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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茶母)] 09
S#1. 동 봉노방
채옥 : (원해를 보며) ....나으리...
원해 : (술을 들이킨다) .....
채옥 : 상감마마를 뵈야겠습니다.
원해, 주완 놀라 들이키던 잔을 멈춘다...
원해 : (뜨아하게 본다) ...?
채옥 : .....상감마마를 뵈려면 어찌 해야 하는 겁니까...?
원해 : 미친 년...
주완 : (기가 막혀)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임마 상감마마가 남산골 사는 김생원인줄 알어...! 그 입에 담지도 마..! 망나니 칼 떨어진다...
채옥 : (원해에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원해 : (피식 웃으며).... 그래... 아주 방도가 없지는 않지... 월궁해서 내금위 군사에게 걸려 죽거나...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못한 호위무사들에게 맞아 뒈지면 된다....
귀신이 된다면 주상전하를 알현할 수 있겠지... 귀신이라면 월궁해도 아무도 모르지 않겠느냐....
(잔을 벌컥 들이킨다)
채옥 : ...나으리....
S#2. 좌포청 채옥 방 (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채옥....
이내 결심을 한 듯 옆에 있던 지필묵이 담긴 궤를 꺼낸다....
화선지를 펼쳐 천천히 글을 써내려가는 채옥... 그 위로...
채옥 : (E) ...나으리를 처음 뵈었던 때가 제 나이 일곱이었습니다...
S#3. 대궐 앞 (밤)
정문에 수많은 내금위 군사들이 화톳불을 대낮같이 밝히고 서 있다...
복면을 한 채옥, 먼 발치 나무 가지 위에서 그 모습을 보다가 다른 곳으로 몸을 날린다....
채옥 : (E) 아비가 죽고... 어미와 오라비마저 뿔뿔히 헤어지고서도 슬픔이 무언지 모르는...
철없는 나이였습니다...
S#4. 동 어느 담장 (밤)
군사들이 2인 1조가 되어 수시로 담장 주위를 순라하고 역시 화톳불이 곳곳에 켜져 있다....
채옥, 몸을 숨기고 이를 보는데... 도저히 담장을 넘을 도리가 없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몸을 낮추는 채옥...
잠시 정적....
채옥 : (E) 나으리는 그 날... 장대같이 쏟아지던 빗속으로 저를 업고 뛰셨지요...
그 날 이후로 나으리는 제 아비였고... 어미였고.. 오라비였습니다...
채옥.... 몸을 빼더니 손가락으로 돌맹이를 연달아 튕긴다...
정확히 화톳불 받침대에 적중하는 돌맹이...
화톳불 두 개가 연달아 쓰러진다....
놀라 화톳불로 달려간 군사들....
그 사이 재빨리 담장을 뛰어넘는 채옥...
채옥 : (E) ...지금까지 나리와 함께 한 세월이... 곧... 제가 기억하는 생애의 전부입니다...
그런 나으리를 잃는다면 제가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나으리.... 나으리의 말씀처럼... 처음부터 산채로 올라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S#5. 대궐 안 (밤)
착지하자마자 담장 어둠 밑으로 몸을 붙이는 채옥...
내금위 군사들이 주위를 살피며 경계를 서고 있다...
채옥 : (E) ...그랬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으리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차마 그 자를 베지 못한 제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죽기보다 괴로운 일입니다...마음을 씻을 길은 이것 밖에 없는 듯 싶습니다...
...이년... 이리 죽습니다.... 제 목숨을 거름삼아 나으리의 뜻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도련님....... 부디 이년과의... 이승에서의 인연을... 무심히... 베어주십시오... 도련님.....
채옥, 담장으로만 붙어 천천히 움직인다....
내금위 갑사, 무슨 인기척을 느꼈는지 갑자기 활시위를 들어 화살을 매긴다...
숨을 멈추고 긴장하는 채옥...
갑사... 몸을 홱 돌리더니 지붕 위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고양이 한마리...
갑사 : 치워라!
군사, 고양이를 들고 나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채옥....
S#6. 다른 대궐 마당 (밤)
여전히 담장 아래 몸을 붙이고 움직이는 채옥...
마당 쪽으로 한발을 내미는데... 또다시 내금위 군사들이 다가온다...
몸을 다시 담장으로 붙이는 채옥...
내금위 지나가는가 싶더니 아예 대여섯자 간격으로 자리를 지킨다...
꼼짝 못하는 채옥...
그때 어디에선가 냇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들린다....
채옥, 엎드려 소리나는 쪽으로 기어가면....물이 흐르는 수로가 보인다...
사람 하나는 족히 지나갈 수 있는 넓이다...
천천히 몸을 수로 속으로 내리는 채옥...
물은 허벅지까지 찰랑거린다....
S#7. 동 대궐 다른 수로 + 물 속 (밤)
물소리를 죽이며 물이 흐르는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채옥...
갑자기 군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채옥... 숨을 들이키고는 물 속으로 들어간다....
다가오는 군사들... 횃불로 수로를 살핀다...
수면 위로 일렁이는 불빛이 채옥의 눈에 비친다...
돌아가는 군사들... 불빛이 사라지면...
채옥,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숨을 토한다...
S#8. 또 다른 수로 (밤)
채옥, 벽에 붙어 천천히 수로를 따라가는데...
눈 앞에 두 갈래의 수로가 나온다.....
난감해지는 채옥.... 두 갈래 길을 두리번거리는데...
왼쪽 길이 육중한 수문으로 막혀 있다....
채옥 할 수 없이 오른쪽 수로를 택해 나아가는데...
군사1 : (E) 수문을 열어라!
채옥, 놀라 수로 벽으로 붙는다...
왼쪽 수로를 막고 있던 수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자...
엄청난 양의 물이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져 들어온다...
채옥 경악하는데.... 몸을 뺄 틈도 없이 물에 휩쓸린다...
S#9. 수로 물 속 (밤)
급류에 허우적거리며 쓸려가는 채옥...
복면은 이미 벗겨져 쓸려가 버리고...
몸이 감기 듯 팽이를 돌기도 하고 수로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S#10. 대궐 어느 마당 연못 (밤)
연못 가운데는 정자가 있고 다리가 놓여져 있다...
내금위 군사는 없다...고요한 수면...
연목 귀퉁이에서 잔잔한 동심원이 일어나더니...
채옥의 몸이 솟구쳐 올라온다...
지칠대로 지쳤는지.... 연못의 돌을 받치고 서서는 가쁜 호흡을 들이킨다...
연못 밖으로 힘겹게 몸을 굴리며 빼는 채옥....
모로 누워서 눈을 감은 채 여전히 숨가쁜 호흡을 한다....
여기가 어딘가...? 채옥 천천히 눈을 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멀리 편전의 불빛이 보인다....
모든 힘을 쥐어짜듯 몸을 일으켜 편전을 보면....
족하등(足下燈)을 든 내관이 나오고 곤룡포를 입은 숙종이 나온다...
임금이다.... 다시 힘이 불끈 솟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채옥...
주먹을 꾸욱 쥐고는 숙종에게 있는 힘껏 달려간다...
S#11. 편전 앞 (밤)
내관 서너명과 침소로 가고 있는 숙종....
땅을 박차고 달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검은 인영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내관들 본능적으로 숙종 앞으로 나서 보호하는데....
흥복이 편전 지붕에서 몸을 날리고...
또다른 무사들이 대여섯명이 각기 어두운 나무와 땅 속에서 솟아나온다.....
채옥 흠칫 서는데.... 지붕에서 몸을 날린 흥복의 발이...채옥의 가슴팍에 작렬한다....
뒤로 나동그라지며 고통스러워하는 채옥...
채옥 : (가슴을 쥐며 겨우 몸을 일으키며 기어들어가듯) 상감.....
무사1이 틈을 주지 않고 칼을 뻗는다...
채옥, 이번에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피하는데....
착지하자마자... 무사2가 채옥의 등판을 가격한다....
앞으로 꼬꾸라지는 채옥...
채옥 다시 몸을 일으키는데...
이번에는 흥복의 양 장(掌)이 복부 어깨를 동시에 가격한다...
헉... 채옥의 상체가 굽혀지는데....
다시 흥복의 발이 굽혀진 채옥의 가슴을 번개처럼 걷어찬다...
허공에 깃털처럼 가볍게 몸이 붕 뜨는 채옥....
털석..... 땅에 떨어진 채옥이 육신이 마치 도축된 고깃덩어리 같다...
다친 어깨에서는 다시 피가 흐르고...
채옥, 연못을 벗어난 물고기처럼 불규칙하게 가슴이 펄떡거리는데...
한모금 선혈이 울컥 토해져 나온다...
흥복... 마지막 숨을 끊으려는 듯 날카롭게 칼을 뽑는데...
숙종 : 물러나거라...
칼집에 다시 칼을 넣고는 예를 갖추고 옆으로 물러나는 흥복...
흥복, 주위 무사들에게 고개짓을 하면 몸을 날리며 사라지는 무사들...
숙종 천천히 채옥에게 다가간다...
내관들이 족하등을 채옥 가까이에 비춘다...
숙종 : ...숨이 붙어있느냐....?
흥복 : 예....
숙종 : (가만 채옥을 얼굴을 보고는) ...... 넌 누구냐....?
채옥 : (꼼짝 못하고 간헐적으로 숨을 토할 뿐이다) ...
흥복, 누워있는 채옥의 상체를 일으키더니 가슴을 치고...등의 혈을 몇군데 점혈한다...
다시 울컥 선혈을 토하며 숨통이 터지는 채옥....
하지만 기가 없어 몸이 덜덜 떨린다....
흥복 : ....누구냐고 하문하셨다....
채옥 : (여전히 가쁜 숨을 쉬며 힘겹게 머리를 조아린다) ...좌...좌포청... 다모...
장채옥이...주...주상전하를 뵙습니다....
숙종 : 다모....? 계집이 아니냐.... 누가 나를 해하라 하더냐....?
채옥 : 제,제가.... 전하께... 고할.... 것이 이,있사와....
숙종 : ... 죽음까지 각오하고 월궁을 해 과인에게 할 말이 있다....
그것도 홀홀단신 계집의 몸으로...... 대체 무엇이간데....
채옥 : (곧 정신을 잃을 듯 말 듯... 눈꺼풀이 무겁다) ....
흥복 : 하문하시지 않느냐....?
채옥, 고개를 들어 숙종을 본다....
S#12. 길 (밤)
벽을 짚으며 겨우 한걸음씩 떼는 채옥....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한 걸음씩 뗄 때마다....어깨에서 팔과 손가락을 타고 피가 툭툭 떨어진다....
더 이상 힘이 없는지 벽에 기대 스르르 주저앉는 채옥.....
채옥 :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도련님...
S#13. 편전 앞 마당 (밤/회상)
채옥, 입을 뗄 듯 말 듯 한다...(채옥은 계속 힘겹게 이야기해야 한다)
흥복 : 어서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채옥 : 주,주위를 물리쳐...주십시오....
숙종 : (내관들에게) ...물렀거라.
족하등을 흥복에게 건네고 물러나는 내관들....
채옥, 흥복을 보면....
숙종 : 괜찮다... 과인의 수족이나 다름없으니...
채옥 : .... 이 일은 하옥 중인 좌포도대장과... 황보윤 종사관에게 맡기신다고 약조해 주시옵소서...
숙종 : (흠칫) ....
흥복 : 네 이년... 당장 숨통이 끊기고 싶은 게냐...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채옥 : ...이미 반은.... 죽은 목숨이질 않습니까... 약조해 주신다면 고하겠습니다....
흥복 : 전하... 당장 이년의 목을...
채옥 : (O/L) 사직이 위태로운 일입니다...
놀라 숙종을 보는 흥복...
숙종의 눈빛이 일순 날카롭게 빛난다....
숙종 : ....말해 보거라.... 과인이 듣고 있다...
채옥 : 이,일을 알게 된 것도... 좌포장과 종사관의 공입니다... 약조해 주십시오...
숙종 : (무섭게) 말해보라 하지 않느냐...
채옥 : ...사주전 무리들은... 단순한 화적들이 아닙니다...
숙종 : ....?
채옥 : ...수많은 정예군사와 무기로 무장한....(피를 토한다) 반란의 무리들입니다...
숙종과 흥복 기겁한다....
채옥 : 사주전으로 군비를 강화하고... 덫을 놓아 한성을 지키는 훈련대장을 제거한 것도....
다 역모의 수순.... (숨을 헐떡인다)
숙종 : ...(가깝게 다가와 낮게) 누가 이 일을 아느냐...?
채옥 : 아무도. 모르옵니다...
숙종 : ...네 이름이 뭐라 했느냐....?
S#14. 길 (밤)
다시 죽을 힘으로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채옥...
S#15. 봉노방 (밤)
술을 마시고 있는 주완 원해... 병택이 와 따지고 있다...
병택 : 포청에도 없고... 여기에도 없으면 도대체 어딜 갔단 말입니까?
원해 : 이 자식아 그걸 왜 여기 와서 물어?
병택 : 이부장!
원해 : 뭐, 이부장?.... (와락 멱살을 잡으며) 이 새끼! 무비사 봉사라고 뵈는 게 없느냐!
주완 : (말리며) 이러지 마라 이부장...
원해 : 한번만 더... 품계 따위로 건방을 떨어라... 봉사건 장님이건... 아예 회를 쳐주지...
(와락 밀치며 놓아준다)
병택 : (목을 잡고 캑캑거리는데) ....
S#16. 한적한 길 (밤)
봇짐을 맨 마축지와 타박녀가 걷고 있다...
마축지 : (찜찜한 듯) 어째 쪼가 그라네잉... 차말로 요렇게 가부러도 되까 모르겄네잉
타박녀 : (앞서가는 얼굴에 눈물이 가득하다) 당신이 뭐 용뿔 빼는 재주라도 있어...
흰소리 말고 어서 갑시다...
마축지 : (뭣도 모르고) 흐미... 여런 인정머리 없는 여편네하고 나가 어찌케 살았당가...
한솥잡 쳐먹은 의리가 있는디...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사람도 도리 아니여..!
타박녀 : (홱 돌아보며 쏜다) 나는 뭐 발길이 솜털처럼 가벼워서 이러는 줄 알아요...
...그래도 토끼마냥 쫓기는 팔자를 고쳐준 은인들인데... 차마 형장에서 참수당하는 꼴까지
어떻게 보냐고..... (다시 돌아선다) 그 모습이 평생 돌덩이처럼 가슴에 걸릴텐데...
그 꼴을 어찌 보냐구...
마축지 : (수긍이 된다...울고 싶다) 초상났냐 초상났어!.. 뭐땜시 벌써부텀 짜고 지랄이여...
(다시 가려는데 무언가를 보고 놀라 방아를 찧으며) 오매야...
타박녀도 놀라 뒤로 물러나는데...
흡사 귀신의 몰골인 채옥이다...
마축지 : 누,누,누구다요....? (하다가 채옥인 걸 알고) ...하이고 누님...!
채옥, 고목나무 넘어가듯 쓰러진다...
마축지 : (부축하며) 누님... 성님...!
S#17. 주막 마당 (밤)
채옥을 들쳐업고 들어오는 마축지와 타박녀...
마축지 : 보쇼!... 보쇼! 여그 좀 나와보드랑께요!
방문이 벌컥 열리고 뛰쳐나오는 주완, 원해, 병택...
병택 : (울먹이며) 이게 무슨 일이냐 채옥아.....
원해 : (채옥을 안으며) 이년아.. 정신 차려... 눈을 떠보란 말이야, 눈을....
채옥 : (힘겹게 눈을 뜨며, 원해에게) 나,나으리....
원해 : 오냐....나다... 누구냐? 누구에게 이렇게 당한거냐....?
채옥 : 주,주상 전하를.... 뵈었습니다....
원해 : (뻥- 한대 맞은 듯) 무슨 소리냐.... 미친년....정말 월궁을 했단 말이냐....
채옥 :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이 툭 꺽인다)
원해 : 채옥아---
S#18. 대궐 침실 안 (밤)
잠자리에 들려다 일어난 차림으로 주안상에 홀로 앉아 잔을 쥐고 생각에 빠져 있는 숙종...
곡좌하여 가야금을 뜯고 있는 궁녀 하나가 있고....
숙종 이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갑자기 술잔을 한쪽 구석에 집어던진다....
술잔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연주되던 가야금의 줄이 툭 끊어진다...
놀라 숙종을 보는 궁녀....
숙종 : 물러가라..
궁녀 : (황급히 물러난다)
숙종 : ...흥복아... (대답이 없자) 흥복아....!
흥복의 그림자가 측문 밖으로 툭 떨어진다...
무릎을 꿇은 흥복의 모습이 창호지를 통해 확연하다...
흥복 : (E) 예 전하....
숙종 : ...어찌하면 좋겠느냐...?
흥복 : ...
숙종 : ....과인이 속을 털어놓을 자가 너 밖에 없는 듯 싶구나....
흥복 : (안타까워) 전하... 성심을 굳건히 하셔야 하옵니다...
숙종 : ....배후가 깊다... 말해 보거라...
흥복 : ....정홍두 대장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할 만큼 주도면밀한 자들입니다....
정세를 파악하고 지시하는 자가 있습니다....
숙종 : ...조정 내부를 이름이냐...?
흥복 : (E) ...황공하옵니다....
숙종 : ...좌포장 또한 함정의 연장에 있다고 생각하느냐...
흥복 : ...훈련대장 정홍두와 포도대장 조세욱은... 유일하게 당색에 물들지 않은
...한성수비의 양축이옵니다...
숙종 : ....(괴로운 듯) 그의 과실로 훈련대장을 잃었다....어찌 그를 벌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흥복 : ... 득을 얻는 자는 역당들입니다...죽어서도 전하를 뫼시겠다는 훈련대장 또한...
그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좌포장은 막역지우를 잃고... 하나 뿐인 자식을 잃었습니다...
전하... 사직이 걸린 일이옵니다...
숙종 : (고민스러운지 다시 이마를 짚는다)....
S#19. 주막 전경 (아침)
채옥, 가는 호흡을 유지한 채 누워있고.... 의원이 맥을 재고 있다...
의원 옆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는 원해, 주완, 타박녀, 마축지, 병택...
의원 :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도저히 맥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원해 : (갑자기 의원의 멱살을 잡으며) 이놈! 의원이라는 작자가 밤새 한다는 소리가
그것 밖에 없단 말이냐! 침이라도 놓아보란 말이야!
의원 : (겁에 질려) ...나,나으리... 구명환을 먹고도 침을 받을 만한 몸상태가 아니라면...
시체나 다름 없는 겁니다요...
주완 : 그럼 이대로 죽는 꼴을 보란 말인가?
병택 : ...제발 살려주세요....
의원 : 화,화타나 편작이 아닌 바에야....
원해 : (의원을 노려보며)....약을 써봐... 네놈 말대로 시체나 다름 없다면...
약이든 침이든 원껏 써보란 말이야!
의원 : 나,나으리.....
S#20. 의금부 마당(아침)
목칼을 쓴 조세욱과 윤을 데리고 나오는 도사와 사령들...
조세욱, 걸음을 멈추더니.... 마지막인 듯 하늘을 본다...
세욱 : ..돌아가기엔 ... 좋은 날이군...
윤 : (역시 허망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구름 한점 없이 맑다...
도사와 사령들 세욱과 윤을 끌고 간다...
S#21. 동 다른 마당
도사와 사령들 세욱과 윤을 끌고 중문을 넘어서면...
말끔한 도포차림의 흥복이 등을 돌리고 서 있다....
멈칫하는 세욱과 윤...
세욱 : (도사에게) 이곳은 형장이 아니질 않는가....
도사 : (흥복에게 다가가) 데려왔습니다...
흥복 : (등을 보인 채) 나가 있으시오...
도사와 사령 나간다....
세욱, 윤 의아하다...
흥복 : ....포청으로 돌아가십시오..
세욱 : ...(놀라는) 뉘시오...?
흥복 : ....두 분은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나머지는 생은 덤으로 부지하는 것....
일신의 안위를 살피지 말고 명을 받드십시오....
흥복,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가는데...
재빨리 따라 붙는 윤...
흥복 : (등을 보인 채 서며) 멈추시오...!.
윤 : 어명이시오...?
흥복 : ...채옥이라 했던가....?
윤 : (흠칫한다) ...
흥복 : ....좋은 수하를 두었더이다... 허나... (사이) ...무모한 계집이었소..... (간다)
윤 : (옥이가? ...무슨 의미인가? ...의아한 얼굴로 다시 세욱을 보는데)
흥복이 명을 전하던 자리에 비단으로 싼 궤가 있다...
세욱 다가가 비단을 풀고 궤를 열면....
임금이 두르는 금대(金帶 - 임금이 두르는 허리띠)다...
세욱 : (놀라며) 금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며) 전하....
<인터컷> 임금이 곤룡포 위의 금대를 푼다....
윤 : (무언가 의식이 머리를 스친다. 금대 안쪽을 보더니) ...박음질이 없습니다... 살피시지요...
<인터컷> 금대안에 밀지를 넣는 임금.....
세욱, 금대 안쪽을 살피면 역시 밀지가 적힌 서찰이 나온다...
숙종 : (E) 목숨을 내놓겠다 약조를 했다 하더라도... 공마저 떠나보내기엔 과인의 처지가 외롭다...
사주전의 배후는 역모의 무리들이니... 은밀히 조정 안팎을 살피고... 발본색원하여
사직을 안돈케 하라....
세욱 : (감정이 복받쳐 고개를 조아리며)...전....하....
S#22. 대궐 편전
숙종 앞에 정필준, 이익훈을 비롯해 십여명의 대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익훈 : ...전하.... 훈련대장을 무고해 자진케 한 죄인을 복직시키시다니요...
이같은 전례는 없었사옵니다.... 국법의 지엄함을 흔드는 일이옵니다...
정필준 : ... 사주전 일당을 놓치고 토포군을 전멸시킨 것 또한 죽어 마땅한 일이온데....
국문 한번 받지 않고 방면하신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숙종 : 훈련대장이 자진한 건 조사 중의 일이었소...
토포 또한 좌포장이 옥사에 있었던 일이니 죄를 논하기 어렵소...
정필준 : 전하... 하오나...
숙종 : (O/L) 훈련대장과는 막역지우였고... 죽은 토포장의 아비였소.......다시 기회를 주고 싶소...
정필준 : 전하!
숙종 : (단호하게) 과인이! ...숙고하여 내린 비답이오... 더 이상 논하지 마시오!
놀라는 정필준과 대신들....
S#23. 주막 봉노방
누워있는 채옥을 핏기가 가신 얼굴로 보는 도포차림의 윤...
원해와 주완, 병택, 의원이 있다...
윤 : (넋이 나가) ....월궁 ...월궁이라 했소....
원해 : (울먹이며) ...제가 헛소리를 지껄인 탓입니다...
주완 : (역시 울먹이며) ...실성을 한게지요.....
실성하지 않고서야 어찌 제정신으로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병택 : 도,도대체 무슨 일을 시킨 겁니까....예...?
(눈물을 훔치며) 이씨... 그러길래 포청을 나오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윤 : (힘없이 앉으며 멍하게 채옥을 본다) .......
미동도 하지 않는 채옥... 가녀린 호흡....
윤 : (눈을 감는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
의원 : 소,송구합니다.... 외상도 외상이지만 내상이 원체 심합니다...
약이고 침이고 모두 써보았지만... 저로서는 더 이상.... 어의 구도환 영감이라면 혹 모를까...
윤 : (눈을 번쩍 뜬다) ....
S#24. 궐 후문
내의원을 만나고 있는 윤....
내의원 : 어의 영감은 등창을 앓고 계시는 자명대군을 구환하라는 어명이 있으셔서.. 그댁으로 가셨소...
헌데 무슨 일이시오?
윤 : (낭패스럽다, 서둘러 예를 갖추고 뒤돌아 뛰어간다) ....
S#25. 자명대군 집 앞 (낮에서 밤으로)
윤,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점점 어두워지고....자명대군의 집 안팎에 불이 켜진다...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고...
윤, 보면... 구도환과 판관(判官:종5품)이 청지기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나서고 있다...
구도환 몇 발자국 걸어오는데.... 앞으로 나서 예를 갖추는 윤...
윤 : 어의 영감이십니까?
판관 : 뉘시오?
윤 :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이라 하옵니다.
도환 : 포청에서 내게 무슨 볼 일이 있으신 게요?
윤 : 포청 일이 아닙니다... 목숨이 경각에 놓인 수하가 있습니다...어의께서 살펴주십시오...
판관 : 무슨 소릴 하는게요! ...용체를 살피는 어의 영감께 감히 포청의 수하를 살펴달라니...
누가 들으면 목이 떨어질 일... 당장 물러나시오...! 가시지요 영감. (앞서려는데)
윤 : (털썩 무릎을 꿇으며) 어의 영감이 아니고서는 살필 수 없는 병잡니다!
무슨 일이든 감수하겠습니다... 제발 병자를 살펴주십시오...
도환 : 허허...심정은 이해하나... 주상전하의 어명없이 사사로이 병자를 살필 수 없는 몸이오...
다른 의원을 찾아보시오....
윤 : 다른 의원이 손을 놓을 만큼 상처가 심합니다...측은히여기시고...제발 병자를 한번만보아주십시오..
도환 : 미안하오...
구도환과 판관 무시하고 가버린다...
무릎 꿇고 있던 윤,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도포 속에 감춘 환도를 꺼내들고 땅을 향해 내리그으면....
검풍이 흙을 튀기며 구도환의 앞길로 뻗어나간다...
일직선 세 치 깊이로 패인 땅을 보고 놀라 돌아서는 구도환과 판관...
윤 : (칼을 겨누며) ...정히 가지 못하시겠다면...이 자리에서 두 분을 죽이고.... 나도 죽을 것이오...
판관 : (겁에 질려) 어,어의 영감....
윤을 노려보는 구도환....
불꽃이 이는 윤의 눈빛이 거짓 같지 않다...
S#26. 주막 봉노방 (밤)
채옥을 진맥하고 있는 구도환... 다시 채옥의 복부를 만져본다....
초조하게 보고 있는 윤.... 구도환 손을 떼고 일어난다...
윤, 불안한 얼굴로 보면 문을 열고 나가는 구도환...
S#27. 동 마당 (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구도환...
그 뒤로 주완, 원해, 마축지, 타박녀가 기다리고 있고...
구도환에게 다가가는 윤...
도환 : ... 내 비록 옥체를 살피는 직분이긴 하나... 생명을 다루는 본분은
저잣거리 의원이나 다를 바 없는 사람이오... 병자를 활인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를 살리는 기쁨이기도 하오....
윤 : 은혜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도환 : 은혜라니..... 내 평생 수많은 병자를 살폈지만...
...저토록 처참하게... 기경팔맥이 모두 끊겨버린 병자는 처음이오...
윤 : (창백하게 굳는다).....
도환 : ....병자를 위한 종사관의 성심을 보고... 진심으로 병자를 살리고 싶었소....
윤 : (무감정) ...죽는다는 뜻입니까....
도환 : 지금도 살아있다고 볼 수 없소.... 미안하오... (간다)
그 자리에 나무토막처럼 멍하니 서 있는 윤...
타박녀 : (훌쩍이며) 아이고 이를 어째.....
병택 : (털썩 주저앉는다)
마축지도 눈가를 훔친다...
주완, 원해.... 다가온다...
원해 : (침통하게) ....나으리....
주완 : (울먹이며) ...저리 보낼 수는 없습니다... 채옥이년 저리 보낼 수는 없습니다... 나으리...
윤, 멍하니 서 있다가 봉노방으로 가 방문을 거칠게 열어제낀다...
S#28. 주막 앞 (밤)
말 안장에 앉아 자신과 채옥을 광목으로 단단히 조여 맨다...
의식이 없어 목이 툭 꺽이는 채옥...
병택 : (말을 막으며) ...대체 데리고 어딜 가시겠다는 겁니까.... 나도 갈거요.....나도....
원해 : ...나으리 제가 모시겠습니다...
윤 : ...내 발로 돌아오지 않으면... 찾을 필요 없소... (발의 배를 차며) 이럇!
병택, 놀라 옆으로 쓰러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말을 멍하게 보는 주완, 원해, 마축지, 타박녀...
S#29. 산길 (밤)
말을 재촉하며 달리는 윤의 볼 위로... ...기어코 눈물이 흐른다...
낭창낭창 흔들리는 채옥의 머리....
윤 : (비장하게) ....채옥아.... 안된다.... (버럭) ...죽지마라..! 명령이다...!
흔들리는 채옥과 이를 악물고 말을 재촉하는 윤의 얼굴...!
S#30. 몽타쥬
- 평야를 가로지르는 윤의 말 (낮)
- 물가를 박차고 달리는 윤의 말 (밤)....
- 길가 나무 아래서 몸이 쳐진 채옥의 입으로 물을 넘겨주는 윤...
하지만 자꾸 입주위로만 흘러내린다....
채옥을 안고 어깨를 들썩이는 윤....
S#31. 묘향산 법운암 마당 (해질녘)
목탁소리가 경내에 울려퍼진다....
푸르륵-- 하는 말소리 들리면...
지친 기색의 윤이 말 옆에서 채옥을 안고 있다...
윤의 시선을 따라가면... 열린 대웅전 안에 보이는 수월...
윤 : (지친 목소리로) 스님....
수월의 등, 일순 목탁소리가 멎는다....
S#32. 좌포청 회의실
세욱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윤과 주완...
세욱 ; (E 낮지만 위엄있게) 아직도 소식이 없단 말인가...!
주완 : ...송구합니다... 소인이 따라갔어야 하는건데.... ...갈만한 곳을 알아보고 있으니...
세욱 : (O/L, 화를 누르며) ...그 입 다물라...
움찔 입을 다물고 겁먹는 주완...
원해도 그런 세욱의 모습을 처음 본다는 표정이다...
세욱 : ...애써 찾을 필요 없다... 이제부턴 모든 걸... 내 직접 지시하고 보고를 받겠다...
주완 : 영감...
세욱 : (추상같이) 이부장은 모든 기찰인력을 보부상으로 위장시켜 장성백의 꼬리를 잡으라!
원해 : 예!
S#33. 연천 소요산 인근 산길
보부상으로 가장해 길을 걷고 있는 원해와 일행 서너명...모두 볏짚 우의를 입고 있다....
역시 일각에 보부상으로 위장한 포졸 서너명이 비를 피해 쉬고있다...
원해 다가가면... 쉬고 있던 위장 보부상들 일어나 예를 갖춘다...
포졸1 : 이제 오십니까?
원해 : 어찌 됐어?
포졸1 : .... 황해도의 기린, 문구, 신막 고을의 포창이 하루 간격으로 당했습니다...
조정에 바칠 세곡 일부는 백성들에게 주고, 일부는 가져간 걸로 보아
장성백 일당일 거라 추측됩니다...
원해 : ....새끼들... 나라 곡식으로 아주 후하게 인심 쓰는구만... 산채는?
포졸1 : 마을에서 가까운 멸악산과 장수산 주지봉을 탐문해보았지만...
원해 : ... 못찾았다 이거야?
포졸1 : 송구합니다....
원해 : 됐어... 포창을 습격할 정도로 대범한 놈들이야... 쉽게 꼬리를 잡힐 놈들이 아니지...
(짐을 풀며 일행에게) 한 식경 정도 쉬었다 간다... 주먹밥들 먹고 쉬고 있어...
포졸1 : 어딜 가십니까...?
원해 : (그냥 간다) ....
포졸1 : 나으리...!
포졸2 : 놔둬....
포졸1 : (보면)
포졸2 : ... 토포군이 전부 몰살당한 곳이잖아.... 진혼이라도 하실 모양이지...
S#34. 녹수계곡
계곡으로 다가와 흐르는 물을 무심히 바라보는 원해...
<플래쉬백>
6부에서 장성백에게 처참히 당하던 토포군사들의 모습....
원해, 나무통에 담긴 술을 계곡물 이곳저곳에 뿌린다...
그리고는 나머지를 벌컥벌컥 들이키는데...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진다...
학철과 소년이 약초바구니를 매고 산을 오르는 것이 보인다...
슬그머니 두 사람의 뒤를 밟는 원해...
S#35. 대풍라 마을 인근 숲
몸을 숨겨가며 뒤따라가는 원해...
S#36. 대풍라 마을
학철과 소년, 사내1, 2가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원해, 얼굴을 가린 아낙과 사내들이 학철을 반기며...마을로 들어가는 걸 본다...
대풍라 병자 마을이란 걸 알겠다....
원해 : ...제길.... 대풍라 병자들이군....
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자그맣게 떵---하고 망치로 쇠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멈칫하는 원해...다시 뒤를 귀울이면... 떵--떵--하며 분명 쇠를 내리치는 소리다...
고개를 돌려 마을을 쏘아보는 원해의 얼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S#37. 대풍라 마을
움막들 사이사이 은폐물에 몸을 숨겼다가 날렵하게 움직이는 원해...
멀리 연기가 새어나오는 초가로 다가간다...
초가의 뒤쪽 창 아래로 몸을 붙이는 원해...
슬그머니 몸을 세워 안을 들여다본다...
S#38. 동 안
사주전을 만들고 있는 현장....
화력을 높이기 위해.... 풀무질을 하고...
주전판에 쇳물을 붓고.... 만든 주전을 한곳에 쏟고...
학철이 불량인 주전을 골라내고....
창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원해의 눈이 커진다...
S#39. 길 (해질녘)
말을 재촉해 빗속을 뚫고 달리는 원해....
S#40. 좌포청 회의실 (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세욱...
보고를 올린 양... 서서 숨을 헐떡이는 원해....
원해 : ... 주전판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주전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세욱 : ....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장성백이 버리고 떠난 산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원해 : 산 봉우리 두 개만 건너면 됩니다....아무도 접근치 않는 대풍라 마을이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장성백의 풀무간이 틀림 없습니다!
세욱 : (온몸이 팽팽해진다, 낮고 무겁게) ...누가 이 사실을 아느냐...?
원해 : 기찰조에게도 알리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세욱 : (눈을 빛내며)...도성 밖으로... 날랜 군사 열명을 은밀히 대기시키게...
원해 : (이상해)...놈들을 잡으면...장성백이 옮겨간 산채를 알아내어....바로 짓쳐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군사 열명이라니요?
세욱 : 장성백을 잡는 게 문제가 아니야! 토포를 나서나... 한 놈도 죽이지 말고 생포하고....
주전판을 회수한다!
원해 : 예..?
세욱 : ...쥐도 새도 모르게 움직여야 하네... 어서!
S#41. 길 (밤)
비가 그쳤다....
세욱과 원해를 필두로 주완과 이십여 마군이 질풍처럼 빠져나간다...
S#42. 몽타쥬 (밤)
- 최달평의 방, 달평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사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라는 달평...
- 인가가 있는 길을 잰 걸음으로 가는 달평...
- 어느 대갓집 뒷켠 담장, 달평 주위를 살피다가...
갑자기 발로 땅을 쓸면... 밧줄이 달린 손잡이가 나온다...
손잡이를 들어올리면...판자로 된 비밀문이 열린다...
S#43. 정필준 집 밀실 (밤)
지니팔괘와 태극 문양이 장식된 단 앞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있는 필준의 등이 보인다...
뒤에서 무릎을 끓고 있는 달평...
달평 : 포도대장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가마골로 향했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필준 : (잠시 침묵) ....
달평 : (다급하게) 어르신...
필준 : ...마을을 없애게...
달평 : (움찔 보면) ..... 모두 죽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필준 : ...어차피 천형을 받은 자들 아닌가......
가토 마사유키를 보내게... 그들이라면 관군보다 앞서 도착할게야...
달평 : (침을 꿀꺽 삼키며) 장성백이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필준 : ...장두령에게도 알리게...
달평 : (놀라) 어르신....
S#44. 산채 입구 (밤)
성백 산채 일각, 보초를 서고 있는 사내의 팔 위로 전서구가 내려 앉는다...
S#45. 산채 회의실 안 (밤)
쪽지를 보는 성백...
주위에 앉아있는 덕수, 각출, 수명... 몇몇의 소두령...
덕수 : ...무슨 전갈입니까?
성백 : (벌떡 일어난다) ...가마골로 간다... 백검을 가져오너라...
덕수 : 예? 갑자기 가마골은...
성백 : (미친듯이) 검을 가져오란 말이야! (황급히 밖으로 나간다)
S#46. 몽타쥬 (밤)
-십여명의 장성백 일행, 말을 타고 달린다...
-이십여명의 조세욱 일행이 물길을 박차고 말을 달린다...
S#47. 가마골 대풍라 마을 (새벽)
불이 꺼진채 조용하기만한 마을...
은밀히 움직이는 발자국소리들...
두건을 쓴 십여명의 낭인들이 산개해 움막 안으로 들어간다...
흑-- 하는 소리....
움막 밖으로 땅을 적시며 피가 흘러나온다...
순간...아아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한 움막에서 놀라 칼을 들고 달려나오는 학철,
움막에서 막 뛰어나오는 낭인을 향해 공격한다...
낭인 칼을 막지만... 어깨를 베이며 뒤로 물러난다...
순간, 다른 움막에서 소년이 도망나오면...
뒤따라 나오는 낭인이 칼을 내리친다...
비명도 없이 쓰러지는 소년....
학철, 그 낭인에게 칼을 들고 달려드는데...
표창이 날아들며 학철의 칼을 쳐 떨어드린다...
낭인이 맨손의 학철을 내리치려는 찰나...
몸을 돌려 낭인의 단검을 빼며 목을 감아 겨눈다...
학철 : (눈이 뒤집히며) ...누구냐...?
하나 둘씩 모여드는 낭인들...
이윽고 가토가 오면... 낭인들 양 옆으로 비켜선다...
학철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가토...
학철, 낭인의 목에 비수를 겨눈 채... 주춤 물러서는데...
순식간에 가토의 칼이 낭인과 학철의 배를 관통한다...
기토, 칼을 빼면... 낭인 옆으로 쓰러지고....
스르륵 무너지는 학철... 단검을 품안으로 꼬옥 쥔다....
S#48. 소요산 전경 (아침)
S#49. 가마골 (아침)
아침 안개가 자욱한 속에... 군사들이 시신을 끌어내 모으고 있다....
현장을 참담하고 어이없이 보고 있는 세욱....
옆에 서있던 원해, 주완도 아연실색해한다...
포졸 : (세욱에게) .....살아남은 자가 없습니다... 풀무간에도 사주전의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분다.... 침통한 세욱....
세욱 : ...동헌에 알려 시신을 묻고... 마을을 불태우도록 하라.... (돌아서 간다)
S#50. 가마골 입구
조세욱이 이끄는 군사들 멀리 사라지고....
말발굽 소리와 함께...성백의 일행이 달려온다...
S#51. 가마골
시체들을 보고 넋이 빠져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성백...
수명, 털썩 주저앉아 오열한다....
성백, 학철의 시신이 놓여있는 곳으로 간다...
눈을 뜬 채 죽어있는 학철...
성백, 다가가 털썩 무릎을 꿇는다...
학철을 보는 성백의 얼굴이 덜덜 떨린다...
학철의 눈을 손으로 쓸어내려주던 성백....학철을 안으며 오열한다....
옆에 서있던 일행들 모두 눈물을 닦는다....
순간, 무엇을 보았는지 수명이 학철에게 다가와...
...학철의 왼손에 꼭 쥐어진 단검을 꺼내어 본다...
칼 손잡이에 매화문양이 선명하다...
수명 : ...아저씨의 칼이 아닙니다....(건네며) ...왜검입니다...
성백, 칼을 보며 이를 물며 일어난다... 살기가 번뜩이는 눈이다.
광기에 휩싸인 듯 말이 있는 곳으로 휘적휘적 걸어간다...
S#32. 최달평의 밀실
달평 앞에 마주 앉은 성백과 수명...
달평 : ...장두령을 잡으려 혈안이 되어있는데...예까지 오다니.... 지금 정신이 있는겐가?
성백 : (화를 누르며) ...어르신을 뵈야겠소...
달평 : ...뭐라... 포청 눈이 조정 안팎을 살피고 있는 걸 모르는가...?
성백, 학철에게서 가져온 단도를 책상에 꽉- 박는다...
성백 : ...뵈야 한다 하지 않소....?
달평 : (성백을 무섭게 노려본다) ....
S#52. 한성 인근 숲 속 공터 (밤)
저벅저벅 걸어오는 성백과 수명....
등을 보이고 있는 대갓의 사내... 그리고 그 옆의 달평....
달평 : ...장두령입니다...
성백 : (건성으로)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대갓의 사내... 정필준이다...!
필준 : ...얘기 들었네... 참으로 참담한 일이야....
성백 : (살기를 내풍기며) ...관군이 아니었습니다...
필준 : (담담하게)...내가 그리 시켰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날 보자 한 것인가?
성백 : (불쑥 단검을 내밀며) ....지금 사방에 숨어있는... 왜놈들의 것이지요...
필준 : (흠칫하다가 이내 편안하게) 천형을 받아... 세상을 피해 살면서도...
우리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사람들일세.... 내가...그런 생명들을 도륙할 정도로...
잔인무도하다 보았는가...
성백 :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는다) ....
필준 :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착찹하게) ...허긴 내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지...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터...
(한숨을 쉬며) 하늘이 우리를 버리는가.... 모두가 다 내 부덕의 소치일세...
성백 : (이를 물고) ...부덕으로 돌리시기엔... 너무 많은 형제들이 죽었습니다!
(칼을 확 던지면... 인근 나무에 박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저 칼이 있었습니다...
필준 :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무겁게) ...나오거라...
달평 : (일본말로) 모두 나오게!
말이 떨어지자... 나무, 숲 사방에서 가토와 낭인 대여섯이 나온다...
가토와 낭인들... 필준 앞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꿇는다...
(이하, 가토와 낭인, 달평은 일본말로 대화한다)
필준 : ...그들의 칼이냐 묻게...
달평 : 자네들의 것인가...?
가토, 나무에 박힌 단검을 뽑아 본다...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토 : ...(고개를 끄덕인다)...
순간, 성백의 눈에 불꽃이 인다...
가토 : 요다!
요다 : (일어서며) 하이!
가토 : (내밀며) 네가 잃어버렸다는 단검이냐!
요다 : (받고는 가토를 본다) ....
가토 : 네 것이냐?
요다 : (머뭇거린다)
가토 : (무언가를 강요하듯 요다의 두 눈을 응시한다)
요다 : 하이...!
가토 : ...어찌 된 것이냐?
요다 : (궁색한 얼굴로)... 사주전 운반을 호위하러 갔을 때... 산에서 잃어버린 것입니다
필준 : 뭐라는가...?
달평 : ...가마골에서 한성으로... 사주전 운반을 호위하다 잃어버린 것이라고 합니다...
요다를 무섭게 노려보는 가토...
요다,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겠다...
갑자기 받아든 단검을 머리 위로 치켜올리는 요다...
요다 : ...죽음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자신의 복부를 칼로 찔러 긋는 요다...
울컥 한모금의 선혈이 넘어온다...
놀라는 성백과 수명....
달평 : (성백을 노려보며) ...결백하다 하네...
성백 : (당혹스러운데) ....
필준 : (질책하듯) 우리를 돕는 자들일세... 모두 배를 갈라야 믿겠는가...
성백 : (개운치 않다) ...관군이라면 어찌 한사람도 생포하지 않고....몰살을 시켰단 말입니까...?
필준 : ....토포군 전멸에 대한 포청의 복수일 수도 있네...
...그러지 않고서야 병조판서인 내게도 알리지 않고 움직였겠는가....
(의지를 담아)...꼭 그 댓가를 치루게 할 것이네...
성백 : .... 죽인 자를 찾기 전에는 산채로 돌아가지 못하겠습니다....
필준 : 돌아가게.... 지금의 그 슬픔과 분노로.... 칼을 갈게.... 그 칼을 들 날이 멀지 않았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야...
성백, 뚫어지게 필준의 두 눈을 바라본다....
...그 눈길을... 받아내는 필준....
성백, 입술을 질끈 물더니.... 천천히 돌아선다....
성백과 수명 멀리 사라지면....
필준... 곁에 서있던 가토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거칠게 손을 올려 가토의 뺨을 날린다...
동시에 가토의 칼을 뽑더니... 달평의 목을 겨눈다... 놀라 굳는 달평...
필준 : ...십 년을 공들여온 자다... 수만금의 돈을 댈 자는 네 놈 말고도 찾을 수 있지만...
조선팔도 백성의 마음을 휘어잡을 자는... 장성백 밖에 없다.....
S#53. 인근 산길 (밤)
터벅터벅 앞서가는 성백...
성백 선다... 수명도 선다....
성백, 아름드리 나무를 붙들더니 가만 이마를 기댄다...
어깨가 들썩이는 듯하다...
수명, 돌아선다...
성백...짐승같이 포효하며 나무를 주먹으로 친다....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들....
S#54. 동, 대웅전 전경 (밤)
S#55. 명부전 안(밤)
108나한상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단 위에 모셔져 있다...
결가부좌의 자세로 앉아있는 채옥... 하지만 목은 꺽여져 있다...
꺽여진 머리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채옥의 양 어깨를 쥐고 기를 불어넣고 있는 수월...
수월의 머리 위에서도 한 줄기 김이 향처럼 피어오른다...
S#56. 대웅전 안 (밤)
일 배, 이 배, 삼 배... 연신 염주를 잡고 절을 올리는 윤...
옷과 얼굴이 땀으로 젖어있다....
<플래쉬백>
2부 17씬에서 함께 윤 옆에서 함께 절을 올리던 어린시절의 채옥....
<현재>
굳은 듯이 엎드려 있는 윤의 어깨가 들썩인다....
윤 : ...잘못된 것입니다... 바뀐 것입니다... 데려가신다면 이놈을 데려가십시오...
S#57. 명부전 안 (밤)
수월, 빠르게 손을 떼며 한쪽 어깨를 장(掌)으로 치면..
180도로 몸이 도는 채옥.... 수월을 마주하는 자세...
수월... 양 손가락으로 채옥의 양쪽 어깨를 찌르더니 다시 양 관자놀이를 찍는다....
순간 눈을 번쩍 뜨는 채옥...
하지만 무의식적이었던지... 동공은 멈춰져 있다...
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는 채옥...
촛불이 일렁인다...
<시간경과>
채옥의 벗은 상반신 등에...
수십개의 침이 숫제 고슴도치처럼 박혀있다....
등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몸에서 가마솥 훈김처럼 김이 피어오른다...
채옥의 등 뒤로 몸을 들썩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수월....
콧등을 타고 땀이 툭툭 떨어진다...
S#58. 대웅전 안 (밤)
힘겹게 절을 올리고 있는 윤...
탈진한 듯 다가오는 수월...
수월 : (힘겹게)... 더이상... 내가 할 일은 없다... (털썩 주저앉는다)
윤, 고개를 돌리면....눈을 가만히 감는 수월...
S#59. 명부전 (밤)
땀에 젖은 얼굴로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
채옥 상반신 등을 드러낸 채 엎드려 있다...
하반신은 흰 광목으로 살포시 덮여져 있고...
등에는 십여개의 쑥뜸이 가지런히 놓여 연기를 뿜어올리고 있다...
눈을 감은 창백한 채옥의 얼굴로 땀이 흐른다....
한쪽 무릎을 꿇고 채옥의 얼굴을 바라보는 윤...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떨리는 손으로 채옥의 땀을 쓸어준다....
혹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채옥의 모습을 눈에 담기라도 하듯...
윤의 시선이 채옥의 얼굴에서부터... 등으로... 다리로... 발끝까지
천천히 옮겨가는데.... 채옥의 발목 각반 끝으로...
... 기름종이에 싼 서찰 한 귀퉁이가 삐져나와 보인다...
윤, 각반을 풀어 서찰을 빼면....
누런 기름종이 위에 다시 종이끈으로 묶은 서찰...
서찰을 풀어 펴보는 윤...
채옥 : (E) ...나으리를 처음 뵈었던 때가 제 나이 일곱이었습니다...
아비가 죽고... 어미와 오라비마저 뿔뿔히 헤어지고서도
슬픔이 무언지 모르는... 철없는 나이였습니다...
<플래쉬 백> 처음 만났을 때 부르트고 피가 흘러 진흙과 뒤섞인 재희의 발을 보고 콧날이 시큰해지던 윤
나으리는 그 날... 장대같이 쏟아지던 빗속으로... 저를 업고 뛰셨지요...
그 날 이후로 나으리는 제 아비였고... 어미였고.. 오라비였습니다...
<플래쉬백> 채옥을 업고 장대비 속을 달리던 윤....
방문 앞에 꿀물을 놓아두고 식모에게 야단을 맞던 채옥...
...지금까지 나리와 함께 한 세월이... 곧... 제가 기억하는 생애의 전부입니다...
그런 나으리를 잃는다면... 제가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플래쉬백> 함께 산사에서 무예를 닦으며 보내던 시절...
나으리.... 나으리의 말씀처럼... 처음부터 산채로 올라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나으리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차마 그 자를 베지 못한 제 마음이...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그것이 죽기보다 괴로운 일입니다
<플래쉬백> 윤에게 산채로 보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던 채옥...
<현재> 명부전 안에서 등에 뜸을 얹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채옥의 모습...
마음을 씻을 길은... 이것 밖에 없는 듯 싶습니다...
...이년... 이리 죽습니다... 제 목숨을 거름삼아 나으리의 뜻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도련님....... 부디 이년과의... 이승에서의 인연을... 무심히... 베어주십시오... 도련님....
서찰을 잡고 있던 손을 툭 떨구는 윤...
명부전을 멍하니 바라보는 윤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채옥 앞에서....
두 무릎을 꿇은 채 서찰을 우겨쥔 윤.....
윤 : (넋이 나간듯 허공을 보며) ...이리 보낼 수는 없다....
나는 아직... 가슴에 묻은 말을.. 한마디도 못꺼냈어... ...채옥아...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애비가 죽고...어미와 오라비와도 헤어져...아무런 희망도... 의미도 없이 살던 니가....)
내가 있어... 한순간이나마 숨쉬고 있다는 걸... 느낀다 하지 않았더냐...
그 말을 듣고... 내 가슴이 얼마나 벅차게 뛰었는 줄 아느냐.....개,돼지보다 못한... 반쪽 양반 피에...
시래기죽이나 끓이며 손발이 부르튼...후살이 어머니를 둔 나 또한...무슨 희망이 있어 살았겠느냐..
...나도 그랬다.... (눈물이 다시 흐른다) ..나도.... 니가 있어...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십오년이 흘렀구나....
(채옥을 보며) ...가지마라... 나는 아직...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
...들리느냐...... 옥아..... 가지... 가지마라....
이내... 애써 참고 있던 황소같은 울음이 새어나온다....
밀랍같은 채옥의 얼굴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윤의 눈물....
S#60. 명부전 전경 (밤)
명부전의 전경 위로 희미한 불빛과 함께 윤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대웅전에서 흘러나오는 수월의 목탁소리....
서서히 동이 터온다....
S#61. 동 객실 안 (아침)
누워있는 채옥의 인중에 침이 박혀 있다...
신중하게 침을 거두는 수월...
윤, 숨을 죽이고 채옥을 응시하면...
아무런 반응이 없는 채옥...
수월 : ...내 진기를 모두 불어넣었는데도... 숨이 터지질 않아...
윤 : .... 평생을 이리 누워지내야 한다는 말입니까...
수월 : ...천령개(天靈蓋)를 내리쳐라...
윤 : (기겁하며) 죽이자는 말씀이십니까?
수월 : 둘 중 하나다.... 죽거나 본능적으로 몸의 기가 움직이거나...
윤 : 스님.....
수월 : ....평생 누워있기를 바라느냐?
윤 : (참담한 표정으로 채옥을 본다) .........
수월 : (비장하게) ...채옥이라면... 잘못되어도 네 손으로 거두어지기를 원할 것이다.....결정하거라....
<시간경과>
방 한가운데에 결가부좌한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채옥...
담담하게 채옥을 보던 윤.... 채옥의 등 뒤로 가만히 앉는다....
채옥의 머리띠를 풀면... 출렁 흐트러지는 채옥의 머리카락...
윤, 가만가만 채옥의 머리칼을 쓸어모은다....
옆에 놓인 대빗으로 곱게 머리를 빗겨준다....
가지런히 빗어주고 나서는 머리띠로 끝을 묶으면....단아한 채옥의 머리....
채옥과 마주앉은 윤...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쪽두리를 풀어준 신랑과 신부 같다...
슬픈 미소가 배이는 윤의 얼굴.... 그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이윽고 손을 떼고 오른 손에 기를 넣기 시작하는 윤...
윤의 손이 떨리면서 천천히 붉어진다....
수월 : (E) ...손에 사정을 두어서는 안된다... 반탄강기는 스스로의 위험에서 뿜어나오는 것이다....
....살리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죽여야 한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윤의 손이 덜덜 떨린다...더욱 붉어지는 손...
눈을 질끈 감는 윤....
이내 눈을 번쩍 뜨더니....입술을 질끈 물고는
기합과 함께 채옥의 천령개를 거침없이 내리치는 윤의 손....
...손이 채옥의 정수리 천령개에 닿는 순간...
채옥의 고개가 번쩍 들리면서 눈이 번쩍 뜨인다....
동시에 거센 폭풍우에 밀리듯이 윤의 몸이 뒤로 날려...
방문을 부수며 나가 떨어진다...
S#66. 동 방 앞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뒤로 구르다가 멈추는 윤의 몸...
거칠게 고개를 들더니.... 방을 올려다 보는 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