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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글 강방식 교사(서울 동북고등학교) 윤리를 담당하며 2005년부터 EBS 강사로 활동 중이다. EBS가 뽑은 최고의 교사로 선정됐으며 동북고의 청문회식 토론법 개발을 비롯해 융합 수업, 통합 논술, NIE 수업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취미가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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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교과서로 따라잡기' 는 시사 상식과 논술,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는 시도에서 기획됐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핫한 이슈들을 콕콕 집어 이를 둘러싼 쟁점들을 분석하고, 교과서와 연계해 생각해봅니다. 서울 동북고 강방식 교사와 함께 시사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시죠. 밥상머리 토론거리로 '강추' 입니다. _편집자 주 |
출제 오류, 난도 논란에 휘말린 수능 2014학년 수능 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를 둘러싼 소송에서 해당 문제가 11개월 만에 오류로 판결났다. 교육부는 해당 문제를 다시 채점해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어 2015학년 수능 시험에서도 영어 25번 문제와 생명과학II 8번 문제를 복수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게다가 수능이 사상 최대로 쉽게 출제됐다. 영어 만점자가 전체 응시생의 3.37%, 수학 B형(이과용 문제) 만점자는 작년 0.58%에서 올해 4.29%로 갑자기 높아지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이 더 어려워졌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수능 문제 오류는 물론 난도를 적절히 맞추지 못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린 점에 비판적 여론이 만만찮다. 박근혜 대통령은 2년 연속 수능 출제 오류가 발생한 데 대해 "원래 수능을 시작한 근본 취지가 바르게 실천되도록" 수능 출제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수능의 초심이 무엇인지, 변하는 시대에 초심이 잘 반영되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 국회에서도 교육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수능 시험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
수능이 끝난 지 1년 만에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가 법원에서 인정됐다. 2015 수능에서도 생명과학Ⅱ와 영어에서 한 문제씩 복수 정답이 인정되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교육 당국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잇단 출제 오류에 사과하고 있다. ⓒ 연합 |
수능 시험은 1994년 미래 인재 개발에 적절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전의 학력고사가 암기 위주 평가였던 것을 비판하며 논리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기 위한 시험으로 등장했다. 2008년에는 1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데 대한 비판으로 수능 등급제가 시행됐다. 2009년에는 9개 등급으로는 대학이 학생들을 제대로 변별하기 어렵다며 점수제 수능으로 복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EBS 문제를 수능 문제와 연계시킨다는 정책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연계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전국의 수험생들이 EBS 교재를 성경처럼 신성시하기 시작했다. 덧붙여 사교육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시험문제도 쉽게 출제하는 '물수능' 정책을 시행하면서 변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수험생 60여만 명이 응시하는 수능 시험은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다. 정시 전형에서는 가장 막강한 평가 지표고, 논술 시험이나 학생부 전형 등 수시 전형에서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2년 연속 출제 오류로 국민들이 공분하는 상황이다. 수능 시험의 형식을 바꾸지 않고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의 개선책과 수능 시험 자체보다 대학 입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차원에서 어떤 개혁책이 바람직한지를 쟁점으로 정리해보자. |
수능 시험 개선과 개혁 둘러싼 쟁점 |
수능 시험의 근본 취지 살릴 개선책이 필요하다! |
VS |
미래 인재 양성 위한 대입개혁책을 마련하자! |
- 출제 오류는 반드시 예방해야겠지만,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수능을 쉽게 출제하는 정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만점자가 많아져도 모든 학생을 미세하게 변별하는 것은 가능하다. 기출 문제와 EBS 문제를 문제 은행식으로 꾸준히 적립해 재사용할 수 있게 하면 출제 부담이 줄어 오류 가능성이 낮아진다. 출제진이나 검토 요원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제비뽑기 형태로 선출, 공정한 출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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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시험의 난도 조절이나 오류 검토를 정확히 하기 위해 실제 학교 현장의 교사들로 출제진을 구성하고, 대학교수들을 검토진으로 바꾸는 혁신책이 필요하다.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등 다양한 학교 교사들을 골고루 뽑아야 하고, 지역에 따른 출제진 선발 기준도 마련해야한다. 어려운 문제는 교과서 주요 개념에서 출제해 오류 가능성도 낮추고, 마땅히 측정해야 할 내용을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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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문제 연계 비율을 70%에서 30%로 낮춰 출제오류의 트라우마를 없애야 한다. 연계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난도 조절을 위해 문제를 꼬아 내면서 오류가 많아졌다. 또 사고력을 함양하는 교과서 심화 문제를 응용하거나 교과 이기주의를 넘어 융합 교과형 문제를 출제해 미래 인재에 필요한 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 교과에 나오는 윤흥길의 <장마>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구렁이를 윤리 교과에 나오는 토테미즘 사상과 연관시키는 문제, 과학 교과에 나오는 날씨 예측과 수학의 함수를 연결하는 문제처럼 창의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문제를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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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수능 시험의 초심은 사라졌다. 객관식 형태로도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지만, 지금의 수능은 교과서 개념에 대한 이해 분석력을 주로 평가하고, 실력 대신 그날의 운이나 난도 조절 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예측 불허의 시험이 되었다. 호기심을 키워주지 못하는 수능 시험은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자격 고시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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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시험은 사회의 빈부 갈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교육적 대안으로 계속 기능해야 한다. 경제적 빈부 차가 교육 수준의 차와 비례하면서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해 공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EBS 문제를 수능과 연계하고, 쉽게 출제하는 정책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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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정책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땜질식으로 개선한다고 사교육 문제나 학벌 지상주의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다. 현 사회구조나 임금구조에서는 땜질 할수록 변화된 정책을 이해하기 위한 사교육 수요가 새로 생기고, 그만큼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공영방송 EBS가 사교육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입시의 절대 권력이 됐다. 경쟁 중심의 미국 교육정책보다 협력 중심인 북유럽의 교육과 사회정책을 함께 정착시킬 수 있는 범사회적 대책 기구를 통해 대입 개혁책을 마련해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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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와 연계해 생각해볼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업체에서 개최한 '2015 정시 합격 전략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연합
기본편_ 교과서 여기! 과거제도와 수능 시험 +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 '과거제도' 단원_ 지금의 수능 시험과 가장 비슷한 정책은 과거제도다. 신라에는 골품제가 있어서 성골이나 진골 등 왕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다. 육두품이던 원효나 최치원이 가장 큰 피해자다. 고려 광종 때 호족을 억압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과거제가 시행됐다. 골품제와 달리 혈연보다 개인의 실력이 중시됐다. 조선의 과거제도는 문과, 무과, 잡과로 나뉘어 유교적 소양과 능력을 갖춘 관리를 선발했다. 천인을 제외하고 응시 제한이 없었지만,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적 처지로 일반 백성이 과거에 합격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고려에 비해 개인의 능력을 더 중시했다는 점에서 사회정의 가치가 높다. 지금의 수능 시험도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EBS 연계 출제가 바로 그런 사회정의 논란의 중심에 있다.
+ 고등학교 <법과 정치> 교과서 :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 단원_ 국민의 기본적 권리 중에서 다른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평등권이 있다. 모든 인간을 원칙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할 것과 국가의 차별적 대우를 받지 아니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평등권 보장을 위한 원칙으로 '교육의 기회 균등' '근로관계나 가족생활에서 양성 평등' '선거에서 평등' 등이 있다. 수능 시험은 우리나라에서 학벌을 만들어가는 최초 관문이기에 그만큼 교육의 기회 균등이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 수능은 전 국민 누구나 치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조선 시대 과거제보다 형식적으로 평등이 잘 구현되고 있다. 수능을 EBS 문제와 연계해 출제한다는 정책은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제 역사에서 보듯이 교육 수준과 사회·경제적 지위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기에 수능은 교육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 갈등 해소 차원에서도 공정하게 마련돼야 한다.
심화편_ 좀더 생각해보기 입시에 짓눌린 현대판 '까막눈 김 정승 아들'
강명관이 쓴 <시비를 던지다>는 주요 고전을 통해 지금의 세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보는 법을 보여준다. 3부 '진리는 어디 두고 경전만 섬기는고' 에서 '입시에 짓눌린 김 정승의 아들' 과 '제 자식 잡아먹는 교육'을 보면 입시 정책이 어떻게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지, 한 나라를 잘못 이끄는지 알 수 있다. 김 정승의 가문은 명문가 중의 명문가인데 가문의 영광을 위해 아버지가 공부를 강요하자 아들의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과거제도와 현재의 대학 입시를 오버랩 시키면서 김 정승의 아들이나 지금의 학생들이 전부 과거 급제나 대학 입시만을 위해 치달으며 교육과 공부의 진정한 의미가 사라지고, 타락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대학 입시가 이 사회 개개인의 계급을 정해주는 국가적 의식이라는 사실을 근원적으로 반성하지 않는 이상, 교육부가 있건 없건, 수능을 치르건 본고사를 치르건 공부에 짓눌린 까막눈 김 정승 아들은 여전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수능 시험 개선과 개혁을 위한 대책 기구는 숲과 나무 중 나무만 보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오로지 현재 수능 시험의 변별력과 출제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방편으로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숲을 조망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공부는 왜 하는지, 교육은 어떠해야 제대로 효과가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맹자는 위나라 임금에게 사람을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것과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 뭐가 다른지 묻는다. 다르지 않다고 하자, 다시 칼로 죽이는 것과 정치로 죽이는 것이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지은이는 묻는다. "몽둥이나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교육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뭐가 다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