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4 조선일보
北 도발 원점 타격하고 해임된 장군 /[박정인 前 백골부대장] / "군인답지 못한 장군 많다" 일갈
1973년 북한의 기습 사격에 대응해 포 사격 명령을 내려 북한군 약 30명을 사망하게 한 박정인(88·육사 6기) 전(前) 3사단장(예비역 육군 준장)이 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박 장군은 백골부대(3사단)장이던 1973년 3월 7일 북한군이 비무장 지대 표지판 보수 작업 중이던 부대원들에게 기습 사격을 하자 즉각 적 진지를 향한 포격을 지시했다. 훗날 귀순한 북한군은 당시 포탄이 명중해 약 30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3·7 완전 작전'으로 알려진 이 보복 공격은 국군이 북한군의 DMZ 도발을 피로 응징한 마지막 사례로 알려져 있다. 박 장군은 회고록 '풍운의 별'에서 당시 북한군이 한 발도 대응 포격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북한 공산당은 약한 자에게 강하지만 강한 자에겐 더없이 약하다"고 밝혔다. 박 사단장은 그러나 그해 4월 상부의 허락 없이 임의로 대응 사격을 했다는 이유로 보직에서 해임됐으며 5개월 뒤 전역했다. 그는 3사단장 이임사에서 "북진(北進) 통일의 성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단장직을 떠나게 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北 기관총 쏘면 우리는 대포로...군인 임무는 적을 응징하는 것"
[양상훈 칼럼] 猛將의 싹을 자른 박정인 사단장 해임 사건
지난 2010년 11월30일 백골부대 사단장 출신 박정인 장군이 서울 중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북한 연평도 포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박 장군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직후 본지 인터뷰에서 "군 지휘부는 상부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교전 상황 때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요즘엔 군인답지 못한 장군이 너무 많다"고 일갈했다. 박 장군은 함경남도 신흥군 출신으로 1946년 함흥반공학생 사건에 연루돼 김일성 정권에 수배당하자 월남했다. 전역 후 군사편찬위원장을 지냈다.
외아들 홍건(63·육사 31기) 예비역 대령, 큰손자 선욱(31·육사 64기) 대위 등 3대(代)가 육사 가족이다. 박 대위의 쌍둥이 남동생도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아들과 손자는 박 장군에게 인사할 때 거수경례를 하고 "백골!"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홍건씨는 본지 통화에서 "만주까지 통일하자는 아버님 말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유족으로 아들 홍건씨, 딸 현숙(주부)·선애(주부)·현애(주부) 등 1남3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2016년02월05일 오전 8시30분. (02)3410-6915