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속 리뷰 vol.90_ 인스피어(Inspier) 첫번째 EP [Never Return]

[박재윤_어시스트]

  인스피어(Inspier) 첫번째 EP <Never Return>  

분명 더 좋아질 여지가 있는, 습작 느낌의 첫 앨범 ★★★ 심미섭

투박하지만 조악하지는 않은_ 인스피어

2010.09.15 /자체제작

 인스피어. Inspier. ‘영감을 주다’라는 뜻의 inspire에서 파생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밴드는 2006년 홍대 클럽에서 원맨밴드로 시작했다. 보컬 한만희를 중심으로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거쳐 현재는 보컬/기타(한만희), 기타(최현민), 베이스(황영주), 드럼(이상학)의 라인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첫 번째 EP앨범 <Never Return>이 지난 9월 발매되었다. 

 앨범 커버가 앨범 내용의 전반적 분위기를 기막히게 대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Never Return>의 경우에는 앨범 메인커버를 먼저 살펴보았을 때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음반을 모두 듣고 나서 앨범을 다시 살펴보니 뒷커버가 눈에 띄었다. 방 한구석에 마련된 작은 작업 공간, 그리고 그 옆에 놓인 기타와 베이스. 앨범 전체적으로 홈 레코딩의 서툴지만 투박한 매력이 있는 사운드가 묻어나온다고 느끼고 있던 터라, 이 사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앨범을 재생시키자마자 꾸밈없는 드럼 사운드가 먼저 들려온다. 잘 다듬어지지 않아 다소 거친 음색이다. 기교를 많이 섞지 않은 기타로 곡이 전개되기 때문에 앨범 전체적으로 이 드럼 사운드가 부각된다. 첫 번째 곡 <노래를 불러요>는 드럼으로 시작되어 기타가 도입되면서, 점점 격양되는 분위기의 곡이다. 독특한 가성을 사용하는, 중성적인 매력의 보컬이 돋보인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요 힘들 땐 노래를 불러요’라고 희망을 강조하는 가사를 멜로디가 ‘받쳐 주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가사가 (자우림의) <하하하송> 느낌이라면 곡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밝고 희망차야 하지 않을까.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보컬의 음색이 잘 어우러지지 않으면 곡에서 말하고자하는 주제가 잘 와 닿지 않는다. 곡의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서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곡인 <더 늦기 전에>에서도 곡의 방향성은 표류하는 느낌이다. 곡 후반부에 반전이 있는 극적인 가사의 곡인데, 멜로디 진행은 곡 전후반부가 똑같다. 모든 음악이 극적이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사에 이야기가 있다면 곡도 그 이야기를 살리는 방향이 더 좋지 않을까. ‘깊이 더 깊이 … 난 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걸까’라는 절망적인 전반부 가사와 ‘까짓것 해보는 거야 …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의 절망적인 후반부 가사가 동일한 멜로디에 실리는 것은 다소 당황스럽다.

 그러나 이 앨범에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전달하는 곡들도 꽤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성숙한 방향성을 보이는 곡은 네 번째 트랙에 수록된 <Please Please Tell>이다. ‘어떤 게 현실일까. 기분 좋았던 그 모든 게 다 꿈이었을까. 아냐 누군가 아니라고 말해줘’라는 가사는 절박한 분위기의 보컬과 극적인 멜로디, 빠른 리듬에 실려 효과적으로 와 닿는다. 빠른 기타 솔로도 곡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또 개인적으로는 <Never Return>을 가장 인상 깊게 들었는데, 허망한 감정을 멋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곡 전반부와 ‘내지르는’ 분위기의 후반부 모두 좋았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인스피어의 매력을 극대화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피어의 이번 앨범은 성숙하고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만의 투박한 매력이 살아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한만희의 보컬은 몇몇 곡들에서 풍부한 감정 표현을 보이고, 전체적인 연주 또한 안정적이며 <How Long>과 같은 곡들은 강약 조절이 인상적이다. 이 앨범에서 미숙하거나 조악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스스로 곡을 쓰고 노래하며 녹음까지 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정성을 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발전 과정에 서 있는 뮤지션의 모습, 힘겨움과 그 결실을 그대로 보는 느낌의 앨범이다.

글/ 심미섭

2010.10. 08

 

 

[uuuu]

잘봤습니다~~~^^

[snskya]

^^ 리뷰..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