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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동상> |
“현금 영수증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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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진 영 대구북부초등학교 6학년 |
오늘은 29일, 드디어 엄마가 바빠졌다. 아까부터 통장과 고지서를 몇 번째 번갈아 보면서 계산하고 머리를 긁적이신다. 매달 이쯤이 되면 우리 엄마 얼굴이 심상치 않다. ‘오늘은 엄마 성질 건드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우리 아빠는 한 공업고교의 사회선생님이신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매달 2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를 버신다고 한다. 그런데 월말이 되면 여러 장의 고지서를 들고 “낼 것은 많고 이거 다 내고 나면 쓸 돈도 없겠다!” 라든가 “휴~!” 하는 한숨 섞인 엄마 목소리를 듣곤 한다. “엄마, 세금이 많아요?” “세금도 있고 전기, 집전화, 휴대전화, 가스비, 아파트 관리비 이런 것도 있어. 생각보다 많네? 이번 달도 좀 팍팍하겠다.” “……” ‘세금이 얼마나 많길래…’ “우리가 이렇게 힘든데, 100만원이 안 되는 생활비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래서인지 우리 엄마는 어딜 가든지 ‘현금 영수증 주세요.’라고 하신다. 작년 5월인가? 동생 생일 축하 선물로 책을 사러 갔는데 서점에서 책 2권을 사면서 2만원을 주고 거스름돈 3천원을 받았다. 그런데 엄마께서 카드를 내밀며 “현금 영수증 주세요.” 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조금 떨어진 피자 가게에서도 주문하며 “현금 영수증 주세요.” 라고 또 그러시는 거다. 나는 주문한 피자를 기다리면서 “현금 영수증이 뭐야?” 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엄마께서 “현금 영수증은 자기 소득 중에서 얼마나 썼는지 증명하는 제도야. 우리나라 세금업무를 보는 국세청에 회원 가입된 사람은 따로 서류제출을 하지 않아도 자동 입력이 되고 연말에 세금을 낼 때 일종의 혜택을 받지. 그리고 물건 파는 사람도 엄마만큼의 판매소득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니까 세금도 정확하게 내도록 하는 제도야.” “엄마도 회원가입 했어요?” “응” “우리나라의 돈의 흐름이 정확하게 나타나고 정당한 세금을 내게 되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지.” ‘오호라. 그런 거구나!’ 그래서 나도 엄마 심부름을 갈 때마다 “현금 영수증 주세요.” 라고 말하곤 한다. 휴대폰 번호만 불러주면 간단하니까. 그런데 어느 날은 오천 원이 넘지 않아 안 된다고 했다. 이일을 엄마께 말씀드렸더니 “그러게! 오천 원이 안 되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그건 또 안 된다고 그러더구나. 여러 사람의 그 돈이 모이면 그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앞으로는 바뀌겠지.” 하셨다. 그러고 나서 심부름 갈 때마다 살펴보니 현금영수증을 안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오천원 미만이라서 또는 오천원이 넘어도 말이다. 아직 다 몰라서일까? 아빠께 여쭤보니 “나이가 좀 지긋한 분들은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아도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도 있지.” 라고 하셨다. 또 “그래서 현금 영수증,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일주일에 한 번씩 추첨을 통해 상금도 준단다.” 라고 하셨다. “우리도 상금타면 좋겠다.” “그건 영수증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 생활화되도록 하는 방법이야. 우리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 물건 값에는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라는 게 있어서 모르는 사이에 국민 모두가 세금을 내고 있는 거니까 세금이 바로 걷히고 사용하는 게 옳은 거지.” 그러고 보니 엄마 심부름 갈 때마다 받는 영수증에는 ‘부가가치세’라는 게 늘 있었는데 그제야 이해가 됐다. 우리나라의 세금과 외국을 비교하면 우리의 세금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 중 일부는 많은 양의 돈을 쓰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것 같다. “군사비에 필요한 세금을 줄이려면 통일 시급해요.”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우리가 통일되면 전쟁의 공포가 줄고 그 만큼의 돈이 사회 곳곳에 쓰이겠지. 우와, 통일이여 오라! 세금은 결국 우리가 내고 그 혜택을 우리와 우리의 이웃이 받는 것이다. 우리 가족처럼 현금영수증을 잘 챙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국가의 살림이 튼튼하고 그 혜택이 필요한 곳에 골고루 쓰이면 참 좋겠다. 오늘도 난 엄마 심부름을 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현금 영수증 주세요!” |
첫댓글 저희 어머니도 현금 영수증을 받아오라고 하시는데 아버지에게도 현금 영수증을 받아오라고 말해봐야겠습니다.(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