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정교해진 쿠웨이트 투자사기
- 거래 전 KOTRA 무역관, 상공회의소를 통해 바이어 정보 확인해야 -
KOTRA 쿠웨이트 무역관은 최근 한국 업체 2곳으로부터 투자자를 확인해달라는 문의를 받았다. 동일한 인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제안 받은 두 업체는 이 투자자의 신뢰도와 투자 가능성에 알고 싶어 했다. 우리 기업의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 동일 인물의 수법=한국의 A사는 ‘쿠웨이트금융투자기업(KFIC)’이라는 곳에 근무하는 모아타즈 헤가브라는 이름의 금융 매니저로부터 장문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주요 내용은 “한국 업체가 동의한다면 런던에서 투자 관련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며 각 단계에서는 투자에 필요한 계좌 개설 및 각종 서류 등이 필요하므로 미팅 때 지참해달라”는 것이었다. A사는 이 투자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검토하다가 금액이 워낙 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KOTRA 무역관에 연락했다.
쿠웨이트 무역관은 KFIC에 연락해 모아타즈 헤가브라는 사람이 실제로 근무하며 업체 역시 해외투자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한국 A사에 “KFIC는 신뢰할 수 있는 업체이지만 투자자의 신원정보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추가적인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을 진행하지 말아달라”고 안내했다.
이후 A사가 KFIC와 접촉해 매니저의 신원을 확인했는데 KFIC로부터 “헤가브 씨는 귀사가 보낸 사진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에 A사는 헤가브를 사칭한 자에게 계속 신원 확인을 요청했고 그 자는 자신을 증명한다며 여권 사본과 공과금 영수증을 보냈으나 무역관 확인 결과 모두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한국 B사도 KFIC 임원이라는 모아타즈 헤가브로부터 1억 달러 투자를 제안받자 기본적인 업체 및 신원 정보 확인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등 의심스러운 부분을 KOTRA 쿠웨이트 무역관이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무역관은 투자자라고 지칭하는 헤가브가 A사에 투자 의향서를 보낸 인물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B사에 주의를 당부했다.
◆ 사기범의 정체=이 사기범은 쿠웨이트에 실존하는 투자업체인 KFIC(Kuwait Finance & Investment company)에서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로 근무한 적이 있는 모아타즈 헤가브(Moataz Hegab)를 사칭하고 있다. KFIC는 현지에서 투자 및 대출 업무를 하며 해외 투자도 병행한다. 헤가브 역시 실존하는 인물로 올해 4월 30일 KFIC에서 퇴사했다.
사기범이 알려준 이메일 주소는 ‘cfo@kfic-kwt.com’과 ‘info@kfic-kwt.com’이며 전화번호는 ‘+965-9749-3509’, ‘+12-133-256-551’, ‘+44-745-201-7709’다. 그런데 실존 인물의 진짜 메일 주소는 ‘XXXXX@kfic-kw.com’으로 사기범의 메일 주소와 달리 ‘t’ 철자가 없다. 메일에 기재된 3개 전화번호 역시 각각 쿠웨이트와 미국, 영국 번호로 유선 통화를 시도했을 때 존재하지 않는 번호이거나 아예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기범은 한국 업체에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사원증과 여권사본을 보냈는데 무역관 확인 결과 모두 포토샵으로 위조한 것이었다. 여권의 경우 아랍어 이름과 영문 이름의 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무역관이 해당 여권사본을 쿠웨이트 내무부 여권부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실제 여권 소지자명은 ‘Iyad Khalid Al-Harbi’였지만 영문명은 ‘Moataz Hegab’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 올해 5월부터 쿠웨이트 여권은 전자여권으로 변경돼 여권번호가 ‘PXXXXXXXX’(P를 뺀 숫자 8자리)로 돼 있으나 가짜 여권은 ‘025568880’으로 유효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업체의 의심이 계속되자 공과금 영수증이라며 사진을 보내왔으나 어떤 사람이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에 납부한 영수증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업체가 아랍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아랍어로만 기재된 영수증을 보낸 것이다.
쿠웨이트와 관계없는 영국에서 만나자고 종용한 점도 수상하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한국 업체가 런던에서 묵을 만한 호텔을 추천하거나 서류작업을 진행할 영국인으로 ‘Mr. John Brown’ 또는 ‘Mr. Steve Denning’ 같은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켰다.
◆ 예방법=다수 한국 업체가 메일로만 교신하고 거래를 추진하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KOTRA 쿠웨이트 무역관에서 바이어 정보 확인을 접수해 메일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했을 때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선 확인은 필수다. 유선 확인이 되지 않으면 실제 업체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바이어 정보를 문의하면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현지 상공회의소를 통해서도 업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수의 쿠웨이트 업체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으므로 한국 업체가 업체 정보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럴 때는 쿠웨이트에서 상거래를 하는 업체는 필수적으로 쿠웨이트 상공부에 등록해야 하며 관련 정보는 상공회의소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쿠웨이트 상의(http://kuwaitchamber.org.kw)에서
구글 사이트도 활용할 만하다. 업체명을 구글에 입력하면 구글 지도에서 업체의 위치와 전화번호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원증, 공과금 영수증 등 같은 이미지의 진위 여부 역시 구글 이미지를 통해 검색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모아타즈 헤가브 같은 투자자의 정보를 검색하면 실제 인물의 생김새,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각종 사기수법과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사이트도 있다.
일부 업체는 한국 업체가 현지에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존재하지 않는 전화번호, 주소, 아랍어로 작성된 서류를 내밀기도 한다. 하지만 무역 및 투자 사기는 기본 정보만 제대로 확인해도 예방이 가능하므로 KOTRA에 바이어 정보 확인을 의뢰하면 된다. KOTRA는 업체별로 연 3회 해외 수입업체 확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