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26일 양일간 아이들과 함께 서울 경복궁 답사를 나섰다.
경복궁은 조선시대 가장 먼저 건립된 궁궐로 오랫동안 조선 정치의 중심지였으며 조선 궁궐 건축의 모범을 보여주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불타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폐허로 방치되어 있다가 고종 때 대원군이 강력하게 추진하여 1867년에 중건이 되었으나 곧 이은 일제강점기에 또 다시 심각하게 그 훼손되어 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는데 최근 복원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새움풍물학교에서는 매년 서울로 궁궐답사를 가고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경운궁) 등 주요 궁궐 뿐만이 아니라 종묘와 청계천과 종로 주변 등 서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을 직접 답사하고 있다. 서울을 모르고서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 궁궐을 모르고 조선왕조의 정치 사회를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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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58분 KTX 서울행 열차를 기다리면서 신경주역 플랫폼으로 오른다. 매년 서울 답사를 갈 적에 항상 이 시간 열차를 이용하였다. 해마다 하루 이틀 전에 예매가 가능하였는데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예승이 아빠가 많은 도움을 주어 아이들은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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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서 역내 매점에서 간단히 햄버거와 음료를 샀다. 패스트푸드. 이것 참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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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도착하여 경복궁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메뉴를 골라서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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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북궐도. 경복궁을 북궐, 창덕궁과 창경궁을 동궐, 그리고 경희궁을 서궐로 불렀다. 궁 중앙으로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이 한 축으로 당당하게 서 있다. 그 오른쪽으로 동궁과 소주방 그리고 자경전
그리고 왼쪽으로는 궐내각사와 수정전, 경회루가 있다. 후원에 부용정과 건청궁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그렸을 것이라 추정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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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홍예문 앞에서. 무지개 모양의 둥근 아치형 문을 홍예문이라 한다. 광화문에는 3개의 홍예문이 있다. 중앙에 있는 홍예문이 국왕이 다니는 길이다. 아이들 뒤로 흥례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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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홍예문 천정에 그려져 있는 주작. 봉황인가 주작인가 말이 많지만 북쪽 신무문에 현무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신도의 주작일 것이라 추정한다. 그러나 사실 주작과 봉황이 뜨렷하게 구분되어 사용되지는 않는다. 둘다 현실의 동물이 아니라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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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홍예문 천정의 기린도. 아이들 중에 이를 보고 말이라고도 하는데 말이라면 갈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짐승에게는 갈기가 없다. 수컷을 기라고 하고 암컷을 린으로 부른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목이 긴 짐승 기린'과는 이름만 같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성군이 다스리는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전설의 동물로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고 풀을 밟지 않는다고 한다.
공자가 춘추를 기록하다가 이 기린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성인이 없는 세상을 애통해 하면서 기록을 멈추었다고 한다. 기린을 그린 것은 곧 성군이 되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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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지나 넓은 마당을 지나면 흥례문이 나온다. 흥례문을 들어서면 근정문이 나온다. 추녀마루에 잡상이 있고 그 뒤에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다. 잡상은 궁궐 전각의 장식물인데 주로 벽사(나쁜 기운을 물리치는)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처구니라고도 한다. 이 어처구니의 수가 건물의 격을 말해준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을 아니다. 경회루의 추녀마루에 있는 잡상이 11개로 가장 많고 근정전에는 7개의 잡상이 설치되어 있다. 광화문과 숭례문에도 잡상이 있다. 대개 잡상은 홀수로 설치하는데 덕수궁의 중화전에만 특이하게도 10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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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례문과 근정문 사이에 금천(禁川)이 있다. 흔히 금천은 임금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몸과 마음을 깨끗히 하라는 의미로 물길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땅의 기운은 산을 만나면 흐르고 물을 만나면 멈춘다는 것이 당시의 풍수관이었다. 금천은 바로 궁궐의 왕기를 보존하는 물길인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금천을 넘어서야 비로소 왕의 영역이 시작되는 것이다. 옛날 궁 안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근무지를 이탈하였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이 금천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경복궁 금천은 흐르지 않는 죽은 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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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을 지키는 천록. 혹시라도 사악한 기운이 물길을 타고 궁궐에 침입하지 않나 감시하고 있다. 궁궐을 장식하고 있는 용이나 봉황, 그리고 기린, 현무, 청룡, 주작, 백호, 해태, 천록 같은 동물은 실재하는 동물이 아니라 상상의 동물이다. 이런 동물은 왕을 상징하거나 하니며 사악을 기운을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서수(瑞獸)라고 한다. 상서로운 짐승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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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교 다리에서. 영제교(永濟橋)는 경복궁 금천을 건너는 다리이다. 영제는 '오랫동안 건너다니는 다리'라는 뜻이지만 다른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다리이기 때문에 '건늘 제(濟)'자를 썼지만 제(濟)자는 '제도하다, 다스리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즉 오랫동안 백성들을 위하여 좋은 정치를 베푸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되려면 조선 왕실이 오랫동안 존속이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영제교는 조선 왕실이나 임금에 대한 축수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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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광화문과 흥례문을 잇는 월랑에서는 전통공예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위는 돌로 만든 답도의 해태상과 한쌍의 봉황으로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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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행각에서 전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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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로 만든 조각품. 소나무 결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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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교를 지키는 천록이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천록이 혀를 내미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해학적인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정작 천록이 혀를 내미는 행위는 다른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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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찻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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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송으로 만든 비천상 홍송은 잣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비천은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가 설법하는 곳에 꽃을 뿌리면 악기를 연주한다는 천인과 천녀를 이른다. 이 비천상은 고구려시대의 벽화를 모델로 하고 있는 듯하다. 신라의 비천상은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에서 볼 수 있듯이 바로 서거나 바로 앉은 모습을 많이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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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을 조각하여 옻칠을 한 공예품 십장생은 해, 달, 산, 물, 바위, 거북, 영지, 사슴, 구름, 소나무 등을 이른다. 구름이나 대나무 등을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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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면와 무서운 모습의 기와. 이런 귀면화는 주로 액을 물리치는 데 사용하였다. 용의 얼굴과 비슷한데 용의 특징 중의 하나인 긴 수염이 없고 그 대신 위로 길게 솟은 송곳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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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룡도. 구름과 용을 그린 것으로 편전인 사정전의 어좌 뒤에 있는 그림이다. 임금은 용을, 구름은 신하를 각각 상징한다. 용이 비를 내리려면 구름이 있어야 하듯이 왕이 좋은 정치를 펼치려면 어진 신하가 있어야 하므로 항상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라는 의미로 그려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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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례문 지나면 근정문이다. 보통 여기서 임금들이 즉위식을 한다. 선왕이 붕어하여야 후왕이 즉위를 하기 때문에 국상 중에 즉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근정전에서 화려하게 즉위식을 거행하는 것이 아니라 근정문에서 간소하게 즉위식를 한다.
근정문에서 최초로 즉위식을 한 임금은 단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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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이 서린 근정전. 뒤로 북악산, 오른쪽으로 인왕산의 품에 안겨 있다. 근정전 조정의 동남쪽 모서리 행각에서 본 모습이다. 이곳에서 본 근정전이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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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근정전 사진찍기를 하였다. 누가 가장 잘 구도를 잡아서 찍었는지 허나씩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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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 앞 마당을 조정이라고 한다. 조정에는 박석이라는 돌이 깔려 있다. 이 돌을 얇으면서도 미끄럽지 않다. 근정전의 조정은 남쪽보다 북쪽이 훨씬 높다.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져 나간다. 그 때 이 박석 사이로 물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굽어 흐르기 대문에 마당이 패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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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 월대 위의 향로 혹은 정(鼎). 실제로 여기에 향을 피웠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궁궐학자는 이것의 원래 용도가 향을 피우기 위하여 설치한 향로라기보다 임금을 상징하는 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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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와 12지신상 찾기 경복궁 월대의 난간에 조각되어 있는 12지 조각상 중 없는 동물은? 개와 돼지이다. 아이들이 서수들을 하나하나 찾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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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닫집 아래 임금의 자리 흔히 어좌라고 하는 자리가 있다. 그 뒤에 일월오악병이 둘려쳐져 있다. 임금은 어디로 들어와서 저 자리에 올랐을까? 궁금한 사항이다. 임금은 근정전 뒷문으로 들어와서 저 일월오악병을 열고 등장한 것 같다. 오악병에 조그만 문이 하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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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 천정의 칠조룡. 과거부터 용은 임금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보통 발톱이 다섯 인 오조룡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서 칠조룡이 그려져 있다. 대원군은 조선 국왕의 권위를 한껏 높이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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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을 시간 수정전 옆 카페테리아 앞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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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시간만큼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이 없을 듯. 그러니 남이 먹을 것을 탐하거나 남의 먹을 것을 뺏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우리는 과연 사람들의 밥상을 지켜주는 건전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의문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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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따라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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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전경. 왕실의 종친들이나 잔치를 베풀거나 외국 사신이 왔을 때 연회를 베풀던 장소이다. 국보 224호이며 우리나라 최대의 목조 누각이다. 원래는 조그만 연못이었으나 태종 때 확장공사를 하였다. 여기서 판 흙으로 왕비의 침전이 교태전 뒤의 후원 아미산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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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는 비단잉어들이 떼지어 몰려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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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오후 2시 첩종을 보기 위하여 흥례문 앞 광장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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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사람들이 둘러서고 있어서 자리를 잡고 앉기가 힘들었다. 중앙에 진욱이와 정민이가 보인다. 그 주위에 아이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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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이 행차한다. 첩종은 궁궐을 호위하는 군사를 모우기 위하여 치는 큰 종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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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들이 마당에 도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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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진을 시범 보이고 있다. 결진이란 진을 치는 훈련으로 전쟁을 할 때 공격을 하거나 방어를 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태로 군사들을 모우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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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주위에 호위 무사들이 도열하고 있다. 이들은 내금위와 겸사복 소속 무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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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들이 도열한 상태에서 어명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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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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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 겨루기. 검과 언월도의 겨루기다. 언월도란 초승달처럼 끝이 둥그렇게 휘어진 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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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루기를 통하여 평소의 훈련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첩종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