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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 듬뿍 낀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여!
한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그대들은 성적표가 나오기도 전부터, 그리고 휴가 일정이 나오기도 전부터 항공편을 검색하며 각종 여행 정보에 귀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여행의 ‘여’자만 들어도 엉덩이가 들썩이는 당신에게, 여행 대신 ‘다섯 가지 모험’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번 방학엔, 그리고 이번 휴가엔, 여행이 아닌 모험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첫 번째 모험. 황량함 속에 눈부신 아름다움이 있는 곳: 사막
▲ 이집트 바흐리야 사막(왼쪽)과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오른쪽)
여행을 ‘일상과 다른 새로움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막의 모래에 발을 디뎌보기를 추천한다. 사막의 황량한 지평선에서 분명 새로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를 구속하던 그 어떤 익숙한 것도 없는 곳. 그곳에서 어쩌면 온전한 나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작년 겨울, 이집트의 바흐리야 사막을 여행했던 이한솔(22, 이화여대) 양은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보며,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렸다”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처음 겪는 자연의 낯선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사막의 또 다른 매력은, 별이 빛나는 밤에 있다. 동행들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와 그 위로 쏟아지는 별빛은 사막으로의 모험을 더욱 빛나게 한다.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사막을 찾는다면, 지평선 너머로 달이 뜨는 ‘월출(月出)’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광경이다.
간단한 Tip
여행자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사막으로는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과 요르단의 붉은 사막, ‘와디 럼’, 이집트의 ‘바흐리야 사막’과 ‘시와 사막’, 그리고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 등이 있다.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중국의 ‘고비 사막’과 인도의 ‘자이살메르’도 매력적이다.
개별적으로 사막 여행을 가기는 쉽지 않다. 주로 현지에서 로컬 여행사를 통한 지프 투어나 낙타 사파리를 이용한다. 사막 여행을 준비할 때는, 강한 햇빛과 더위, 그리고 큰 일교차에 대비해야 한다. 씻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므로 물티슈를 챙겨가면 요긴하게 쓰인다. 모래와 먼지에 취약한 제품을 가져갈 경우, 이를 싸둘 수 있는 비닐 등을 같이 챙기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모험, 한걸음 오를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마주친다: 트레킹
한국 사람들, 산 참 좋아한다. 불티나게 팔리는 아웃도어 용품이 이를 증명한다. 김재민(24, 연세대) 군은 2년 전, 네팔로 히말라야 설산 트레킹을 다녀왔다. 그는 친구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입이 닳도록 트레킹을 추천한다. 그는 석양에 붉게 물고 달빛 아래서 은은하게 빛났던 신비로운 설산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오르지 않고 겉으로 보아서는 트레킹의 매력을 이야기할 수 없어요. 일단 가보세요. 분명 힘들 거예요. 하지만 결코 후회로 남지 않는 시간 보내고 오실 거예요.”
도전하고 그에 따른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변화무쌍한 변화를 두 눈으로 보고 싶다면 트레킹을 떠나보자.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마주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과 함께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Tip
네팔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가장 사랑 받는 코스 중 하나다. 베이스캠프까지 다녀오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과 2주에 걸쳐 안나푸르나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이 유명하다.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도 매력적이다. 참고로, 히말라야 트레킹은 10월~12월이 최적의 시기다. 휴가철인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며 산거머리가 출몰하기 때문에 트레킹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왼쪽)과 호도협(오른쪽)
아프리카의 지붕 킬리만자로에도 최근 트레커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가까이 중국에도 멋진 트레킹 코스가 많다. 윈난성 리장(여강) 가까이의 ‘호도협’과 ‘옥룡설산’이 대표적이지만, 그 밖에도 매력적인 코스들이 많다.
어떤 산을 오르든, 어떤 길을 걷든 상관없이, 트레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옷을 비롯한 등산 장비다. 등산화가 빠질 수 없다. 기간이 긴 트레킹을 계획 중이라면, 미리 여러 번 신어서 길을 들여놓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면, 헤드 밴드를 챙겨가면 도움이 된다. 고도가 높은 산의 경우에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껴입을 수 있는 얇은 옷 여러 벌을 준비해야 한다. 침낭도 필수품이다. 또한 고산증을 대비하여 약과 머리를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모자도 준비해야 한다.
세 번째 모험, 그동안 몰랐던 언더더씨(under the sea) 세상과 만나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지구 표면의 70%는 육지가 아닌 바다다. 우리는 이 세상의 삼 분의 일, 그 중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 아쉽다면, 바닷속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곳에 우리가 몰랐던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이집트 다합(Dahab)
박세진(24, 이화여대) 양은 지난겨울 시나이반도의 다합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고 즐겼다. “신 나는 모험이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속을 못 보고, 모르고 죽었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물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황홀하다. 내 호흡에 집중하게 되는 시간,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내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는 시간, 그리고 모든 에너지가 내게로 향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몰랐던 수중 세계 지형과 산호, 열대어에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만큼 위험한 곳이 바닷속이다.
간단한 Tip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야 한다. 스킨스쿠버를 취미로 즐기는 펀다이버(Fun diver)들은 수심 15M까지들어갈 수 있는 ‘오픈워터 자격증’이나 30M까지 진입할 수 있는 ‘어드밴스드 다이버 자격증’을 주로 취득한다.
▲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이집트의 '다합블루홀다이빙' (출처:http://cafe.daum.net/junsadle)
안전과 관련된 기술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에도 될 수 있으면 한국인 강사에게서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이집트의 다합에는 블루홀을 비롯해서 홍해의 매력이 묻어나는 다양한 다이브 사이트(dive site)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남아의 필리핀도 다이버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동해, 제주도, 울릉도 등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네 번째 모험, 문명의 울타리를 넘어 야생으로: 초원과 정글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와 ‘동물의 왕국’을 보며 자란 이들에겐 ‘야생’이란 두 글자는 하나의 로망이다. 야생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이나 열대의 정글로의 여행은 최고의 모험이 될 것이다.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왼쪽), 보츠와나의 초베 국립공원(오른쪽 위)과 오카방고 델타(오른쪽 아래)
김영진(27, 카이스트대학원) 군은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남은 여유 시간에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여행을 좋아해서 이곳저곳 많이 다녔지만, 아프리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 남은 원시의 땅에서 웅장한 자연의 울림을 듣고 왔습니다.” 자연과 그 속의 동물들. 야생의 한복판에서,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어떠한 장벽도 없다.
간단한 Tip
아프리카는 야생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렝게티, 에토샤, 초베 등 유명한 국립공원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오카방고 델타(보츠와나 내 위치)와 같은 정글도 만날 수 있다. 물론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에서도 야생을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야생으로 모험을 떠나고 싶지만 치안이 걱정된다면, 트럭킹(trucking)을 추천한다. 트럭킹은 노매드(Nomad)와 같이 아프리카 현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매력적인 여행 상품이다. 여행용으로 개조한 트럭(버스에 가깝다)을 타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함께 캠핑을 하며 아프리카를 여행할 수 있다.
이때 야생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아프리카나 남미에서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 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동물의 사냥을 허용한다. 얼룩말이나 오릭스, 악어 고기 등을 요리한 이색적인 음식들(Game dish)을 맛볼 수 있다. 식도락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기억해두자.
다섯 번째 모험, 단절이 만든 차이를 느끼다: 오지 마을 문화 여행
아직도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외부와의 교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독특한 문화를 지닌 곳들이 있다. 인도의 라다크 지역도 그런 곳에 속한다. 1년에 육로가 열리는 기간은 단 넉 달뿐이다. ‘고갯길의 땅’이란 뜻을 지닌 지명처럼, 라다크는 고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특유의 지리적 폐쇄성에 인해서 오랫동안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1970년대에 외부인에게 개방된 이후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나, ‘라다키’들의 삶에는 특유의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다.
▲인도 라다크 지역의 최대도시 레(Leh)
이형근(30세, 한남동 ‘Como’ 매니저) 씨는 라다크와 같은 오지로의 모험을 즐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매력 때문이다. ‘다름’을 보는 즐거움 때문이다. “저는 이런 여행이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럽이나 북미도 분명 매력적이지만, 사실 서구화된 한국 문화랑 비슷한 점도 많잖아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것처럼, 계속 다르고 자극적인 여행지를 찾게 돼요.”
간단한 Tip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지라고 불리지만, 그래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는 오지 마을들이 있다. 앞서 소개한 인도의 라다크 지역과 더불어, 파키스탄의 훈자 마을도 여행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 중국최후의 ‘샹그릴라(이상향)’으로 불리는 중국 쓰촨성의 '야딩'도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다. 기자가 이란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만났던, 아비야네 마을도 아름다웠다.
보통 오지 지역으로의 여행은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 길이 막히는 등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할 때, 예상보다 여유 있게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오지 여행에 관한 정보는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인터넷 포탈 다음의 ‘5불당 세계일주클럽(http://cafe.daum.net/owtm)’은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특히 오지와 제3세계 여행에 관한 생생한 정보가 제법 많이 업로드돼 있다. 가이드북 중에서는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에 비교적 많은 정보가 담겨있는 편.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현지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다. 현지에서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가장 최신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지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을 잊지 말아달라는 점이다. 그곳에 조용히 스며들었다가 나오는, 의식 있는 여행자가 되었으면 한다.
▲인도 라다크 지역에 위치한 호수 판공초
좋은 여행, 안 좋은 여행을 구분하는 것은 편협하다. 더 좋은 여행이 아닌, ‘다른 여행’이 있을 뿐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소를 부르는 추억을 쌓아 돌아 왔다면, 그게 바로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기사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모험’이, 올여름 여행을 그리는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마음먹은 지금, 모험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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