 편하다.
전문가들은 위의 사항들을 경험했을 경우, 디지털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5번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 해당된다.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 꽤나 당황스럽다.
# 디지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디지털 치매에서 벗어나려면 적절한 휴식과 기억을 키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충고한다. 우리 뇌속에 '정신적 여백'을 가질 자투리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디지털 치매가 중증으로 발전하면 신경쇠약에 평소 생활이 예민해지고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에는 정신질환을 앓게된다고 하니 개선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디지털기기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직접 머리를 굴려 잠자는 두뇌를 일깨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는 있는 것들을 알아보자.
1.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나 좋아하는 노래 몇곡 정도는 외우는 게 좋다.
2. 신문이나 잡지를 매일 한두시간 꼼꼼히 읽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생각하면서 읽는 기사는 기억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3.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며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4. 그날 일을 컴퓨터가 아닌 일기장에 기록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5.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직접 점수를 계산한다.
6. 직접 손으로 쓰고 입으로 외우면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